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마검 대 마창 (2)
“또 무슨 일이 터진 거지?”
백우진이 인상을 팍 찌그러뜨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늘은 끝없이 높았고, 바닥은 찰랑거리는 물로 가득했다.
“바다인가? 그런데 이 색은 뭐지?”
이 장소는 두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닷물은 옅은 빨간색이었고, 바다를 땅처럼 밟을 수 있었다.
“평범한 곳은 아니….”
-마, 망할! 제기랄!
백우진이 눈매를 좁히며 뻘건 물을 만지고 있을 때 뒤에서 흑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이 자식 또 무슨 짓 했어! 여긴 어디야!
흑암이 화를 내며 다가와서 갓 잡은 우럭처럼 팔딱팔딱 뛰었다.
“하긴 뭘 해! 나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아악! 마지막 회! 애인의 세계 마지막 회! 본방 사수해야 한다고!
“나중에 재방으로 보면 되잖아? 내가 틀어줄 테니까. 일단 여기를….”
-드라마는 생방으로 봐야 그 묘비가 있다고! 이 로망 없는 놈아! 거기다 마지막 회잖아!
“어휴….”
백우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저 녀석의 도움을 기대하긴 어려운 모양이다.
‘정신세계와 비슷하지만, 정신세계는 아니야.’
이곳이 정신세계라면 내상이 완전히 낫고, 흑암은 인간의 모습이 되었을 거다.
‘느낌도 영 별로고.’
정신세계는 자신의 방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깔끔한 기운이 퍼져있지만, 이곳은 맞지 않은 신발을 신은 듯 불편했고, 더러운 옷을 입은 듯 찝찝함이 느껴졌다.
“이그니스. 설빙. 레오.”
백우진이 손을 뻗어서 정령들을 부르려 했지만, 누구도 그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다.
“정령들하고도 연결이 끊긴 건가?”
-아무래도 결계인 것 같다.
어느새 진정한 흑암이 바닥에 깔린 붉은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결계? 진 같은 건가?”
-비슷해. 마법이나 마도구를 이용해서 사용하는 진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흑암이 몸을 돌려 백우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마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진보다 기괴하고 요상한 것들이 많다. 지금만 봐도 알 수 있지. 넌 네 침대에서 잠이 들었는데, 이곳으로 왔잖아.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에서 잠이 들었을 뿐인데, 이런 장소에서 눈을 뜨게 하는 건 평범한 능력이 아니다.
띵!
[특성 명경지수가 정신계 저주 혈착란를 막아냈습니다.]-착란!
흑암은 착란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경호성을 터트렸다.
-착란은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서 천천히 이성을 잃게 만드는 저주다. 혈 자가 들어간 걸 보면 피를 이용하는 저주와 결계인 모양이군.
“누군지 몰라도 더러운 짓거리를 하네.”
백우진이 혀를 차며 끝없이 펼쳐진 붉은 수평선을 노려보았다.
차악.
끈적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백여 개의 물결들이 일어났다.
촤아악!
핏빛 물결 속에서 사람들이 풍선처럼 떠오르기 시작했다.
눈은 썩은 달걀처럼 누렇게 풀려 있었고, 전신은 뻘건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200여 명의 사람이 바닥에서 기어 올라왔다.
“사람? 아니, 언데드인가?”
-네놈들이었냐? 내 본방사수를 망친 놈들이!
백우진은 인상을 찌푸렸고, 흑암은 짜증을 가득 담아서 분노의 함성을 내질렀다.
“끄어어….”
“크아….”
“끄윽!”
시체들은 좀비라도 된 듯 음울한 울음소리를 흘리며 구울 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다만 시체들은 언데드의 기운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뭐해! 다 죽여 버려! 내 원수를 갚아라!
“잠깐만.”
-왜? 빨리 잡고 드라마를 보러 가자고!
“기다려봐.”
백우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와서 시체들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데.”
지금까지 나타난 몬스터들은 전부 현대와 관계가 없었다. 좀비나 구울들의 복장도 누더기 같은 중세의 옷을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시체들의 복장은 언데드들과 전혀 달랐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냐?
“옷을 보라고. 전부 현대의 옷을 입고 있잖아.”
당장 회사에 가도 되는 정장도 있었고, 집에서 입을 법한 가벼운 츄리닝을 입은 시체도 보였다.
능력자들의 전투복이나, 군복, 경찰복 같은 제복을 입은 자들도 있었다.
-어?
흑암도 이제야 저들이 현대의 인간들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움찔 거렸다.
-그래도 놔둘 수는 없다. 저놈들 너에게 강렬한 적의를 가지고 있어.
“잠시만 기다려봐.”
백우진은 사람들의 얼굴과 복장을 자세히 살폈다. 특히 전투복, 군복, 경찰복을 입은 사람들의 얼굴을 꼼꼼하게 기억했다.
-야.
백우진이 암인검을 뽑으려 할 때 흑암이 백우진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나를 이용해서 저놈들을 죽여라.
“왜? 드라마의 복수?”
-그것도 있지만, 지금 여긴 결계의 안이다. 저것들을 죽이는 것으로 네게 어떤 저주나 부정이 걸릴지 몰라.
“아….”
-내겐 그런 추잡한 것들을 막아내는 힘이 있다. 혹시 모르니 나를 이용해라.
“알겠어.”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흑암을 잡았다. 흑암은 검은 광채를 발하며 늘씬한 검신을 뽑아냈다. 백우진은 흑암에 오러를 잔뜩 집어넣으며 섬야를 운용했다.
콰아아아앙!
흑암에게서 쏟아진 칠흑의 기운이 이백이 넘는 시체들을 한순간에 소멸시켰다.
퍼어엉!
섬야는 시체들을 지워버리고도 힘이 남아서 바닥까지 터트려버렸다. 피로 물든 바닷물이 산처럼 솟구쳤다.
“힘이 좀 과했는데.”
-나도 열 받았으니까.
흑암은 드라마를 보지 못하게 한 분노가 아직도 풀리지 않았는지, 자신의 기운을 과도하게 사용했다.
“그게 그렇게 재밌어?”
-당연하지! 설탕을 쏟아 부은 자극적인 맛과 심리묘사가 미쳤다고! 거기다 시청률이 25%를 넘었어. 오늘 마지막 회는 30%가 넘어갈걸!
“대, 대단하네.”
백우진은 벙찐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세계에서 온 마검이 시청률을 논하는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찌지직!
시체들이 가라앉으며 핏빛 바다가 반으로 쪼개지기 시작했다. 백우진과 흑암은 그대로 바다로 빠져들었다.
“헉!”
-끄으윽….
백우진이 눈을 뜨자, 자신의 방의 천장이 보였다. 옆을 보자 흑암이 아픈 사람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괜찮아?”
-으아아악! 아침이잖아!
흑암은 톱으로 나무를 가르듯이 허공을 향해 자신의 검날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아침?”
창문을 보자 커튼을 뚫고, 옅은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결계에서 그리 긴 시간 동안 있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해가 뜬 상태였다.
-으아악! 마지막 회를 놓치다니!
“지금 시간이면 바로 보내도 되겠네.”
백우진은 미쳐 날뛰는 흑암을 놔두고 핸드폰을 들어서 이영현에게 문자를 보냈다.
드드드.
문자를 보낸 지 1분도 되지 않아서 이영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검사님. 몸은 좀 괜찮아지셨습니까?]핸드폰에서 잠을 자지 않은 사람처럼 이영현의 노근노근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좀 괜찮아졌어요.”
[다행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아침부터 연락을 주신 겁니까?]“최근 일어난 대량 실종사건 맡고 계시죠?”
[알고 계셨군요. 범죄자 놈들의 짓이라 생각되어서 저희도 움직이고 있습니다.]“수사에 진척은 좀 있나요?”
[전혀요. 무기를 휘두른 흔적은 있는데, 시체나, 피는 한 방울도 없어요.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후우….]이연현의 목소리는 피곤함과 답답함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사용한 무기는 어떤 거죠?”
[얇은 창으로 파악됩니다. 가끔 큼지막한 창이나 도끼 같은 흔적도 있었습니다.]“큼지막한 창이라….”
백우진은 큼지막한 창이라는 말을 듣고 한 여자가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 사람의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
“혹시 실종자의 사진을 구할 수 있나요?”
[구하려면 당연히 구할 수 있습니다.]“그럼 최근에 실종된 능력자나, 군인, 경찰들의 사진을 좀 보내주세요.”
[어? 혹시….]“네. 잘하면 사람들을 납치하는 놈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백우진이 떠오르는 태양처럼 뜨거운 눈빛을 번쩍였다.
* * *
우우웅.
피로 만들어진 기괴한 형태의 마법진 가운데 얇고 가는 은색의 창이 박혀 있었다.
둥! 둥!
창의 날에 박혀 있는 붉은 눈알은 짐승의 심장이라도 된 듯 큼지막하게 약동하고 있었다.
스으윽.
마법진의 핏빛이 그치고, 창의 눈이 촤악 감겼다.
“끝났군.”
그레이는 다가가서 창을 뽑았다. 마법진이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사라졌다.
“제대로 들어갔군.”
그레이가 은빛 창을 보며 웃었다. 마법진의 불이 동시에 꺼진 것을 보니, 백우진이 이성을 잃고 혈귀들을 모두 죽인 모양이다.
그는 잠에서 깨어난 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거다.
“그 녀석이 도움 될 줄이야.”
박민우 덕분에 백우진과 만나게 된 일이 큰 행운이 되어 돌아왔다. 그때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혈전결계를 펼칠 수 없었을 거다.
“그레이 님.”
전희철이 그레이의 뒤로 다가오며 고개를 숙였다.
“결계는 완성된 겁니까?”
“완벽하게.”
그레이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백 명을 납치해서 시체조차 먹어치운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상큼한 미소였다.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전희철은 원래 그레이의 소속이 아니었다.
한국 지부에서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그레이의 밑으로 배정을 받아서 그녀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세 번 더 백우진을 결계로 부르고, 마지막 날에 끝을 낼 거다.”
“그런데 정말 백우진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놈의 무력은 이미 혼원을 뛰어넘었습니다.”
“그런 걱정 말고, 인간들이나 납치해 와.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으니까.”
그레이는 빙긋 웃으며 자신의 의자에 가서 앉았다. 그녀의 얼굴과 목이 빨갛게 변해갔다.
‘이렇게 빨리 익을 줄이야.’
백우진은 자신의 상상 이상으로 성장했다. 그렇기에 마창까지 사용해서 백우진을 혈전결계로 끌어들였다.
그가 강해서가 아니라, 그의 모든 능력을 그대로 집어삼키기 위해서였다.
“백우진은 결계를 벗어나기 위해 혈귀들을 죽일 수밖에 없고, 혈귀들은 자신이 죽임을 당한 원망의 기운을 내가 아니라, 백우진에게 쏟아 붓게 되지.”
“아….”
“백우진은 혈귀들의 저주로 점점 생기와 이성을 잃게 될 거야.”
그레이는 은색 창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마지막 날 결계로 들어가서 제물의 낙인이 찍힌 백우진과 격렬한 전투를 즐기고, 근원으로 돌아간 그의 심장을 이 창의 제물로 바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야.”
“으음!”
전희철은 그레이의 뱀 같은 눈동자를 마주치고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후후.”
그레이는 떠오르는 태양처럼 붉은 열망을 눈빛에 담아냈다.
* * *
이영현은 밤이 되어서야 실종자들의 사진을 메일로 보내왔다.
“역시 단순한 좀비가 아니었어.”
백우진은 이영현이 보낸 실종자들의 사진을 확인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능력자, 군인, 경찰 실종자 중에서 그 장소에서 봤던 얼굴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이상한 공간에 있던 시체들은 역시나 실종된 사람들이었다.
-그 실종자들을 제물로 삼아서 너를 노렸던 모양이군.
“노렸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약했는데.”
-혹시 아프거나 피곤하지 않냐?
“전혀. 오히려 피곤이 가셨는데.”
-그럼 다행이군. 손해는 드라마밖에 없는 건가?
“그놈의 드라마….”
백우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흑암은 이번 일의 원흉을 죽이기 전까진 마지막 회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아직도 분노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레이가 벌인 짓 같은데.”
-그레이? 그 미친년?
“그래. 무기 상흔 중에 거대한 창이나, 도끼 같은 게 있었다고 했잖아. 그런 건 흔치 않거든.”
그레이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블랙마켓과 협회의 정보부가 움직이고 있음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오늘은 드라마 안 볼 거야?”
-수요일은 흥미 있는 검사생활을 한다. 오늘은 무조건 봐야지.
“볼 수 있으려나….”
백우진은 뒷말을 흐렸다. 어제와 비슷한 졸음이 오는 것을 보니, 오늘도 그곳에 끌려갈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겠다.”
백우진은 침대에 누운 채로 졸음에 몸을 맡겼다. 잠시 뒤 심장이 조여드는 감각과 함께 눈을 떴다.
“또 왔군.”
눈을 뜨니, 어제와 똑같은 장소에 와 있었다. 다만 바닥의 핏물의 색이 조금 더 진해진 느낌이었다.
-으아아악! 이 미친 새끼들이 진짜!
오늘도 드라마 본방 사수를 놓친 흑암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 * *
피의 바다 위에서 눈을 뜨기를 4일째.
바다는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탁해졌고, 흑암은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타오르는 분노를 드러내지 않았기에 더욱 무서운 상태였다.
“오늘은 500명 정도 나오려나.”
첫날은 200명, 둘째 날에 300명으로 늘었고, 어제는 400명 정도였으니, 오늘은 500명 정도일 것 같았다.
다만 매번 새로운 시체들이 나오는 게 아니라, 어제 죽인 시체들이 오늘도 나타나고 있었다.
출렁!
하지만 백우진의 예상은 틀렸다. 피의 바다가 끓는 물처럼 부글거리며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찌지직! 찌익!
한 곳에 모여든 어마어마한 양의 핏물들은 기괴한 소리와 함께 쭈그러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제대로 올려 보기조차 힘들었던 피의 바다는 5m 정도 크기의 피로 이루어진 거인으로 압축되었다. 거인은 석상이라도 된 것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저건….”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피의 바다로 만들어진 거인에게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사기가 흘러나왔다.
-위험하군. 저건 저주 그 자체다.
“구역질이 날 정도야.”
-그렇다고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저걸 처리하지 않으면 평생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하지만?”
-나 정도 되는 마검은 저 정도 저주는 꿀을 찍어서 삼킬 수 있지. 나를 잡아라.
“하여튼 잘난 척은.”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흑암을 잡았다. 평소와 달리 섬야가 대신 암인을 운용했다.
촤아악!
땅에서 선박의 갑판 같은 형태의 거대한 칼날이 솟구쳐 거인의 몸을 관통했다.
퍼어어엉!
물풍선이 터지듯이 거인의 몸에서 터진 짙은 피가 온 세상으로 퍼졌다.
기이이잉!
뇌 속에서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온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음….
“이제 시작인가?”
붉어진 세상 자체에서 지독한 사기가 퍼져 나오고 있었다. 숨을 쉬고, 보는 것만으로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우우웅.
백우진의 앞에서 기괴한 형태의 마법진이 번쩍였다. 마법진에서 긴 은발을 휘날리는 미녀가 나타났다.
“그레이.”
백우진이 미소 짓는 그레이를 보며 두 눈을 빛냈다.
“바로 알아보는 걸 보니, 내가 그리웠나 보네?”
“전부 네 짓이었군.”
“네가 내 기대 이상으로 성장해준 덕분에 이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거든. 음?”
흥분으로 붉어지던 그레이의 눈동자에 강한 의문이 나타났다.
‘뭐지? 왜 없어!’
3일간 900마리의 혈귀들을 죽이고, 마지막 날 혈귀장을 죽인 것으로 혈전저주는 완성된다.
백우진의 심장은 근원으로 돌아가고, 그의 이마에 제물의 표식이 나타나야 하건만 둘 다 느낄 수가 없었다.
‘이 놈 대체….’
거기다 피의 저주로 물들어서 근원으로 돌아가야 할 백우진의 눈빛이 너무 맑았다.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거기다 저 괴물은 뭐야….’
백우진의 뒤에서 야수처럼 거친 기운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기운의 근원지가 백우진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역시 네년이었나?”
백우진의 뒤에서 거대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단순히 덩치만 큰 게 아니었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패도적인 기운이 끝도 없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레이는 남자의 눈빛을 받는 것만으로 지독할 정도의 오싹함을 느꼈다.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는 감각이었다.
“애인의 세계 마지막 회, 흥미로운 검사생활 11회, 12회의 본방을 놓친 원수를 갚아주마.”
흑암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분노를 피워내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