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적호성 (4)
백우진이 구슬에 손을 올리자, 구슬 속에 담겨 있던 무지갯빛이 밖으로 퍼져 나왔다.
어둑한 복도는 구슬에서 뻗어 나온 빛으로 화사한 색으로 변해갔다.
-제발 약한 거! 제발 평범한 거!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고생이라도 하게 해주세요!
흑암은 오래간만에 검의 신에게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으음….”
백우진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구슬의 빛이 강해지며, 속성의 마나가 자신의 몸으로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끼기긱!
구슬 속을 휘도는 마나가 점점 거세지면서 구슬에 실금이 그어졌다.
파캬앙!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빛과 마나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무지갯빛구슬이 산산조각 났다.
“크윽!”
-뭐, 뭐야!
백우진도 빛을 견딜 수가 없어서 눈을 감았다. 지진이 난 것처럼 땅과 대기가 뒤흔들렸다.
“아….”
백우진은 빛이 사그라진 것을 느끼고 눈을 떴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고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자신이 전혀 알 수 없는 장소에 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긴 어디지?”
축구장 정도의 크기의 공간이 네 등분으로 갈라져 있었는데, 공간마다 느껴지는 마나의 속성이 달랐다.
다만 이 공간 전체의 마나 농도는 단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을 정도로 짙었다.
-처음엔 네 정신세계인 줄 알았다. 하지만 비슷하면서도 뭔가가 달라.
어느새 나타난 흑암이 백우진의 어깨로 내려앉았다.
“여기서 오러 연공하면 장난 아닐 거 같은데.”
-그것도 좋겠다만, 일단 조사부터 좀 해봐.
“그래야지. 일단 저쪽으로 어…?”
백우진은 다른 곳으로 움직이려다 말고 굳어버렸다.
구슬을 잡았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속성의 마나가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크윽!”
-뭐. 뭐야! 이 마나는!
백우진은 대답도 하지 못하고 바로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오러 연공법을 윤용하여 자신의 몸에 들어오는 속성의 마나들을 순환시켰다.
치이이잉!
백우진이 부르지 않았음에도 공간이 갈라지며 이그니스, 설빙, 레오에 어스 리노까지 모든 정령이 나타났다.
고오오오!
오러 연공법을 따라 백우진의 몸을 순환한 속성의 마나들은 네 정령을 향해 부채처럼 퍼져나갔다.
백우진과 네 정령 사이에 속성의 마나로 만들어진 두꺼운 선이 생겨났다.
-미, 미친!
흑암은 백우진과 정령들이 가진 속성의 기운이 동시에 상승하는 것을 느끼고 비명을 터트렸다.
-이게 가능한 일이라고?
백우진에게 모여든 막대한 마나는 그의 오러 연공법을 따라 정령들에게 이어지며 정령의 기운을 상승시켰다.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정령들의 균형이 맞고 있어.
가장 강한 이그니스는 성장이 멈췄지만, 다른 정령들은 아직도 속성의 기운을 얻고 있었다.
나머지 세 정령들이 이그니스와 똑같을 정도로 성장하진 않았지만, 얼추 균형이 맞을 정도로는 성장했다.
-어스 리노까지 성장하다니….
레오는 아기 호랑이에서 마을버스 정도로 몸집이 커졌고,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 어스 리노의 크기도 1.5배는 커졌다.
-서, 설마!
흑암이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네 개로 나뉘고 지역마다 뜨겁고, 차갑고, 시원하고, 무거운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
그런 장소는 전 차원에 딱 하나뿐이다.
-정령계!
그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시스템은 백우진의 속성의 균형을 맞춰주고 어스 리노를 억지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정신세계를 일시적으로 정령계로 바꾼 것 같았다.
-허억!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흑암은 거친 숨소리를 내며 날개를 다친 새처럼 바닥으로 추락했다.
-또, 또라이 새끼! 퍼주는 스케일이 뭐 이따위야!
* * *
“후….”
백우진은 희열이 담긴 숨을 뱉으며 눈을 떴다. 네 정령들이 훨씬 커진 몸집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잘 컸네.”
정령들에게 속성의 마나를 전해주었기에 강해졌다는 건 알았지만, 성장한 모습을 보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나도 많이 달라졌고.”
백우진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정령들에게 마나를 전해주며 오러의 질과 속성 감응력, 저항력이 모두 올라갔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정령과 속성 감응력 사이에 존재하던 불균형이 맞춰졌다는 점이었다.
-좋냐?
흑암은 가을 모기처럼 힘없이 날아왔다.
“아주 좋아.”
-좋겠지. 너를 챙겨주는 놈은 싸이코 그 자체니까.
흑암은 분한 것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또 뭔 소리야?”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냐.
“음….”
-여긴 네 정신세계와 비슷한 곳이다. 다만….
흑암은 자신이 생각한 가설을 말해주었다.
“확실히 정령계가 아니고서야….”
어스 리노는 특별하긴 해도 다른 녀석처럼 왕의 그릇이 아니라 성장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런 환경을 만들어서 어스 리노와 자신까지 성장시켜준 것 같았다.
-이건 진짜 아니야. 마지노선으로 줄넘기를 한 수준이라고!
흑암의 목소리에 물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매번 말하지만 주는 건 좋다니까. 대신 고생 좀 시켜!
“나름대로 고생했잖아.”
백우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보상이 좀 크긴 했지만, 적호성을 통과해서 정당하게 얻은 보상이라 꺼릴 게 없었다.
-나름? 나아아름? 난 이런 모험을 수십 번 했어도 받은 게 거의 없다! 네 놈 같은 운빨하고 비교를…. 응?
활화산 같은 분노를 터트리던 흑암이 검은빛에 휩싸였다. 빛은 가래떡처럼 쭉 늘어나서 검은 원기둥이 되었다.
스으윽.
원기둥이 사라지며 사람의 모습이 된 흑암이 나타났다. 여전히 입술 위로는 검은 연기에 가려진 얼굴이었다.
“뭐, 뭐냐?”
흑암도 자신이 왜 변한 지 알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었다.
[들리십니까?]“적호?”
[그렇습니다.]머릿속으로 노이즈가 일더니, 적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계신 곳은 보상의 구슬이 당신의 정신세계를 빌려서 만들어낸 세계입니다.]“내 정신세계와는 조금 다른데?”
[검사님께 필요한 것을 드리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정령계의 기운을 빌려왔다고 합니다.]“역시 그런가.”
백우진이 멍하니 서 있는 흑암을 보았다. 녀석의 가설이 어느 정도 맞았다.
[정령들을 균형에 맞게 성장시킨 게 적호성의 최종 보상입니다. 그리고 추가 혜택이 있다고 합니다.]“추가 혜택은 뭐지?”
[그곳에서 한 달간 계실 수 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한 달은 현실에서의 일주일 정도일 겁니다.]“미쳤네….”
이렇게 속성의 마나가 풍부한 환경에서 한 달간 수련하면 큰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추가 혜택은 원 보상만큼이나 특별했다.
[그리고 같이 온 인간 말입니다….]“걔가 왜?”
[휴우, 아닙니다. 다 끝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적호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다물었다. 다시 노이즈가 들리며 통신이 끊어졌다.
“무영객이 또 뭘 했나 본데.”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흑암이 히죽거리며 다가왔다.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졌냐?”
“이곳에서 한 달간 널 후려 팰 생각을…. 아니, 수련시킬 생각을 하니까 기분이 좋을 수밖에.”
“방금 후려 팬다고 하지 않았어?”
“기분 탓이다.”
“저리 가. 일단 몸의 기운을 조절해야 할 때니까. 나중에 놀아줄….”
“그런 건 나와 대련을 하다 보면 다 해결돼!”
흑암이 백우진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콰앙!
백우진은 몸을 튕겨 공격을 피했지만, 그가 있던 곳엔 큼지막한 구덩이가 생겨났다.
“실전이야말로 최고의 수련이지. 와라!”
“주먹에 살기가 가득 담겨 있는데. 정말 수련 맞아?”
“안 오면 내가 가마.”
“어휴, 진짜….”
백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흑암의 눈빛은 자신을 후려 패고 싶다는 열망으로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간 당해온 스트레스를 풀 생각으로 반쯤 미친 상태였기 때문에 어떤 말이 통하지 않을 거 같았다.
“좋아.”
백우진은 암인검을 뽑아 들고, 모든 전투 특성을 활성화했다.
“너도 잘 알겠지만, 이전과는 전혀 다를 거야.”
“내 눈엔 아직도 애송이일 뿐이다.”
흑암은 피식 웃으며 검을 그었다. 공간이 찢어지며 거대한 검은 파도가 백우진에게 몰아쳤다.
콰아아아!
백우진은 풍벽검흔을 세워서 흑암에 사용한 섬야를 막아낸 뒤 열두 줄기의 비뢰섬을 날렸다.
빠지지직!
하지만 흑암은 이미 사라졌고, 비뢰섬은 허공만을 갈랐다.
“뒤다.”
어느새 뒤로 이동한 흑암이 백우진의 뒤통수를 향해 검을 든 주먹을 내리쳤다.
“알아.”
백우진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허깨비처럼 사라진 후 흑암의 옆에서 튀어나와 검을 쳐올렸다.
“허….”
흑암은 백우진의 공격을 흘려내며 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를 거라 했잖아.”
“이제야 좀 싸울 맛이 날 거 같구나.”
흑암이 뒤로 물러나며 빙긋 웃었다. 이전의 백우진이라면 방금의 공격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바닥에 박혔어야 했다.
진정으로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 * *
한 달 후.
백우진은 눈을 감은 채로 오러를 연공하고 있었고, 흑암은 둥근 바위에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쿠구구구.
백우진의 전신에서 검은 기류가 일어났다.
검은 기류는 그의 주변 아니, 이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마나들을 청소기처럼 빨아들였다.
“시작됐군.”
흑암은 백우진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마나의 폭풍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동안 너무 팼나.”
지난 한 달간 백우진과 수없이 대련하며 녀석의 뒤통수를 후려 팼다.
백우진은 피를 토하도록 얻어터지면서도 절대로 물러나지 않았다. 녀석이 쓰러질 때는 오직 기절했을 때뿐이었다.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의 대련 덕분에 백우진은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큰 성장을 이뤄냈고 그 성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지에 도전하고 있었다.
콰아아아!
마나의 폭풍이 검은 기류와 뒤섞이며 백우진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쿠구구구.
백우진의 전신은 추위를 타는 것처럼 바들바들 떨렸다.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온 마나와 기존에 있던 마나 모두를 자신의 오러를 바꾸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끝없이 마나와 싸우던 백우진의 떨림은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멈췄다.
그의 몸속을 흐르던 거대한 마나의 강이 멈추고 단전이라는 바다에 흡수되었다.
번쩍.
백우진이 눈을 뜨자, 그의 눈빛에서 검은 광채가 타올랐다.
띵!
[사대속성의 조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카인의 오러 연공법이 7단계로 상승하셨습니다.] [카인의 오러 연공법에 따라 정령의 기운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성 사성류가 생성되었습니다.]백우진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창을 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
눈을 떴을 때부터 오러 연공법이 한 단계 올라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 메시지를 보니 더 큰 성취감이 느껴졌다.
“으음!”
흑암은 깨어난 백우진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성장할 거라는 건 알았지만 오러 연공법의 단계가 올라갈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저 운빨 대마왕은 거대한 벽을 단숨에 뛰어넘어버렸다.
‘껍질이 깨졌다….’
백우진은 자신의 상상을 벗어난 성장을 이뤄냈다. 무인의 벽을 넘어 더 이상은 애송이라고 부를 수 없을 수준이 되었다.
“얼굴이 아주 활짝 폈군.”
한숨을 내쉰 흑암이 입을 삐죽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래?”
“으으, 너무 키웠어. 살살 해야 했는데.”
“내가 도발했으니까.”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흑암을 올려보았다.
“넌 시스템이라는 단어만 꺼내면 난리가 나잖아. 그걸 이용했지.”
흑암은 설설 대련하다가도 시스템이라는 단어만 꺼내면 히스테리에 걸린 사람처럼 미쳐 날뛰었다.
그때의 흑암은 굉장히 위험하지만, 가장 도움이 되는 대련 상대였다.
“고맙다. 흑암. 역시 네가 최고야.”
“망할 놈! 넌 곱게는 못 죽을 거다!”
“벌써 화내면 안 될 텐데.”
백우진이 쯧쯧 혀를 찼다.
“응?”
“잘 봐.”
백우진이 암인검을 뽑아 들었다. 그의 검에서 불, 물, 바람, 대지의 기운이 차례로 솟아올랐다.
“바, 방금 관일극 쓴 거 아니지?”
“이제 모든 검술에 속성검을 쓸 수 있게 됐어.”
사성류는 모든 검술에 속성을 집어넣을 수 있는 특성이다.
이제 어떤 검술을 써도 그 안에 속성의 기운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시스템, 이 미친놈! 대가리로 빨래를 했냐? 진짜 어디까지 퍼줄 생각이야!”
흑암이 주먹을 움켜쥐며 분노를 터트렸다.
“안 되겠다. 너 좀 더 맞고 가야겠다. 뒤통수 좀 더 패야겠어.”
“그거 좋네. 나도 그냥 가기 섭섭했거든.”
백우진이 흑암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의 전신에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기세가 풍겨 나왔다.
캬갸갸걍!
백우진과 흑암이 움직이려 할 때 정신세계가 공을 맞은 유리창처럼 깨지기 시작했다.
* * *
“음….”
백우진은 구슬이 있던 복도에서 다시 눈을 떴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공중에 둥둥 떠 있는 흑암이 보였다.
‘아쉽네. 이번엔 네 뒤통수를 때릴 수 있을지도 몰랐는데.’
-흥. 아직 멀었다.
흑암은 콧방귀를 뀌며 검날을 저었다.
“이제 일어나셨…. 어?”
무영객은 백우진에게 다가가다가 홀린 듯 걸음을 멈췄다.
“왜 그래?”
“거, 검사님. 기세가….”
무영객은 벙찐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세랑 눈빛이 너무 평범해지셨어요!”
무인의 눈빛에선 정광이 번쩍이고 몸에선 특유의 기세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백우진은 평범한 사람처럼 기세도 없었고, 눈빛도 선해 보일 뿐이었다.
“수련 너무 대충하신 거 아니에요?”
“그게 아니다.”
적호가 무영객의 옆으로 다가오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기운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계신 거다.”
“약해진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원하면 한 판 해줄 수도 있고.”
“아, 아닙니다!”
무영객이 고개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그의 눈동자는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고작 7일 동안 저런 경지가 될지 누가 알았겠냐고!’
백우진은 약해진 게 아니었다. 자신의 예리한 감각으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다.
“깨어나자마자 죄송하지만 이제 나가셔야 합니다.”
적호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적호성의 최종 보상을 받은 사람을 외부로 이동시키는 게 규칙입니다.”
“규칙이라면 어쩔 수 없지.”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그는 벙찐 표정의 무영객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까 너 무슨 일 저질렀어?”
“예? 저, 전 아무 일도….”
무영객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물러났다. 백우진이 적호를 보자 그가 아주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 새끼. 아니, 이 인간 적호성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반짝이는 건 모조리 챙겨댔습니다. 숨겨둔 보물은 물론이고 장식을 해놓은 보석과 골동품까지 모조리!”
적호의 입술과 손이 바르르 떨렸다.
“저 새끼 아니, 저 놈이 시험의 방에 달린 마법구까지 훔쳐가서 시험의 난이도를 상승시켜놨습니다! 저, 저 악마 같은 놈!”
“아….”
-어휴….
백우진과 흑암이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보석이야 그렇다 치고 빛을 내는 마력구까지 훔쳤다는 것에 한숨이 나왔다.
“시험의 방이 점점 어두워진다 했더니, 네가 마법구를 뺀 거였냐?”
“언제 또 이런 곳에 올지 몰라서 기념품삼아서….”
무영객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다. 마력구는 돌려줄게.”
“됐으니까. 제발 저 인간 좀 치워주십시오!”
적호는 이를 악물었다. 일주일만에 무영객이라는 인간에 질려버렸다.
“왜 그래? 일주일 동안 정도 들었잖아.”
“제발 꺼져!”
“허….”
백우진은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무영객을 보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들었다.
“나 보다 먼저 들어온 인간들은 지금 어디 있지?”
“왼쪽 길로 간 인간들은 마지막 층에 도착하기 직전이고, 오른쪽 길로 간 인간들은 포기 했습니다.”
“포기?”
“말씀드렸다시피 저 추잡한 새끼 아니, 저 인간이 마력구를 모조리 빼버리는 바람에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져서 큰 부상을 입고 돌아갔습니다.”
“흠흠….”
적호는 더러운 벌레를 보는 눈빛으로 무영객을 바라보았다. 무영객은 헛기침을 하며 딴청을 피웠다.
“왼쪽 길을 뚫은 녀석들도 구슬의 보상을 받는 건가?”
“검사님께 드린 보상 때문에 너무 무리를 해서 거의 100년은 최종 보상이 생기지 않을 겁니다.”
“그거 다행이네.”
백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백성현의 계획을 박살낸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혹시 하나만 도와줄 수 있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도와드리겠습니다.”
“고마워.”
적호의 확답을 듣고 백우진이 무영객에게 고개를 돌렸다.
“영객아. 너 물건을 훔치고 흔적 남긴 적도 있지?”
“무지하게 많죠.”
“그럼 됐네.”
백우진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비볐다.
-무슨 생각이냐?
‘백성현을 제대로 엿 먹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