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마화
“끄으윽….”
“커헉!”
“제, 제발! 그만!”
엄우성과 녹색탑의 마법사들은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심장의 마나 고리는 여전히 텅텅 비었고, 전신 특히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통증에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너, 너무 아파….”
“어떻게 된 거야! 아, 아픈 게 사라지질 않아!”
“대체 어떻게 때린 건지….”
백우진은 아픈 곳만 골라서 때렸고, 그가 때린 곳의 통증은 이상할 정도로 사라지질 않았다.
너무 아파서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그, 그래도 살았잖아.”
“그래. 죽이지 않은 게 어디야.”
백우진이 힘을 조절했기 때문에 살아 있는 거지,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진즉에 죽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상대를 잘 봐가며 덤벼야지.”
백우진은 양아치처럼 다리를 벌리면서 주저앉아 엄우성을 내려다보았다.
“너, 너희가 구슬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구슬? 무슨 구슬?”
“매가 그려진 풍신의 구슬말이다!”
“그런 거 없었는데?”
백우진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거짓말하지 마라. 구슬 없이 이렇게 일찍 도착할 수가….”
“그건 너희가 약해 빠져서 그런 거지. 너희들의 마법도 내게 통하지 않았잖아.”
백우진의 표정은 정말 구슬을 보지도 못한 것처럼 당당했다.
어차피 증인은 모두 다른 곳에 가 있고, 증거인 구슬은 시르카가 회수했다. 걸릴 게 아무것도 없었다.
-연기 하나는 네가 무영객 보다 낫다. 아주 일품이야.
백우진의 연기와 거짓말은 날이 갈수록 느는 것 같았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구슬인지 뭔지를 가졌든 말든. 너흰 우리 모두를 죽이려고 했어. 그걸 이 정도로 퉁 쳐주면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 내가 이대로 넘어갈 거 같으냐. 크윽, 우린….”
“넘어가지 않으면?”
백우진의 눈빛이 붉게 빛나고, 그의 입가가 노골적인 비웃음을 그렸다.
“으윽….”
“끄어억!”
백우진이 내뿜는 차갑고 날카로운 기세에 마법사들은 꺽꺽거리며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다.
“지금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너희가 아니라 나다.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죽여줄 수 있어.”
“아아….”
엄우성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하게 변해갔다.
진심이 느껴졌다. 백우진이 이곳에 있는 모두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끄흑!”
엄우성은 겁을 집어먹어 자신도 모르게 윗니와 아랫니를 마구 부딪쳤다.
심장의 마나가 비었기에 백우진의 살기를 버틸 수가 없었다.
“거기다 나가서 뭐라고 하려고? 녹색탑의 마법사 15명이 백가의 막내 한 명에게 얻어맞았다고 떠들게?”
“그, 그건….”
“나라면 쪽팔려서 입도 뻥긋하지 않을 텐데.”
백우진의 비웃음이 진해졌다.
엄우성은 입술만 깨물 뿐 더 이상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자신과 찬풍 전체가 백우진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퍼지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원래 이쯤하고 가려 했는데, 좀 더 놀다가야겠네.”
“자, 잠깐!”
백우진이 일어나며 다시 검집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엄우성의 눈에 핏줄이 섰다.
“이미 늦었어.”
백우진의 검이 다시 하늘로 올라가서 엄우성의 뒤통수를 향해 떨어졌다.
“끄아아아악!”
빠악하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엄우성의 비명을 울려 퍼졌다.
“너희도 맞아야지.”
“저, 저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숨도 조용히 쉬었습니다!”
“그러면 뭐해. 너희 대장이 까불었는데.”
“으윽!”
조영훈을 비롯한 마법사들은 분노를 가득 담은 눈으로 꽥꽥 비명을 지르는 엄우성을 노려보았다.
“걱정 마.”
백우진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마법사들에게 다가갔다.
“아….”
마법사들은 덫에 걸린 토끼처럼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전신을 바르르 떨었다.
“금방 끝나.”
* * *
-가끔 하는 짓이 마음에 들어서 미워할 수가 없다니까.
“뭐가?”
-너 말이다.
흑암은 뒤를 살짝 돌아보고 말을 이었다.
-저 마법사들을 후려 팬 건 복수 때문이 아니라, 유니타스 때문이잖아.
백우진은 엄우성과 마법사들을 후려 패며 그들의 분노를 자신에게만 향하게 했다.
물론 공격당했기 때문에 팬 것도 있겠지만, 그 진정한 이유는 유니타스에 대한 배려였다.
-확실히 무인의 자세는 됐다니까.
백우진은 루카스의 시선에서 유니타스를 완전히 제외하려 한 것이다.
“그냥 받은 게 있으니까 한 거야.”
백우진은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르신이 이곳에 불러주신 덕분에 얻은 게 한두 개가 아니니까.”
윤우민과 장경하가 자신에게 섬의 정보를 준 덕분에 얻은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풍벽검흔을 완성해서 퀘스트를 깼고, 바람의 축복과 레오를 얻었으며, 바람의 감응력까지 올라갔잖아.”
눈에 띄는 변화만 해도 벌써 네 가지였고, 자신의 몸에 일어났던 알 수 없는 변화를 포함하면 다섯 가지를 얻었다.
유니타스나 장경하를 도와주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내가 요즘 들어 더 빡치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갑자기 왜 화를 내?”
-하나를 끝냈으면 하나만 줘야지. 뭐 저렇게 퍼주는 거냐고! 4개라니, 이게 무슨 미친 짓이야! 시스템이고, 정령왕이고 개념이라는 게….
“또 시작이네.”
흑암의 히스테리가 시작됐기 때문에 백우진은 입과 귀를 다물고 모두가 있는 곳으로 전력으로 달렸다.
* * *
백우진은 윤우민, 장경하와 함께 유니타스가 있는 한선도로 돌아갔다.
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작게나마 잔치를 열기로 했고, 모두는 한선도가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언덕에서 다시 모였다.
“크으, 좋구나.”
“진짜 달달하네요.”
윤우민은 백우진이 가져온 술로 입을 축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경하도 술이 맛있는지 얼굴이 붉어진 채로 활짝 웃었다.
“우진아. 고맙구나.”
윤우민은 한 잔 더 마신 뒤에 백우진을 보며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예?”
“유니타스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신경을 써주었잖느냐?”
“또 도움을 받았네. 고마워. 사제.”
윤우민과 장경하는 백우진이 왜 다시 돌아갔고, 무얼 했는지를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동자엔 백우진의 배려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두 분이 불러주신 덕분에 제가 얻은 것들이 훨씬 크죠.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백우진은 자신의 옆에서 누워 있는 레오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이야! 사부님 제자 한 번 진짜 잘 두셨어요. 이런 제자를 또 어디서 구하겠어요!”
“제자가 아니다. 난 그저 가르쳤을 뿐….”
“에이, 그 섬에서 바람의 기운을 느끼자마자 우진이 불러야겠다고 핸드폰 켰잖아요! 이제 와서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그, 그건….”
“감사합니다.”
백우진이 윤우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윤우민이 섬을 보자마자 자신을 불러야겠다고 했다니, 그에 대한 고마움이 마음을 적셨다.
“크흠, 우진아.”
윤우민은 민망한지 화제를 돌리기 위해 헛기침을 하며 백우진을 불렀다.
“예.”
“시르카가 했던 말은 나도 동의한다.”
“사대 정령의 균형에 대해서 말씀이신가요?”
“그래. 레오를 조금 더 성장시킨 뒤에 네 몸에 있는 사대 속성의 감응력을 직접 다뤄 보거라. 분명 좋은 변화가 있을 게다.”
“알겠습니다.”
레오를 얻는 순간 느꼈던 심장의 고동이 아직도 생생했다.
새로운 길이 보이는 것 같아 벌써부터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럼 손 씻었다는 말은 왜 한 겁니까!”
“말했잖아요. 지금은 직업병을 치료 중이라고.”
백우진이 사대 속성을 생각하고 있을 때 문주영과 무영객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생전 직업병을 치료한다는 말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거기다 치료 중이라면서 아무 망설임도 없이 훔치잖습니까!”
“병은 원래 치료하기 직전이 가장 심해요. 그 말 아시죠.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제가 지금 그 상태입니다.”
“이익! 그 명언을 그런데 쓰지 마세요!”
-허….
“크흡!”
백우진은 무영객의 말을 듣고, 입에 든 음식을 뱉을 뻔했다.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명언이 저 녀석의 입에서 저런 식으로 나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은 괜찮아요. 의적질이잖아요.”
“의적질이요?”
“네. 그 마법사 놈들이 먼저 우리를 건드렸잖아요. 이건 정당방위에요.”
-미친놈끼리는 통하나 보다. 어떻게 너랑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자빠졌냐.
무영객은 백우진이 엄우성을 팰 때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당신은 그냥 도둑질하고 싶을 뿐입니다!”
“아니에요. 금방 고쳐요. 기다려 보세요.”
무영객은 침착하게 미친 말을, 문주영은 화를 내며 정론을 말하고 있었다. 둘은 술잔을 부딪치며 끊임없이 다투었다.
“둘이 좋은 친구가 될 거 같구나.”
“그러네요.”
다른 사람들은 둘의 시끄러운 대화를 흐뭇하게 웃으며 바라보았다.
* * *
“잘 먹네.”
-아주 걸신들린 듯 먹는구나.
백우진과 흑암은 연공실에서 정령들이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크릉!] [캬아!]이그니스와 설빙은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내며 순살 치킨과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청소기처럼 흡입했다.
“쟤들이야 그렇다 치고, 레오도 식성이 특이할 줄이야.”
백우진은 사탕과 초콜릿, 젤리가 담긴 그릇에 머리를 박고 일어나지 않는 레오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 이상한데 저 녀석만 평범한 게 더 이상하지.
“그렇긴 하지만.”
여러 가지 음식을 챙겨줬지만 레오가 좋아하는 음식은 저런 달달한 간식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솜사탕이었다.
레오가 자기처럼 털이 북실북실한 솜사탕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캬웅!]접시에 담긴 간식들을 모두 먹어치운 레오는 통통한 앞발을 흔들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간 음식들을 먹으며 덩치가 좀 커지긴 했지만, 여전히 아기 호랑이처럼 동글동글 귀여웠다.
-두 놈에 비해 사이는 나쁘지 않네.
“그건 다행이지.”
이그니스와 설빙은 서로 으르렁대는 것에 비해 레오를 신경을 써주고 있었다.
속성이 바람이기도 하고, 처음 봤을 때부터 쭈구리 같아서 동생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
“좀 더 먹어라.”
백우진은 정령들에게 조금 더 음식을 챙겨 준 뒤 연공실을 나섰다.
“도련님.”
백우진이 몸을 풀려고 할 때 문주영이 다가왔다.
“백은경 아가씨께서 할 말이 있다면서 찾아오셨습니다.”
“벌써 돌아왔나?”
백은경은 유럽에 갔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돌아온 모양이다.
“일단 휴게실에 모셨습니다.”
“잘했어.”
백우진은 바로 휴게실로 이동했다.
백은경은 휴게실 안에서 군인처럼 각이 잡힌 자세로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지?”
백우진은 백은경의 맞은편에 앉으며 바로 용무를 물었다.
“바로 본론을 묻는 건가?”
“우리가 서로 안부를 물을 사이는 아니잖아.”
“네게 검을 휘두른 것에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거냐?”
“아니, 그건 이 목걸이로 땡 쳤어. 서로에게 아무 관심이 없었을 때로 돌아온 거지.”
백우진은 백은경에게 받은 목걸이를 흔들었다.
“그 정도라면 충분하군.”
백은경는 고개를 끄덕이며 백우진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행검부에서 내려온 임무서였다.
“임무서? 이걸 왜?”
“너와 내게 내려온 거다.”
“음….”
백우진은 임무서를 건네받고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역시 마족인가.”
임무서의 내용은 예상대로 마족에 대한 것이었다.
광주에 마족이 나타났고, 추적이 힘들어서 많은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너도 얼마 전에 마족을 잡았다고 들었다.”
“얼마 전이 아니라, 한참 전인데.”
마지막으로 마족을 잡았던 건 제논의 지부를 부술 때로 오래된 일이다.
“혹시 그 마족이 다른 말은 하지 않았나?”
“다른 말?”
“그래. 다른 마족에 대해서라든가.”
“그런 말은 없었어.”
“그런가….”
백은경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아직도 그 뭔지 모를 마족을 찾고 있군.’
백은경이 이상할 정도로 마족을 집착하는 이유는 역시나 어떤 마족을 찾기 위해서였다.
“대체 무슨 마족을 찾는 거지?”
“내게 관심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긴 한데 그 집착의 대상이 누군지는 궁금하거든.”
“말해줘도 모를 거다. 기록에 남지 않은 놈이니까.”
백은경은 그것으로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말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펄럭.
백우진은 입을 다문 백은경을 보다가 임무서의 뒷장을 넘겼다.
뒷장엔 피해자들의 사진이 있었는데, 사진에 공통점이 있었다.
죽은 사람들의 시체에 검은 불꽃같은 모양의 꽃이 피어나 있었다.
“마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