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보는 게 달라 (5)
왕전과 장각은 재빠르게 흑단을 삼켰다.
흑단에 들어있던 액체는 한순간에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쿠구구구.
왕전은 심장을 흐르는 오러가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너무 압도적인 양이라 조절하기 버거울 정도였다.
푸른 오러가 그의 키를 넘어 허공까지 집어삼키고 있었다.
-약빨 죽이는데?
‘양도 양이지만, 질도 높아졌어. 백선아랑은 비교도 안 돼.’
-저놈은 7등급이니까.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아.’
백우진이 쓴맛을 다셨다.
왕전은 오러량이 미친 듯이 높아진 것도 모자라, 오러의 질마저 크게 상승했다.
아무래도 저들이 익히고 있는 연공법에 비밀이 있어 보였다.
콰아아아!
왕전만큼은 아니지만, 장각의 몸에서도 거대한 오러가 솟구쳤다. 두 괴물이 내뿜는 강렬한 기세에 던전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마, 말도 안 돼!”
“저건 못 이겨. 저런 흉흉한 오러는….”
“으아아!”
능력자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왕전과 장각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세에 숨이 막히고, 심장이 조여왔다.
“저 괴물들을 어떻게 이겨야 하는 거지?”
박철민의 윗니와 아랫니가 마구잡이로 부딪치고 있었다.
두 괴물의 오러를 보자, 전의가 사라졌다.
무엇을 해도 이길 수가 없다는 패배감이 몸을 적셨다.
“딱 좋네.”
최악의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목소리에 모두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재밌겠어.”
백우진의 목소리였다.
그는 압도적인 힘 앞에서 즐겁다는 듯 웃고 있었다.
“거, 검사님…. 어?”
박철민이 백우진을 부르려 할 때 문주영이 그를 가로막았다.
“믿고 기다리시면 됩니다.”
“하, 하지만 저런 놈들을 어떻게 홀로….”
“괜찮습니다. 믿고 기다리세요.”
문주영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의 표정과 목소리는 백우진에 대한 신뢰로 가득 차 있었다.
* * *
-조금이라도 삐끗했다간 단숨에 찌부러질 거다.
‘알아.’
백우진은 검선지체 검운을 제외한 모든 특성을 개방시켰다.
오러를 전력으로 휘돌리며 앞으로 나섰다.
“이렇게 보니, 네가 얼마나 버러지인지 보이는군. 벌레 그 자체야.”
“나도 보여. 네가 그릇이 간장 종지라는 게.”
“뭐?”
“약빨을 빌려서 그렇게 잘난척하면 재밌냐?”
-맞아. 너처럼 템빨을 빌려야지.
‘시꺼.’
“이놈!”
왕전은 가뜩이나 자존심이 상한 상태였기에 참지 못하고 백우진에게 돌진하며 주먹을 뻗었다.
왕전의 주먹이 수십 배로 커진 것처럼 보였다.
-온다!
‘흐읍!’
백우진은 숨을 참으며 전력으로 흑왕탄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검과 주먹이 부딪쳤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폭음과 폭발이 터져 나왔다.
파지지직!
왕전의 주먹과 백우진의 암인검이 맞부딪치는 공간에서 격렬한 스파크가 일어났다.
“모두 네놈이 자초한 일이다!”
장각이 왕전의 옆으로 붙으며 백우진의 머리를 향해 풍쇄권을 찔러 넣었다.
‘지금!’
백우진은 마지막 전투 특성 검선지체 검운을 발동시켰다.
쿵!
자신의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고원의 북처럼 웅장하게 울리는 소리였다.
그 소리와 함께 전신에 순수하고도 짙은 오러가 스며들었다.
백우진이 허공으로 왼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 모든 것이 검게 물든 새로운 검이 나타났다.
아니, 새로운 검이 아니다.
검날을 길게 세운 흑암이 백우진의 손에 들린 것이다.
쩌어엉!
백우진은 흑암을 쳐올려 장각의 권격을 막아냈다.
“어, 언제 그런 검을!”
장각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렸다.
분명 비어있어야 할 백우진의 왼손에 처음 보는 흑검이 들려 있었다.
가장 놀라운 건 백우진이 한 손으로 사형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오러가 강해지는 게 너희만의 특권이라 생각했나?”
검선지체 검운은 짧은 시간 동안 백우진의 오러와 질을 상승시켜주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레전더리 특성답게 흑단에 밀리지 않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이놈!”
왕전이 주먹에 오러를 집중해서 백우진을 튕겨냈다.
스으윽!
백우진은 한발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앞으로 돌진했다.
“크흑!”
대기를 찢어발기는 섬야가 왕전에게 쏟아졌다.
흑왕탄 그 이상의 폭발력에 왕전은 질겁하며 미친 듯이 주먹을 내뻗었다.
“사형!”
장각이 두 주먹으로 폭풍을 쏟아냈지만, 백우진은 암인검으로 비뢰섬을 날려 폭풍을 사정없이 갈라버렸다.
“크아아아!”
왕전이 허공으로 도약한 뒤 주먹을 내려찍었다.
장각은 백우진의 측변으로 돌아 주먹을 질렀다.
콰아앙!
쩌어엉!
백우진은 암인검으로 관일극을 쏘아내 왕전의 주먹을 튕겨내고, 흑암으로 무령참을 내리쳐 장각의 왼팔을 터트려버렸다.
“허억!”
“으어어….”
능력자들은 백우진의 압도적인 무력에 넋이 나간 상태였다.
두 자루의 검으로 왕전과 장각을 압도하는 그의 모습은 전신의 강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퍼어엉! 쿠웅!
왕전의 주먹이 부러질 것처럼 꺾였고, 장각은 힘에 겨워 무릎을 꿇었다.
백우진은 두 괴물을 홀로 압도하고 있었다.
“끄아아악!”
장각이 머리를 풀어헤치며 뒤로 물러났다.
백우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장각을 쫓았다.
“장각!”
왕전은 내상으로 피를 토하면서도 백우진의 앞을 막았다.
“소용없어.”
백우진은 왕전의 뇌령살권을 낙성위화도 막아낸 뒤 흑암의 두 번째 검 암인을 발동시켰다.
스르륵.
왕전과 장각의 그림자 속에서 어둠으로 타오르는 칼날이 솟구쳤다.
챠앙!
왕전은 허리가 베이는 것으로 그쳤지만, 장각은 암인을 피해내지 못했다.
퍼억!
암인에 목이 떨어진 장각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으아아아!”
장각의 죽음을 본 왕전의 눈에 거미줄 같은 핏줄이 돋아났다. 그의 오른 주먹에 남은 모든 오러가 모여들었다.
천고신공의 마지막 절기 뇌룡폭이었다.
콰아아아!
살이 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오러의 흐름에 능력자들은 숨을 쉬지 못했다.
-저건 위험한데.
‘확실히.’
-괜찮냐?
‘괜찮겠냐?’
백우진이 울대를 넘어온 피를 다시 삼켰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내상이 심했다.
중간에 초회복을 썼음에도 오러와 체력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두 괴물을 힘을 그대로 받았는데 괜찮은 게 이상하지. 그러니까 정령을 쓰랬잖아.
‘이대로 끝낼 거야.’
백우진이 암인검을 내려놓고 흑암을 양손으로 잡았다.
흑암을 태우는 검은 아우라가 하늘까지 솟구쳤다.
흑암의 세 번째 검 흑살이다.
콰아아아앙!
하늘에서 떨어지는 뇌룡과 땅에서 솟아오른 마신의 검이 격돌했다.
* * *
“쿨럭!”
왕전은 오른팔과 오른 다리를 잃은 채 검은 피를 토해냈다.
“단을 먹고 사람이 터지는 경우도 있나?”
백우진은 왕전의 팔과 다리를 지혈해준 뒤 그의 옆에 섰다.
혹시 터질지도 몰라 백우진은 경계를 하는 상태였다.
“커헉! 그걸 어떻게!”
“어떤 경우에 터지는 거지?”
“….”
“말하기 싫다면 네 몸에 물어보는 수밖에. 넌 내 허락 없이 죽을 수도 없어.”
“이, 있다!”
백우진의 손에 검은 오러가 타오를 때 왕전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두,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지, 지정시간이 지났음에도 무리해서 오러를 끌어올려 오러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때고 두 번째는 금단을 먹고 흑단을 먹었을 때다.”
“금단?”
“흑단과 다르게 오러를 지, 지속해서 상승시키는 영약이다….
-백선아는 던전 앞에서 봤을 때 갑자기 성장한 상태였지. 금단이라는 걸 먹었을지도 모르겠군.
‘그럴지도.’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왕전을 보았다.
“하, 한 달 안에 금단과 흑단을 연속해서 먹게 되면 몸이 터지게 된다.”
“자폭병을 만드는 건가? 하늘의 무(天武) 어쩌고 하더니, 하는 짓거리는 더럽기 그지없어.”
“….”
백우진의 말대로 천무맹은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더러운 짓을 많이 벌여왔다.
왕전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백성현이 백선아에게 줬던 단은 천무맹에서 나온 게 확실하네.’
-다만 누가 줬는지는 찾기 어렵겠어.
“단이라는 거 구하기 어려운 물건인가?”
“단 대부분은 사부님이 관리한다. 다만 사형들이나, 원로들도 몇 개씩은 가지고 있다.”
‘이놈보다 높은 놈이 줬을 테니, 그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을 거 같은데.’
왕전보다 높은 사람이라고 해봤자, 20명도 되지 않는다.
숫자를 줄이다 보면 백성현과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도 있을 거다.
“혹시 너희 길드에 정체를 숨긴 남자가 온 적 없었나?”
“저, 정체를 숨긴 자?”
“그래.”
-한국말을 쓰거나, 중국말이 어색한 놈을 찾아야지. 멍청하긴.
‘아니, 백성현은 그렇게 허술한 인물이 아니야. 부하를 보내든. 자신이 갔든 언어는 완벽하게 구사했을 거야.’
백성현은 자신의 진정한 성격을 수십 년간 숨겨온 인물이다. 그가 그런 허술한 짓을 할 리가 없다.
“보, 본 적 있다. 쿨럭!”
“누구지?”
“얼굴은 못 봤다. 붉은 용의 가면을 쓰고 있었으니까. 머리인지, 갈기인지가 잘….”
“그가 누굴 만났지?”
백우진이 다급한 표정으로 왕전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나, 나도 모른다. 그는 바로 심전으로 들어갔다.”
“심전엔 누가 있는데.”
“사부님과 대사형, 원로원주.”
백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3명으로 좁혀졌어.’
-그 붉은 용의 가면이 백성현이라는 거냐?
‘백성현은 상당히 긴 붉은색 포마드 머리를 하고 있어. 저놈이 봤다는 가면의 갈기는 그의 머리카락일 거야.’
역시 백성현은 본색을 숨긴 채로 무언가를 꾸미고 있었다.
그것도 직접 중국 천무맹에 찾아와서.
분명 평범한 일은 아닐 것이다.
“대답은 고마운데, 받아갈 건 받아가야지.”
백우진이 왕전의 품에 손을 집어넣어 목갑 하나를 꺼냈다.
원래 받기로 되어 있던 청명환이 들어있는 목갑이었다.
“으….”
왕전은 백우진이 자신의 옷을 뒤지는데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죽기 직전의 상태였다.
“쿨럭!”
왕전이 토하는 피와 반대로 그의 얼굴은 점점 창백하게 변해갔다.
“나도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다….”
“네게 질문을 할 권리는 없어.”
“왜 그렇게 강한 거냐. 어떻게 그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거지?”
“다르니까.”
백우진은 던전의 어둑한 하늘을 올려다본 후 죽어가는 왕전의 눈을 보았다.
“다르다?”
“넌 네 사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 네 사부처럼 되고 싶어서 싸웠겠지?”
“그, 그렇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신검백가의 가주에게 인정을 받아….”
“아니.”
백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동자는 천년 묵은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난 아버지를 꺾기 위해서 너희와 정면에서 싸운 거다. 너희들과의 전투가 그를 이길 밑거름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아….”
왕전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사부를 꺾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든 그에게 인정을 받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백우진은 마음속 깊은 곳부터 자신과 다른 인간이었다.
“너와 난 보는 게 달라.”
“크윽….”
백우진의 마지막 말이 그의 심장에 아프게 날아왔다.
그 어떤 칼날보다도 날카롭게.
툭.
왕전의 고개가 떨어졌다.
눈도 감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후….”
백우진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아니, 죽겠어.”
회복의 호흡 덕분에 체력과 오러가 차오르고 있지만, 내상으로 인해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뒤틀렸다.
“거, 검사님! 여기 회복약입니다. 효과가 좋으니, 드셔주세요!”
“제 것을 드세요. 신성함유량이 25%라 훨씬….”
“이건 내상약인데….”
박철민과 능력자들이 앞다투며 회복약과 내상약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저희가 감사하죠. 검사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희 모두는 여기서 죽었을 겁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어떻게든 갚겠습니다!”
능력자들은 백우진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백우진은 작게 미소 지으며 그들의 인사를 받았다.
문주영은 울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 그리고 이 친구가 이걸 찍었습니다.”
“네?”
“봐주세요.”
박철민은 중국 능력자가 가지고 있는 영상 도구를 켰다.
치이익!
영상은 능력자들이 백우진을 만났을 때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왕전과 장각이 능력자들을 습격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제대로 찍혔네요.”
이 영상이 있다면 천무맹도 발뺌을 할 수 없다.
천무맹의 명예에 큰 피해를 주고 실질적인 이득도 얻을 수 있다.
“이 친구가 검사님 팬이라 승리 장면을 찍으려다가 이렇게 됐습니다.”
“이게 있으면 천무맹을 압박할 수 있겠어요. 감사합니다.”
백우진이 웃으며 인사를 건네자, 중국의 능력자는 손을 젓다가 절을 해버렸다.
힘든 와중에도 능력자들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능력자들은 던전이 닫히기 전에 동료들의 시체를 챙겼고, 백우진은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후….”
백우진은 조금이나마 내상이 회복된 것을 느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회복력이 높은 게 확실히 도움이 되네.’
-징한 놈. 정령을 함께 썼으면 훨씬 쉽게 이겼을 거다.
‘너와 암인검의 쌍검술을 실전에서 써보고 싶었어. 저 둘은 거기에 딱 맞는 상대였고.’
사실 흑암을 왼손에 쥐는 건 이전부터 연습했었지만 오러와 기술의 부족으로 실전에서 사용하지 못했다.
흑전호포와 검선지체 검운 그리고 상급에 오른 능력치 덕분에 드디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다 이렇게 힘들게 싸웠으니, 능력치가 올라갈 수도 있잖아.’
-네 능력치는 상급이라, 그렇게 쉽게 상승하지 않는다. 한참 멀었어. 흠! 너는 너무 욕심을….
띵!
흑암의 헛기침을 하고 훈계를 하려 할 때 알림음이 울렸다.
[극한의 싸움에서 승리를 쟁취하셨습니다.] [검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마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정신력 능력치가 상승합니다.]백우진과 흑암의 눈앞으로 상태창이 주르륵 올라왔다.
-느, 능력치가 왜 올라!
‘네가 말만 하면 다 반대로 이루어지네.’
-아니, 그건!
‘이게 입이 방정이라고 하는 건가?’
백우진이 보상창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나 레전더리 못 먹는다고 해주면 안 되냐?’
-레전더…. 흡!
‘흑암?’
-….
‘이제 대답도 안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