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5
15화. 발검과 납검 (2)
문주영은 호위라는 위치 덕분에 연무장 구석에 서서 백우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거지?’
문주영의 상식으로는 백우진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벌써 한 달째다. 백우진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발검과 가로 베기만 끝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내가 저분을 완전히 잘못 보고 있었어…’
백우진이 단체 수련을 거부하고 혼자 수련하겠다고 했을 때 솔직히 그에게 실망했었다. 자신의 재능을 믿고 대충 수련하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백우진은 오직 2가지 기술만 미친 듯이 연습했다.
‘저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야.’
백우진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3연무장에서 수련을 하고, 저녁을 먹은 후부턴 소연무장에서 자정까지 수련을 했다.
그런 수련을 한 달 동안 하는 건 백가의 직계 아니, 백가에 있는 그 어떤 검사도 할 수 없을 거다. 백우진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 할 끈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거기다 저 발전 속도는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군.’
첫날에 본 백우진의 발검과 지금 백우진의 발검은 그야 말로 천지차이가 난다. 아무리 한 달 내내 2가지 기술만 수련을 했다고 해도 말이 되지 않는 성장 속도다.
“후….”
문주영이 고개를 젓고 있을 때 백우진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오전 수련이 끝났나보네요.”
“그렇군. 수건을 가져다드려라.”
“네.”
문주영의 옆에 앉아있던 전준혁이 문주영에게 수건과 물을 건네주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무슨.”
백우진은 땀을 닦고 물을 마신 후 둘에게 고개 짓을 했다.
“밥 먹으러 가자.”
문주영이 백우진에게 놀란 점이 하나 더 있었다. 백가의 직계 대부분은 신분제가 있는 것처럼 사용인들과 겸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백우진은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항상 전준혁과 자신을 불러 함께 밥을 먹었다.
“도련님.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전 나중에 먹어도 됩니다. 호위를 해야 하니….”
“됐고, 앉아.”
백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문주영의 어깨를 눌렀다.
“밖에선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여긴 백가 안이야. 여기서 음식에 장난을 쳤다간 아버지가 관계자 모두를 죽일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겠습니다.”
문주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우진은 백천화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밖이라면 모를까 백가의 내부에서 음식에 장난을 쳤다간 엄청난 일이 벌어질 거다.
‘어떻게 이분이 둔재소리를 들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군. 천재 그 자체인데.’
검술의 발전 속도는 그 누구보다 빨랐고, 백천화가 어떤 인물인지도 정확히 캐치하고 있다. 자신이 지켜본 백우진은 소문과는 정반대로 천재라 불려야 하는 인물이었다.
‘자신을 숨겼다는 소문이 진짜였나?’
문주영은 백우진이 자신의 재능을 속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면 볼수록 놀라운 사람이다.
“문주영.”
“예.”
전준혁이 잠시 밖에 나간 간 사이 백우진이 문주영을 불렀다.
“아버지께 보고 올렸나?”
“예? 그, 그게….”
“솔직히 말해도 돼.”
문주영은 백우진의 눈을 보았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완벽하게 가라앉은 눈빛이다. 어떻게 저게 15살의 눈이란 말인가.
“아직 보고 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래? 하긴 이곳엔 아버지의 눈이 어디든 깔려있으니, 딱히 할 필요 없겠지. 그러라고 3연무장에서 수련하게 시켰을 테고.”
“으음….”
문주영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나왔다. 역시 백우진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와 대화만하면 말려들어가는 느낌이다.
“하나만 묻지.”
“네.”
“너는 아버지의 사람인가? 나의 호위인가?”
문주영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백우진의 질문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관통하고 있었다. 자신의 위치는 꽤나 애매했다. 백우진의 호위를 하고 있지만, 흑검대에서 제명된 것도 아니다.
“…지금은 도련님의 호위입니다.”
“그래?”
백우진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으며 일어났다.
“그렇다면 언젠가 내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거군. 아버지의 검사를 뺏는 재미도 있겠어.”
백우진의 말을 들은 문주영은 등가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백천화에게서 자신을 뺏는다니, 그의 그릇을 측정할 수가 없었다.
‘대체 이 분은…’
**
3연무장의 교관 민승현이 수련생들에게 오후 대련을 지시하려 할 때 백우진이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입니까?”
민승현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수업을 거부하고 혼자 수련하기를 선택한 백우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수련생들이 백우진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가만히 있었다.
“오후 대련에 저도 참가할 수 있습니까?”
“지금 대련에 참여하시겠다고 한 겁니까?”
“네. 교관님은 실전적인 대련을 하시는 것 같더군요. 그 대련에 저도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
“흠….”
민승현이 뒤를 돌아 백명훈을 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검술 대련을 하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수련생들도 백우진의 검술을 봤기 때문에 만만하게 보고 있었다.
‘멍청하긴.’
민승현이 백우진을 보며 혀를 찼다. 나름 열심히 연습한 것 같지만, 그래봐야 혼자 한 수련이다.
백우진이 허무한 시간을 보낼 때 자신의 제자들은 다양한 검을 배우고, 대련을 진행했다. 절대 이길 수 없을 거다.
‘거기다 백우진은 단전에 마나를 쌓았잖아.’
단전의 오러는 심장의 오러보다 발동에 걸리는 시간이 늦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의 오러가 특별하더라도 발동이 늦다면 의미가 없다.
‘나쁘지 않겠군.’
민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심한 백명훈을 이겼다고 기고만장한 백우진에게 제대로 수련한 검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제가 진행하는 대련 수업은 이기든 지든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못해도 5명은 상대하셔야 할 겁니다. 하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럼 잠시 뒤에 시작할 테니, 기다리고 계십시오.”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미소를 짓고 민승현의 옆에 섰다.
‘5명이라, 알아서 판을 깔아주는군. 흑암. 내 욕했던 애들 다 기억하고 있지?’
-거의 대부분인데, 정말 다 때려잡을 거냐?
‘당연한 거 아니야? 뒷땅을 까면 대가리를 깬다는 공식 있는 거 몰라?’
-그, 그런 공식이 있던가?
백우진이 수련생들을 쳐다보며 어깨를 풀었다.
‘내가 쟤들한테 잘못을 했다면 욕을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을 거야. 아니, 단순히 욕만 했으면 모른 척했을 걸. 하지만 저것들은 나를 헛소문을 낸 사기꾼이라고 했잖아. 사기가 아니라는 걸 제대로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그건 네 말이 맞군. 마음대로 해라.
흑암은 상관하지 않겠다며 백우진의 머리 위로 올라갔고, 백우진은 큼지막한 미소를 지었다.
척!
잠시 뒤 수련생들이 정렬했을 때 민승현이 나를 소개했다.
“오늘부터 오후 대련에 백우진 도련님도 참가하실 거다.”
“어?”
“오!”
백우진의 대련에 참여한다는 소리에 수련생들의 눈빛이 빛났다. 백가의 직계를 정당하게 때릴 수 있는 기회라 여긴 것이다.
“혹시 백우진 도련님과 대련을 하고 싶은 수련생있나?”
“저요!”
“제가 하고 싶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수련생들 대부분이 백우진과 대련을 하고 싶다며 손을 들어올렸다.
-큭큭, 인기 많네. 아주 개 무시당하는군.
‘일부러 이렇게 한 거잖아.’
-하여튼 너도 참 대단한 놈이야. 첫날에만 보여주고 그 다음 날 부턴 숨어서 수련을 하다니.
‘전략이라고 불러주렴.’
백우진은 첫날에만 수련생들이 자신의 수련을 볼 수 있는 곳에서 검을 휘둘렀고, 이튿날부터는 잘 볼 수 없는 구석에서 수련을 했다.
교관을 포함한 수련생들의 머리엔 어설픈 발검을 사용하는 백우진만 새겨져있다. 그래서 저들이 백우진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거다.
“너무 많으니, 제가 골라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민승현은 저 수련생들 중 누가 뽑히더라도 백우진을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저 친구로 하겠습니다.”
“영광입니다!”
백우진의 손짓에 중간에 자리를 잡은 약간 작은 체격의 수련생이 일어나며 고개를 숙였다.
“김운식 수련생이군요.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김운식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도 악연을 가지고 있었고, 현생에선 자신을 사기꾼이라 부르며 수련생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은 1등 공신이다. 무조건 조져야 할 놈이다.
“왼쪽에 서시죠. 운식 오른쪽에 서라.”
백우진과 김운식이 서로를 마주보고 선 다음 대련 전의 예를 취했다.
“2등급 검사 김운식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백우진이다. 잘 부탁한다.”
김운식이 수련검을 뽑았고, 백우진은 수련검을 검집에 넣어둔 상태다.
“아직도 발검만 연습하십니까?”
“그런데?”
“현대 검술에서 발검은 그리 좋은 기술이 아닙니다. 첫 공격이 실패하면 카운터가 돌아오는 위험한 기술이죠.”
“그런데?”
“그러니까 제겐 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김운식이 검을 중단에 세워서 백우진의 발검에 대비한 후 돌진했다.
“하앗!”
김운식이 빠른 보법을 사용해서 달려오는데도 백우진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슥.
김운식이 정확하게 사정거리에 들어왔을 때 백우진의 검이 뽑혔다.
촤악!
공기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뽑힌 백우진의 검이 김운식의 검을 반으로 쪼개버렸다.
“악!”
김운식이 반쪽 난 검을 보고 당황하고 있을 때 백우진이 한 발 앞으로 나가며 검을 집어넣었다.
“자, 잠깐!”
김운식이 손을 들어올리기 전에 백우진의 검이 다시 뽑혔다.
빠각!
백우진이 노린 건 김운식의 관자놀이다. 지독한 통증만 느끼도록 중간에 힘을 빼서 관자놀이를 때렸다.
“끄아아아아악!”
김운식이 자신의 머리를 감싸면서 주저앉았다. 그의 입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 아파! 너무 아파! 이, 이게 뭐야! 왜 계속 아파!”
백우진은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김운식을 보면서 검을 집어넣었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검을 뽑는 걸 보지도 못했는데….”
“아니, 납검은 언제 한 거지? 지, 지금 두 번 휘두른 거 맞아?”
대련이 순식간에 끝났다. 그것도 모두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수련생들은 넋이 나간 얼굴로 백우진과 김운식을 보고 있었다.
“흐으으윽….”
“우, 우는데?”
“대체 어딜 맞아서 우는 거지?”
“몰라.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김운식이 땅에 이마를 비비면서 우는 걸 보고, 수련생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만만하게 본 백우진이 갑자기 거대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자, 다음은….”
“도, 도련님. 또 하실 겁니까?”
“해야죠. 교관님이 못해도 다섯 번은 하라고 하셨잖습니까.”
“그, 그게….”
민승현의 입이 벌어졌다. 분명 자신이 그 말을 했다. 백우진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려 한 것인데, 역으로 당하게 생겼다.
“으….”
백우진의 발검은 자신이 생각했던 범주를 벗어나 있었다. 한 달 전에 검을 문어다리처럼 휘두르는 걸 봤는데 언제 이렇게 발전했단 말인가. 말이 나오질 않았다.
“너도 아까 손들었지. 나와.”
백우진이 덩치 큰 수련생을 선택했다. 저 덩치 역시 백명훈의 파벌에 속해있는 서용호라는 놈이다. 전생엔 자신을 직접적으로 건드렸고, 현생에는 더러운 소문을 퍼뜨리는데 앞장 섰다.
필히 줘패야 하는 놈이다.
‘한 달 동안 쌓인 스트레스 좀 풀어야겠어.’
백우진은 오늘 백명훈의 파벌을 모조리 조지기로 마음먹었다.
“서용호… 나와라.”
“알겠습니다.”
당당하게 나왔지만, 서용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 역시 백우진의 발검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용호. 저 자식의 성격이라면 또 발검을 사용 할 거다. 무조건 우측에서 오니까. 오른쪽에 온 정신을 집중해라. 그러면 막을 수 있을 거다.
서용호는 백명훈의 전음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백명훈의 말이 맞다. 백우진은 발검만 연습했으니, 발검만 사용 할 거다.
“2등급 검사 서용호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백우진이다. 잘 부탁한다.”
대련의 예를 취한 뒤 서용호가 검을 뽑았다. 백우진의 검은 여전히 검집에 들어가 있었다.
“그럼 가겠습니다!”
서용호는 백우진의 발검에 대비하듯 중심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발검을 대비하려는 건가? 바보는 아니군.
‘쟨 피지컬은 좋지만, 저렇게 대비가 빠른 놈이 아니야. 백명훈이 알려줬을 걸.’
백우진은 서용호가 움직이는 것만 봐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스으윽.
빠르게 거리를 좁히는 서용호를 보고, 백우진은 빙긋 웃었다.
“그래봐야 아무 소용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