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백우진의 흑전호포 (6)
백우진이 가문으로 돌아왔을 때 문주영과 의검대 전원이 검각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검대 검사들은 훈련복이 아니라 다양한 사복을 입고 있었다.
“그 코트가 흑전호포 입니까?”
“그래.”
“너무 잘 어울려서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습니다! 그 녀석은 도련님이 입어준 덕분에 행복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문주영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듣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의 칭찬을 퍼부었다.
-쯧쯧, 행복이 아니라 공포를 느끼고 있겠지.
흑암은 혀를 차며 흑전호포를 툭툭 건드렸다.
“때깔이 곱긴 곱네. 나도 저런 거 가지고 싶다.”
“도련님께 때깔이 뭐야. 색이라고 좀 해라.”
김우혁의 구수한 말에 홍남기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검은색이면 칙칙해야 하는데, 붉은색이 은은하게 빛나니 세련되어 보이네요.”
“네. 정말이에요!”
박혜리의 진심이 담긴 칭찬에 홍아라가 다람쥐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의검대 전원은 넋을 놓은 채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검붉은 흑전호포와 백우진의 조합은 화보를 찍고 있는 모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코트 구경은 나중에 하고. 오늘 너희가 해야 할 일은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백우진의 말에 검사들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모두가 차려 자세를 한 뒤 우렁차게 대답했다.
“바로 출발하실 거 같아서 이미 인원 배치도 마쳤습니다.”
“수고했어.”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흑암에게 손을 내밀었다.
‘만변귀의 가면을 꺼내줘.’
-알겠…. 어? 설마!
‘그래. 만변귀의 가면을 문주영에게 씌울 거야.’
-허어!
백우진의 작전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흑암이 탄성을 내질렀다.
-너로 변신한 문주영을 미끼로 던져주고, 네가 박민우를 찾으려고 하는 거였군!
‘맞아.’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주영을 따라다니며 근처에 있을 박민우를 찾을 생각이었다.
-너 뇌에 기름칠이라도 했냐? 어떻게 그렇게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거냐?
백우진은 심계 자체도 뛰어났지만, 그걸 생각해내고, 실행에 옮기는 속도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써봐.”
백우진은 흑암에게 받은 만변귀의 가면을 문주영에게 넘겨주었다.
“여, 영광입니다!”
문주영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고서 백우진에게 가면을 받았다.
‘역시 이 가면이었군.’
이 가면은 백우진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가 자신을 믿는다고 하며 보여주었던 가면이다.
백우진이 가면의 비밀을 대놓고 알려줘서 그를 따르기로 결심했던 기억이 났다.
“가면은 어떻게 사용하는 겁니까?”
“써보면 알 거야.”
“알겠습니다.”
문주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만변귀의 가면을 착용했다.
“오오!”
가면을 쓴 문주영은 놀랍다는 듯 계속해서 감탄을 터트렸다.
1분 뒤 파란빛이 번쩍이며 문주영은 백우진과 완전히 똑같은 모습이 되어 나타났다.
“우와!”
“시, 실화야?”
“도플갱어?”
의검대는 백우진과 만변귀의 가면을 쓴 문주영을 번갈아 쳐다보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널 잘 아는 놈에게 씌우니까 정말 똑같긴 하네.
‘그렇지.’
-근데 의검대는 왜 모은 거냐?
‘내 모습을 한 문주영에게 사람들이 몰려들지도 모르잖아. 주변에 퍼뜨려서 시민들을 보호하려고.’
-쯧쯧. 누가 널 알아보고 몰려오겠냐. 그거 자의식 과잉이다.
흑암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넌 아무것도 아니야. 알겠냐?
* * *
-미, 미안하다. 너 좀 되네….
흑암은 백우진으로 변신한 문주영 주변으로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기겁을 했다.
-뭘 보겠다고 저렇게 몰려드는 거냐?
“나도 저 정도로 몰릴 줄은 몰랐어. 의검대를 배치하길 잘했네.”
사람들이 몰릴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저렇게 덩어리가 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붙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인기 많아서 좋겠다. 자식아….
흑암은 부러운 것처럼 툴툴거렸다.
“빨리 처리해야겠는데.”
안전 불감증에 걸렸는지 문주영의 주변으로 끊임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저 가운데에 오러나, 독을 터트린다면 문주영과 의검대가 있어도 괴멸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다.
“그걸 써봐야겠는데.”
-암운향?
“그래. 새로 얻은 기술은 바로 써봐야지.”
백우진은 흑전호포의 특수능력 암운향을 발동시켰다.
후우웅!
바람도 없건만 흑전호포가 홀로 펄럭이며 백우진에게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을 전달해 주었다.
“아!”
암운향의 기운을 받자, 시야가 확 트인 듯 시원한 감각이 느껴졌다.
눈만이 아니라, 오감 전체가 조금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민감해졌다.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대로 보였고, 밑에서 올라오는 부드러운 커피 향을 자연스럽게 맡을 수 있었다.
-가뜩이나 감각 괴물인 놈인데, 이젠 귀신 수준이겠군.
“그럴지도.”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오러를 넓게 퍼뜨렸다.
“역시!”
백우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
암운향은 오감만이 아니라, 기감마저 2배로 늘려버렸다.
이전보다 2배는 넓은 범위를 저 자세하게 수색할 수 있게 되었다.
-천벌을 받을 사기 능력이다! 흑전호포야. 파업해라!
‘조용히 좀 해봐.’
백우진은 기감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었다.
‘살기가 짙고, 자신을 감추는 놈일 거야. 분명 근처에서 문주영을 공격할 준비를…. 찾았다!’
-버, 벌써?
백우진의 고개가 서쪽으로 돌아갔다.
그는 문주영에게 박민우를 찾았다는 문자를 보내고 미소를 지었다.
“미친놈을 잡을 시간이군.”
* * *
“끄으으!”
박민우는 극심한 출혈과 고통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 이대로 죽진 않는다!”
박민우가 하나 남은 팔로 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백우진에게 달려들지 못하고 계속해서 몸만 움찔거렸다.
‘이, 이놈이 이 정도였다고?’
멀리서 본 백우진과 눈앞에 있는 백우진의 존재감은 차원이 달랐다.
검을 겨누고 있는 것만으로 숨이 막혀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무력으로 이루어진 괴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안 오나? 그럼 내가 가지.”
“자, 잠깐! 할 말이 있다!”
“미친놈에게 들을 말은 없어.”
백우진은 암인검을 휘돌리며 박민우에게 다가갔다.
“난 네게 메시지를 전하려고 왔다!”
“메시지?”
“그, 그래!”
백우진이 걸음을 멈추는 것을 보고, 박민우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거지?”
백우진은 기세를 풀지 않고 박민우를 노려보았다.
“이, 이번에 한국에 들어온 제논의 간부는 그레이 님이다. 난 그분의 메시지를 가지고 온 전령이다!”
“그레이….”
그레이라는 이름을 들은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는 놈이냐?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범죄자야.’
-강한 건가?
‘강하기도 하지만 특이해. 자신이 죽일 대상에게 미리 살해 예고를 하고, 직접 찾아가서 싸움을 거는 미친 여자야.’
-엉? 여자라고?
흑암은 그레이가 여자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 허공으로 떠올랐다.
‘난 못 봤지만, 은발의 미녀라고 하더군.’
-은발의 미녀? 한번 보고 싶은데?
‘다만 그녀의 살해 예고에서 살아남은 능력자는 단 한 명도 없었어.’
-그럼 너도 위험한 거 아니냐?
‘글쎄.’
그레이가 살해 예고를 했던 능력자는 모두 죽었다.
도시괴담 같은 여자가 자신을 노린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그러니까 그레이의 살해 예고를 전하기 위해서 날 찾아왔다는 거지?”
“그, 그렇다.”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박민우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예고인지 뭔지는 받았으니, 이제 뒤지면 되겠네.”
“난 그분의 전령이다. 날 주, 죽였다간 문제가 커질….”
“세상 어느 나라의 전령이 다른 나라에 와서 시민을 죽이고 다니지?”
“너, 널 부르기 위해서였다!”
“지랄하네.”
백우진이 코웃음을 치며 박민우를 비웃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살인을 저질러놓고, 주절대는 게 고작 그따위 핑계인가? 버러지만도 못하네.”
“으윽….”
박민우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백우진의 말대로 그레이는 큰 사고는 치지 말고, 살해 예고만 전하라고 했었다.
오랜만에 도시에서 허약한 인간들을 가지고 놀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폭주해버린 것이다.
“확실히 말해주지. 넌 여기서 죽는다.”
백우진이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그의 기세와 살기가 폭발적으로 솟구쳤다.
“으아아아!”
겁에 질린 박민우는 비명을 터트리며 백우진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검에서 푸른 독이 담긴 오러가 뭉게뭉게 흘러나왔다.
캬앙!
백우진은 암인검을 쳐올려 박민우의 검과 오러를 쳐낸 뒤 그의 왼쪽 허벅지를 찍어버렸다.
“끄아악!”
박민우는 구멍이 뚫린 허벅지를 부여잡고 미친 듯이 뒷걸음질 쳤다.
“네게 죽은 사람들의 사진을 봤다.”
백우진이 암인검에 묻은 피를 털며 박민우에게 다가갔다.
“흐으윽!”
“반항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고문까지 했더군. 네가 직접 당해보니 기분이 어때?”
“다, 닥쳐!”
박민우가 모든 오러를 개방해서 백우진에게 내뿌렸다.
푸른 오러가 연속해서 폭발했지만, 백우진은 이미 그 자리를 벗어나 있었다.
푸악!
백우진은 박민우의 측면으로 이동해서 놈의 오른쪽 허벅지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으아아악!”
양쪽 다리 모두 검에 찔린 박민우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넘어갔다.
“아….”
박민우의 얼굴이 노랗게 질렸다.
백우진의 눈에서 줄기줄기 뿜어지는 살기를 보자,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우, 움직일 수가 없어!’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고, 손발이 덜덜 떨려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오러로 막았던 왼쪽 어깨의 출혈이 다시 터졌다.
‘이 정도였다니….’
백우진이 아무리 강해도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진정한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저벅.
백우진이 아주 천천히 다가왔지만, 박민우가 할 수 있는 일은 몸을 떠는 것 뿐이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당장 목이 베일 것 같았다.
“나와.”
백우진은 박민우가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골목 사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무, 무슨 소리를….”
“나오라고.”
“대단하네.”
저음이지만 묘한 색기가 묻어있는 목소리와 함께 은발의 여자가 골목으로 들어왔다.
한국인의 외모가 아니었다.
러시아나, 동유럽의 여성인 듯 길쭉한 체형과 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고, 피부는 하얗다 못해 잿빛을 띠고 있었다.
-저 여자 강해. 지금까지 네가 상대했던 그 누구보다 강하다. 아마 너보다도….
‘나도 알아.’
은발의 여자는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 믿기 힘들 정도의 기파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그레이 님!”
박민우가 뒤를 돌아보고 눈을 부릅떴다.
지부에 있어야 할 그레이가 이곳에 와 있었다.
“네가 그레이인가?”
은발의 여자, 그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정체가 밝혀져도 상관없다는 듯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내가 있는 걸 어떻게 안 거지?”
“느껴졌으니까.”
“허!”
그레이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백우진이 감각만으로 자신의 은신을 파악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전령은 지금 만났는데, 벌써 싸우자고 찾아온 건가?”
“그건 아니야. 지금은 싸울 생각이 없거든.”
그레이가 서늘한 눈빛으로 박민우를 내려다보았다.
박민우는 독 안에 든 쥐처럼 바르르 떨었다.
“그 녀석이 내 생각 이상으로 사고를 쳐서 데리러 왔을 뿐이야.”
“네가 직접 말인가?”
“난 원래 직접 움직이거든.”
“그럼 왜 이놈을 시켜서 살해 예고를 보낸 거지?”
“얼마 전에 내 밑에 들어와서 한 번 써보려고 했는데.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영 못 쓰겠어.”
“그래서였군.”
왜 이렇게 약한 놈이 자신을 노리나 했더니, 그레이는 박민우를 정말 전령으로만 쓰려 했던 것 같다.
“….”
백우진과 그레이의 대화가 멈췄다.
둘은 눈을 마주치며 동시에 기세를 끌어올렸다.
쿠구구구.
골목을 뒤덮은 먼지와 돌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두 괴물 사이에 끼어 있는 박민우는 오러의 파동을 견디지 못하고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예상왼데? 내 생각보다 훨씬 강해졌어.”
백우진을 바라보는 그레이의 볼에 옅은 홍조가 올라왔다.
“너도 그렇고, 네 부하도 그렇고 주절주절 말이 많네. 그냥 덤벼.”
“말했듯이 지금 싸울 생각은 없다니까. 넌 물이 덜 올랐거든.”
그레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녀가 원하는 순간이 아니다.
백우진에겐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
“내가 싸울 자리는 내가 정해.”
“점점 더 마음에 드네.”
“뭐?”
“시원찮으면 여기서 끝내려고 했는데 역시 안 되겠어. 여긴 네가 죽을 자리가 아니야.”
그레이의 볼에 올라온 홍조가 더욱 진해졌다.
그녀의 눈빛은 기이한 열망으로 타올랐다.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거지?”
“거기다 여기서 싸우면 저 멍청한 인간들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거 모르진 않잖아?”
그레이가 상가 쪽을 가리켰다.
문주영이 빠졌는데도 아직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
“이만하면 알아들었겠지. 박민우. 이쪽으로 와.”
박민우가 백우진을 살폈다.
백우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레이와 눈을 마주치고만 있었다.
다만 자신을 겨누던 검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었다.
“아!”
백우진의 검이 축 떨어졌을 때 박민우의 표정이 활짝 펴졌다.
‘사, 살았다!’
돌아가서 그레이에게 남은 팔이 잘리든, 다리가 잘리든 상관없었다.
백우진이 내뿜는 지독한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게 너무도 기뻤다.
“가, 감사합니다. 그레이 님!”
박민우가 몸을 돌려서 그레이에게 기어가려는 순간 가라앉았던 백우진의 눈이 번쩍였다.
촤아악!
백우진은 박민우가 몸을 돌리자마자, 그의 목을 거침없이 베어버렸다.
“어….”
안도감이 들어섰던 박민우의 눈동자에 죽음의 그림자가 들어섰다.
자신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듯 박민우는 눈을 감지도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내가 말했지. 넌 여기서 죽는다고. 그리고….”
백우진은 검은 불꽃이 타오르는 암인검으로 그레이를 겨누었다.
“살해 예고인지 지랄인지는 그만하고 덤벼.”
“너 진짜 최고네….”
그레이는 양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뺨을 감쌌다.
그녀의 잿빛 피부는 흥분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번엔 변태야? 저 집단은 온통 미친놈에 미친년뿐이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