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곧은 길 (2)
“도련님!”
문주영이 급히 달려가서 백우진의 앞을 막았다.
“대연문에 가야 하는 건 맞지만 섣부르게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자칫 잘못했다간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저 녀석 말이 맞다. 너답지 않게 뭐 하는 거냐!
“후….”
백우진은 흑암과 문주영을 한 번씩 쳐다본 후 자신의 뺨을 두드렸다. 그의 눈에서 타오르던 분노가 잦아들었다.
“미안하다.”
문주영과 흑암의 말이 맞았다. 대연문에 가더라도 계획을 세우고 움직여야 했다.
-머리 좀 식었냐?
‘난 내가 꽤 냉정한 놈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라가 휴가를 가기 전에 웃던 얼굴을 생각하니, 머릿속이 황호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더라고.’
홍아라가 홍인수와 던전에 가겠다고 말하며 웃었을 때의 기억이 생각나서 자신도 모르게 분노에 사로잡혔다.
만약에 흑암과 문주영이 멈추지 않았다면 아무 대책도 없이 의검대를 데리고 대연문으로 쳐들어갔을 거다.
-음….
흑암도 백우진에 못지않은 분노를 했었기에 그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있었다.
“시간이 별로 없어.”
백우진은 방향을 바꿔서 가주전으로 향했다.
-가주전?
‘지금 이 상황을 가장 빨리 끝낼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니까.’
-네 아버지가 움직일까?
‘이번 일은 백가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일이야. 움직일지도 몰라.’
청묘가 말한 사실은 그녀의 주장일 뿐이다.
진실이 보장되지 않은 주장 하나로 황호는 홍아라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이번 일의 명분은 백가에 있다.
복수는 나중에 하면 된다. 지금은 홍아라와 홍인수를 구하는 일이 가장 급했다.
“도련님을 뵙습니다.”
“아버지는?”
“계십니다.”
가주전 앞에 서 있던 김재환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안에 기별을 넣을…. 어?”
백우진은 김재환이 말릴 틈도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아무리 도련님이라고 해도….”
“됐다.”
김재환이 따라 들어와서 백우진을 말리려고 했지만, 백천화가 손을 저었다.
“나가봐.”
“아, 예!”
김재환은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음?”
백천화의 눈동자에서 격한 흔들림이 일었다.
‘이 녀석…. 뭐지?’
백우진을 마지막에 본 건 백성현과의 싸움을 말릴 때였다.
그때로부터 한 달이 채 지나지도 않았건만 백우진의 무력은 몰라볼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어떻게 이런 성장을 할 수 있지?’
백우진은 한참을 걸려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를 단숨에 뛰어넘어 버렸다.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의 성장 속도였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해 보거라.”
백천화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백우진을 기특하게 여기는 목소리였다.
“제 밑에 홍아라라는 검사가 있습니다. 그 아이가….”
백우진은 문주영에게 들었던 사실들을 객관적이고 빠르게 전했다.
“황호가 네게 당한 분노로 이성을 잃었군.”
백천화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큭큭 웃었다.
“그렇습니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그래. 신검백가를 무시한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겠지. 다만 그게 지금은 아니다.”
백천화는 단호하게 손을 저었다.
“예?”
“그 멍청한 놈이 알아서 우리를 도와주고 있지 않으냐? 지금은 그 아이를 구할 때가 아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백우진은 이를 꽉 물고 백천화를 올려보았다.
“홍아라라는 아이와 그 아비가 대연문에 잡혀 있을수록, 더 많은 상처를 입을수록 우리가 얻을 게 많아진다는 소리다.”
-지금 뭐라는 거야!
“황호는 분노에 눈이 멀어 뒤를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넘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겠지. 그놈이 무슨 생각을 할 거라고 생각하느냐?”
“….”
백우진은 그 대답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머저리는 대연문주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채로 홍아라와 그 아비에게 거짓 증언을 말하라고 협박이나 고문, 세뇌하려 할 거다.”
-이 자식이 진짜!
“홍아라가 최대한 많은 부상을 입었을 때 움직여야 한다. 죽으면 더 좋겠지. 대연문에게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을 테니까. 대연문주가 이 사실을 최대한 늦게 알아야 더더욱 좋을 테고.”
-이런 미친놈!
흑암이 백천화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육체만 있었다면 저 주둥아리에 당장 주먹을 때려 박았을 거다.
“아랫것들과 우정놀이는 그만하고, 이제 너도….”
백천화의 말이 끝나지 않았지만 백우진은 주먹을 꾹 쥐며 일어났다. 그의 전신에서 터지기 직전의 활화산 같은 기세가 피어올랐다.
‘내가 착각했었어.’
아버지가 조금은 변하지 않았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가문의 검사를 여전히 물건으로 보고 있었다.
“어딜 가느냐?”
백우진이 등을 돌려서 나가려 할 때 미소 짓던 백천화의 입이 열렸다.
“대연문에 갑니다.”
“내 말을 듣지 못했느냐?”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가는 겁니다.”
“뭐?”
“길드란 길드원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야 합니다. 길드원을 죽음으로 내몰아 실익을 챙기는 건 길드가 아닙니다.”
백우진이 몸을 돌렸다. 그는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백천화를 보았다.
“저희는 신검백가라는 가문의 이름을 걸고 있습니다. 검사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보호를 해줘야 하는 마당에 희생양으로 삼다니, 깡패도 그딴 짓은 하지 않습니다!”
“신검백가도, 다른 길드들도 그렇게 성장해왔다! 네 놈이 백가를 물려받아도 똑같은 짓을 할 거다!”
“아뇨.”
백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버지의 길입니다. 전 제 길을, 곧은길을 걷겠습니다.”
백우진은 다시 등을 돌려서 출구로 걸어갔다.
“이번 일은 알아서 굴러들어온 행운이다! 대연문을 압박해서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
“행운이 아니라 길드원이 위험에 처한 겁니다. 구해야 합니다.”
백우진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 일로 백천화의 신뢰를 잃어도 상관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건 아버지의 인정을 받아서 가주가 되는 게 아니라, 아버지가 가주 자리에 있을 때 그를 쓰러뜨리는 것이다. 오늘 그 의지가 더욱 확실하게 굳어졌다.
“대연문과 전쟁이 일어나면 네가 책임질 수 있느냐!”
“전쟁이 일어날 일은 없습니다. 제가 혼자 가서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
백우진의 대답에 백천화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묘한 눈길로 백우진의 등을 바라보았다.
-무력을 쓰진 않는군.
‘그 정도로 추잡한 사람은 아니니까.’
백우진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거침없는 걸음으로 가주전을 나갔다.
띵!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당신의 아버지와 다른 길을 걷겠다는 처음의 의지를 관철시킬 시간입니다.
조건 : 대연문과 신검백가 사이의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홍아라와 홍인수를 구출하기.
퀘스트 수락 혜택 : 홍아라와 홍인수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보상 : 2400포인트, 특수 타이틀.
백천화와 만났기 때문인지 새로운 퀘스트가 나타났다.
-이건…
‘위치?’
백우진은 바로 퀘스트를 수락했다. 퀘스트 보상보다 홍아라와 홍인수의 위치가 파악된다는 점이 중요했다.
“도련님!”
퀘스트를 수락하자마자 기다리던 문주영이 달려왔다.
“도움은 못 받게 됐어.”
“그럼 부가주님과 저희 모두 준비를….”
“됐다.”
“예?”
“그렇게 되면 분명 사망자가 생길 거고 전쟁이 벌어져. 그건 내가 바라는 게 아니야.”
퀘스트를 떠나서 황호와 청묘라면 모를까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일 필요는 없다.
“혼자 가겠다.”
“무, 무슨 말씀입니까! 위험합니다!”
“이게 정답이야.”
백우진은 마음을 정하고 유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검사님! 저기….]“부탁이 있습니다.”
[아, 네! 말씀하세요!]“전 지금 바로 대연문으로 갈 겁니다. 요원들에게….”
백우진은 유진아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홀로 대연문으로 출발했다.
* * *
“쯧.”
황호는 홍아라와 홍인수를 자신의 연공실 지하에 던져 놓고 인상을 찌푸렸다.
홍인수는 크게 다친 곳이 없어 보였지만, 홍아라는 온몸이 피투성이였고, 많은 상처가 나 있었다.
“망할 년이….”
이렇게 심하게 할 생각이 아니었지만, 백우진에 대한 분노와 예상보다 강한 홍아라의 반항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버렸다.
“이, 이거 정말 괜찮아요?”
청묘는 기절한 두 사람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홍아라가 얻어맞는 것을 보고 싶었지, 이런 상황까진 바라지 않았다.
“이것들이 네 보스를 스틸한 건 확실해?”
“그, 그게….”
“아니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지켜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나?”
“그건 확실해요. 보스 근처엔 저와 이 두 명뿐이었어요.”
“음….”
황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3등급 던전에서 청묘의 감각을 뚫고 근처에 있을 사람은 없으니, 증인은 확실히 없을 것이다.
‘빨리 움직여야 해.’
던전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협박하고, 두 사람을 숨겨서 데려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의 귀에 들어갈 거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현재 사부님이 없다는 점이었다.
“대체 언제 오는 거야!”
황호가 초조한 듯 벽을 두드릴 때 연공실 문이 열리고 백계가 들어왔다.
“네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부른 거야!”
백계는 자신의 손톱을 보며 짜증을 냈다.
“백우진에 관한 일이다.”
“백우진?”
“저놈들에게 매혹을 쓸 수 있겠나?”
황호가 홍아라 부녀를 가리켰다. 백계에겐 인간을 홀리는 매혹이라는 능력이 있다.
자연스럽게 인간을 조종할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한 세뇌 검사로는 걸리지 않는다.
“하, 그게 질문이야?”
백계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백우진에겐 통하지 않았지만, 저런 허접한 놈들은 손쉽게 조종할 수 있다.
“그럼 빨리 시작해. 급한 일이다.”
“상황부터 설명하라고!”
“청묘.”
황호가 청묘를 보며 턱짓을 했다. 네가 설명하라는 뜻이었다. 청묘는 백계에게 모든 일을 설명해 주었다.
“이 여자가 백우진이 아끼는 검사라고?”
“네.”
“잘 걸렸다.”
백계가 악독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 역시 백우진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추하게 기절했기 때문에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짜악!
백계는 뺨을 쳐올려서 홍아라를 깨웠다.
“내 눈을 봐라.”
“아….”
백계는 홍아라가 눈을 뜨자마자 매혹안을 발동시켰다. 홍아라의 눈동자가 끊어진 고무줄처럼 탁 풀려버렸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지?”
“자연스럽게 세뇌를 해야 하니까. 이대로 2시간은 있어야 해.”
“2시간….”
황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기호지세다.
사부나 백가가 알기 전에 최대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놔야 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세뇌시켜. 거짓도 진실이 될 수 있을 정도로.”
* * *
“실제로 보는 건 또 처음이군.”
백우진은 대갓집 같은 대연문을 보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마음을 안정시킨 뒤 대연문의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멈추십시오. 이곳은 대연문입니다.”
두터운 강철문 앞에 서 있는 대연문의 경비들이 백우진의 길을 막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황호를 보러왔다.”
“황호 님을?”
황호라는 말에 경비병이 백우진을 위아래로 살폈다. 그리고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배, 백우진?”
“백우진이다!”
황호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백우진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백우진이 그를 찾아왔다니 말이 되질 않았다.
“무, 물러나십시오.”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어.”
백우진은 손날을 세워 경비 두 명의 목을 쳤다. 경비들은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콰아아앙!
백우진은 흑빛 오러를 두른 암인검을 뽑아 강철로 만들어진 대연문의 정문을 대각선으로 쪼개버렸다.
쿠구구궁!
강철문이 갈라지고, 문에 붙은 벽면들이 폭삭 무너져내렸다.
“어…?”
“뭐, 뭐야!”
“무슨 일이야!”
문 안쪽에 있던 대연문의 직원들과 능력자들이 황당한 눈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북서쪽이다!’
백우진은 퀘스트 혜택으로 홍인수와 홍아라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이런 미친놈!”
“죽여!”
“수호대를 불러!”
정신을 차린 대연문의 능력자들은 백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퍼억!
백우진은 암인검을 검집 채로 휘둘러 자신에게 돌진한 무인의 머리를 후려쳤다.
“크헉!”
“아악!”
열댓 명이 달려들었음에도 백우진의 일격을 버티는 능력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10초도 걸리지 않아 입구 근처에 있던 모든 능력자들이 땅에 드러누웠다.
“멈추시오!”
백우진이 홍아라가 있는 방향으로 달리려고 할 때 녹색 무복을 입은 40명의 무인이 나타났다.
“풍사 수호대다!”
“너무 늦었잖아!”
“빨리 저 새끼를 막아!”
대연문의 외당을 수호한다는 풍사 수호대였다. 그들은 바람처럼 움직여 백우진을 포위했다.
“신검백가의 백우진! 이게 무슨 짓이오!”
풍사 수호대의 대주인 강성중이 백우진에게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질렀다.
“시작은 황호가 했다.”
“황호?”
“놈이 내 검사를 납치했다.”
“나, 납치?”
강성중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아까 황호가 들어오면서 무언가를 숨겼던 게 생각났다.
‘설마 그 미친놈이 백우진의 검사를 건드린 건가….’
황호는 얼마 전에도 사고를 쳤다.
한동안 조용하게 지낼 거라 생각했거늘 이번엔 백가를 건드리는 미친 짓을 한 것 같았다.
“알아들었으면 비켜.”
“그, 그럴 순 없소. 황호와 일이 있었다고 해도 대연문에 침입한 건….”
“그럼 말이 필요 없군.”
백우진이 검을 뽑으며 돌진했다. 풍사 수호대의 검사가 반응하기 전에 검면으로 그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크헉!”
수호대 검사는 땅에서 꼬꾸라져서 부르르 떨었다.
“개진!”
“개진!”
강성중의 지시에 풍사 수호대 검사들이 검진을 개방했다.
39명의 검사들의 기세가 하나로 뭉치며 거친 바람이 불어왔다.
“이대로 압박을…어?”
강성중은 추가 지시를 내리다 말고 입을 쩍 벌렸다.
공수전환이 자유롭고 빠른 것으로 명성이 자자한 풍사검진이 순식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콰아앙!
백우진의 일검에 풍사검진의 측방이 흔들렸다. 바로 이어지는 후속타에 측방에 있던 검사들이 모조리 튕겨나갔다.
“크어억!”
“아악!”
“크헉!”
백우진의 오러에 스치며 튕겨나간 검사들은 전기에 감전 된 것처럼 부르르 떨며 쓰러졌다.
풍사검진을 깨부순 백우진은 수호대 검사들을 빠르게 때려눕혔다.
“이, 이게 20살도 안 먹은 놈이라고?”
강성중이 넋이 나간 얼굴로 마른 침을 삼켰다.
자신도 백우진의 영상을 봤기에 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하지만 지금 백우진의 경지는 영상과 전혀 달랐다.
그는 완성된 무인과도 별 차이가 없는 무력을 선보였다.
명검처럼 조련한 자신의 부하들이 잘 익은 낙엽처럼 쓰러져나갔다.
“끄으윽!”
“아악!”
전투를 시작하지 20초도 지나지 않아 수호대의 무인은 10명도 남지 않았다.
“젠장!”
강성중이 참지 못하고 백우진에게 달려들었다. 비겁한 걸 알고 있음에도 뒤에서 검을 날렸다.
챠앙!
하지만 백우진은 알고 있었다는 듯 기습을 가볍게 막아내고, 강성중의 정수리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아….”
강성중은 자신의 머리를 향해 검이 날아오는 것을 보면서도 움직이지 못했다.
‘피, 피할 수 없어….’
백우진의 검은 곧게 뻗어오면서도 기묘한 변화가 담겨 있었다. 피할 구석이 보이지 않았다.
퍼억!
백우진은 마지막에 검로를 바꿔서 강성중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끄억….”
강성중은 게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기절했는지 몸만 떨 뿐 일어나지 못했다.
“아….”
“어, 어떻게 이런….”
5명밖에 남지 않은 풍사 수호대는 겁에 질린 듯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만하고 움직여라!
‘알아.’
백우지는 뒷걸음질 치는 풍사 수호대를 무시하고 홍아라가 있는 장소로 달렸다.
“멈춰라!”
“백우진!”
“감히 어디까지 들어오는 거냐!”
홍아라가 있는 장소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청의를 입은 권사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쿠구구구.
백우진의 전신에서 검은 기류가 솟아올랐다.
“미안하지만 봐줄 시간이 없어.”
* * *
“뭐지?”
황호가 위를 올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부터 밖에서 비명과 쿵쿵거리는 소음, 오러의 파동이 일어났다.
비상 사이렌이 울려서 가끔 있는 실전 훈련이라 생각했지만 그 정도가 심했다.
“멀었냐?”
“이제 20분도 안 남았어. 할 일 없으면 밖에 나가서 떠드는 놈들 조용히 좀 시켜. 방해되니까.”
백계는 귀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쯧.”
황호는 혀를 차며 일어났다.
백계의 말도 있었지만, 자신의 연공실 근처가 시끄러운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이 너희…. 어?”
황호는 연공실의 문을 열었다가 석고상처럼 굳어버렸다.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게 무슨!”
외당과 내당의 수호대와 능력자들이 길가의 쓰레기처럼 널브러져 있었고, 그 가운데서 검은 기류를 뿜어내는 백우진이 다가오고 있었다.
“배, 백우진!”
“황호.”
황호를 발견한 백우진이 서슬 퍼런 눈을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