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서늘한 재회
-원래 보상에 추가보상까지 줘놓고, 또 뭘 주겠다는…. 헉!
흑암은 시스템에 분노를 터트리다 말고 갑자기 비명을 내질렀다.
검날에 흡수되었던 칼리번의 잔혼이 움찔거렸기 때문이었다.
-서, 설마….
흑암은 칼리번의 잔혼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시스템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이 도둑놈의 새끼가!
시스템은 자신에게 흡수된 칼리번의 잔혼을 이용해서 백우진에게 새로운 보상을 만들어주려 하고 있었다.
-무영객보다 더한 놈이었다니!
브리즈를 잡았을 때와 다르게 칼리번의 잔혼은 백우진에게 흡수되지 않았다.
시스템도 양심은 있다고 생각하며 칼리번의 잔혼을 천천히 소화하려 했건만 이걸 또 뺏어가려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두 번은 안 당해! 누가 이기나 해보자!
흑암은 자신의 모든 힘을 집중해서 빠져나가려 칼리번의 잔혼을 붙잡았다.
“너 뭐하냐?”
백우진은 흑암이 칼리번의 잔혼을 흡수한 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흑암이 혼자 쇼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너한테 만큼은 절대 안 진다. 절대로!
흑암은 젖 먹던 힘을 다해서 칼리번의 잔혼을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계속해서 숨을 멈추고 있는 것만큼 힘이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난 정수기 필터가 아니란 말이다!
자신을 거름막으로 사용해서 백우진에게 순수한 기운만을 전해주려는 시스템에 지는 것보단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끄으윽!
흑암과 시스템의 줄다리기는 1시간이 넘게 지속되었다.
시스템도 흑암이 이 정도로 저항할 줄은 몰랐던지 꽤 당황한 것 같았다.
“하암….”
백우진이 입을 벌리며 하품을 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지만, 그는 별 관심이 없는 듯 지루한 표정을 지었다.
흑암이 강해져도 자신이 강해지는 것이고, 칼리번의 잔혼이 자신에게 들어와도 강해지기 때문에 누가 이겨도 별 상관이 없었다.
“아, 그거나 확인해야겠다.”
백우진은 타이틀 창을 불러와서 새로 얻은 레전더리 타이틀 의 옵션을 확인했다.
[마족 척살자] 등급 : 레전더리.강인한 마족을 홀로 죽인 자에게만 주어진다. 마족을 상대할 때 능력치가 강화되고, 마기에 대한 저항력과 감지력을 상승시켜준다.
마족을 상대할 때 모든 능력치 30% 상승.
마기에 대한 저항력 40% 상승.
마기에 대한 감지력 40% 상승.
“대박이네….”
마족 한정이라고 해도 무시무시한 능력치가 상승하고, 마기에 대한 저항력까지 올라갔다.
아이템이 아니라, 타이틀이었기 때문에 사용하기 더욱 유용했다.
“봤으면 재밌었을 텐데.”
흑암이 이 정보를 봤다면 또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을 테지만, 백우진은 타이틀창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
웃긴 상황이지만, 오랜만에 뭔가를 열심히 하는 흑암을 건드리긴 미안해서 그냥 놔두고 싶었다.
-끄윽….
흑암은 한계에 달한 듯 거친 신음을 흘리면서도 힘을 풀지 않았다.
아이가 자신의 유일한 장난감을 끌어안듯이 칼리번의 잔혼을 끝까지 움켜쥐었다.
-아!
흑암이 놀람이 담긴 감탄사를 내뱉었다. 계속 빠져나가려던 칼리번의 잔혼이 다시 자신의 칼날에 안착했다.
시스템이 칼리번의 잔혼을 한 번 훑는 느낌이 들어서 방심하지 않았지만, 다시 가져가려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포기했는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이, 이겼다! 내가 이겼다고!
흑암이 환호를 내질렀다.
왈칵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맨날 당하기만 했던 시스템의 콧대를 꺾어버렸다는 것에 그 어떤 때보다도 커다란 감동이 밀려왔다.
“으음….”
백우진이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대충 1시간쯤까지 보다가 잔 거 같은데 이제야 끝난 모양이다.
-백우진! 내가 이겼다. 대갈통에 마요네즈를 채우고 다니는 시스템을 내가 이겼다고!
“아, 그래.”
-미안하지만 네게 갈 특별보상은 없어졌다. 칼리번의 잔혼은 원래 내 것이었으니 이해해라.
“그러던가.”
백우진은 여전히 별 관심이 없었다.
추가 보상도 통 크게 받았고, 흑암이 강해지는 건 자신이 강해지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시스템도 날 다시 봤겠지. 더 이상은 날 업신여기지….
흑암이 흐흐거리는 웃음을 흘릴 때 알림음이 들려왔다.
띵!
[추가보상으로 칼리번의 특성 창희가 검희로 변환되어 생성됩니다.]졸려서 눈을 반쯤 감은 채로 목을 긁적이는 백우진 앞에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응? 보상 주는데?”
백우진은 검희라는 특성을 가리키며 흑암을 보았다.
-….
“흑암?”
흑암은 석고상처럼 굳어버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아….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이 3시간 넘게 피똥을 싸며 지켜냈던 칼리번의 힘을 백우진은 자다가 얻어버렸다.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이, 이렇게 쉽게 줄 수 있으면서 내 것을 뺏어서 주려 한 거야? 진짜 악마는 칼리번 따위가 아니다. 저 시스템이다!
흑암이 하늘을 향해 자신의 검날을 찔렀다.
시스템은 혼자서 보상을 줄 능력이 있음에도 자신의 것을 빼앗아서 주려 했다.
진짜 사이코를 보는 것 같아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야 이 미친 시스템 새끼야! 옥상으로 따라와! 네가 그렇게 보상을 잘….
“아, 너 이거 못 봤지?”
흑암이 극한의 분노를 터트릴 때 백우진은 의 정보를 켜서 흑암의 앞에 보여주었다.
-….
흑암은 마족 척살자의 정보를 멍하니 보다가 구겨진 종이비행기처럼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으아아!
* * *
눈을 뜨자 시야의 끝이 검게 물들어서 보였다.
액자 같은 검은 틀을 보자마자, 이곳이 흑암의 기억 속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꽤 익숙해졌기 때문에 바로 일어나서 흑암을 찾았다.
‘저기 있군.’
흑암은 폐허가 된 도시에서 홀로 백여 명의 사람들과 대치를 하고 있었다.
‘봤던 장면 같은데.’
예전에 봤던 기억이 났다.
그때도 흑암은 수십 명의 사람과 싸우고 있었다.
다만 그때와 지금은 장소가 달랐다.
‘아니, 아니야!’
백우진은 흑암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고서 눈을 가늘게 좁혔다.
‘저것들 인간이 아니었어.’
실루엣을 보고 인간이라 생각했지만, 흑암의 앞에 있는 존재들은 절대 인간이 아니었다.
피부는 모조리 검은색이었고, 눈은 흑백이 뒤바뀌어 있었으며, 이빨은 짐승의 그것처럼 날카롭게 갈려 있었다.
손톱은 무기로 써도 될 것처럼 두껍고 예리했다.
‘이놈들 대체 정체가 뭐지?’
저 괴물들은 눈과 이빨, 손톱을 제외하고 본다면 TV에서 보는 연예인들보다도 아름답고 화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여러모로 이상한 괴물들이었다.
“끄륵….”
“카학….”
괴물들은 말은 할 수 없는지 몬스터나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휴우….”
백우진은 흑암의 한숨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흑암은 마네킹이라도 된 것처럼 미동 없이 괴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하다.”
흑암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괴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끄아아악!”
괴물들이 웬만한 무인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손톱과 이빨을 휘둘렀지만, 이미 흑암은 그들의 뒤로 이동해있었다.
촤아악!
흑암은 허리의 검을 뽑아서 괴물들을 향해 섬야를 내리쳤다.
섬야의 검은 기운이 괴물들만이 아니라, 폐허가 된 도시를 뒤덮었다.
콰아아앙!
땅이 갈라지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괴물들은 폐허가 된 도시에 그대로 묻혀버렸다.
“….”
흑암은 흔들리지 않는 손으로 검을 집어넣었다.
다만 성문처럼 굳게 닫혀 있던 그의 입술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정말 미안하다.”
흑암의 마지막 말과 함께 백우진은 세상이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
다시 눈을 뜨자 숙소의 천장이 보였다. 백우진의 눈앞으로 흑암이 날아왔다.
-봤냐?
“그 괴물들은 뭐야?”
-나도 몰라.
분명 자신의 기억이지만, 어떤 상황이고, 왜 싸웠는지, 그곳이 어디인지 무엇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검이 된 이후 그 괴물들과 비슷한 느낌을 내는 놈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어디서?”
-잘 기억나지 않아. 제국이나 왕국은 아니었고, 누구와 있을 때였더라….
“잘 생각해봐. 그게 힌트가 될 수도 있어.”
백우진과 흑암이 기억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들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올라왔다.
[칼리번의 잔혼이 흑암에게 녹아들었습니다.] [흑암의 공격 폼이 변화합니다.] [섬야의 공격력이 상승하고 공격 범위가 늘어납니다.] [암인의 칼날이 2개로 늘어나고, 탐지 범위가 늘어납니다.] [흑살의 공격력이 크게 상승합니다.]흑암의 검날이 먹을 칠하듯이 검게 번쩍였다.
“오….”
흑암의 모습은 여전히 짤막한 단검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기운은 훨씬 짙고 거대해졌다.
-나를 잡아봐라.
“공격 폼?”
-그래!
많이 흥분했는지 흑암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두 톤은 올라가 있었다.
“알겠어.”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흑암을 잡고 오러를 흘려 넣었다.
치이이잉!
흑암이 검붉은 색으로 물들며 길쭉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소검 정도의 크기였지만, 지금은 암인검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길어졌다.
“멋지네.”
빈말이 아니었다.
쭉 빠진 칼날에서 검붉은 아우라가 퍼져 나오는 흑암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멋진 게 다가 아니야. 공격력과 기술들의 위력도 훨씬 상승했다!
“그래. 확실히 달라졌어.”
백우진은 흑암의 손잡이로 전해지는 힘의 파동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흑암의 검술들을 사용한다면 어제와는 또 다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축하해.”
-겨우 이 정도로 무슨. 아직 멀었다.
흑암이 말을 할 때마다 녀석의 목소리에 웃음이 묻어나왔다. 어지간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시스템아.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가자.
흑암은 시스템을 부르면서 처음으로 화를 내지 않았다.
-백우진이 한 번 성장했으면 다음엔 나를 성장시키고, 그다음에 또 백우진을 성장시키자고. 균형이 딱 맞잖아. 응?
띵!
[성장한 흑암의 힘에 공명하셨습니다.] [검희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검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오성 능력치가 상승합니다.]흑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우진의 능력치가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말 진짜 잘 듣네. 시스템이 너 좋아하는 거 아니냐?”
-지금 말고 이 미친 자식아!
흑암의 좋았던 기분은 1분도 가지 못했다.
* * *
백우진은 가문으로 돌아가다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무영객을 만났다.
“너 여기서 뭐하냐?”
“검사님을 기다리고 있었죠!”
무영객은 존경의 눈빛을 반짝이며 백우진에게 다가왔다.
“동영상 봤습니다. 진짜 백번은 돌려봤어요!”
무영객은 히어로 만화를 보고 흥분한 아이처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저도 데려가시지 그러셨습니까. 섭섭합니다!”
“마족이랑 싸우는데 네가 가서 뭐해.”
“마족에게 어떤 물건이 있을지 궁금하잖아요.”
“물건? 설마 마족의 물건을 훔치려고?”
“예!”
무영객은 당당하게 마족의 물건을 훔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족이 죽으면 몸이 아예 사라지잖아요. 훔치려면 죽이기 전에 훔쳐야죠.”
“….”
“아, 손은 씻었지만, 마족의 물건을 훔치는 건 괜찮겠죠?”
무영객은 하하 웃으면서 손을 비볐다. 눈앞에 마족이 있었다면 그대로 도둑질을 했을 기세였다.
-내가 말했잖아. 저 녀석은 우리와 사고방식이 전혀 달라. 네가 검에 미쳐있듯이 도둑질에 미친 놈이다.
‘그러게.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네.’
백우진은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지으며 가문의 정문으로 향했다.
“가문으로 가시는 거죠? 저도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
“들어갈 수 있게 해줬잖아.”
백우진은 문주영을 시켜서 무영객이 백가에 들어갈 수 있게 출입증을 만들어주었었다.
“도련님이 안 계시면 문 호위가 잔소리를 해대서 귀찮거든요.”
“그렇긴 하겠네.”
문주영은 무영객의 도둑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보기만 하면 잔소리를 쏟아붓는다.
“가자. 네게 시킬 것도 있으니까.”
“옙!”
무영객은 강아지처럼 쪼르르 달려와 백우진의 옆에 붙었다.
“시킬 일이 뭔가요? 도둑질이라면 얼마든지 시켜주십시오!”
“손 씻었다며.”
“에이, 검사님의 명령이라면 제 손 따위는 똥통에도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하여튼 말은.”
백우진은 무영객의 아부 아닌 아부를 들으며 정문을 넘었다. 그는 보고를 위해 행검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정말입니다. 명령만 내리신다면 대연문주의 애장품도 훔쳐 올 수….”
“그만.”
백우진은 무영객의 말을 멈추고 앞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우진아.”
백성현이 청검대를 이끌고 가문을 나서려 하고 있었다.
“영상 잘 봤어. 대단하던걸?”
백성현은 자랑스럽고 다정했던 셋째 형의 얼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백우진의 성장이 정말 기쁜 것처럼 활짝 웃는 얼굴이었다.
“네가 그렇게 발전한 것을 보니, 내가 다 기쁘더라.”
“….”
백우진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옆의 무영객을 흘깃 쳐다본 후 백성현에게 보석이 달린 팔찌 하나를 던졌다.
탁.
백성현은 아주 짧게 인상을 찌푸린 후 자신에게 날아온 팔찌를 잡았다.
“이걸 왜 나한테?”
“역시.”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가 백성현의 앞에 마주 섰다.
그리고 암인검을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