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54
154화. 도둑의 간 빼먹기 (4)
“끝났네.”
백우진은 기절한 무영객을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귀신같은 놈….
흑암은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뱉었다.
오늘만큼 백우진이 무서웠던 적이 없었다.
만약 자신이 무영객이었다면 지구 끝까지 도망쳤을 거다.
“재밌지 않았어?”
-너야 재밌었겠지만, 저놈은 널 귀신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걸?
“그 정도는 아니지.”
백우진은 쓰러진 무영객에게 라사둠의 오러를 집어넣어 그의 오러와 육체의 움직임을 제압했다.
무영객은 정신을 차린 뒤에도 입과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도망치려고 했나 보네.”
-그런 거 같군.
“그래도 감은 좀 있었나 봐.”
무영객의 집안은 도둑이 든 것처럼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중요한 물건들만 챙겨서 도망치려다가 자신에게 잡힌 모양이다.
“비밀 창고도 열려 있고, 오늘 되는 날이네.”
백우진은 경쾌한 걸음으로 열려 있는 무영객의 창고로 들어갔다.
-의외로 깔끔하군.
무영객의 비밀 창고는 물건들이 종류별로 딱딱 나누어져서 원하는 물건을 찾기 쉽게 되어 있었다.
“찾았다!”
백우진은 오른쪽 벽의 끝에서 유리병과 목갑에 담긴 영약들을 발견했다.
-역시 영약을 노렸던 거냐?
“내건 아니고, 애들 거지만.”
무영객의 창고에 있는 영약은 중급 이상이었지만 최상급으로 보이는 건 하나도 없었다.
“이건 내 거고, 저것들은 애들 줘야지.”
-네 몫으로 챙기는 게 더 많아 보이는데?
“기분 탓이야.”
백우진은 상급 영약 3개를 자신의 보험용으로 챙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의검대에게 주기로 마음먹었다.
“돈도 굳고, 시간도 굳었네.”
백우진은 화색이 돈 얼굴로 중급 이상의 영약을 모조리 챙겼다.
-도둑의 간을 빼먹는 놈이 있다니….
* * *
무영객은 무언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여긴….”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본가 복도의 천장이었다.
“역시 꿈이었나.”
무영객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보면 말이 되질 않았다.
백우진이 자신을 따라잡은 것도, 진과 함정을 뚫고 본가에 찾아온 것도 모두 꿈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응?”
일어나려던 무영객은 자신의 몸이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느꼈다.
머리도 정면만 볼 수 있었고, 옆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가, 가위라도 걸린 건가?’
몸이 허해져서 이상한 꿈을 꾸고, 가위에 눌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약으로 몸보신이라도 해야겠는데.’
가위가 풀리면 어떤 영약을 먹을까 고민하던 무영객의 머리 위로 그늘이 졌다. 이상하리만큼 익숙한 그늘이었다.
“이제 정신이 들었군.”
“끄아아아악! 끅!”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백우진의 얼굴에 무영객은 찢어지는 비명을 내지르고 다시 기절해버렸다.
“뭐지?”
-어휴….
백우진은 어깨를 으쓱였고, 흑암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어나.”
백우진은 무영객의 어깨를 쳐서 그를 깨웠다.
“으윽….”
정신이 든 무영객은 백우진을 보자마자,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꾸, 꿈이 아니었어!’
이 절망스러운 상황은 악몽이 아니었다.
무영객은 아이처럼 펑펑 울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았다.
“영약 더 없어?”
백우진은 무영객을 일으켜 세운 뒤 영약이 들어 있는 유리병을 들어 올렸다.
“지, 진열되어 있는 게 답니다.”
무영객의 눈동자는 완전히 기가 죽어 있었다.
“정말?”
“여긴 제 본가인데 여기서 뭘 더 숨기겠습니까.”
사실 창고 자체가 숨겨져 있어야 하지만, 물건을 챙길 때 백우진의 습격을 받은 바람에 비밀 창고를 그대로 들켜버렸다.
“역시 그런가.”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영약이 든 유리병을 허공에 던졌다.
“으억!”
무영객은 영약이 깨질까 봐 비명을 질렀지만, 영약은 검은 무언가에 휩싸여 사라져버렸다.
“조금만 더 챙겨볼까.”
-야, 난 쓰레기통이 아니야!
‘언젠간 다 쓸 일이 있을 거야.’
백우진은 창고를 돌아다니며 필요해 보이는 물건들을 흑암의 인벤토리에 넣었다.
“대체….”
“응?”
“대체 어떻게 절 찾은 겁니까? 아니, 여긴 어떻게 들어온 겁니까!”
무영객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백우진이 강하다는 거? 당연히 알고 있다.
그가 똑똑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하고 강해도 아무런 소음도 없이 진과 함정을 통과한 건 말이 되질 않았다.
“아, 그거.”
백우진은 여유롭게 웃으며 무영객에게 다가왔다.
그는 무영객의 오른손을 들어 올린 뒤,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검은 반지를 보여주었다.
“잘 봐.”
반지에서 검은빛이 번쩍이자, 무영객의 손가락 끝이 검게 물들었다.
“이, 이게 뭐야!”
“진을 통과하는 방법은 네가 알려준 거야. 난 네가 밟은 곳만 그대로 밟으며 따라왔지.”
“아아….”
무영객의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스파이는 나였어….’
백우진에겐 내비게이션이 있었다.
완벽한 길을 안내해주는 무영객 자신이라는 내비게이션이.
“이 검은 기운은 평생 사라지지 않을 거다.”
“으으….”
무영객의 눈동자가 탁 풀렸다.
그의 머릿속에서 백우진은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제대로 속았군.’
백우진이 작게 미소 지었다.
고작 24시간도 가지 않는 아티팩트지만, 무영객은 평생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거다.
“이게 박대영의 물건들을 챙긴 주머닌가?”
백우진은 무영객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물건들을 꺼냈다.
여러 보물과 돈다발 그리고 박대영에 관한 장부들이 나왔다.
“아!”
무영객은 장부를 보고 마지막 불꽃처럼 눈빛을 빛냈다.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어차피 절 죽이실 거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절 죽이고, 여기 있는 물건들을 모두 챙겨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그 장부와 자료를 협회에 아니, 협회에 있는 이영현 부장에게 가져다주십시오!”
무영객은 간신히 고개를 움직여 머리를 조아렸다.
어차피 자신은 끝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대신 저 장부만큼은 살려야 했다.
-이 녀석 이영현을 아네?
‘협회에 범죄자들 자료를 넘기며 이영현을 알게 됐겠지.’
무영객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협회의 이영현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모양이었다.
“박대영은 범죄 능력자들과 손을 잡고 살인, 강도, 협박, 납치 같은 악행들을 벌여왔습니다. 제발 그놈을….”
“동정심을 유발하는 건가?”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선행을 베풀어도 전 그저 도둑놈이라는 것도, 검사님이 어설픈 동정심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무영객은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고개를 숙였다.
“다만 박대영만큼은 꼭 제대로 된 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놈의 악행에 피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백우진은 무영객의 눈을 쳐다보다가 전화기를 꺼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부본부장님 전에 말했던 대로 됐으니, 계획대로 움직여 주세요. 여기 주소는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백우진은 두 군데 더 전화를 건 후에 당황하는 무영객을 보았다.
“이 장부랑 자료들을 복사해서 원본은 이영현에게 넘겨줘. 한 시간 후에 남자와 여자가 한 명씩 올 테니, 그들에게 복사본을 넘겨주고.”
“예?”
“그리고 이거 내 번호니까. 전화 오면 바로 받아. 어차피 도망 못 친다는 거 알고 있지?”
“아, 네….”
백우진은 무영객의 핸드폰에 자신의 번호를 등록시켜두었다.
“여기 있는 술중에 뭐가 제일 좋냐?”
백우진은 술이 놓인 진열장에 가서 고개를 돌렸다.
“위, 위에 있을수록 오래되고 좋은 술입니다.”
“그래?”
백우진은 위에 있는 술 10병을 챙긴 뒤 거침없이 무영객의 집을 나갔다.
“대체 뭐지? 허억!”
무영객이 뭔지 모를 상황에 당황하고 있을 때 백우진이 돌아왔다.
“몸은 금방 풀릴 거야. 그리고 네가 변했던 김 비서는 원래대로 돌려놔.”
“아,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백우진은 정말 가버렸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 *
‘귀신에 홀린 기분이야….’
다음날 무영객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정처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백우진의 말대로 집 앞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와 기자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왔고, 그들에게 박대영에 관한 자료들을 넘겨주었다.
그다음 이영현의 책상에 원본 자료도 올려놓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자신이 하긴 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백우진이 자신을 죽이지 않은 것도, 자료를 넘겨준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두 의문투성이였다.
“답답해 미치겠네.”
무영객이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횡단보도 앞에 섰을 때였다. 건물 위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서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TBS 속보입니다. 대영 그룹의 대표 박대영과 범죄자 집단 케일스가 긴급 체포되었습니다. 박대영은 케일스를 고용하여 살인과 폭행을 비롯한 여러 가지 범죄를 저질렀고, 그것을 이용해서 다른 그룹들의….]분노했는지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했다.
“저거 개새끼였네.”
“심술보 있는 얼굴이 딱 그럴 관상이네.”
“쯧쯧.”
무영객의 귀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고작 하루 아니, 자료를 넘긴 지 24시간이 되기도 전에 박대영과 그와 관계를 맺은 케일스가 체포됐다는 속보만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아무리 자료가 있어도 박대영을 바로 잡아넣기는 힘들다.
이게 가능했다는 건 미리 준비를 해두었다는 뜻이었다.
“서, 설마!”
무영객의 머릿속에서 어제 백우진의 통화와 그가 범죄자들을 노린다는 소문이 섞이기 시작했다.
‘백우진은 처음부터 나와 박대영 모두를 잡으려고 했던 건가?’
이제야 백우진의 행동과 지금의 상황이 이해 가기 시작했다.
‘모든 게 그의 손바닥 위였어.’
백우진은 자신과 박대영 둘을 한 번에 노렸던 것이다.
‘내가 살아남은 이유는 마지막 말 때문인가?’
자신이 뱉었던 마지막 말 때문에 백우진이 딱 한 번의 기회를 더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해….”
등줄기에 전율이 일었다.
자신과는 달랐다.
무력, 심계, 배경, 인맥에 정의감까지.
백우진은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완벽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완벽한 사람이야.”
무영객은 백우진에 대한 존경심이 뭉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절대 걸려오지 않기를 바랐던 백우진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펴, 평생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무영객은 백우진이 전화를 받자마자,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마음마저 백우진에게 굴복한 것이다.
* * *
뚝.
백우진은 전화를 끊고, 미소를 지었다.
무영객은 앞으로 정보원, 잠입 요원, 휴대용 창고 등의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나 진짜 소름 돋았다. 야, 봐라!
흑안은 오돌토돌해진 자신의 검날을 보여주며 덜덜 떨었다.
백우진이 계획을 잘 짜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상황을 가지고 놀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진짜 정신 나간 놈이야….’
그는 블랙마켓, 협회, 방송국, 자신의 이름값을 이용해서 박대영을 단숨에 잡아넣고, 무영객을 부하로 만들어버렸다.
계략을 짜는 걸론 남들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놈이었다.
“소름은 무슨.”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아래에서 수련하는 의검대 검사들을 내려다보았다.
-애들한테 영약 줄 거면 빨리 주지 왜 뜸 들이냐?
“그냥 주는 것보다 더 효과 좋은 방법이 있을 거 같아서.”
-또 무슨 짓을 벌이려고?
“뭔가 있을 거 같은데.”
백우진은 턱을 괴며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다.
“아!”
10분 뒤 좋은 생각이 났는지 백우진이 벌떡 일어났다.
그는 곧바로 검각을 나가서 왼쪽 길로 향했다.
-어디 가? 여긴 아무것도 없잖아.
‘팔검각이 있잖아.’
-팔검각은 백소희가 있는 곳이잖아. 거길 왜 가?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은 경쟁자니까.’
백우진은 팔검각의 정문으로 다가갔다.
“어? 도, 도련님!”
팔검각 앞에 서 있는 적검대의 검사가 눈을 부릅떴다.
“백소희 있나?”
“계시긴 합니다만….”
“그럼 됐네.”
백우진은 거침없이 검각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도, 도련님! 외부인은 검각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건 너희 주인에게 따져. 그쪽이 먼저 했으니까.”
“으윽!”
적검대 검사는 백우진을 막을 수가 없었다.
백소희가 칠검각에 허락 없이 들어와서 홍아라를 데려가려 했을 때 그도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뭐, 뭐야!”
“왜 도련님이….”
“누가 들여보냈어!”
백우진이 검각으로 들어가자, 적검대 검사들이 수련을 멈추고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의 얼굴은 당황과 분노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뭐지?”
검사들이 갈라지고, 백소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차가운 눈동자를 빛내며 백우진을 노려보았다.
“여긴 네놈이 함부로 올 곳이 아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댁은 그 말 하면 안 되지.”
“너….”
“거기다 난 네 검대원들에게 눈독을 들이지도 않았잖아?”
백소희는 입술을 깨물며 백우진을 노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도 예전에 홍아라를 데려가려 했던 일이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그 일을 따지기라도 하려는 거냐?”
“그럴 리가.”
“그럼 대체 왜 온 거야!”
백우진은 적검대 검사들을 쓱 둘러본 후 백소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한 판 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