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곧은 길 (5)
[현재 백우진과 혼원이 전투를 벌이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혼원이 압도할 거라는 예측과 달리 백우진과 혼원은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적연화는 앞머리로 한쪽 눈을 가린 중후한 외모의 중년인과 함께 벽에 걸린 대형 TV를 보고 있었다.
“오늘 커피 잘 됐는데.”
적연화가 입술을 깨물고 있는 것과 달리 중년인은 여유롭게 커피 향을 즐기고 있었다.
“괘, 괜찮을까요?”
“안 괜찮을걸.”
“네?”
“저 친구 죽을지도 몰라.”
중년인의 즉답에 적연화의 얼굴이 홱 하고 돌아갔다.
“주, 죽는다고요? 그럼 결국 혼원에게 진다는 거예요?”
“사실 말이다.”
중년인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TV로 고개를 돌렸다.
특별한 카메라를 사용했는지, 결계를 뚫고 희미하게나마 혼원과 백우진의 전투가 보이고 있었다.
“둘의 전투가 문제가 아니야.”
“네?”
“어차피 저 둘은 서로를 죽일 생각이 없어. 죽일 수도 없지. 뒷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럼 왜 위험하다는 거예요?”
“곧 올 놈이 문제니까.”
중년인은 커피로 입을 축이며 손가락으로 원을 그렸다.
“놈이요?”
“전수환 말이다.”
“하지만 대연문주는 오히려 백 검사를 건드리지 못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본 데다가 명분도 있잖아요. 아라를 구해야 한다는 명분이….”
“보통은 너처럼 생각하겠지. 전수환이 그간 보여준 게 있으니까.”
중년인이 피식 웃었다. 전수환은 이미지 메이킹을 전문으로 하는 직원까지 둬서 자신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든 놈이다.
실제 그의 성격은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르다.
“저 녀석도 전수환을 말로 설득시켜서 위기를 벗어나려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전수환은 강대한 무력과 다르게 그릇이 큰 놈이 아니야. 위험할 거다.”
중년인의 말에 적연화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 그럼 백천화 가주가 구하러 오지 않을까요? 최근에 백가의 명성을 가장 크게 올린 건 백 검사잖아요!”
“글쎄다.”
중년인이 고개를 저었다. 백천화가 저곳에 갈지, 가지 않을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아, 아빠!”
“너, 저 녀석에게 몇 번이나 도움을 받았지?”
“네 번 아니, 다섯 번은 될 거예요.”
“다섯 번이라, 하긴 지난번엔 풍신단도 도움을 받았지. 그래도 여기서 나서는 건 손해 같은데, 전수환이 완전히 화가 나서 한 판 할 수도….”
“아빠!”
“어휴, 알겠다. 알겠어.”
적연화가 빽 하고 소리를 지르자, 중년인이 귀를 막으며 일어났다.
190은 되어 보이는 큰 키에 강철처럼 단련한 육체가 눈에 띈다. 철인 혹은 철탑이라 불려도 과언이 아닌 신체였다.
“그럼 오랜만에 딸하고 데이트나 나가볼까.”
틈 하나 없는 완벽함에 이른 기도를 가진 이 남자가 바로 패력적가의 주인 권황 적위진이었다.
“연화야.”
적위진은 나가다 말고 뒤를 돌았다.
“너 혹시 쟤 좋아하는 건 아니지?”
“아빠!”
* * *
“지금까지 무슨 짓을 했는지….”
대연문주의 입에서 그의 불편한 감정을 담은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입으로 말하라.”
‘크윽….’
백우진이 이를 꽉 깨물었다. 대연문주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등줄기에 오싹한 소름이 돋아 올랐다.
-괴물이야. 네 아버지에 못지않은 괴물이다!
‘나도 알아.’
흑암의 말을 듣지 않았어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앞에 있는 남자의 무력은 이미 하늘에 닿아 있었다.
이제야 산의 정상에 다가간 자신과는 너무도 큰 차이가 났다.
-어쩔 거냐? 지금은 절대 못 이긴다.
‘나도 알아. 싸울 수도 없고, 싸울 생각도 없어.’
대연문주의 등장은 이미 계산했던 일이다. 생각을 정리한 뒤 대연문주와 눈을 마주쳤다.
“해야 했을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해야 했을 일이다?”
대연문주의 눈빛이 낙뢰처럼 번쩍였다. 격이 다른 기세가 백우진의 숨통을 조이듯 밀려왔다.
‘끄윽….’
백우진은 손톱이 살에 박힐 정도로 주먹을 쥐며 극성의 오러를 운용했다.
수많은 전투와 수련을 통해 만들어진 백우진만의 격이 그의 기세에 담겨 대연문주의 기세를 견뎌냈다.
“허….”
백우진이 자신의 기세를 견뎌내는 것을 보고, 대연문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걸 견뎠다?’
전력은 아니라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기세를 풀었건만, 백우진은 자신의 기세를 견뎌내고 있었다.
저게 20살도 되지 않았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황호는 청묘의 일방적인 증언만을 듣고, 제 검사에게 폭력을 휘두른 뒤 납치했습니다. 거기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협박하여 정보가 늦게 퍼지게 했죠.”
백우진은 대연문주의 숨 막히는 기세를 받으면서도 아나운서가 대본을 읽듯이 흔들림 없는 목소리를 냈다.
“대연문은 정대한 문파입니다. 수많은 사람을 구해냈고, 셀 수 없는 던전을 공략해 거대한 명성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황호는 다릅니다.”
백우진은 아직도 기절해 있는 황호를 쳐다본 뒤 말을 이었다.
“주변 사람들을 협박했다는 건 황호 자신도 이 일이 잘못됐다는 걸 안다는 것이고, 그걸 메우기 위해서 제 검사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직접 그를 찾아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다른 방법도 있었을 터다.”
“아뇨. 제 생각이 옳았습니다. 실제로 황호는 제 검사에게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려 했습니다.”
백우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연문주의 뒤에 있던 귀서의 핸드폰이 울렸다.
우우웅!
귀서가 보지 않으려 했지만, 핸드폰의 진동이 기이한 패턴으로 울려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으음….”
핸드폰을 확인한 귀서의 인상이 깡통처럼 구겨졌다.
그는 살벌한 눈으로 백우진을 노려보며 대연문주에게 다가갔다.
“이걸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귀서가 대연문주에게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송된 영상을 재생해서 보여주었다.
영상은 백계의 눈에서 흐르는 사이한 기운이 홍아라를 덮고 있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일반인이 봐도 백계가 홍아라에게 지독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 영상으로 협박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협박이 아니라, 제 생각이 옳았음을 보여드린 겁니다. 황호는 백계를 이용해서 제 검사와 그의 아버지를 세뇌하려 했습니다. 제가 조금만 늦었어도 놈이 만든 거짓이 진실이 될 뻔했습니다.”
대연문주는 천년 거목처럼 흔들리지 않는 백우진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럼 아무도 죽이지 않은 이유는 뭐지?”
대연문주가 쓰러진 무인들을 살폈다. 이곳에 오며 기절한 무인들을 봤지만 죽은 무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백우진의 말을 듣고 있는 이유가 바로 사망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이라도 죽었다면 말을 걸 필요도 없이 바로 백우진을 죽였을 것이다.
“제 목적은 대연문과 전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제 검사를 구하는 것입니다. 제 검사가 죽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죄 없는 무인들을 죽일 수 없었습니다.”
“크하하하하!”
대연문주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광소를 터트렸다.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웃음소리였다.
“홀로 대연문에 쳐들어와서 수백의 무인을 무력화시키고, 영주 넷에 혼원까지 쓰러뜨린 놈이 약관도 되지 않았다니.”
대연문주는 무섭도록 뚝뚝 끊기는 박수를 쳤다. 그 박수 소리에 백우진은 자신의 생각과 상황이 달라졌음을 알아차렸다.
“사, 사부! 전 아직 지지 않았습니다!”
“시끄럽다.”
혼원이 소리를 질렀지만, 대연문주의 눈동자에서 피어오른 퍼런 기운을 보고 뒷걸음질 쳤다.
“부하를 위해 적진에 홀로 들어오는 의협심에 자신의 의지를 담아낼 수 있는 무력, 거기다 뒷공작까지 준비하는 영리함이라….”
대연문주의 눈빛은 백우진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듯 투명하게 변해 있었다.
“뛰어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랐군.”
“예?”
“나도 네 아비도 서른이 넘어서야 지금의 너 정도의 수준에 올랐다. 지금까지 너 같은 놈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연문주의 기세가 폭발하기 전 화산처럼 부풀어 올랐다.
“네가 문도들을 한 명도 죽이지 않은 것을 보고 널 살려 보내기로 했었다. 하지만….”
대연문주는 오직 기세만으로 땅과 대기를 흔들리게 만들고 있었다.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널 이곳에서 죽이는 게 낫겠어.”
“사부님?”
대연문주의 말에 귀서가 마른침을 삼키며 앞으로 나왔다.
지금은 백우진을 보내주는 게 맞았다. 사부는 평소와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저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위험해질 놈이다. 지금 처리하는 게 옳다.”
20살도 되지 않은 주제에 저런 무력을 키웠고, 의협심과 명성, 영리함에 인맥까지 갖췄다.
저놈이라면 서른이 되기 전에 절대자에 반열에 오를지도 모른다.
“검을 들어라.”
“진심이십니까? 그 영상과 지금의 문주님이 하신 말이 퍼진다면….”
“알고 있다. 대연문의 명성과 명예가 땅에 처박히겠지.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네가 더 위험하다.”
“참 더럽게도 과대평가를 해주시는군요.”
백우진이 어금니를 부서져라 깨물며 뒤로 물러났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대연문주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어.’
최악의 상황이 되어도 대연문주의 공격을 한 수 막는 것으로 끝날 줄 알았다.
그가 직접 자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쿠구구구.
대연문주의 주먹에 하늘의 의지가 실렸다.
흑우가 사용했던 것과 같은 천굉권이지만, 그 안에 담긴 격과 오러가 차원이 달랐다.
“젠장!”
백우진은 혼원과의 전투에서도 사용하지 않았던 검운을 발동시켰다. 라사둠의 오러가 증폭하며 그의 전신을 검게 물들였다.
콰아아아아!
대연문주가 가볍게 뻗은 주먹에서 탄환 같은 권격이 쏘아졌다. 오러, 속도, 위력, 궤도 모든 것이 세상의 끝에 올라 있었다.
“크아아!”
백우진은 기합을 내지르며 모든 오러를 담아 흑왕탄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백우진과 대연문주 사이에 포탄이 터진 것처럼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쯧.”
대연문주는 손을 떨면서도 굳건하게 서 있는 백우진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특성인가?’
백우진은 일순간 오러를 증폭시켜서 자신의 공격을 견뎌냈다.
이 와중에도 숨긴 능력이 있다니, 더욱더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백우진은 피를 토하면서 이그니스와 설빙, 레오를 모두 자신의 앞에 소환시켰다.
“그래. 네게는 정령도 있었지.”
“쏟아부어!”
백우진은 대연문주의 말을 무시하고 정령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뒤가 없었기에 처음부터 정령들의 특수 능력을 사용했다.
콰아아아아!
대연문 전체를 뒤집어엎을 것 같은 거대한 광풍에 겁화와 백빙이 휘감겼다.
쿠구구구!
어스 리노는 대연문주의 균형을 깨기 위해서 계속 돌기둥을 솟구치고, 땅을 갈랐다.
“아직도 그런 정신력이 남았나?”
대연문주가 적색의 여의봉을 소환했다. 완벽하게 유형화된 황금색 오러가 봉을 감쌌다. 모든 것을 찢어발긴다는 강기의 발현이었다.
쿠구구구!
강기를 두른 여의봉이 천공까지 솟구친 후 유성이 되어 떨어졌다. 혼원이 사용했던 파천여의격이었다.
콰아아아앙!
혼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천여의격이 세 가지 속성이 담긴 광풍과 맞부딪쳤다.
쩌저저적!
대연문주의 파천여의격은 이름 그대로 하늘을 쪼갤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겁화와 백빙이 실린 광풍이 짓눌린 공처럼 찌그러지다가 터져버렸다.
콰과과광!
백우진이 피를 토하고, 힘에 밀린 정령들이 튕겨 나갔다.
“으음….”
대연문주는 광풍을 소멸시켰음에도 인상을 찌푸렸다.
‘오러를 먹어치우는 화염과 얼음이라니….’
새빨간 화염과 투명한 얼음은 자신의 오러를 먹어치우며 타올랐다.
더 강한 오러로 감싸지 않았다면 오히려 당했을지도 몰랐다.
‘역시 지금 죽여야 해.’
백우진이 가진 정령은 그의 무력이상으로 위협적이었다. 다시 한 번 지금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게 증명되었다.
“이걸로 끝내자.”
대연문주의 손에서 흰색으로 번쩍이는 긴 채찍이 나타났다. 백계가 익힌 백광편이다.
후웅!
대연문주가 빛나는 채찍을 흔들 때마다 허공에 길쭉한 상흔이 생겨났다. 채찍에 강기를 두른 편강이었다.
콰아아아!
편강이 실린 채찍이 휘몰아치며 타원형 폭풍을 만들었다. 강기로 이루어진 폭풍은 살아 있는 것처럼 백우진을 향해 쇄도했다.
“젠장….”
백우진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을 참으며 흑암와 암인검을 들어 올렸다.
체력도, 오러도, 정신력도 바닥인 데다가 내상도 심했지만 이를 악물고 견뎠다.
-망할! 죽을힘을 내라!
‘알아!’
뒤를 돌아보았다. 눈물을 흘리는 홍아라와 홍인수가 보였다. 자신이 죽으면 저들 역시 죽는다. 죽어도 버텨야 한다.
“마지막까지 버텨!”
백우진은 다시 정령들에게 공격 지시를 내리면서 암인검으로 무령참, 흑암으로 섬야를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네 정령과 흑암, 암인검에서 파멸적인 기운이 쏟아져 나와서 백광편과 격돌했다.
찌지지직!
백우진이 젖 먹던 힘을 다했기 때문인지 정면은 버틸 수 있었지만, 백광편의 공격은 타원형이었다. 막지 못한 옆에서도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흑찬석!’
백우진은 흑전호포의 특성 흑찬석을 발동시켰다. 그의 몸에서 검은 막이 솟아올라, 쏟아지는 백광편의 공격을 무시했다.
“저건 또 뭐지?”
대연문주는 흑찬석을 보고 혀를 찼다. 또 뭔지 모를 능력을 사용한다. 짜증이 올랐다.
쩌어어억!
하늘이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백광편이 더욱 길고 거대해져서 백우진에게 떨어졌다.
-저, 저건….
“으아아!”
백우진은 바닥까지 마른 오러와 정신력을 쏟아냈다.
콰아아아앙!
지금까지 중 가장 거대한 폭발과 함께 근방 100m가 먼지와 오러의 폭풍으로 뒤덮였다.
후우웅.
먼지 폭풍이 걷히고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대연문주는 먼지 하나 없는 모습 그대로였다.
“크윽….”
하지만 백우진은 전신에서 피를 흘린 채로 몸을 떨고 있었고, 정령들은 모두 역소환 당했다.
그런데도 백우진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 암인검을 땅에 박은 채로 두 다리로 서 있었다.
-자, 잘 견뎠다! 진짜 잘했어!
‘진짜 뒤지기 직전이야.’
손아귀에 조금의 힘도 없었다. 흑찬석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죽었을 거다.
대연문주가 아니라 아이가 살짝만 밀어도 그대로 쓰러질 것 같았다.
“네놈이 왜….”
대연문주의 눈동자에 붉은 기운이 흘렀다. 그는 백우진이 아니라, 그 뒤를 보고 서늘한 감정을 세웠다.
“한참 후배가 3수를 받아냈으니, 이제 그만 하는 게 어때?”
아무도 없었던 백우진의 등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
백우진이 떨리는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앞머리로 한쪽 눈을 가린 중년인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중년인은 대연문주의 지독한 기세를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냈다. 아니, 오히려 압박하듯 태산 같은 기세를 피워냈다.
“다, 당신은….”
백우진이 눈을 부릅떴다. 패력적가의 가주, 권황 적위진이 자신의 뒤에 서 있었다.
“잘 견뎠다. 대단해.”
적위진은 백우진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앞으로 나왔다.
“네놈이 왜 여기 있는 거냐?”
“저 친구에게 빚을 좀 져서.”
“빚? 고작 빚 때문에 대연문에 들어와서 나를 막겠다고?”
“고작 빚이 아니라, 우리 막내딸의 목숨 빚이니까.”
적위진이 손가락을 흔들며 여유롭게 웃었다.
“고작 그런 일 때문에 나를 막겠다는 거냐?”
“고작이 아니라니까. 은혜를 갚는 거다.”
적위진은 난장판이 된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이 일의 시작은 네 제자인 황호와 청묘였고, 이 친구는 자신의 검사를 구하러 왔을 뿐이야.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는 데다가 네 공격을 3수나 버텼다. 이 정도라면 그냥 보내주는 게 맞는 일일 텐데?”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렇긴 한데, 말했듯이 저 친구에게 빚이 있어서 말이야. 죽게 놔둘 수가 없네.”
“그럼 적가가 대연문에 전쟁을 선포한다고 생각해도 되는 건가?”
“그거랑은 좀 다르지만, 감당할 수 있겠어?”
“감당?”
대연문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오러를 개방시켰다. 백우진과 싸울 때와는 차원이 다른 기세와 오러가 폭발했다.
“결국, 이렇게 되나?”
적위진이 씩 웃었다. 그 역시 천의의 무위를 완성한 자다.
그의 몸에서 대지의 기운 그 자체를 담아낸 것처럼 어마어마한 기운이 뿜어졌다.
찌지지직!
두 절대자가 퍼뜨린 기운만으로 주변에 대기를 튀기는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음?”
“이 무슨!”
금방이라도 부딪치려던 적가주과 대연문주는 동시에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압도적인 기파를 뿌리는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 누구도 그의 앞을 막아서지 못했다.
“아버지?”
“백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