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풍신의 섬 (4)
[검로 풍벽검흔에 특성 우레가 적용되었습니다.]백우진의 머릿속은 풍벽검흔에 대한 것으로만 가득 찼기 때문에 두 번째 홀로그램창을 보지 못했다.
백우진은 암인검을 위에서 아래로 떨어뜨리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 그었다.
가볍기 그지없는 단 두 번의 휘두름이었지만,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쿠우우우.
백우진이 만들어낸 2개의 검흔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바람과 우레가 터져 나오며 거대한 벽을 만들어냈다.
벽은 폭포수라도 된 것처럼 바람과 벼락을 끊임없이 순환시켰다.
검으로 만들고, 바람과 우레로 이루어진 벽, 풍벽검흔이 세워진 것이다.
-무슨 유검이 이따위야!
흑암의 목소리에 경악이 담겼다.
유(柔)란 부드러움이다.
백우진의 수련을 오랜 기간 봐왔기에 대략 어떤 검로가 만들어질지 대략 예측했지만 저런 속성이 붙을 줄은 몰랐다.
-벽이 공격까지 하면 어쩌자는 건데!
백우진의 풍벽검흔은 절대적인 방어를 넘어 바람과 벼락으로 역습까지 할 수 있는 공방일체의 검로가 되었다.
쿠구구구.
백우진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암인검을 휘둘렀다.
풍벽검흔은 암인검의 길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만 사라져라.”
백우진의 의지에 따라 풍벽검흔이 바람 괴물을 집어삼켰다.
콰아아아!
바람 괴물은 마지막 발악 한 번 해보지 못하고, 풍벽검흔에 처박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후우….”
백우진이 숨을 고르며 암인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어땠냐?”
-검로 참 좆같이 만들었다. 아주 좆같이 만들었어!
“극찬이네.”
백우진은 흑암의 말을 들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흑암의 말을 해석하자면 너무 대단한 검로라 자동으로 욕이 나온다는 뜻이었다.
-원래 유검은 방어 8할에 공격 2할인 검술이다. 하지만 네놈의 검로는 우레의 속성이 담겨서 방어 9에 공격 6정도가 되어버렸어.
“9에 6이면 비율이 10이 넘어가는데?”
-그러니까 사기라고!
“하하!”
흑암의 호통에 백우진이 웃음을 터트렸다.
풍벽검흔을 사용했을 때 느낄 수 있었다. 이 검로가 평범함을 벗어던진 특별한 검로라는 것을.
“확인을 해봐야겠지.”
백우진은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 보상을 확인했다.
[퀘스트 의 보상을 계산합니다.] [보상 1,200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특별 보상으로 검로 풍벽검흔에 속성 우레가 추가되었습니다.]“역시 우레는 특별 보상이었네.”
-끙….
저 우레 때문에 풍벽검흔은 방어 위주의 검로에서 공격과 방어 모두를 갖춘 특별한 검로가 되어버렸다.
“근데 이 막은 왜 안 풀리는 거지?”
바람 괴물이 완전히 사라졌음에도 자신을 가두고 있는 푸른 막은 사라지지 않았다.
퍼엉!
백우진이 푸른 벽을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자, 비눗방울이 터지듯 막이 사라졌다.
“음….”
“어?”
“뭐, 뭐야!”
막이 터지자 시험을 받고 있던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윤우민은 여유롭게 팔짱을 끼고 있었고, 그의 앞에 있는 바람 괴물은 사라지기 직전의 상태였다.
장경하와 문주영은 꽤 심한 전투를 했는지 옷이 찢어지고,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무영객은 처음과 아무런 차이도 없었고,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은 쓰러져 기절한 상태였다.
후우웅.
바람 괴물들이 연기처럼 변해 모두 사라져버렸다.
“역시 네가 해냈구나.”
윤우민이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사, 사제가 잡은 거야? 이렇게 빨리? 저 괴물을?”
“역시 도련님이십니다!”
“바람은 자신 있었는데, 진짜 못 따라가겠네.”
장경하는 얼빠진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고, 문주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 혹시 일부러….”
“그냥 좀 여유롭게 놀아봤을 뿐이다.”
윤우민은 백우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백우진은 윤우민의 반응을 보고, 그가 바람 괴물을 제거할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나 장경하가 이 유산을 얻기를 바라서였겠지.
‘정말 감사하게도.’
백우진은 윤우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검사님이 끝내신 거죠?”
무영객은 히죽 웃으며 박수를 쳤다.
“넌 왜 이렇게 멀쩡하냐?”
백우진은 무영객의 위아래를 훑어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영객의 실력이라면 저들처럼 기절했어야 했지만, 이상하리만큼 멀쩡했다.
“가만히 있으니까 공격 안 하던데요?”
“엉? 그 괴물이?”
“네. 그래서 전 누워서 쉬고 있었어요.”
-진짜 특이한 놈일세.
보통은 심심해서라도 건드리거나 공격해볼 텐데, 그냥 쉬었다니 무영객의 사고방식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네가 보물을 얻을 수도 있잖아.”
“그거야 훔치면 되죠.”
“허….”
-이제 알았다. 저놈은 우리와 사고방식이 달라. 진퉁배기 도둑놈이다.
“검사님의 물건은 훔칠 생각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영객은 음음 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손 씻었다며?”
“아, 지금 직업병에서 회복 중이잖아요. 원래 병이 치료되기 직전이 가장 위험해요. 아시죠?”
무영객은 눈을 찡긋했다.
-내가 많은 인간을 봐왔지만, 이 정도로 판단이 안가는 놈은 너 이후에 처음이다. 이야….
흑암은 질렸다는 듯 검날을 저었다.
후우우웅.
모두가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무영객을 보고 있을 때 바닥에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윽!”
“크으….”
추운 겨울 지난 뒤 봄을 알리는 바람처럼 부드럽고 살랑거렸지만, 백우진과 윤우민의 표정은 백지장처럼 창백하게 변해갔다.
“이, 이건 대체….”
“아악!”
문주영과 장경하는 아예 주저앉아 움직이지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콰아아아!
바람은 점점 거세졌고, 바람이 강해질수록 이곳에 강림하려는 그 무언가의 기운 역시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흐아아….”
무영객은 무릎을 꿇다 못해 바닥에 낮게 엎드려있었다.
“이, 이게 풍신인가….”
백우진이 이를 악물었다.
단순한 기세 같은 게 아니었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용암처럼 폭발하고 있었다.
-…그놈이었군.
‘뭐?’
-풍신이라는 이름이 전혀 거창한 게 아니었어.
‘대체 누군데?’
-네 눈으로 직접 보아라.
흑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에메랄드 같은 두 개의 눈이 서늘하게 번쩍였다.
촤아아아!
눈을 뜰 수조차 없는 강렬한 바람이 불어오며 공간이 완전히 열렸다.
열린 공간에서 투명한 초록빛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매가 모습을 드러냈다.
“으윽….”
“끄윽!”
절대적인 기운을 뿌리는 녹색 매가 나타나자 문주영과 무영객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후우웅.
이그니스보다도 거대한 매는 허공에 뜬 채로 인간들을 관찰하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가 정령왕과 관계가 있는 곳이었다니….”
“저, 정령왕이요?”
“저 매가 바로 바람의 정령왕 시르카다.”
윤우민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경악이 담긴 눈으로 매를 가리켰다.
[풍신의 의지를 지닌 자에게 약속의 힘을 내려주기 위해 왔다.]매의 목소리가 귀가 아닌 머리로 들려왔다. 높은 산에서 부는 바람처럼 고고한 목소리였다.
-구슬의 매를 어디서 봤다 했더니만 저 새대가리였군.
‘너도 알아?’
-이전에 만났던 적이 있다.
흑암은 미리 알지 못한 게 아쉬운 듯 혀를 찼다.
[시험을 통과한 것을 축하한다.]“이, 이게 정령왕이 만든 시험이었다니….”
[내 시험이라기보다는 내 전대 계약자가 만들어낸 시험이지.]시르카는 고고한 눈빛을 유지한 채 백우진의 물음에 답을 해주었다.
[네가 마지막 시험을 이겨내는 모습 잘 보았다. 그런 식으로 통과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백우진.]“어떻게 내 이름을….”
백우진이 눈을 부릅떴다.
정령왕이라는 존재가 자신을 알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특별한 아이들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인간이 흔하지는 않으니까. 거기다 너 정도의 감응력을 가진 인간도 거의 없고.]시르카의 투명한 눈빛엔 드러나지 않는 감탄이 담겨 있었다.
-네 녀석은 이그니스와 설빙. 훗날 왕이 될 수 있는 그릇을 둘이나 데리고 있다. 그건 기나긴 정령계의 역사 속에서도 흔한 일이 아니겠지.
‘하지만 저자는 바람의 정령왕인데?’
-저 새대가리는 저 고고해 보이는 분위기와 달리 참견쟁이에 수다쟁이다. 이딴 시험을 만든 거 보면 대충 감이 오잖아.
백우진은 흑암의 말을 들으며 시르카를 올려다보았다.
확실히 처음과 달리 조금 친근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네게 내려줄 힘은 바람의 축복이다.]“바람의 축복?”
[받아들이는 사람의 기질에 따라 특별한 능력이 생기게 되는 축복이지. 너 정도라면 정말 특별한 힘이 만들어질 거다. 다만 그전에….]시르카는 말을 멈추고 백우진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네 정령을 불러볼 수 있겠느냐?]“제 정령들을 말입니까?”
[그래.]“음….”
백우진은 윤우민과 흑암을 보았다.
둘은 그렇게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이그니스와 설빙, 어스 리노, 진을 한 번에 소환했다.
[크르르.] [캬오!]이그니스와 설빙은 으르렁대며 나오다가 시르카를 보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스 리노와 진은 나오자마자 시르카에게 고개를 숙였다.
[역시….]시르카는 네 정령을 한 번씩 살펴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진에게 들었던 대로구나.]“네?”
[정령들은 진심으로 널 따르고 있다. 아껴주며 신뢰를 쌓았겠지.]시르카의 목소리에 만족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래서 네게 제안이 있다.]“제안이요?”
[아까 말했듯이 네게 바람의 축복을 주는 것으로 내 일은 끝나게 된다. 하지만 난 네게 다른 제안을 하고 싶다.]“그게 뭡니까.”
[네게 내 밑의 정령을 소개시켜 주고 싶다.]“정령이요?”
[저 두 아이와 같은 녀석이다.]시르카는 이그니스와 설빙을 가리켰다.
“설마 왕의 그릇입니까?”
[그래. 그 아이도 왕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시르카 앞의 공간이 검게 일그러졌다.
그 안에서 초록색으로 빛나는 아기 고양이가 걸어 나왔다.
고양이는 겁에 질린 것처럼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느냐?]백우진은 대답하지 않고,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고양이는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은지 시르카에게서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떤 선택이든 네게 이득이 되겠지만, 네놈의 운이라면 바람의 축복으로 레전더리급 특성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다. 그것도 전투용 특성을.
‘그럴지도.’
-넌 정령보다 너 자신의 검술과 능력이 강해지는 걸 원하잖아. 축복을 받는 게 나을 텐데?
‘그거야 알지.’
백우진이 다시 고양이를 보았다.
‘저 녀석의 눈을 보고 있자니, 옛 생각이 나서.’
-옛 생각?
‘회귀 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
회귀하기 전 누구도 없이 홀로 지냈던 자신의 모습이 고양이의 눈에 비쳐 보였다.
백우진은 결심을 하고 주먹을 쥐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백우진이 시르카의 앞에 섰다.
시르카는 자신의 날개에 붙어 있는 고양이를 내려주었다.
“나와 함께 가자.”
백우진이 고양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양이는 지루할 정도로 느리게 다가와 킁킁거리며 손 냄새를 맡았다.
백우진은 천천히 손을 올려 고양이를 쓰다듬었고, 고양이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우우우웅!
백우진은 고양이에게 자신의 기운을 넘겨주었고, 고양이는 바람의 정령력을 백우진에게 넘겨주었다.
사람과 정령의 심장에서 햐얀 실이 나와 묶이며 정령의 계약이 완성되었다.
쿵.
백우진은 자신의 심장이 크게 약동하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맞지 않았던 균형의 톱니바퀴가 맞아드는 감각이었다.
“음….”
부릅뜬 눈으로 고양이를 보았다.
천천히 봐야 알겠지만, 이 녀석은 바람의 축복이상의 무언가를 자신에게 전해 줄 것 같았다.
“이름도 없다고 했지.”
백우진은 고양이를 안아 든 후 쓰다듬으며 빙긋 웃었다.
“지금부터 네 이름은 레오다.”
“레오? 왜 그런 이름을 지었느냐?”
“동글동글 한 게 아기 사자나 호랑이 같아서요. 예전에 본 사자의 왕 이름이기도 하고.”
레오는 작은 포효를 내지른 뒤 녹풍에 휩싸였다.
띵!
알림음이 들려왔지만 일단은 감추어두었다.
화아악!
휘몰아치던 바람이 그치고 달라진 레오의 모습이 드러났다.
고양이 같은 모습은 사라지고, 호랑이처럼 줄무늬가 나타났고, 목에는 약간이지만 갈기가 생겨났다.
녀석은 자신에게 걸 맞는 이름을 받아 한순간에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캬웅!]몸집이 커진 레오는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갸릉 거리는 울음소리를 내었다.
-이렇게 대충 이름을 지었는데, 이름의 힘을 받았다고?
[레오라, 정령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좋은 이름이다.]시르카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레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레오라는 이름의 힘과 레오 본인이 백우진에게 호감이 생긴 덕분에 저런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녀석도 이름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내 제안을 받아들여 줘서 고맙다.]“아닙니다.”
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진은 네 감응력과 능력을 감당하기에 어려운 아이였다. 네 속성 감응력은 내가 봐도 놀라울 정도니까.]시르카는 따스한 눈길로 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네 능력과 감응력에 맞는 레오가 생겼으니 네게 큰 변화가 있을 거다. 다만 너 같은 인간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는 나도 정확히는 알 수 없다.]“그렇군요.”
약간이지만 이미 느꼈던 일이었기에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시르카는 결심을 끝내고 백우진을 향해 날개를 털었다.
날개에서 흘러나온 초록색 조각이 백우진의 손에 떨어졌다.
[바람의 정령왕 시르카가 당신에게 바람의 축복을 내렸습니다.]그의 눈앞에 새로운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어?”
[이건 네가 마음에 들어서 주는 내 개인적인 선물이다.]시르카는 왕의 그릇을 가진 정령을 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바람의 축복마저 내려주었다.
-뭐야. 하나 고르라더니, 축복은 왜 내리는 거야!
흑암은 시르카를 향해 검날을 붕붕 휘둘렀다.
-지가 도끼든 산신령이야? 왜 다 처주고 지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