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곧은 길
“날씨 한 번 좋네.”
백성현은 면벽동을 나오며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호수처럼 잔잔해 보였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여전히 광기로 번득이고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면벽동 앞에서 대기하던 청검대주 황정우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우진이는 어디 있지?”
“칠검각의 개인 연공실에 있습니다.”
“역시 그런가.”
백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의 힘의 차이를 느꼈을 테니, 백우진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던전은 어떻게 됐어?”
“왼쪽 길은 뚫었지만, 오른쪽 길은 난이도가 너무 높아져서 결국 후퇴했습니다.”
“후퇴?”
“한치 앞도 보이지도 않는 장소라 큰 부상을 입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대신 왼쪽 길은 최종시험만 남아 있고, 몬스터가 재생되지도 않습니다. 그곳으로 가셔서 최종시험만 치르시면 됩니다.”
“수고했다.”
백성현은 비틀어진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오른쪽 길에서 누가 죽고, 누가 다쳤는지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오직 던전의 보상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뭐?”
“이게 내려왔습니다.”
황정우가 백성현에게 흰 봉투를 내밀었다. 행검부에서 내려온 임무서였다.
“임무서라….”
백성현은 봉투를 열어 임무서의 내용을 확인하고 피식 웃었다. 외국의 길드 하나를 지원하라는 내용이었다.
“우진이를 건들지 말라는 건가.”
면벽동에서 나오자마자 행검부가 임무를 내릴 리는 없으니, 이 임무는 아버지의 지시가 분명했다. 이유는 뻔하다.
지금은 우진에게 손을 대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런 거 안 줘도 건드릴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야.”
백우진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은 맞지만 아직은 이용할 구석이 많았다.
싸울 때야 머리에 피가 쏠려 멈출 수 없었지만, 당장은 죽일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버지가 내린 건데 받을 수밖에.”
백성현은 큭큭 거리며 황정우에게 다시 봉투를 넘겨주었다.
“던전부터 빠르게 정리하고, 움직이면 되겠지.”
“바로 출발 준비를 하겠습니다.”
황정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흐음….”
백성현은 고개를 들어 올려 다시 한 번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이 하늘의 태양처럼 번쩍였다.
“얼마 남지 않았어.”
* * *
쿠웅!
키가 4m는 되어 보이는 호랑이 수인이 끈 떨어진 인형처럼 무릎을 꿇었다.
“크르르….”
수인의 전신은 검에 찔리고 베인 상처투성이였고, 왼쪽 팔은 아예 통째로 뜯겨 있었다.
“나름 재밌었어.”
백성현은 자신 앞에 무릎을 꿇은 수인을 보며 사이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동자에 담긴 광기가 불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퍼억!
백성현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수인의 정수리에 검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오러를 마구 주입했다.
퍼어엉!
수인은 머리만이 아니라, 몸까지 부풀어 오르다가 풍선처럼 터져버렸다.
“수인도 죽이는 맛이 있네.”
백성현은 땅에 떨어진 수인의 파편을 지그시 밟으며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살인의 흥분으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
“….”
백성현의 뒤에 있는 검사와 부하들은 잔인한 장면을 보고서도 인형처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치이이잉!
왼쪽 길의 마지막 몬스터였던 흑호왕의 시체가 연기처럼 사라지고, 백성현의 눈앞에 퍼렇게 빛나는 문이 나타났다.
“가자.”
“예!”
백성현은 히죽 웃으며 차원의 문을 넘었다. 그의 검사들도 그 뒤를 따라 차원의 문으로 들어갔다.
문을 넘자, 낡았지만 고풍스러운 기둥들과 긴 복도가 나타났다.
“그게 정말 마지막 시험이었나? 마지막치고는 싱겁군.”
백성현은 느긋한 걸음으로 길의 끝을 향했다.
15분 정도 걷자 벽이 나타나고, 그 앞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상자가 나타났다.
“저 상자에서 내게 필요한 게 나오는 건가.”
백성현은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며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무지갯빛으로 번쩍이는 구슬이 들어 있었다.
“모두 수고했다.”
백성현은 뒤를 돌아서 자신의 검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깊게 고개를 숙였다.
화아아아!
백성현은 기대감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구슬을 잡았다. 구슬은 폭발이라도 할 것처럼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퍼어엉!
일곱 가지 빛을 쏟아내던 구슬이 산산이 조각나며 깨졌다. 하지만 백성현에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후우웅.
대신 깨진 구슬 속에 있던 연기가 솟구쳐 허공에 글씨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이곳에 있는 특별한 보상은 무영객이 처리했으니 안심하라고!]백성현은 허공에 뜬 글씨를 보고 마네킹이라도 된 것처럼 굳어버렸다.
“아….”
“이, 이게 무슨….”
황정우와 검사들은 찢어질 정도로 입을 쩍 벌린 채로 넋이 나간 표정이 되었다.
으드득!
간신히 정신을 차린 백성현이 소리가 나도록 이를 갈았다.
“무.영.객.”
백성현은 무영객의 이름을 씹어 삼키듯이 한 자 한 자 힘주어서 내뱉었다.
“크아아아아!”
백우진이 최고의 보상을 얻은 공간에서 백성현의 절규어린 비명이 울려 퍼졌다.
* * *
“지금쯤 난리가 났겠네.”
-나였으면 적호성 전체를 무너뜨렸을 거다.
“아오, 아쉽다.”
백우진은 히죽 웃으며 입맛을 다셨다.
-뭐가?
“백성현이 정신 나간 얼굴로 난동을 부릴 텐데, 그걸 못 보는 게 아쉽잖아.”
적호성을 공략한 사람이 다시 적호성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규칙이 아니었다면 백성현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기 위해서 어떻게든 다시 들어갔을 거다.
-하여튼 넌 지독한 놈이야.
백우진은 던전의 보상이란 보상은 모조리 자신이 챙기고, 마지막엔 무영객을 이용해서 백성현을 농락까지 해버렸다.
백성현은 백우진을 의심조차 하지 못하고, 코앞에 있을 무영객을 멀리서 찾으려 할 것이다.
-네가 내 적 중의 하나였다면 난 무조건 너부터 처리했을 거다.
“그거 극찬 아니냐?”
백우진은 흑암을 툭 치며 웃었다.
-극찬은 무슨…. 그런데 적호가 마지막에 너한테 준 구슬은 뭐냐?
“이거?”
백우진은 엄지손톱만 한 붉은 구슬을 꺼내서 한 바퀴 돌렸다.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이지.”
-그니까 뭐냐고.
“나중에 보세요.”
백우진은 흑암을 놀리듯 어깨를 으쓱였다.
-망할 놈! 더 팼어야 했는데! 아주 머리를 빠갰어야 했어!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거지.”
-으으윽…….
“도련님.”
흑암이 분노를 터트리고 있을 때 홍아라가 다가왔다.
“3일 정도 휴가를 신청해도 될까요?”
“휴가? 다녀와. 근데 뭐 하려고?”
“일주일 뒤에 아버지 생신이거든요. 함께 던전을 가고 싶어서요.”
“인수 아저씨 생일? 그러면 나도 선물을…. 어? 던전을 간다고?”
던전이라는 말에 백우진이 깜짝 놀라서 입을 오므렸다.
“아버지가 보스가 있는 3등급 던전을 가신 적이 없거든요. 제가 지켜드리면서 함께 가보고 싶어서요.”
“이야!”
-오오!
백우진과 흑암은 홍아라의 계획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둘 다 삼촌의 얼굴이 되어 홍아라를 바라보았다.
“좋은 선물이네. 아저씨가 정말 좋아하시겠어.”
사랑하는 딸이 자신이 가지 못했던 던전을 데려가 준다니, 홍인수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려졌다.
“그, 그래요? 조금 건방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아저씨는 아니지. 걱정하지 마. 좋아하실 거야.”
“그럼 다행이네요.”
홍아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방긋 웃었다. 아버지와 함께 갈 던전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얼굴이었다.
“이렇게 된 거 그냥 일주일 정도 쉬어.”
“네?”
“던전 다녀온 뒤에 아저씨랑 짧게 여행이라도 다녀와.”
“하지만….”
“괜찮다니까. 던전 예약은 어떻게 할 거야? 도와줄까?”
“아, 아니에요. 제가 할 수 있어요.”
홍아라는 얼굴과 손을 동시에 흔들었다.
“그럼 잘 놀고, 푹 쉬었다가 와.”
“정말 감사합니다!”
홍아라는 상큼하게 웃으며 직각으로 고개를 숙였다.
“잘 다녀올게요!”
“그래.”
홍아라는 2번이나 더 인사을 한 뒤에 휴게실을 나갔다. 발걸음이 가벼운 것을 보니,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흑….
“너 뭐하냐?”
-흐윽, 내 제자지만 너무 기특해. 손이 있었다면 머리를 쓰다듬어 줬을 거다.
흑암이 눈물을 참는 듯 코를 훌쩍거렸다.
“똥 싸고 있네.”
백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바뀐 능력에 적응해야 하니까. 헛짓하지 말고 내 검이나 봐줘.”
-근육만 단련해서 감정이 메마른 놈 같으니! 넌 아라가 기특하지도 않냐!
“기특하니까 빨리 오기나 해.”
* * *
“어때요?”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구나.”
홍인수는 투칸 오크를 일검에 베어버린 홍아라에게 활짝 미소를 지었다.
“에이, 오래 살아서 딸 효도 받아야지. 죽긴 왜 죽어요.”
“그 정도로 좋다는 게다.”
홍인수는 코끝이 찡해져서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진짜 죽어도 여한이 없어.’
자신이 홀로 키웠기 때문인지 아라가 소심하고 여려서 여러모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아라는 검술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성격도 조금은 쾌활하게 바뀌었다. 더 이상은 바랄 게 없었다.
‘그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었던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군.’
백우진과의 인연이 생기고 그가 딸을 검사로 받아 준 게 정말 고마웠다. 만약 앞에 있었다면 당장 절을 올렸을 거다.
“감동 좀 그만하고 가요. 보스도 잡아야 하니까.”
“보스? 네가 보스도 잡을 수 있다는 게냐?”
“당연하죠! 빨리 가요!”
홍아라는 홍인수와 합을 맞추며 오크를 사냥하면서도 중간중간 제 실력을 발휘하여 던전을 빠르게 돌파했다.
둘은 가장 먼저 보스인 투칸 오크 족장에 도달해서 바로 전투를 시작했다.
홍아라는 홍인수가 위험하지 않게 정면에서 투칸 오크 족장을 상대하며 체력을 빼고 상처를 입혔다.
“아빠. 이제 끝내요!”
“알겠다!”
두 사람이 투칸 오크 족장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 할 때였다.
피이잉!
뒤에서 바람을 꿰뚫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큼지막한 철제 화살 세 개가 날아왔다.
“아빠! 물러나!”
홍아라는 홍인수를 밀어버리고, 자신도 뒤로 물러났다.
퍼버버벅!
세 발의 철시는 자로 잰 것처럼 투칸 오크 족장의 머리에 박혔다.
“끄으윽….”
투칸 오크 족장은 그대로 숨이 끊어져서 바닥에 쓰러졌다.
“이이….”
홍아라가 철시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피하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화살에 맞은 건 자신과 홍인수였을 거다.
“제대로 맞았네.”
화살이 날아온 곳에서 큰 키의 여자가 걸어왔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하얀 피부였지만, 째진 눈 때문에 굉장히 사나운 인상을 주는 여자였다.
“당신 지금 뭐한 거예요!”
홍아라가 인상을 찡그리며 여자의 길을 막았다.
“뭐?”
“신호도 없이 뒤에서 화살을 날리다니, 위험했잖아요!”
자신만이 아니라, 홍인수까지 위험했기 때문에 홍아라는 드물게도 화를 내고 있었다.
“보스를 잡은 거잖아.”
“보스는 저희가 충분히 잡을 수 있었어요. 다른 파티가 보스를 상대할 때는 건드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잖아요!”
“그런 게 어디 있어.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지.”
여자는 픽 웃었다. 홍아라를 비웃고 도발하는 미소였다.
‘이 사람….’
여자의 반응이 너무 거만하고 당당했기에 홍아라는 화를 가라앉히며 상대를 자세히 관찰했다.
그리고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처, 청묘!’
예전에 철제 화살을 사용하는 대연문의 영주 청묘에 대한 방송을 본 적이 있었다.
성장하며 키가 컸지만, TV로 봤던 얼굴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앞의 여자는 대연문의 막내 영주 청묘가 확실했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봤나보네? 그럼 비켜.”
청묘가 어깨를 밀었지만, 홍아라는 비키지 않았다.
그녀가 대연문이라면 자신은 신검백가. 그것도 백우진의 검사다. 아버지도 보고 계신 데 여기서 물러날 순 없었다.
“못 비킵니다. 보스는 당신이 잡은 게 아니에요.”
홍아라는 홍인수에게 괜찮다는 미소를 지어주고, 청묘를 보며 표정을 굳혔다.
던전에선 먼저 보스를 발견한 파티가 우선권이 있다.
아무리 대연문의 영주라고 해도 규칙을 어겨놓고 이렇게 뻔뻔하게 나오는 꼴을 볼 수가 없었다.
“흐응….”
청묘는 홍아라의 위아래를 훑어보다가 갑자기 눈을 번뜩였다. 그녀는 히죽이며 미소를 피워냈다.
“마지막 기회를 줄게. 지금 비키지 않으면 후회할 거야.”
“후회 같은 건 하지 않아요.”
“뭐, 좋아.”
청묘는 의외로 손을 들어 올리며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괜찮겠느냐? 저 여자는….”
홍인수는 자신보다는 딸이 걱정됐기 때문에 표정이 좋지 않았다.
“괜찮아요. 제가 누구 밑에 있는지 아시잖아요.”
“그야 알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흰 잘못한 게 없으니까.”
“음….”
홍인수는 딸의 말을 들으면서도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이 세상은 잘못한 사람들이 더 떵떵거리는 세상이니까.
* * *
“젠장!”
황호는 투칸 오크 던전의 입구에 서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짜증의 기운에 주변의 사람들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안 나와.”
황호는 청묘와 함께 행사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청묘가 너무 늦게 나와서 짜증이 머리끝까지 오른 상태였다.
“내가 들어가서 전부 처릴 해버릴 것을!”
황호가 던전에 들어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을 때 던전의 문이 열렸다.
여러 능력자가 나온 뒤에 청묘가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황호에 못지않게 화로 가득 차 있었다.
“3등급 던전 가지고 더럽게 늦게 나오네. 가자.”
“잠시만요.”
청묘는 움직이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던전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들이 제가 잡고 있는 보스를 스틸 했어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나온 홍아라와 홍인수 부녀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뭐?”
황호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홍아라와 홍인수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에요! 제가 다잡은 오크 보스를 저들이 스틸했다구요. 그것도 제게 칼을 휘두르면서!”
“헛소리 좀 그만….”
“저 여자 백우진 밑에 있는 의검대 소속이에요! 그걸 믿고 제 몬스터를 억지로 뺏었다고요!”
청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토해냈다.
“백우진?”
백우진이라는 이름에 황호의 표정과 기세가 순식간에 악귀처럼 바뀌었다. 그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솟아올랐다.
“그게 정말이냐?”
“확실해요. 저 여자 의검대 소속이라구요!”
청묘는 황호의 표정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먹혔어!’
홍아라의 얼굴을 보고 그녀가 백우진의 옆에 있던 검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청묘는 혼자서는 홍아라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황호를 이용했다.
황호가 백우진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
황호는 강렬한 기세를 피워 올리며 홍아라와 홍인수에게 다가갔다.
“너 백가의 의검대 소속인가?”
“마, 맞아요.”
홍아라는 황호의 거친 기세 속에서 홍인수를 보호하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 여자의 말은 사실이 아니에요. 거짓말을….”
“닥쳐라. 그 주인에 그 종 아니랄까 봐, 하는 짓이 똑같구나.”
황호의 기세가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그간 키워온 백우진에 대한 분노가 홍아라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크으윽….”
“음….”
홍아라와 홍인수는 살기가 담긴 황호의 눈빛에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다.
“네가 신검백가라고 해도 내 사매를 공격한 대가는 치러야 한다. 지금부터 너희들의 신변은 대연문에서 확보한다. 따라와라.”
“못 갑니다. 전 잘못한 게 없어요!”
홍아라는 피나도록 입술을 깨물면서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래?”
황호가 큭큭 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능력자들이나 협회의 능력자들은 모두 자신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자신을 막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 억지로 데려가야겠지.”
황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 * *
“도, 도련님!”
백우진이 수련 후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문주영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뭐냐? 왜 저리 급해?
‘글쎄.’
백우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문주영의 표정을 보니, 굉장히 급한 일 같았다.
“유진아에게 전화가 왔는데, 아라가 던전 앞에서….”
문주영은 유진아가 전화로 알려준 내용을 모조리 백우진에게 전했다.
-이런 찢어 죽일 놈이!
“지금 아라는 어디 있지?”
“으음….”
백우진이 주먹을 꾹 쥐며 일어났다. 그에게서 퍼지는 무거운 기세에 문주영은 일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지, 진아도 꽤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지금쯤이면 두 사람 다 대연문에 잡혀갔을 거라고 했습니다.”
“후우….”
백우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휴게실을 나섰다.
“어, 어디 가십니까?”
백우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대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