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8
18화. 의뢰를 받다. (2)
‘보스 등장까지 남은 시간? 이건 뭐냐?’
-너도 모르는 건가?
흑암에게서 의문이 가득 담겨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전에 말한 적 있지. 난 감정의 능력이 있다고.
‘이 정보가 감정을 사용해서 보인 거야?’
-그래. 저 경계를 넘자마자 네게 보여준 내용이 나타났다.
흑암이 높게 솟은 두 나무 사이를 가리켰다. 자세히 보니, 나무사이의 땅에 미세한 선이 그어져 있었다.
‘일단 내용의 의미는 알겠어. 저 시간이 지나면 보스가 나타난다는 거잖아.’
-그것 밖에 없지.
‘1시간 10분 정도면 딱히 시간을 끌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서인아가 검은 가시풀을 찾기 위해 숲을 뒤지고 있기 때문에 일행은 굉장히 느리게 이동하고 있었다. 1시간 10분 정도면 백우진이 뭘 할 필요도 없다.
‘한 번 뒤로 가볼게.’
시험 삼아서 흑암이 말했던 나무 사이의 선 뒤로 물러났다.
-보스 등장 시간이 사라졌다.
‘그럼 여기가 경계가 맞네. 이 주변에서 보스가 등장하는 것 같은데.’
백우진이 서인아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놀이터에서 동전을 떨어뜨린 아이처럼 숲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정말 그 풀을 찾고 싶은 모양이다.
-네 전생에서 이들이 전멸했다는 거 말이다. 보스 나타나서 전부 죽인 거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제일 높긴 한데, 내 생각엔 아닐 것 같아.’
보스 등장 시간이라는 것을 보고 처음엔 흑암과 같은 생각을 했지만, 왠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유가 있나?
‘우리 탐사대의 리더는 저 아저씨잖아. 아저씨가 능력은 별로지만 경력이 많아. 딱히 욕심도 많지 않아서, 보스가 나타났을 때 상대가 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 바로 도망치라 지시했을 거야.’
백우진이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홍인수를 가리켰다. 이미 그의 성향은 모두 파악했다.
‘리젠 구역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는 이 장소를 벗어나지 못해. 밖으로 도망치면 그만이라는 말이지. 강한 보스가 나타났어도 최소한 한 명은 살았을 거야.’
-네 말대로라면 보스에게 모두 죽은 건 이상하군.
‘분명히 무슨 일이 터질 거야. 보스가 아니라, 그 뒤를 경계해야 해.’
백우진은 서인아의 뒤에 서서 경계를 강화했다.
“헉!”
백우진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적연화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서 그의 시선을 피했다. 계속 백우진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쟤는 왜 저런 다냐?
‘놔둬.’
눈을 마주치고 시선을 돌리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틈만 나면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다.
저런 타입은 알아서 지치도록 신경 쓰지 않는 게 제일이다.
탐사대는 서인아의 수색 속도를 따라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바스락.
보스가 나타나기 5분 정도 남았을 때 나뭇잎이 밟히는 소리가 들렸다.
“어?”
나뭇잎소리가 들린 방향에서 도끼를 들고 있는 능력자가 나타났다. 중년의 나이에 턱수염을 기른 선한 인상의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중년 남자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먼저 인사를 해왔다. 홍인수가 마주 웃었다.
“안쪽으로 가시나봅니다?”
“천천히 가려구요. 하하!”
“조심히 가십쇼.”
“네. 그쪽도요.”
중년남자는 백우진 일행을 한 번 씩 쳐다본 후 안쪽 숲으로 걸어갔다. 리젠 구역에서 하는 평범한 인사건만, 백우진은 그에게서 뭔지 모를 섬뜩함을 느껴졌다.
-방금 그놈 강하다.
‘나도 느꼈어.’
처음 봤을 때부터 그가 강하다는 느낌이 왔다. 못해도 3등급은 넘을 거다.
-너희씩으로 계산하면 4등급은 되겠군.
‘도끼를 사용하는 4등급 능력자라…’
도끼같은 희소한 무기를 사용하는데도 딱히 생각나는 능력자가 없었다. 아무래도 저 무기가 본래의 무기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백우진. 시간이다.
‘알아.’
흑암이 보여주고 있는 보스 등장 시간이 다가왔다.
[보스 등장까지 남은 시간 00:00:01]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기감을 높이고 있을 때 하늘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쩌저적!
하늘이 창문처럼 와장창 깨지며 시꺼먼 공간이 나타났다. 그 검은 공간에서 붉은 피부를 가진 고블린이 뛰어내렸다.
보스가 나타나는 방법은 균열과 똑같은 방식이었다.
“저건….”
고블린은 성인 여성의 키와 비슷했고, 손에는 거대한 쌍날도끼를 들고 있었으며, 얼굴 전체를 가리는 투구를 쓰고 있었다.
“보, 보스다!”
“보스다 나타났어!”
“광전사 고블린이다!”
사람들이 보스가 나타난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백우진도 놀란 척을 하면서 홍인수의 손을 따라 뒷걸음질 쳤다.
“서인아씨. 일단 보스부터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놔뒀다간 다른 몬스터가 모여들어 위험할 겁니다.”
홍인수가 리더답게 바로 정신을 차리고 의뢰주인 서인아에게 상황을 알렸다.
“잡을 수 있나요?”
“광전사 고블린은 공격력은 강하지만, 체력이 약합니다. 이 친구와 박연화씨가 있으니,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 겁니다.”
홍인수가 백우진을 가리키며 안심하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대로 광전사 고블린은 보스 중에 약하고 쉬운 몬스터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백우진이나, 적연화가 없어도 잡을 수 있다.
“그럼 부탁할게요.”
“알겠습니다.”
위치를 바꿔서 백우진, 홍인수, 적연화가 보스를 잡으러 나섰고, 다른 능력자들이 서인아를 지키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이봐요. 백.우.진.씨.”
광전사 고블린에게 접근할 때 적연화가 백우진을 불렀다.
“네?”
백우진은 적연화가 자신의 이름을 한 글자씩 부르는 것을 보고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렸다고 확신했다.
“저랑 내기하실래요?”
“아뇨.”
“윽!”
백우진의 대답이 예상 외였는지, 적연화가 그를 째려봤다.
“왜, 왜요? 지난번엔 내기했잖아요.”
“아직 소원권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내기해서 뭐해요.”
“아니, 그래도….”
백우진은 그녀를 무시하고 앞에 있는 광전사 고블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박연화씨. 일단 전투나 준비합시다. 던전이랑 다르게 보호해야 할 사람도 있잖아요.”
“윽….”
“맞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나중에 따로 대련을 하던가 하게.”
홍인수까지 뭐라고 하자, 적연화가 입을 꾹 다물었다. 백우진이 피식 웃고서 자세를 잡았다.
“키아아악!”
광전사 고블린의 눈이 붉게 변했다. 인간들을 보자마자 미쳐 날뛰기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카아악!”
광전사 고블린이 빠른 속도로 백우진을 향해 돌진했다. 놈은 사람만한 양날도끼를 제 몸처럼 다루고 있었다.
부아아앙!
광전사 고블린이 도끼의 무게를 살려서 백우진의 머리를 향해 내리 찍었다.
백우진이 보법을 밟아서 놈의 공격을 피했을 때 적연화가 광전사의 옆구리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뿌드득.
어찌나 힘이 좋은지, 적연화의 주먹에 맞은 광전사 고블린의 갑옷이 깡통처럼 찌그러졌다. 그녀는 힘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카악!”
고블린은 광전사답게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도끼를 휘둘렀다. 놈이 적연화의 목을 베려고 할 때 백우진이 검을 뽑았다.
번쩍!
바람을 가르는 발검술에 광전사 고블린의 갑옷과 오른팔이 깔끔하게 잘렸다.
“아….”
광전사 고블린의 머리를 내려치려던 적연화는 백우진의 발검술을 보고 움직임을 멈춰버렸다.
‘무, 무슨 이런 속도가…’
적연화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 옆에서 검을 뽑는 걸 봤건만 어느새 고블린의 팔을 베어버렸다. 보고도 믿기 힘든 속도다.
푸욱!
적연화가 당황하고 있을 때 홍인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광전사 고블린의 허벅지에 검을 박아 넣었다.
“끼아아악!”
광전사 고블린은 팔이 떨어지고 다리에 구멍이 났는데도 날카로운 이빨로 백우진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빠각!
정신 차린 적연화가 고블린의 머리를 날렸을 때 백우진이 가로 베기를 사용해서 놈의 목을 베어버렸다.
“끼….”
목이 달아난 광전사 고블린의 숨이 끊어졌다.
“배, 백우진씨.”
“네?”
“그 검술은 뭐, 뭐죠?”
“발검술인데요?”
“그걸 누가 몰라서 묻겠어요. 그 빠르기는 대체 뭐냐구요. 어떻게 그렇게 빠른 거죠?”
“맞아. 나도 깜짝 놀랐네. 그렇게 빠른 발검술은 본 적이 없어.”
적연화만이 아니라, 홍인수도 백우진의 발검술에 놀라서 혀를 내둘렀다.
“전에도 말했지만, 능력을 밝히는 바보가 어디 있어요.”
“윽….”
백우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자, 잠시 만요!”
서인아가 백우진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찾았어요!”
서인아는 광전사 고블린이 죽은 장소 바로 옆에 주저앉았다. 그녀가 가리키는 곳에 장미가시 같은 것이 붙은 검은색 강아지풀이 보였다.
“검은 가시풀이에요!”
“오!”
“일이 바로 끝났는데요.”
“칼퇴다. 칼퇴!”
“보스도 가장 쉬운 놈이 나오고, 이번 호위는 아주 꽁이구만. 하하!”
모두가 웃고 있을 때 광전사 고블린의 시체가 사라졌다. 놈의 시체가 있던 곳엔 붉은색 팔찌가 떨어져 있었다.
“아, 아이템이다!”
“보스가 아이템을 드랍 했어!”
“거기다 팔찌야! 오늘 운 미쳤는데!”
백우진은 당연히 아이템이 나오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광전사 고블린은 희박한 확률을 이겨내고 아이템을 떨어뜨려주었다.
“하하! 오늘 소고기로 회식해도 되겠어.”
홍인수가 팔찌를 주우며 방긋 웃었다. 모두가 긴장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백우진!
-도련님!
‘아!’
흑암과 문주영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순간 빙굴에 들어온 것처럼 전신에 차가운 소름이 돋아 올랐다.
‘이건!’
끝가지 경계를 풀지 않은 덕에 느낄 수 있었다. 자신과 적연화, 서인아를 노리고 거대한 무언가가 날아오고 있었다.
이걸 막아내지 못하면 3명이 동시에 절단당할 거다.
‘크윽…’
백우진은 어금니를 부서져라 깨물면서 뒤를 돌면서 가로 베기를 사용했다.
쩌어엉!
백우진을 노리고 날아온 것은 손도끼였다. 오러에 둘러싸인 도끼의 충격에 숨이 턱 막혔다. 수전증에 걸린 것처럼 손이 덜덜 떨렸다.
“허억….”
백우진은 뒤로 넘어갈 뻔 한 것을 다리에 힘을 줘서 간신히 버텼다.
“뭐, 뭐야!”
“이게 대체….”
백우진을 제외한 그 누구도 반응하지 못했다. 그들은 지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튕겨나간 도끼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허, 그걸 막아?”
살기가 진득하게 묻어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수풀을 헤치고 아까 봤던 선한 인상의 중년인이 걸어 나왔다.
“명문출신인가? 꼬마가 보기보다 강하네. 큭큭.”
중년인은 튕겨나간 도끼를 회수한 뒤 천천히 걸어왔다. 놈에게서 풍기는 살기에 능력자들은 몸을 움직이지도 못했다.
“왜 우릴 공격하는 거요!”
“검은 가시 풀에 보스가 떨어뜨린 팔찌. 이거면 충분한 이유 아닐까?”
중년 남자가 홍인수를 비웃으며 도끼를 어깨에 걸쳤다. 결국 아이템들을 독차지하기 위해 공격했다는 것이다.
“균열이 일어나서 혹시나 하고 와봤는데 이런 대박이 터질 줄이야. 큭큭.”
“넌 뭐야.”
“나? 사진우.”
“사, 사진우?”
놀라는 목소리는 뒤에 있던 홍인수에게서 들려왔다.
“4등급 버, 범죄자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능력자, 일반인 가리지 않고 죽이는 미친놈이야. 여기 숨어 있었다니!”
“아무 이유도 없진 않은데. 다 이거지. 이거.”
사진우가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돈 때문이라는 뜻이다.
‘이놈이었군.’
바로 이놈이 전생의 서인아를 죽인 놈이다. 사진우는 보스를 잡고 방심한 상태의 능력자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했을 거다.
-도련님. 저자는 4등급 능력자입니다. 제가 나서겠습니다.
“가만히 있어.”
-도련님!
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런 놈과 생사결을 할 기회는 별로 없다. 거기다 죽여도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는 악인이다.
[라사둠의 오러 특성 ‘흑풍’이 발동 됩니다.]흑풍이 발동하자, 백우진의 몸에 검은 바람이 스며들었다. 사진우의 움직임이 느려 보이기 시작했다.
“후….”
사진우는 강하다. 처음부터 전력을 사용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라고? 아주 돌았군.”
사진우는 자신에게 한 말인 줄 아는지, 이동기술을 사용해서 백우진의 앞에 나타났다.
캬아앙!
백우진은 사진우가 고속으로 내려치는 도끼를 횡 베기로 막아냈다.
“무슨!”
사진우의 눈이 놀람으로 치솟았다. 백우진이 반응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애송이가!”
4등급 범죄자는 도박으로 딴 게 아닌지, 곧바로 균형을 되찾아 도끼를 사선으로 그었다.
샤악!
백우진이 뒤로 물러나면서 검을 검집에 집어넣은 뒤 발검술을 사용했다.
쩌어엉!
백우진이 사용하는 라사둠의 오러는 4등급 능력자의 오러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고, 신체 능력도 모자라지 않았다. 그동안 죽을 듯이 수련한 보람이 있었다.
사진우의 도끼가 백우진의 머리카락을 스쳐지나갔고, 백우진의 가로 베기가 사진우의 가슴을 스쳐지나갔다.
“사지를 갈라 뜯어주마!”
사진우의 도끼에 톱날처럼 거친 오러가 둘러졌다. 놈이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해보든가!”
백우진이 자신의 검에 모든 오러를 쏟아 부어서 전력의 발검술을 사용했다.
쩌어엉!
검과 도끼 사이의 거대한 충돌로 귀를 찢는 파공음이 들렸다.
“큭!”
백우진의 발검술 검로가 흔들렸다. 하지만 사진우의 도끼는 아예 궤도를 찾지 못했다. 백우진이 사진우의 도끼에 실린 거력을 이겨낸 것이다.
‘끝났어.’
백우진이 가로 베기로 사진우의 목을 그으면 이 싸움은 끝날 거라고 생각할 때 예상외의 일이 벌어졌다.
투두둑.
도끼와 부딪친 백우진의 검이 깨져버렸다.
“크하하!”
경악했던 사진우의 표정에 여유가 돌아왔다. 놈은 백우진의 정수리를 향해 거침없이 도끼를 내리쳤다.
너무 갑작스런 상황이라, 문주영의 도움도 늦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 흑암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우진. 나를 잡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