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곧은 길 (6)
“백천화.”
대연문주가 백천화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힘주어서 뱉었다.
가장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던 남자가 나타났기에 그의 이마가 사납게 찌푸려졌다.
“이제야 나타나는군.”
적위진은 이 상황이 흥미로운 듯 기세를 꺼뜨리고 팔짱을 꼈다. 백천화가 나타난 이상 자신이 싸울 필요가 없었다.
저벅.
백천화의 걸음 소리에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발걸음 소리일 뿐인데 심장이 꽉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툭.
백천화는 대연문주와 적가주 사이에서 걸음을 멈췄다.
세 절대자는 찰나의 순간에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가늠하듯 눈을 마주쳤다.
“배, 백천화까지 왔어!”
“저 셋이 한 곳 모이다니….”
“이런 걸 살아서 볼 수 있을 줄이야.”
사람들은 침조차 제대로 삼키지 못한 채로 세 명의 절대자가 대치하고 있는 장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쿠구구구.
절대자들은 그저 서 있는 것으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존재감만으로 땅을 꺼뜨리고, 하늘을 무너뜨리는 느낌이었다.
백천화는 수 없이 담금질한 칼날처럼 예리했고, 적가주는 하늘까지 솟아오른 철탑처럼 굳건했으며, 전수환은 모든 것을 통달한 듯 거대함이 느껴졌다.
세 절대자는 각자가 쌓아 올린 격에 따라 전혀 다른 기운을 풍겨냈다.
“적위진.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네 아들에게 진 빚을 갚으려고 왔는데?”
“고작 그 이유로? 네놈은 여전히 미친놈이로군.”
백천화가 적가주를 보며 차가운 미소를 피워냈다. 자식의 빚을 갚기 위해서 대연문주를 막다니 이해할 수 없는 놈이었다.
“좀 바뀌었나 했더니, 넌 여전히 싸가지가 없네.”
백천화와 적가주는 친구라도 된 것처럼 대화를 나눴지만, 둘의 눈에는 호감이 아니라 서로를 쓰러뜨리고 싶다는 열망이 담겨 있었다.
“백천화.”
“전수환.”
대연문주의 차가운 부름에 백천화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네놈이 왜 여기에 온 거냐.”
“멍청한 질문을 하는군.”
백천화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대연문주를 향한 노골적인 비웃음이다.
“네 제자들이 신검백가의 이름을 무시하고 백가의 검사를 데려갔으니, 내가 이곳에 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백천화는 적가주 뒤에 있는 백우진과 홍아라를 보며 눈을 빛냈다. 만족스러운 것 같기도, 즐거운 것 같기도 한 눈빛이었다.
“개소리를!”
대연문주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직속 부하라도 방해가 되면 거침없이 죽일 놈이 저딴 소리를 지껄이니 열이 뻗쳤다.
“황호와 청묘는 백가의 검사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납치했다. 최악의 범죄인 세뇌까지 하려 했지. 이건 대놓고 신검백가의 이름에 먹칠을 한 것과 다름이 없다. 가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네놈의 아들이 쳐들어와 이 난리를 벌인 건 어떻게 설명할 거냐!”
“일의 선후를 따지자면 문제의 시작은 대연문에 있다. 거기다 우진이가 나선 덕분에 네 제자의 세뇌를 멈출 수 있었지. 결국, 명분이 우리에게 있다는 말이다.”
백천화는 대연문주의 질문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술술 대답을 내놨다.
“이미 협회의 상층부도 움직였다.”
“협회라고?”
“네 제자들이 한 짓도, 내 아들이 한 행동도 모두 알려졌다.”
“백천화!”
대연문주가 이를 드러내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폭력과 납치도 문제지만, 최악은 세뇌였다.
백계가 세뇌하려는 장면이 그대로 찍혔고, 백우진은 단 한 명도 죽이거나 폐인을 만들지 않았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불 보듯 뻔했다.
“조잡한 짓거리를 하는구나!”
대연문주가 이를 갈았다. 백천화는 백우진으로 인해서 얻게 된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하려 하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 하이에나처럼 모든 이득을 챙기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네 놈은 도리를 지킨 내 아들을 죽이려 들었다. 이거야말로 절대로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전수환.”
“하! 아들? 네놈이 언제부터 그런 것들을 신경 썼다는 거냐? 늙으니 어울리지도 않는 말을 지껄이는군.”
전수환은 눈빛에 살기를 흘리며 주먹을 쥐었다.
“허….”
백우진은 입술을 떨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혼원을 쓰러뜨리지 못하고 중간에 쓰러졌다면 본 척도 하지 않았을 사람이 저런 말을 하니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역시 네놈과는 말이 통하지 않아.”
대연문주의 분노와 함께 그의 전신에서 황금빛 기류가 퍼져나왔다.
“아빠가 왔으니, 아저씨는 빠져야겠네.”
적가주가 어깨를 으쓱이며 뒤로 물러났다. 그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백천화와 대연문주를 번갈아 보았다.
쿠구구구.
두 절대자는 고작 열 걸음이면 닿을 공간에서 서로를 노려보았다.
대연문주의 뒤로 태양이 내려앉은 듯한 금색의 광채가 쏟아졌고, 백천화의 전신에서 피처럼 붉은 기운이 해일같이 솟아올랐다.
모든 것이 빛을 잃어버리고 오직 그 둘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대로 죽여주마.”
대연문주가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아귀에서 수천 줄기의 오러가 솟구쳐 거대한 구체를 만들었다. 구체는 작열하는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강기를 뿜어냈다.
“네 능력으론 불가능하다.”
백천화가 자신의 검으로 대연문주를 겨누었다. 눈부신 적광이 그의 검으로 모여들었다. 적광의 빛이 꼬이고 꼬여 붉은 강기의 칼날을 만들었다.
“태현광구에 적천신기. 결국, 완성한 건가.”
적가주는 백천화와 대연문주가 만들어낸 강기를 보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태현광구와 적천신기는 미완성의 능력이었건만, 저 두 괴물은 끝없는 수련을 통해 결국 저 능력들을 완성했다.
“대단하군.”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무서워서? 질투가 나서?
전혀 아니다.
자신 역시 새로운 능력을 완성했다. 저 장소에서 싸우지 못한다는 아쉬움의 떨림이었다.
“젊은 친구.”
적가주는 살짝 고개를 돌려서 백우진을 보았다.
정신력, 오러, 체력이 모두 바닥인데도 쓰러지지 않는 모습이 대견했다.
자신이 젊을 때도 백우진의 수준은 아니었다. 이런 녀석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힘들다는 건 알겠지만, 잘 봐둬라. 천하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싸움이니까.”
-저 말이 맞다. 눈에 불을 켜고 하나라도 배워!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적가주는 미소를 짓고서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너라면 분명 배울 걸 찾을 수 있을 거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야. 저들이 가진 기예들을 훔친다고 생각해!
‘알겠어.’
흑암과 적가주의 말이 맞았다. 아버지도, 대연문주도 결국 쓰러뜨려야 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아주 작은 힌트라도 얻어야한다.
“후우….”
백우진은 입술을 꽉 깨물어서 정신을 차렸다.
바닥난 정신력과 내상 때문에 두통이 심하고 눈앞이 점점 흐려졌지만 참아냈다.
후우우웅!
대연문주가 태현광구를 띄웠다. 태현광구는 정말 태양이라도 된 것처럼 더 강한 황금빛을 뿜어냈다.
태현광구에서 뿜어지는 수백 줄기의 강기가 닿는 모든 것을 녹여버렸다.
콰아아아!
백천화의 검이 피에 물든 것처럼 더욱 짙은 혈광을 뿜어냈다. 검은 살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세상의 모든 기를 빨아들여 자신의 기운을 증폭시켰다.
콰아아아앙!
금빛을 두른 원의 강기와 혈광으로 감싼 선의 강기가 맞부딪쳤다.
스스스스.
태환광구와 적천신기가 격돌하며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기 시작했다.
나무도, 무기도, 건물도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재가 되어 타버렸다.
“여전히 호각인가….”
적가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저 둘. 아니, 자신까지 포함한 셋은 지금까지 제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혹시나 했는데 둘의 무력은 여전히 호각이었다.
끝까지 싸운다면 승부나 날 수도 있겠지만, 어릴 때와 달리 둘의 어깨엔 짊어진 게 많았다. 이대로 끝을 볼 리가 없었다.
“아….”
적가주 뒤에 있는 백우진이 눈이 새파란 빛으로 물들었다. 그는 오러의 격돌이 아니라, 원과 선의 부딪침에 집중했다.
두 절대자가 쏟아내는 기운은 그저 거대한 오러의 발현이 다가 아니었다.
쾌, 강, 중, 패, 촌, 격 등 수많은 무의 묘리들이 담겨 있었다.
‘저기서 강? 아니, 저건 패다. 저런 상황에서 공격 9할이라니….’
예전이라면 두 절대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지도 못했겠지만, 지금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백우진의 끝없는 식탐을 가진 아귀처럼 두 절대자의 움직임을 쫓으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뽑아냈다.
콰아아아앙!
태현광구는 물결치는 수백 개의 강기를 피워 올렸고, 적천신기는 하나의 강기를 극대화시켰다.
전혀 다른 방식의 강기의 운용이지만, 딱 하나는 같았다.
둘 다 절대적인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빠직!
백천화와 대연문주가 세 번째 부딪칠 때 백우진의 머릿속에 뇌전이 쳤다. 구체를 베어내는 한 줄기의 선이 뜨거운 화상처럼 그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절대자들의 격돌을 목격하셨습니다.] [당신에게 존재하는 무의 묘리가 조합되어 새로운 묘리를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검로가 열렸습니다.]-뭐시라?
흑암에게서 기겁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새로운 검로?
저 싸움을 잘 보라고 했지만, 그건 하나라도 배울 것을 찾으라고 한 소리였다.
이런 상태에서 검로를 만들어 낼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으윽….”
하지만 백우진은 그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쓰러졌다. 정신력이 한계에 달해 기절한 것이다.
-이 자식은 진짜 뭐 하는 놈이야!
흑암이 오래간만에 비명을 터트렸다.
* * *
“윽….”
눈을 뜨자마자, 각이 진 새하얀 천장을 보았다. 백위전에 있는 자신의 방이었다.
“기절은 오랜만이네.”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아직도 약간의 두통이 남아있었다.
다만 그 두통의 상흔 사이로 원을 베어내는 검이 떠올랐다.
“이 기억은….”
-이제야 일어났냐?
“흑암?”
-사흘 만에 일어나다니, 허약한 놈!
흑암이 풍선처럼 둥둥 뜬 채로 백우진의 눈앞으로 내려왔다.
“허약해? 내가?”
-네 녀석이 기절해서 싸움 구경을 제대로 못 했다고!
흑암은 분하다는 듯 검날을 꽈배기처럼 꼬았다.
그 분함은 전투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도 있지만, 그 싸움에 끼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때만큼 육체가 아쉬웠던 적이 없었다.
“어떻게 됐어?”
-싸움의 승패는 나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어.”
기절하기 전에 봤을 때 아버지와 대연문주는 거의 비슷한 수준의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쉽게 승부가 나지 않을 테고, 적가주가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네가 기절한 뒤 몇 번 더 부딪치다가 싸움을 멈췄다. 끝까지 가지 않고서는 서로를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는 거지.
“싸움을 멈춘 이후에는?”
-네 아버지가 그… 있잖아. 특유의 표정.
“비웃는 표정?”
-그래. 그 표정으로 대연문주에게 말을 걸었다. 대연문주가 고민을 하다가 똥 씹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네 아버지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대연문을 떠났다.
“뭔지 알겠군.”
아버지는 백가의 명성과 명예가 올라간 것으로 만족할 사람이 아니다. 분명히 대연문주에게 더 큰 이득들을 얻어냈을 것이다.
-네 아버지는 독사 같은 사람이다.
“나도 느꼈어.”
아버지는 최고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순간에 나타났다.
이번 일로 백가의 호감도와 명성은 천정부지로 올라갔고, 어마어마한 수치의 물질적인 보상도 얻었을 거다.
“어디….”
백우진은 옆에 있는 핸드폰을 들어서 인터넷을 살펴보았다. 모든 사이트에서 자신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나오고 있었다.
-백우진이 혼원을 이길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난 대연문에 혼자 쳐들어간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함. 요즘 세상에 자기 검사가 납치됐다고 거길 직접 쳐들어가는 인간이 어디 있음?
-그것도 대단하지만, 대연문주의 3수를 받아낸 게 이번 사건 중에서 가장 놀라운 일이죠! 이건 진짜 말도 안 돼!
-적가주하고도 인맥이 있던데,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냐? 무력, 집안, 외모, 인맥 다 가졌네. 시발, 한강 마렵네!
-백우진. 넌 진짜 남자다. 이 박철수가 인정한다.
-박철수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이번 일로 신검백가는 하늘로 승천했고, 대연문은 땅으로 추락했네.
-나라도 신검백가 들어가서 백우진 밑으로 가지, 대연문 안감.
-하, 하루만! 제발 하루만 백우진이 되고 싶다….
모든 포털 사이트, 기사, 영상이 자신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대연문주가 정식으로 사과를 한 거라든가, 백천화와 대연문주가 싸운 것보다 자신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었다.
“흐음!”
백우진은 활짝 핀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좋냐? 아주 입이 귀에 걸렸네.
“좋지. 아주 좋지.”
-하여튼 너도 관종이야.
“그게 아니라, 이 정도 반응이면 퀘스트 보상이 대박 터질 게 뻔하잖아.
-아….
백우진이 히죽 웃으며 퀘스트창을 불러왔다.
띵!
띵!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당신의 활약에 경악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당신의 활약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2400포인트가 추가 지급됩니다.] [유니크 타이틀 이 레전더리 타이틀 로 전환됩니다.]“우와!”
행복의 비명을 터트리는 백우진의 눈에 그 아래에 있는 메시지가 보였다.
[새로운 검로가 열렸습니다.]“새로운 검로?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