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곧은 길 (4)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궁전 같은 연회장.
얼굴과 복장에서 귀티가 줄줄 흘러내리는 현대의 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좋은 광경이야.”
대연문주 전수환은 단상에 앉아서 여유로운 미소를 피워내고 있었다.
저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명성이 자자한 사람들이자, 여러모로 대연문을 지원하는 후원자들이다.
단순히 금전적인 부분이 아니라, 언론이나, 정계의 인물이 섞여 대연문이 최고의 자리에 있을 수 있는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었다.
“영진아.”
“예. 사부님.”
대연문주 옆에 있던 귀서 조영진이 고개를 숙였다.
“문파 내에 있는 무인들만이 우리의 재산이 아니다. 저들 역시 우리의 재산이다. 제대로 다루고 조련시켜야 한다.”
“물론입니다.”
조련이라는 단어에도 귀서의 표정에 변화는 없었다. 그 역시 대연문주처럼 사람 하나하나를 그저 숫자처럼 보고 있었다.
드드드.
귀서는 긴급용으로 준비한 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대연문주에게 고개를 숙인 뒤 옆으로 나와서 전화를 받았다.
[여, 영주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자신의 비서가 전한 이야기에 만년설처럼 얼어 있던 귀서의 눈동자가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사부님.”
귀서는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대연문주에게 돌아갔다.
“네가 그런 표정을 짓다니, 별일이 다 있구나.”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백우진이 본문에 쳐들어왔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대연문주의 입술을 비집고 귀기 서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황호와 청묘가….”
귀서는 자신이 들은 이야기들을 간략하게 대연문주에게 말해주려 할 때였다.
“크, 큰일 났소!”
오늘 파티를 주최한 영전 그룹의 회장이 천장에 달린 스크린을 내렸다. 스크린에서 뉴스 속보가 나오기 시작했다.
[신검백가의 백우진이 홀로 대연문을 습격했습니다. 지금도 수백에 가까운 대연문의 무인들과 교전 중이라고 합니다. 백우진이 대연문을 습격한 이유는 황호가 폭행을 한 뒤 납치한 백가의 검사를 되찾기 위해서였고, 황호의 폭행과 납치의 동기는….]대연문과 사이가 좋지 않은 DBS 방송국이었기에 아나운서는 조금의 거짓도 없이 정확한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와….”
“저, 저거 진짜야?”
“수백 명이 동원됐는데 아직도 싸우고 있다고?”
사람들은 떨리는 눈으로 화면과 대연문주를 돌아보고 있었다.
뿌드득.
대연문주의 앞에 있던 테이블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쿠구구구.
숨도 쉬기 힘든 무거운 기세가 저택 전체를 뒤덮었다.
대연문주의 분노에 중력이 사라진 것처럼 테이블과 의자, 식기들이 모조리 떠올랐다.
“무, 문주님!”
“문주….”
“끄윽….”
“아, 미안합니다.”
대연문주는 이 와중에도 필사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와 함께 테이블과 의자들이 제 자리를 찾았다.
“별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네….”
“그, 그렇겠죠.”
대연문주의 분노를 느낀 사람들은 인형이 된 것처럼 고개만 끄덕였다.
“전 여기까지만 할 테니, 나중에 다시 뵙죠.”
대연문주는 살짝 웃고서 저택을 나갔고, 귀서는 그 뒤를 따랐다.
“차원문을 준비해.”
대연문주의 표정은 조금 전과 달리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당장!”
* * *
“그런 기세 좋아! 아주 좋다고!”
혼원은 장난을 치듯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듣는 사람이 짜증이 날 정도로 가벼운 말투였다.
-와, 저 새끼 표정 봐라? 앞 통수, 옆 통수, 뒤통수를 드럼처럼 두드리고 싶네?
“그 회복 능력은 뭐야? 비정상 수준인데?”
혼원이 감탄이 실린 휘파람을 불었다.
백우진의 단전에서 오러가 차오르고, 체력이 회복되는 속도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이왕 회복된 거 정령도 소환해서 같이 덤비는 게 어때? 그래야 재밌을 거 같은데.”
“너 따위는 나 혼자 충분해.”
백우진은 혼원의 능글거리는 표정을 보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렇게 말하니까 좀 무서운데. 넌 뒤로 가 있으렴.”
혼원은 훠이훠이 손을 저어서 청묘를 뒤로 보냈다. 그리고 백우진을 보며 방실방실 웃었다.
‘확실히 강해졌어.’
백우진은 이전에 뒷골목에서 봤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재밌는 싸움을 하게 될 것 같아서 벌써 흥분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손맛 좀 보겠는데.”
혼원은 백우진의 잔잔한 눈빛을 보며 씩 웃었다.
저 눈을 보니, 대연문에 처음 왔을 때의 기억이 생각났다.
‘지루했었지.’
사부에게 배우는 무술, 오러, 특수 능력 등 남들이 어려워하는 모든 것들을 너무도 쉽게 익혔다.
한 번만 보고도 따라 할 수 있는 것들을 몇 달에 걸쳐서 익히는 사람들의 멍청함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멍청한 게 아니었다.
자신이 특별한 것이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형제들의 경지를 어렵지 않게 따라잡고, 한 번 본 초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자신이 특별했다.
사형제 중 이기지 못한 사람은 광룡과 귀서뿐이지만, 그들과는 10년 이상의 나이 차이가 났다.
시간만 더 지난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다.
‘어떻게 요리를 해볼까.’
그렇기에 혼원은 확신하고 있었다. 백우진이 특별하다고 해도, 더 특별한 자신이 이길 거라는 것을.
“3수를 양보해줄게. 덤벼.”
혼원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선배로서 선공을 양보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양보였다.
“지랄을 한다.”
백우진이 허공을 향해 검을 세 번 휘둘렀다. 선공의 양보 따윈 받지 않는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잘했다! 저런 새끼의 양보를 받으면 속이 뒤집히지.
‘그래도 저놈은 강해.’
혼원은 지금까지 싸웠던 무인 중 가장 강하다. 하지만 여기서 패할 수는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네가 어떤 핑계도 댈 수 없게 철저하게 무(武)로써 꺾어주마.”
“오! 그 대사 준비한 거야? 멋있는데!”
백우진은 조롱을 받고도 덤덤한 표정을 지었고, 혼원은 여의봉을 휘돌리며 웃었다.
쿠구궁.
구덩이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백우진과 혼원이 동시에 사라졌다.
콰아앙!
사라진 백우진과 혼원은 좌측에서 나타나 검과 봉을 맞부딪쳤다.
쿠구구궁!
두 강자가 뿜어내는 오러의 파동에 이미 걸레짝이 된 대지가 다시 한 번 뒤집혔다.
“이 속도에 반응하는 거야? 확실히 달라졌는데!”
“입 좀 닥쳐.”
백우진은 암인검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긴 뒤 반동을 이용해서 여의봉을 튕겨냈다.
터엉!
여의봉이 뒤로 튕겨 나간 것을 이용해서 암인검으로 혼원의 가슴을 베었다.
하지만 혼원은 밀려나는 힘을 이용해서 공중제비를 돌아 물러났다.
“이야! 센스 좋은데? 어디서 배웠어? 나도 알고 싶다!”
-저 새끼 주둥아리 좀 막아! 말 더럽게 많네!
‘조금만 기다려.’
백우진의 극성의 오러를 휘돌리며 혼원에게 돌진했다. 거대한 검은 폭풍이 혼원을 휩쓰는 모습이었다.
“하하하!”
혼원은 가벼운 웃음을 터트리며 백우진의 검을 정면에서 막아냈다. 그가 든 여의봉의 금색 오러가 진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어때?”
혼원은 다람쥐처럼 백우진의 검로를 회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가 든 여의봉의 금색 오러가 진해지기 시작했다.
콰아아아!
2m 정도 길이였던 여의봉이 건물의 기둥처럼 두껍고 길쭉하게 늘어났다.
혼원은 늘어난 여의봉에 강렬한 오러를 휘감아 백우진에게 내리쳤다.
콰아아앙!
산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산은 무너지었을지언정 백우진은 굳건하게 서 있었다.
“하하! 이걸 막아? 힘으로?”
혼원의 눈빛이 장난감을 본 아이처럼 반짝였다. 피하거나, 흘릴 수 있음에도 백우진은 힘으로 막아섰다.
멍청하다? 아니다.
힘으로 막는 게 정답이었다.
피하거나 흘렸다면 휘어지는 여의봉에 그대로 직격을 당했을 것이다.
“너 정말 19살 맞아? 인생 2회차 아니야?”
혼원은 여의봉의 크기를 원래대로 돌린 뒤 백우진의 뒤로 이동해 하단을 쳐올렸다.
캬앙!
하지만 백우진은 예상한 것처럼 왼쪽 발을 뒤로 빼며 혼원의 정수리에 검을 찔러 넣었다.
“이야, 여기서 반격? 대단하구만!”
혼원은 즐겁다는 듯 히죽거리며 철판교를 사용해서 공격을 피한 뒤 돌진했다.
콰앙! 쾅! 쿠구궁!
찰나의 순간 동안 이어진 수십 합의 공방. 검과 봉이 부딪쳤건만 거대한 쇳덩이들이 땅에 쏟아지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빠지지직!
백우진과 혼원은 서로의 빈틈을 노리며 끝없이 검과 봉을 휘둘렀다.
쿠웅! 퍼버벙!
그들이 격돌할 때마다 건물이 무너지고, 나무가 뿌리 채로 뽑혀나갔다.
“크하하하!”
혼원이 자신의 목을 노린 백우진의 검을 튕겨내고 광소를 터트렸다.
검과 봉이 부딪칠 때마다 심장이 간질거리고 뼈가 아린 느낌이 너무도 좋았다.
전투도 재밌었지만, 더욱 재밌는 게 있다. 이 싸움의 결과다.
‘결국 내가 이길 테니까.’
백우진도 전력을 숨기고 있지만,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다. 거기다 자신에겐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아, 궁금하네.’
필사적인 표정으로 싸우는 백우진이 패배해서 무릎을 꿇었을 때의 표정이 궁금해졌다.
자신감으로 일렁거리는 백우진의 표정이 절망으로 변하는 것을 맛보고 싶었다.
“슬슬 기어 좀 올려보자고!”
혼원의 눈이 금빛으로 번쩍였다.
* * *
“끝났군.”
중마는 혼원의 눈빛이 금색이 된 것을 보고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백우진은 나이를 떠나서 대단한 무인이다. 막강한 무력에 괴물 같은 체력과 오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저대로라면 결국 혼원이 승리를 하게 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저 괴물은 싸우면서 성장하니까.’
혼원의 금안은 상대를 절망시키는 괴물이다.
대련하며 상대의 장점과 기술을 빼먹고, 약점을 파악하는 지독한 능력이다.
자신 역시 혼원보다 한참 먼저 대연문에 들어왔음에도 혼원에게 패배했다. 그것도 자신의 장기인 창술에 졌다.
그때의 상실감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끝난 싸움이다.’
백우진이 압도적으로 강해서 처음부터 혼원을 밀어붙인다면 모를까. 저렇게 비등하게 상대해선 절대로 혼원을 이길 수 없다.
“음…?”
끝났다고 생각하며 편안하게 전투를 관전하던 중마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굳게 다문 입술에서 격한 떨림이 일어났다.
“뭐, 뭐야!”
싸움이 지속하고 있음에도 혼원이 백우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다.
장난을 치고 가지고 논다고 생각했지만, 본 실력을 발휘하고 있음에도 백우진의 검을 뚫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
중마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저놈도 성장한다고? 그것도 혼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 * *
“으하하하! 너 진짜 최고네!”
혼원이 히죽거렸다. 백우진은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잘 버텼다.
금안으로 약점을 발견하고 찌르면, 그 짧은 순간에 극복하고 역습을 가해왔다.
‘이런 놈이 있었다니!’
자신처럼 전투를 하며 강해지는 백우진과 싸우는 것이 너무도 즐거웠다.
가장 즐거운 이유는 마지막에 이기는 건 무조건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 끝은 내야겠지?”
혼원이 훌쩍 물러나서 여의봉을 세차게 휘돌렸다. 그의 몸과 봉에서 태양빛 같은 광채가 뿜어졌다.
콰아아아아!
혼원은 하늘까지 솟구친 황금빛 오러 그대로 백우진을 향해 내리쳤다. 혼원신주의 절기 파천여의격이다.
!
백우진은 탁기와 죽은 피를 내뱉으며 왼손으로 검집을 오른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쿠구구구.
백우진의 전신에도 혼원의 황금빛에 밀리지 않는 검은 휘광이 일어났다.
촤아아악!
거칠게 뽑혀 나오는 암인검의 칼날에 달 없는 밤보다도 짙은 어둠이 담겼다.
쩌어어어억!
서로의 전력을 담은 파천여의격과 흑왕탄의 충돌에 하늘이 찢기고, 대지가 갈려 나갔다.
콰아아아아!
하늘의 천신과 지하의 마신이 격돌하는 듯 황금빛과 암흑 빛이 미친 듯이 꼬여가며 오러의 폭풍이 일어났다.
“끄어어어억!”
“아아악!”
“이런 미친!”
사람들은 한참 뒤에 있었음에도 충격의 여파에 뒤로 밀려났다.
쿠구구구.
혼원과 백우진은 검과 봉을 피나도록 부여잡고 상대를 죽일 것처럼 밀어붙였다.
-벼텨라! 저 새끼 주둥이 닥치게 해야지!
‘알아!’
백우진은 이를 악물고 더욱 짙은 오러를 쏟아냈다.
“미안한데, 난 무기가 하나 더 있거든.”
호각, 막상막하의 대결에서 혼원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끝을 낼 때였기 때문이다.
스으윽!
혼원의 등에서 또 다른 혼원이 튀어나왔다. 그가 가지고 있는 최강의 특성 전륜분신이다.
후우웅!
혼원의 분신은 기다릴 것도 없이 백우진의 옆으로 번개처럼 붙어 여의봉을 휘둘렀다.
백우진이 어떻게 해도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궤도의 공격이었다.
“부, 분신!”
“이겼다!”
전투를 지켜본 모든 능력자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아….”
이곳에서 유일하게 백우진의 승리를 바라는 홍아라마저 눈을 감았다.
“역시.”
하지만 그 당사자인 백우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가 왼손을 뻗어 허공을 쥐었다.
“너 뭐 하는…. 어?”
혼원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당황이 들어찼다.
치리리링!
아무것도 없었던 백우진의 왼손에 시리도록 아름다운 흑색 장검이 들려있었다.
쩌어엉!
흑검에 담겨있는 지독할 정도의 예기에 전륜분신의 여의봉이 반으로 쪼개졌다.
“이, 이런!”
전륜분신이 뒤로 물러나려 할 때 백우진이 흑암으로 허공을 그어 올렸다.
찌이이익!
공간이 갈라지는 쇳소리와 함께 전륜분신의 그림자에서 흑색 칼날이 솟구쳤다.
퍼어억!
흑암의 성장으로 속도와 위력이 상승한 암인은 전륜분신의 회피를 뚫어내고, 그의 허리를 터트려버렸다.
스으윽.
극심한 상처를 입었기 때문인지 전륜분신은 먼지처럼 흩어졌다.
“크흑!”
분신이 사라지자마자 혼원이 입에서 뻘건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났다.
“너….”
“이제야 그 경박한 혓바닥이 멈췄군.”
백우진이 호흡을 고르며 혼원에게 다가갔다.
“이, 이놈!”
“서로의 무기는 다 꺼내 든 거 같은데, 이제 누가 유리할까?”
백우진은 혼원을 향해 흑암을 든 왼손 까딱거렸다.
“3수를 양보해주지. 덤벼.”
백우진은 혼원이 처음에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지금 자신은 모든 전투 특성에 흑전호포의 암운향까지 발동시켜서 전력의 전투가 가능한 상태였다.
그에 비해 혼원은 전륜분신이 당해서 극심한 오러 소모에 내상까지 입은 상태였다.
승패는 이미 난 것돠 마찬가지였다.
“이, 이 버러지 놈이!”
혼원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압도적인 실력이 있었기에 자신이 도발한 적은 있어도 도발을 당한 적은 없었다.
처음으로 당한 도발은 그의 가슴을 피나도록 찔렀다.
콰아앙!
혼원은 분노라는 물에 머리를 적신 채로 백우진에게 달려들었다.
봉술의 파괴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랐지만, 섬세한 궤도와 묘리는 줄어들었다.
쩌어! 콰아앙!
백우진은 흑암과 암인검을 교차하며 무령참을 쏟아내고, 비뢰섬을 내던졌다.
“끄으윽!”
혼원은 휘청거리면서도 백우진의 빈틈을 살폈다.
‘없어!’
하지만 두 자루 검에서 쏟아지는 검술은 우레처럼 빠르면서도,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워 도저히 틈이 보이지 않았다.
‘젠장! 분신만 당하지 않았어도!’
전륜분신은 생각 이상으로 오러와 정신력을 잡아먹는다. 거기다 분신이 소멸까지 됐기 때문에 극심한 내상까지 입은 상태였다.
차라리 분신 없이 겨뤘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라는 후회에 속이 답답해졌다.
치이이잉!
혼원은 여의봉을 늘려서 거리를 두려고 했지만, 백우진은 광호섬으로 여의봉을 흘러 넘기며 돌진했다.
콰앙!
백우진은 혼원의 다급한 방어를 흑암으로 깨버리고, 회피할 궤도를 읽어 암인검으로 그의 허벅지를 베어버렸다.
촤악!
얇아 보이는 상처지만, 오러의 통로가 베었기에 이전처럼 자유롭게 움직이기는 힘들 거다.
“이제 입 안 터냐?”
“너, 너…. 커헉!”
백우진은 뒤로 물러나는 혼원에게 따라붙어서 그의 턱주가리를 주먹으로 올려쳤다.
뻐어억!
수박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혼원의 턱뼈가 부서지고, 그의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
퍼억!
백우진은 공중에 뜬 혼원의 복부를 발로 걷어차서 벽으로 날려버린 뒤 도망치려는 청묘를 쫓았다.
“어딜 가려고.”
“마, 막아!”
“저 미친놈!”
중마와 극창대주가 백우진을 쫓았지만, 그가 훨씬 빨랐다.
“아, 그, 그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백우진은 청묘의 멱살을 쥐고 홍아라를 돌아보았다. 코와 볼, 입에서 피가 흐른 자국이 있었다.
“3대만 맞아라.”
“아, 안…. 꺄학!”
백우진은 청묘의 입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빠각 소리와 함께 허연 이빨들이 뿌리째 뽑혀 나왔다.
“끄으으….”
“아직 두 대 남았어.”
백우진은 청묘의 코와 볼을 후려쳤다.
뿌드득!
두꺼운 상자가 구겨지는 소리와 함께 청묘의 콧대가 무너지고, 광대뼈가 폭삭 주저앉았다.
“크흑! 네놈….”
혼원이 복부를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내상을 심하게 입어 그의 입에서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내가 말했지.”
백우진이 기절한 청묘를 내려놓으며 싸늘한 눈빛을 빛냈다.
“이년 주둥아리에 주먹을 박겠다고.”
“네 놈….”
“네 패배다. 혼원.”
백우진은 온 몸이 저린 것을 꾹 참고 피식 웃었다. 혼원과의 싸움이 너무 거칠었기 때문인지 뼈마디가 시려왔다.
“끄윽!”
혼원이 이를 꽉 깨물며 눈에 핏발을 세웠다.
다시 백우진에게 덤비려 할 때 하늘이 내려앉은 듯 공기가 무거워졌다.
쿠구구구.
지독할 정도로 거대하고 패도적인 기세에 백우진과 혼원이 시선이 동시에 하늘로 올라갔다.
도사라고 해도 믿을 법한 청수한 중년인이 허공에 떠 있었다.
“사, 사부님!”
“문주님!”
혼원과 대연문의 무인들 모두가 대연문주에게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었다.
저벅.
대연문주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공을 밟아 백우진의 앞에 내려섰다.
쿠구구구.
대연문주는 아무 말도 없이 백우진의 눈을 보았다.
인간의 무력을 벗어난 자가, 인간의 감정으로 백우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후우….’
백우진은 올라오는 핏물을 삼키고 쓰게 웃었다.
‘이제 클라이맥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