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6
16화. 발검과 납검 (3)
‘견딘다.’
발검술을 막을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서용호가 선택한 것은 완벽한 방어였다.
“막으려고?”
백우진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발검술 자세를 취했다.
“헉!”
서용호는 백우진의 눈을 본 순간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자신의 생각을 모조리 꿰뚫어보고 있는 눈빛이다. 당장 달려들지 않으면 당할 것 같았다.
“크윽!”
-참아라! 지금 가면 끝이다!
서용호가 참지 못하고 백우진에게 선공을 날리려 할 때 백명훈의 전음이 들렸다.
“아….”
백명훈의 말이 맞다. 자신은 백우진의 발검술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덤비는 순간 관자놀이를 부여잡고 있는 김운식과 같은 꼴이 될 것이다.
“으음….”
서용호는 혀를 깨물며 방어 자세를 굳혔다. 백우진의 첫 번째 발검만 견딘다면 분명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참을성이 좋군. 아니면 형이 전음이라도 보냈나?”
백우진의 입가에 피어난 미소가 짙어졌다. 서용호가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느낌이다.
“뭐, 상관없지.”
백우진이 한 발 앞으로 나가며 검을 뽑았다. 김우식에게 썼던 것보다 더 빠르고 강맹한 발검술이었다.
‘온다!’
서용호는 검이 부러지지 않게 수련검 내부의 철심에 오러를 감싸고 양팔을 강화 시켰다. 다른 건 몰라도 힘과 맷집만은 자신 있다. 어떻게든 버틸 것이다.
빠악!
백우진의 검과 맞부딪쳤음에도 서용호의 검은 부러지지 않았다.
‘됐다!’
서용호는 백우진의 발검술을 완벽하게 막아냈다고 자신했다. 이제 무방비가 된 백우진을 공격하면 이 대결은 자신의 승리다.
“어?”
하지만 서용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다. 백우진의 검을 막아낸 자신의 검이 뒤로 밀려나서 자신의 머리로 날아오고 있었다.
빠각!
서용호는 백우진의 검에 실린 거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밀려난 자신의 검으로 자신의 머리를 때려버렸다.
“꾸엑!”
서용호가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버렸다. 예상치 못한 한방에 아예 기절해 버린 것이다. 그의 머리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아….”
“뭐, 뭐야….”
“방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앉아서 대련을 보고 있던 수련생들이 벌떡 일어났다. 피지컬 좋기로 소문난 서용호가 힘에서 밀린 것도, 단 한 방에 기절한 것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민승현은 이 상황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서용호는 자신의 수련생 중 힘과 체력이 가장 좋은 녀석이다. 미리 방어 자세를 잡아놓고도 밀려버리다니,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질 않았다.
“어?”
민승현이 멍한 눈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백우진이 손가락으로 다음 수련생을 가리키는 게 보였다.
“자, 잠시만!”
민승현이 백우진에게 다가가 그의 앞을 가렸다.
“왜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교관님이 대련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고 하셨잖습니까. 자기가 한 말도 지키지 못하시는 겁니까?”
“그, 그게….”
민승현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주둥아리를 후려치고 싶었다. 백우진에게 5명은 상대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그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다음 사람 벌써 골랐으니까. 비키세요. 거기 파마 나와.”
세 번째 재물을 고른 백우진이 검을 두드리며 웃었다.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징한 놈…
**
백우진은 2명을 더 쓰러뜨렸다. 물론 둘 다 백명훈의 파벌이며 자신을 사기꾼이라 욕했던 놈들이다.
-너도 진짜 대단하다. 3명만 잡고 끝낼 줄 알았는데, 정말 끝을 보는군. 저기 교관을 봐라. 거의 울기 직전이다.
‘네가 잘 모르네. 여긴 적당히 끝내면 만만히 보는 곳이야. 할 때 확실하게 해야 해. 이제 쟤들도 알겠지. 내 욕하면 뒈진다는 걸.’
-애들이 떨면서 고개 숙이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네 방법이 맞을 지도.
백우진과 대련한 수련생들은 기절하거나, 회복실로 실려 갔다. 남은 수련생들은 그에게 뽑히지 않기 위해 전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지막은 처음부터 결정해놨지.’
-누군지 알겠군.
백우진은 손가락을 들어 수련생의 마지막 줄에 있는 사람을 가리켰다.
“형. 오랜만에 한 판 붙어야지.”
“좋다.”
백우진의 지명을 받은 백명훈이 곧바로 일어났다. 그는 백우진에게 당한 이후로 직계만 받을 수 있는 검술 수업을 받아왔다. 저런 발검 따윈 깨부술 자신이 있었다.
“도, 도련님?”
“이길 수 있습니다.”
“하, 하지만….”
민승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지만, 백명훈은 그를 밀어내고 백우진의 앞에 섰다.
“도망갈 줄 알았는데?”
“할 줄 아는 거라곤 상대를 자극하는 것밖에 못하는 머저리에게 왜 도망을 쳐야하지?”
“그 머저리한테 두 번이나 얻어터진 건 어디 있는 누구더라?”
“크윽….”
백우진의 가볍게 놀리는 말에 백명훈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변했다. 당장 백우진을 죽이고 싶어하는 눈빛이다.
“우리 사이에 통성명은 필요 없잖아. 바로 시작하자.”
백우진과 백명훈은 대련의 예를 취한 후 뒤로 한 발 씩 물러났다.
우우웅.
백명훈은 처음부터 오러를 사용해서 자신의 신체를 활성화 시켰다. 지난 한달 간의 특별 수련으로 오러를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네 형도 그 사이에 많은 성장을 이뤘다. 네 가문의 재능은 확실히 대단하군.
‘그래. 대단하지. 하지만…’
백우진은 자신의 노력이 더 대단하다는 말을 삼키고 발검의 자세를 취했다.
“하앗!”
백명훈은 검을 중단의 위치에 세운 채로 백우진에게 돌진했다. 보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의 속도는 바람처럼 빨랐다.
스윽.
백우진은 백명훈이 자신의 거리에 접근하길 기다렸다가 검을 뽑았다.
“그럴 줄 알았다!”
백우진의 검이 튀어나왔을 때 백명훈의 발이 부드러운 움직임을 취했다. 뒤로 물러나서 백우진의 공격거리를 벗어나 버린 것이다.
“내가 이겼다!”
백명훈이 검을 들어 올려 백우진을 내려치려고 할 때였다.
“아닐걸.”
백우진이 빙긋 웃었다.
[라사둠의 오러 특성 ‘흑풍’이 발동 됩니다.]후우웅.
검은 바람이 백우진의 검과 전신에 내려앉았다. 백우진은 몸을 오른쪽으로 돌려서 백명훈의 검로를 벗어난 뒤 횡 베기를 사용했다.
“너 발검만 쓰는 게!”
“내가 언제 발검만 쓴다고 했지?”
“이익!”
백명훈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그의 관자놀이를 향해 백우진의 검이 휘몰아쳐왔다. 검을 회수해서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제기라….”
빠가악!
골통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백명훈이 바닥에 박혀버렸다. 역시 한 방에 기절해버린 것이다.
스윽.
백우진은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땅에 머리를 박고 있는 백명훈을 들었다.
-발검이 아닌데 피했다고 좋아하다니. 쯧쯧.
‘그러게 말이야.’
흑암의 말대로 백우진의 첫 번째 공격은 두 번째 횡 베기를 위한 페이크였다. 발검도 못도 아니고, 그냥 검을 빨리 뽑은 것뿐이다.
-네 형은 재능은 뛰어난데 바보로군.
백명훈은 처음부터 백우진의 손바닥위에서 놀고 있었다.
빡!
백우진은 백명훈을 부축하는 척하면서 그의 뒤통수를 후렸다.
“바, 방금 도련님의 뒤통수를 치신 거 아닙니까?”
백명훈의 상태를 확인하러 달려오던 민승현이 당황하여 눈을 부릅떴다.
“아닌데요. 잘못 보셨나봅니다.”
“아니, 분명….”
“아니라니까요.”
“아….”
백우진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민승현에게 백명훈을 넘겨주었다.
“오늘은 5명 채웠으니, 나머지는 내일하죠.”
“내, 내일도요?”
“교관님이 대련은 지든 이기든 쉽게 끝내선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수련생들과 한 번씩은 싸워봐야죠.”
“아니 그게….”
민승현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 괴물과 붙는다면 자신의 제자들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매일 5명이 응급실에 실려 갈 것이다.
“그럼 내일 보죠.”
백우진은 민승현에게 씩 웃어주고 몸을 돌렸다. 평소에 수련하던 곳으로 돌아가려 할 때 그의 귀에 맑은 알림음이 들렸다.
띵!
[대련 상대들의 의욕을 완전히 앗아버렸습니다.] [100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이번 대련엔 아무런 퀘스트가 걸려있지 않았는데, 갑자기 포인트가 지급 되었다.
-이게 뭐지?
‘난 뭔지 알겠어.’
-정말이냐?
‘예전에 너를 경악시켰다고 포인트를 받은 적 있었잖아.’
-아!
‘그거하고 같은 이유로 받은 거 같은데.’
포인트라는 건 단순히 퀘스트로만 받는 게 아니라, 인정이나, 경악같이 타인의 반응으로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것 같다.
“이거 잘 이용하면….”
**
샤아악!
백우진의 발검술이 빨라질수록, 소리는 줄어들었다. 처음 발검술을 쓸 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지만, 지금은 거의 소리가 나지 않는다.
-좋다. 자세도 좋고, 각도도 좋고, 속도도 좋아.
“웬일로 일방적인 칭찬이시지?”
-난 사실만 말한다. 네 발검은 네 경지를 벗어난 수준이다.
흑암은 자신이 느낀 대로 사실을 말했다. 백우진의 발검과 횡 베기는 날로 발전해서 이제 잔소리 할 것도 별로 없었다.
-이젠 의지를 담을 차례다.
“의지?”
-넌 지금까지 무슨 생각을 하며 검을 휘둘렀지?
“빨라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것을 좀 더 명확하게 한 게 바로 의지다.
흑암은 평소보다 훨씬 느리고 진지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지금 설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뜻이다.
-네가 이렇게 빨리 성장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거야 여러 도움이 있었지.”
백우진이 씩 웃으며 흑암과 멀리 있는 수련생들을 보았다. 지난 시간동안 저들과 대련을 하며 발검의 단점을 고쳐왔다.
-어쨌든 의지를 담은 검은 그저 생각만 담은 검과는 완전히 다른 위력을 가지고 있다. 의지야 말로 만검의 길을 걷는 검사에겐 필수적인 요소지.
“또 나왔군. 만검.”
-네가 받은 퀘스트를 다시 읽어봐라. 넌 스스로 검로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제 껍질은 완성됐으니, 속을 채울 차례다.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흑암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검을 휘두를 때 자신의 뜻을 담으라는 것 같다.
“그럼 발검술이니까. 빠른 게 좋을까?”
-일반적이라면 그렇다만 넌 상대의 검을 부수거나, 밀어버린 적도 있지 않나.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다.
“맞네. 그랬지.”
백우진은 수련생들과 대련을 하며 여러 종류의 발검과 횡 베기를 연습했었다. 그 중에 하나만 선택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쉽게 결정할만한 게 아니니, 깊은 고민을 해라.
“음….”
턱을 괴고 있던 백우진이 고개를 들어 흑암을 쳐다보았다.
“그럼 말이야. 두 개를 모두 담으면 되는 거 아냐?”
-뭐, 뭐라고?
“무엇보다 빠르고, 부딪치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의지를 담는 거지.”
-미친놈. 하나만 해도 더럽게 힘들 텐데, 두 개를 담겠다고?
“불가능하진 않잖아.”
흑암은 어이가 없다는 듯 몸을 마구 흔들었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굉장히 힘들다! 이 검술은…
“몰라. 할 거야. 내가 노리는 산은 무지하게 높으니까. 좀 느리더라도 높게 갈 거다.”
-…넌 가끔 할 말을 없게 만드는군.
“욕심을 가져야지. 두 개 모두 담겠어.”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인 뒤 수련생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히익!”
“오, 온다! 온다고!”
“괴물! 괴물이 온다!”
백우진이 다가오자, 수련생들이 분주해졌다. 눈을 바닥으로 내리깔고, 환자처럼 얼굴을 어둡게 만들었다.
“교관님.”
“헉! 도, 도련님.”
“오늘도 대련해야죠.”
백우진의 말을 듣자마자, 민승현의 눈동자가 부르르 떨렸다. 발검 하나로 다 때려잡으면서,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계속 찾아와서 대련을 신청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 그게 오늘은 환자가 너무 많아서 대련을 쉬려고 합니다.”
“콜록, 콜록.”
“끄으응….”
“아아….”
민승현이 수련생들을 가리켰다. 그들은 갑자기 기침을 하고, 허리를 부여잡고, 팔목을 축 늘어뜨렸다.
“보셨죠. 수련생들 상태가 좋지 않아. 오늘은 간단한 수련만 하려고 합니다. 하하하!”
백우진이 수련생들과 대련을 시작한지 15일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모든 수련생이 백우진에게 얻어터졌다.
수련생들은 백우진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가 되었다.
“그런가요? 아쉽네요.”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수련생을 한 번씩 쳐다보았다. 백우진의 시선이 닿은 수련생들은 발검의 공포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백명훈이 수련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수련생들이 믿은 건 아무도 없었다.
“도련님!”
백우진이 자신의 수련장으로 돌아가려 할 때 전준혁이 흰 봉투를 들고 달려왔다.
“뭔데 뛰어와.”
“행검부에서 도련님께 이걸 보냈습니다.”
“행검부?”
행검부는 백가의 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개인적인 일로 이런 봉투를 보낼 리가 없었다. 백우진은 바로 봉투를 뜯어보았다.
“의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