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서늘한 재회 (3)
“제대로 당한 건가.”
백성현은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으며 큭큭 웃었다.
보는 것만으로 소름이 끼치게 만드는 투기는 가라앉았지만, 눈에서 일렁거리는 금색 광기는 그대로였다.
“여긴 오랜만에 오는군.”
백가의 검사들 대부분이 모르거나, 잊어버렸지만 그는 면벽동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것도 2번이나.
첫 번째는 살인을, 그것도 백가의 검사를 죽였을 때였다.
거창한 이유 따윈 없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속삭이는 달콤한 말을 따라 죽이고 싶어서 죽였을 뿐이다.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혼이 나고, 그게 잘못된 일이라는 걸 배웠다.
하지만 반성 따윈 하지 않았다.
살인을 했을 때 느껴졌던 희열이 여태까지 느꼈던 그 어떤 오락이나 성취보다도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오자마자 또 저질렀지.’
백성현은 면벽동에서 나오자마자 다른 검사를 죽였다. 물론 이전처럼 대놓고 죽이지 않고, 대련을 통해서 죽였다.
‘그때 처음으로 죽는다는 기분이 들었던가.’
백성현이 뒤로 손을 짚으며 진득한 미소를 피워냈다.
두 번째 살인을 하자마자 아버지에게 불려갔다. 아버지는 분노를 그대로 담아 살기를 쏘아냈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살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하나의 호기심을 느꼈다.
아버지처럼 강해져서 강한 인간들을 죽이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하는 강렬한 호기심이.
‘그때부터 생각을 바꿨지.’
백성현은 두 번째로 면벽동에 들어갔다 나온 뒤 더 이상 살인을 하지 않았다.
착하고 믿음직한 형이 되어 동생들을 챙겨줬고, 너그러운 천재가 되어 많은 신뢰를 쌓았다.
하지만 그건 겉껍데기일 뿐이었다.
신검백가 내부에서 아버지의 눈을 피할 수 없어서 하는 연기였고, 실제로는 외부로 나가 다른 인간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일반인이나 하급 능력자를 죽였다. 즐거웠지만 점점 지루해졌다. 그래서 자신이 성장하는 만큼 노리는 사냥감의 등급을 상승시켰다.
3등급이 4등급이 되고 지금에 와선 6등급 능력자는 되어야 죽였을 때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죽이는 방법도 여러 가지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본성을 들키지 않았다.
“그런데 우진이에게 들킬 줄이야. 그것도 이런 식으로.”
백성현이 낄낄거리며 벽을 긁었다.
백우진에게 자신의 본성이 들킬 줄은, 그것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할 줄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둘이 호각의 결투를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아니다. 백우진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았을 뿐이다.
“몇 가지 정보를 가져간 거지?”
본성과 무력을 숨기고 있었다는 정보, 백선아를 죽였다는 확인도 해주었고, 외부에서 쓴 이름에, 청검대의 비밀도 알아차린 거 같았다.
“그에 비해 난 녀석의 무력 수준만 알게 된 건가.”
백우진은 정령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7등급 후반 혹은 8등급의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것도 제대로 된 정보는 아니야.’
자신도 무력을 숨기고 있듯이 백우진도 정령이나 영상에서 사용했던 흑검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잘 된 걸지도.”
백우진은 무력과 인지도는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었다.
그 아이가 더 성장하고 명성을 쌓았을 때 죽인다면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희열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가자마자 그곳으로 가야겠군.’
개인적으로 만든 능력자 집단에서 개방형 던전 하나를 발견했다. 그곳에 가는 도중에 백우진에게 발목을 잡힌 것이다.
‘가장 필요한 것을 주는 던전이라….’
백성현은 면벽동의 천장을 올려보며 히죽 웃었다.
* * *
“둘 다 들어와.”
백우진은 무영객과 문주영을 데리고 백위전으로 들어갔다.
“와, 방이 장난 아니네요.”
무영객은 백우진의 방에 처음 들어왔기에 주변을 돌아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하나라도 훔쳐 갔다간 정말 손목을 베어버릴 겁니다.”
“에이, 너무하시네. 제가 미치지 않고서야 검사님의 물건을 훔치겠어요?”
무영객은 아니라는 듯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눈이 돌아가는 건 멈추지 못했다.
-저놈 눈알이 계속 돌아가는데?
“영객아. 눈 돌아가는 소리 들린다.”
“이, 이게 바로 직업병입니다. 진짜 훔칠 생각 따윈 없습니다! 하하!”
무영객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헛소리 그만하고 둘 다 거기 앉아.”
“예!”
“옙!”
무영객과 문주영은 대답한 뒤 테이블 앞에 앉았다. 백우진은 커피 세 잔을 준비해서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검사님의 커피를 얻어먹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영광입니다! 이거 커피잔도 무진장 비싸 보이고….”
“훔칠 생각 추호도 하지 마십쇼.”
“그냥 비싸다고 한 거예요.”
“당신 말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매사에 너무 진지하시네. 그러다가 부러져요.”
문주영과 무영객은 끝없이 말다툼을 벌였다. 지금에 와선 사이가 좋은지 나쁜지 알 수가 없어졌다.
“그만.”
백우진의 말에 둘은 합죽이처럼 입을 확 다물었다.
탁.
백우진은 오른손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가 내리친 손을 들어 올리자 반지 2개가 남아 있었다. 두부 옆에 있던 반지였다.
“이거 그거 맞지?”
“맞습니다.”
무영객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이게 무슨 반지입니까?”
“이거 백성현 거야.”
“예에?”
문주영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는 뒤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백성현이 반지를 빼버린 것을 보지 못했다.
“사실 백성현이 난동을 부리기 전에 반지를….”
“으헉!”
백우진이 상황을 설명하자, 문주영의 눈은 튀어나올 정도로 커져 버렸다.
“그, 그걸 훔쳐 왔다고? 이 미친 양반이 진짜!”
“걱정 마요. 하나만 가져와서 안 들켰을 거예요.”
“청검대가 그 주변을 10일 동안 뒤진 이유가 당신 때문이었어!”
청검대는 전투가 일어났던 곳을 지금까지 뒤지고 있었다. 그 이유가 뭔가 했더니만 이 반지 때문이었다.
“도, 도련님! 이 자식 진짜 정신 나간 놈입니다! 언젠가 저희를 망하게 할 거예요! 지금이라도 쫓아내야 합니다!”
“정신이 나갔다니, 말이 심하네. 전 조금 아플 뿐이에요.”
“아프다니! 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말했잖아요. 직업병을 앓고 있다고.”
“뭔 놈의 직업병이 매일 같이 터져!”
“매일 터지니까 직업병이죠.”
무영객은 문주영의 정론에 한마디도 지지 않고 개소리를 내뱉었다.
-저 도벽 평생 못 고치는 거 아니냐?
‘그럴지도 모르겠네.’
백우진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었다. 솔직히 말해서 무영객이 저 반지를 가지고 나타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놈 물건을 훔친 건 괜찮아.”
“예?”
“예상은 하고 있었을 테니, 이번에 확실하게 말해줄게.”
백우진은 문주영과 무영객에게 지금까지 알아낸 백성현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내가 제대로 훔쳤네! 내 손아 칭찬을 받아라!”
무영객은 자신의 손등이 강아지라도 된 것처럼 쓰다듬었다.
“음, 그럼 앞으로 셋째 도련님 아니, 백성현은 우리의 적이군요.”
문주영은 무영객을 미친놈처럼 쳐다보다가 백우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 가장 위험할지도 모르는 적이지.”
“알겠습니다. 의검대에게도 제대로 설명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줘.”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인 뒤 무영객에게 시선을 주었다.
“무영객.”
“예!”
“다 꺼내 봐.”
“예?”
“네가 청검대랑 백성현에게 훔친 거 다 꺼내 보라고.”
“그, 그걸 어떻게….”
“똥파리가 똥을 어떻게 지나겠어.”
“똥파리. 크하하하!
문주영은 통쾌하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마, 말씀이 너무 심하시네요.”
“네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칭찬이야. 빨리 꺼내 봐.”
“정말입니까?
“그래. 직업정신이 투철하다는 뜻이지.”
“그렇군요!”
무영객은 히히 웃으면서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를 꺼내서 바닥에 쏟아부었다.
투두두둑.
반짝이는 보석들과 지갑이나, 주머니에 작은 무기들까지 있었다.
“다, 당신 이걸 대체 언제!”
“오러 폭풍이 사라져서 검사들이 한 번에 몰려들었잖아요. 그때 훔쳤죠.”
무영객은 가게에 가서 과자를 산 느낌으로 물건을 훔쳤다고 말했다.
“진짜 당신이란 인간은 방심할 수가 없어!”
“이거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에요. 손이 자동으로….”
“웃기고 있네. 좋다고 훔쳤으면서.”
“좋은 거 맞긴 하는데, 완전히 좋지는….”
둘이 싸우든 말든 백우진은 물건들을 뒤적였다.
“음….”
백우진은 지갑 밑에 있던 종이를 발견했다. 펼쳐봤지만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지였다.
“아, 그거 ‘무산서’예요. 암호를 적어야 제대로 보이는 종이죠.”
“암호를 적어야 한다고?”
“예! 그 종이에 암호를 적으면 그 종이에 적힌 글자가 나올 겁니다.”
“이런 종이가 있었다니.”
무산서라는 이름은 처음 듣지만 어떤 종이인지 알 수 있었다.
“해독할 수 있겠어?”
“잘못 적으면 종이가 불타버릴 겁니다. 하지만!”
무영객은 자신의 가슴을 땅땅 두드렸다.
“제가 누굽니까! 못 훔치는 게 없는 의적 무영객 아닙니까! 미리 준비해놔서 금방 풀 수 있습니다.”
“손 씻었다면서요.”
“제가 손을 조금 덜 씻었나 봐요. 요즘 TV 보니까 6단계에 걸쳐서 손을 씻으라고 하던데 전 아마도 2단계쯤?”
“그게 그 뜻이 아니잖아요!”
“하하!”
무영객은 문주영의 잔소리에도 그저 웃음을 터트렸다.
“바로 해독을 시작해줘.”
“알겠습니다.”
무영객은 바닥에 엎드려서 종이의 암호를 풀기 시작했다.
-뭐냐? 저 반지가 네 도박 아니었어?
‘당연히 아니지.’
도박은 백성현의 반지가 아니었다.
-그럼?
‘백성현이 갈 곳에 관한 정보를 알아내는 게 내 도박이었어.’
-갈 곳?
‘백성현은 자신의 개인 일을 위해서 외부로 가고 있었어. 그 장소를 먼저 알아내서 놈을 방해하거나, 물건이나 던전 같은 거면 먼저 챙기려 했지.
-허….
‘그래서 중간에 힘을 뺀 거야. 면벽동에서 먼저 나오기 위해서.’
아버지가 당도하기 전에 검에 살기를 뺀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너란 놈의 뇌는 정말 어떻게 굴러가는 거냐?
진심으로 감탄이 나왔다.
자신보다 강한 백성현과 싸우며 저런 생각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너 같은 놈이 둘이었으면 세상은 망했을 거다.
무영객이 도둑질에 미쳤다면 백우진은 남을 농락하는데 미쳐 있었다.
“음, 적인데….”
“적?”
“예. 첫 글자가 적인데, 그다음을 모르겠습니다.”
“혹시 적룡 아니야?”
“적룡?”
무영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백우진의 암호를 적용해 보았다.
“어! 맞아요! 됩니다!”
무영객은 백미서에 바로 적룡이라는 글자를 적었다.
스으윽.
그러자 적룡이라는 글자가 사라지고, 새로운 글자가 나타났다.
“감호산?”
종이에는 충청도에 있는 감호산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종이 누구에게 훔쳤어?”
“처음부터 백성현 뒤에 있던 중년 검사였습니다. 얼굴이 타서 좀 누런색이었는데….”
“그럼 이거 진짜야.”
무영객이 종이를 훔친 사람은 청검대주 황정우다. 그가 가지고 있었으니, 이 주소는 제대로 된 주소임이 확실했다.
“잘했다!”
백우진이 웃으며 무영객의 어깨를 두드렸다.
“훗.”
무영객은 입꼬리를 쫙 밀어 올리며 문주영을 보았다.
“이익….”
문주영은 분한 것처럼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백성현이 면벽동에 있는 이상 이 산에 있는 게 뭐든 간에 아직 챙기지 못했을 거야.’
-그렇겠지.
백우진은 문주영과 말싸움을 하는 무영객을 보고서 씩 웃었다.
‘나도 도둑질 한 번 해볼까.’
* * *
백우진은 개인 연공실에서 수련을 하는 척을 하고서 충청도에 있는 감호산에 도착했다. 물론 만변귀의 가면으로 외형을 바꾼 상태였다.
“여기가 맞나.”
“맞습니다. 저쪽에 있는 사람들을 보니까 확실하네요.”
무영객이 산의 입구에 서 있는 두 남자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들은 능력자 협회의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었다.
“저들 협회 차림이지만, 협회 사람이 아닙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남자들은 협회 차림을 하고 산을 막고 있지만, 하는 행동거지를 보면 협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정말 협회라면 이 산 전체가 아니라, 좀 더 좁은 구역을 더 많은 인원으로 막고 있었을 거다.
“백성현이 직접 움직일 정도라면 분명 특이한 던전이나, 몬스터 혹은 시설이 나타났을 거야. 제대로 수색해.”
“알겠습니다!”
무영객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사라졌다. 천성이 도둑놈이다 보니, 백성현의 보물을 훔친다는 생각에 흥분한 것 같았다.
-넌 뭐해? 안 가?
‘그 전에….’
백우진은 라포르 아이템들을 착용한 뒤 기척을 감추고, 협회 직원인 척하는 사람들의 옆으로 붙었다.
“아….”
10분 정도 지나자 지루했는지 오른쪽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냐. 좀이 쑤시네.”
“그분이 오시려면 10일 정도 남았어.”
“솔직히 우리가 없어도 아무도 안 올 거 같은데. 완전 인력 낭비 아니야?”
“정체도 알 수 없는 던전을 탐험하는 거나 그 던전 앞에서 진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그야 그렇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나자 이 산에 던전이 있고, 그 주변을 진으로 덮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진을 찾아야겠군.
‘그거야 쉽지.’
백우진은 흑전호포의 특수능력 암운향을 펼쳤다.
기감을 실처럼 길고 얇게 뽑아내서 자연의 흐름을 어긋나게 하는 장소를 수색했다.
‘찾았다.’
산의 중덕 쯤 올라갔을 때 지금까지와 달리 기의 흐름이 역행하는 곳이 느껴졌다.
‘저긴가?’
백우진은 암운향의 강화된 감각을 이용해서 진의 흐름을 파악한 뒤 흐름을 따라 내부로 들어갔다.
진의 안쪽과 바깥쪽에 사람들이 있었지만, 백우진의 존재를 알아차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
‘저게 던전?’
진의 안쪽에는 밑에 있던 사람들이 말한 대로 던전이 있었다.
하지만 여태까지 봤던 던전과 달랐다.
던전의 입구는 검은 막 없이 훤히 열려 있었고, 던전의 외형은 땅에서 솟아오른 호랑이의 얼굴 같았다.
‘호랑이?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