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백검서고
다음날 새벽.
홍남기는 때깔이 좋아진 얼굴로 가장 먼저 연무장에 나왔다.
‘이래서 영약, 영약 하는구나.’
홍남기는 주먹을 꽉 쥐며 미소를 지었다.
전신에서 뜨거운 기운이 넘쳐흘렀고, 피로가 사라지다 못해 갓난아기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왜 중급 영약이 그렇게 비싸고, 구하기 힘든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와….”
한철로 만든 수갑과 조끼를 착용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조끼와 수갑은 어제와 달리 솜털처럼 가벼웠다.
엄청난 영약을 먹었다는 게 다시 한 번 실감 났다.
“대장! 먼저 오셨군요.”
“좋은 아침 아니, 새벽입니다.”
“이슬을 보니까 오늘은 날씨가 좋겠네.”
검대원들이 인사를 하며 하나둘씩 들어왔다.
어제보다 밝은 표정이었고, 걸음에는 묘한 힘이 담겨 있었다.
‘녀석들….’
홍남기는 검대원들을 보며 어색한 표정을 감추려 애썼다.
검대원들이 힘든 수련을 이겨내기 위해서 억지로 미소를 짓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왔다.
‘걱정 마라. 내가 너희들을 끝까지 이끌어줄 테니까.’
홍남기는 검대원들을 위한 다짐을 한 뒤 훈련 준비를 시작했다.
다만 홍남기도 눈치채지 못한 게 있었다.
지금 검각에 들어온 검사들 모두 똑같은 눈빛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렇게 보니 재밌네.”
백우진은 검각의 지붕 위에서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안한데, 전부 영약 먹은 애들이야.”
홍남기를 포함해서 지금 검각에 들어온 9명 모두는 어제 영약을 먹인 검사들이다.
재밌게도 영약을 먹인 녀석들만 먼저 연무장에 나왔다.
-기운이 넘치고, 미안하니까 빨리들 온 건가?
“그렇겠지.”
-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 거냐? 진짜 상상 초월이다.
단체로 영약을 뿌릴 거라 생각했지만 백우진은 검사들을 한 명씩 찾아가서 기대감을 심으며 영약을 먹였다.
검사들은 백우진의 기대를 받는다는 희열과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영약의 효과를 실제로 느끼게 되어 그 어느 때보다 죽을힘을 다해 수련하게 될 거다.
그야말로 영약을 이용하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이제야 오는군.”
훈련 시간이 거의 다 됐을 때 영약을 먹지 않은 검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표정은 영약을 먹은 능력자들과 반대로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저 녀석들 차례냐?
“그래야지.”
* * *
홍아라는 자정이 넘어서 숙소를 나왔다.
훈련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인지 다리가 아파서 잠이 오질 않았다.
“내일은 또 어떻게 버텨야 하나….”
숙소 앞 벤치에 앉아서 높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울적한 기분이 조금은 풀린 기분이었다.
“잘 버텨야지.”
“꺅!”
갑자기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홍아라는 질겁하며 벌떡 일어났다.
“도, 도련님?”
“잠이 안 오나 보네.”
벤치의 옆에는 어느새 나타난 백우진이 앉아 있었다.
“아, 아니에요. 산책을 좀 하고 자려고….”
“지쳤겠지.”
“으음….”
백우진의 다정한 목소리에 홍아라는 목이 잠기는 것을 느꼈다.
“대련이 겁나?”
“조, 조금요.”
“질문이 잘못됐네. 다른 검대원보다 네 실력이 높아진 걸 들킬까 봐 무서워?”
“아….”
홍아라가 황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고민하던 걸 들킨 것 같아서 너무 부끄러웠다.
“넌 의검대의 첫 번째 검사지만 가장 약했지. 검술을 제일 늦게 시작했으니까.”
“네….”
“하지만 지금은 3명 정도를 제외하면 널 이길 사람은 의검대에 없어.”
홍아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홍남기, 김우혁, 박혜리를 제외한 모두를 대련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 실력이 너무 빨리 성장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깨질까 봐 두려웠던 거겠지?”
“네….”
홍아라의 목소리에 습기가 차올랐다.
그녀에게 의검대는 두 번째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미움을 받기 싫어서 홍아라는 자신의 실력을 감춰왔다.
“재밌는 거 알려줄까?”
“네?”
“남기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 네가 의검대에서 제일 강해질 거 같다고.”
“저, 정말요?”
생각해보지 못했던 말이기에 홍아라가 입을 쩍 벌렸다.
“혜리나 우혁이 그리고 다른 녀석들도 같은 말을 했지.”
“그럼….”
“녀석들은 모두 네 실력을 알고 있어.”
의검대 검사들은 가장 가까이에서 홍아라를 봐왔기에 그녀의 실력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저 홍아라의 생각을 알기에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네가 빨리 강해진다고 질투를 할 쪼잔한 놈은 의검대에 없어.”
백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홍아라의 어깨를 두드렸다.
의검대를 뽑을 때 중요하게 생각한 건 재능과 인성이다.
빠른 성취를 부러워할지언정 질투를 할 놈은 의검대에 아무도 없다.
“아….”
홍아라의 눈가에 핑 눈물이 어렸다.
“검대원들이 고맙지?”
“네. 고맙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요.”
홍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대원들에게 미안했고, 고마웠고, 창피하기도 했다.
“그럼 그 녀석들을 위해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그게 뭐죠?”
“네가 강해지는 거야.”
“네?
홍아라는 코를 훌쩍이다가 황급하게 백우진에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네가 의검대 최강의 검이 되어서 의검대를 지키라고.”
“제, 제가요?”
“그래. 너에겐 남다른 재능이 있어.”
백우진은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홍아라를 보았다.
홍아라에겐 진정한 투현지체의 재능이 있다.
그 능력을 계속 키워나간다면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을 거다.
“장담하지. 네 재능은 누구보다도 뛰어나.”
백우진은 이제 홍아라의 진짜 능력을 깨워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영약이다.”
백우진은 회색 목갑을 내밀었다.
“이걸 왜 제게….”
“네 것이니까.”
백우진은 홍아라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했다.
홍아라의 성격상 자신만 먹는다면 절대로 받지 않기 때문이다.
“도련님도 진짜 짓궂으세요.”
홍아라는 오랜만에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 검대원들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이해가 갔다.
-짓궂은 정도가 아니야. 그냥 악마라니까.
“네가 마지막이야. 그리고 그거 비밀로 해야 한다.”
“알겠어요. 어쩔 수 없죠.”
홍아라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먹어. 오러를 인도해 줄 테니까.”
홍아라는 단전에 오러를 쌓았기 때문에 자신의 도움이 그 누구보다 효과가 좋을 거다.
“알겠어요.”
홍아라는 영약 자인단을 삼키고 오러 연공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해라.
‘알아.’
백우진은 홍아라의 몸에 자신의 오러를 집어넣어 자인단의 기운을 그녀의 몸 전체 넓고 얕게 풀어주었다.
홍아라는 단전에 오러를 쌓았기 때문에 백우진의 오러에 가장 좋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
“후….”
백우진은 영약의 기운을 모두 풀어낸 뒤 일어났다.
이곳은 밖이었기 때문에 홍아라가 일어날 때까진 지켜줘야 했다.
-아라가 일어나면 세상이 새롭게 보이겠군.
‘그렇겠지.’
자신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홍아라의 오러와 신체는 한층 더 높은 성장을 이뤄냈다.
그녀는 눈을 뜬 순간부터 더 짙은 마나를 느낄 수 있게 될 거다.
-이제 그 서고에 갈 거냐?
“그래. 내가 성장할 때니까.”
* * *
의검대 검사들이 연무장에 모였을 때 백우진이 아니라, 백천웅이 나타났다.
“모래까지 모든 훈련은 내가 담당한다.”
“네?”
“갑자기 왜….”
“도련님께 무슨 일이 생기신 겁니까?”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더구나.”
백우진의 몸이 좋지 않다고 하자, 검대원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설마 나 때문인가?’
‘내 오러를 인도해주시다가 지치신 게 분명해.’
‘나 때문에 도련님이….’
검대원들은 백우진이 자신들이 먹은 영약의 기운을 인도해주느라 지쳤다고 착각했다.
“우진이가 없다고 해도 체련과 신체 단련은 그대로 할 테니, 방심하지 말 거라. 오히려 더 힘들 거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검대원들은 연무장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도련님을 위해서 지금은 수련만을 생각해야 해.’
‘내가 제대로 수련을 하는 게 도련님을 위한 길이야.’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검사들은 자신들이 수련하는 것이 백우진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죽을힘을 다해서 수련하기로 다짐했다.
“흠.”
백천웅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하겠다!”
“예!”
검사들은 자리를 잡으며 다시 한 번 우렁찬 함성을 내질렀다.
* * *
의검대 검사들이 수련을 시작할 때 백우진은 가주전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여긴 가주전이잖아.
‘여기에 백검서고가 있어.’
백우진은 평소와 달리 가주전의 복도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긴 복도를 걸어갔다.
-난 요즘 불안해서 제대로 잠을 못 잔다.
‘너 원래 잠 안 자잖아.’
-그, 그건 그런데, 그거 말고!
‘집도 땅도 없는 놈이 뭐가 불안한데?’
-네 놈 때문이다.
‘나?’
백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놈이라기보다는 시스템 때문이지.
‘시스템이 왜?’
-조용하잖아! 3주가 다 되어가는데 조용한 게 너무 소름 돋지 않냐?
‘소름 돋을 것도 많다.’
-이번엔 네게 뭘 퍼줄지 몰라서 불안해 죽겠어….
흑암은 정말 두려운지 검날을 살짝 떨고 있었다.
녀석의 웃기는 불안감을 듣다 보니, 어느새 백검서고 앞에 도착했다.
“도련님을 뵙습니다.”
3m가 넘는 백색 철문 앞에 선 흑검대 검사 이지훈이 고개를 숙였다.
“서고에 들어가겠다.”
백우진은 백천화에게 받은 백색의 패를 내밀었다.
이지훈은 백패를 받아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백패를 확인했습니다. 서고에 머무실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이고, 한 번 나오게 되면 시간이 남아도 다시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시험 보는 것도 아니고, 뭐 이렇게 제약이 많아?
‘내가 아리?’
책 좀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뭔 시간제한이 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알겠다.”
백우진은 이지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지훈이 벽면에 난 구멍에 백패를 넣자, 백색 철문이 양쪽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들어가십시오.”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백검서고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자, 다시 백색 철문이 닫혀 버렸다.
“양보단 질이라, 그렇게 많지는 않네.”
책장은 30개 정도였고, 책장의 높이가 낮아서 책 자체는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았다.
서고는 검술서와 체술서의 종류에 따라 배치되어 있어서 원하는 검술서를 찾아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었다.
-너희 집안 검술만 있는 건 아니네?
“백가가 멸망시킨 길드의 검술서도 있고, 강탈한 것도 있고, 외부에서 온 것도 있고, 훔친 것도 있겠지.”
-하여튼 너희 집안은….
“일단 그거부터 찾아볼까.”
백우진은 변검이 있는 책장 쪽으로 움직였다.
-그거?
“적검대는 성우분검이라는 검술을 익히고 있거든.”
-성우분검?
“그 검술의 원형이 이 성운분검이야. 이걸 보고 파훼법을 생각해 놓으려고.”
성우분검은 성운분검에 비하면 조잡한 검술이다.
의검대에게 성운분검의 파훼법을 체화시켜준다면 적검대의 검술을 모조리 파훼할 수 있을 거다.
“찾았다.”
백우진은 성운분검의 검술서를 찾아서 선 채로 읽기 시작했다.
-쾌와 변화가 담긴 검술이로군.
‘뭐, 뭐야! 책을 읽기만 해도 머릿속으로 그려지는데?’
백우진이 깜짝 놀라서 검술서를 떨어뜨렸다.
검술서를 읽었을 뿐인데 머릿속으로 성운분검의 움직임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건 당연한 거다.
“뭐?”
-네가 쾌와 변을 담은 검술을 제대로 익히고 있기 때문이지. 지금의 너라면 네가 아는 검술들을 머리로 익히는 건 어렵지 않아. 물론 그 이유는….
‘이유는?’
-네 오성이 괴물같이 성장한 덕분이다.
오성은 검술의 이해와 응용과 깊은 관계가 있다.
상급이 넘어간 백우진의 오성은 그가 알고 있는 속성을 담은 검술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고생해서 수련한 보람이 있네.’
-수련이 아니라, 운이 잘 터진 보람이 있다고 해야지.
‘시꺼.’
백우진은 흑암에게 손을 젓고, 다시 성운분검의 검술서를 읽기 시작했다.
그는 1시간 만에 성운분검의 검술서를 이해하고 외워버렸다.
물론 모자란 부분이 있지만, 몸으로 움직이면서 익히면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거다.
“하나는 됐으니, 이제 내가 여기 온 진짜 이유로 가야겠네.”
-그래. 이제 말 좀 해봐라. 대체 왜 온 거냐?
“유검(柔劍) 때문에.”
유검이란 물이 흐르는 듯 부드러운 검술이다.
약하고 느리게 보이지만, 그 비단 같은 부드러움으로 강검과 쾌검을 제압할 수 있는 검술이다.
“백성현은 유검을 사용할 수 있어.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도 하고, 익혀보고 싶기도 해서.”
-음!
“거기다 난 실제로 유검을 본 적이 없잖아. 책이라도 봐야지.”
유검은 배우기도 어렵고, 익힌 사람도 거의 없다.
빠르고 강하며 성취가 빠른 검술을 선택하지, 누가 느리고 흐느적거리는데다가 성취도 느린 유검을 선택하겠는가.
-좋은 생각이다. 검사의 자세가 됐어!
흑암은 파도를 타듯이 몸을 크게 끄덕였다.
백우진이 유검을 찾아 서고에 온 게 마음에 들었다.
-가끔 이렇게 제대로 된 검사의 모습을 보이니, 미워할 수가 없다니까.
흑암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백우진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이 서고엔 유검에 관한 책도 많으니까. 하나씩 읽어봐야지.”
띵!
백우진이 부드러움의 검술서 쪽으로 이동했을 때 그의 귀에 알림음이 들려왔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습득 난이도가 높은 유검을 쉽게 익힐 기회가 왔습니다. 유검의 이해도를 높여 새로운 검로를 완성해 보세요.
조건 : 유검의 이해도를 100%로 만들어 유검의 검로를 완성하기.
퀘스트 수락 혜택 : 백검서고에 있는 동안 유검의 검술서를 읽기만 해도 유검의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현재 유검의 이해도 : 3%
보상 : 1,200포인트. 유검의 검로에 적합한 특성 추가.
백우진과 흑암은 퀘스트 창을 보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와….”
-그, 그니까 유검의 속성이 들어 있는 검술서만 읽어도 유검의 이해도를 빠르게 높여주고, 검로도 만들어 준다고? 내가 이해한 게 맞냐?
“그런 거 같은데.”
-이게 무슨 퀘스트야! 그냥 냅다 퍼주는 거지!
책을 읽는 것으로 검술의 이해도가, 그것도 백우진이 배우지도 않았고, 습득 난이도가 높은 유검의 이해도를 올라준다고 한다.
이게 말인지, 소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망조다! 세상이 망할 징조야!
흑암은 진동이 온 핸드폰처럼 검날을 떨어댔다.
-어째 불안하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