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마검 대 마창 (5)
-에라이!
흑암은 깡통 찬 거지라도 된 것처럼 검날로 바닥을 내리쳤다.
-그놈은 어떻게 하면 내 빡을 돌게 할지만 온종일 생각하는 거 아니냐?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래!
자신이 물고기도 아니고, 미끼를 던진 뒤에 키리카스의 남은 잔재를 모조리 빼가다니,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낙일참의 단계가 올라갔네.”
흑암과 달리 백우진은 눈앞에 뜬 메시지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결계에서 그레이의 공격을 베어버리며 쌓인 경험치와 키리카스의 잔재가 합쳐져서 낙일참의 단계가 오른 모양이다.
-망할 놈….
“내가 한 게 아니잖아.”
백우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흑암이 강해지든, 자신이 강해지든 모두 자신의 성장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 되든 정말 상관이 없었다.
-끄윽, 너 때문에 더 열 받아!
“화 좀 그만 내고, 일단 네 특성이나 보자. 차원간섭이라니, 이름부터 뭔가 있어 보이잖아.”
-으흠….
흑암은 백우진이 특성의 이름을 칭찬해주는 게 마음에 들었는지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입맛을 다셨다.
[차원간섭] 등급 : 레전더리.상대의 차원을 베어, 그 차원에 간섭할 수 있다.
-허억!
“어?”
백우진과 흑암이 차원간섭의 등급을 보고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시, 시스템이 인심을 크게 썼는데?”
-그, 그러게?
흑암의 목소리는 바람을 탄 나뭇가지처럼 떨리고 있었다. 잘 줘봐야 유니크라고 생각했는데, 레전더리가 나왔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레전더리 특성이 생겼으니, 마창의 남은 잔재를 나한테 준 거 인정할 만하지 않아?”
-으음, 뭐, 그 정도는 그릇이 큰 내가 받아 줄 수 있지.
흑암은 허허허 웃으며 검날을 까딱였다. 흐린 하늘처럼 축 가라앉았던 기분이 레전더리 특성 하나로 활짝 개어버렸다.
“근데 여기 설명을 보면 말이야.”
-설명?
“상대의 차원에 간섭할 수 있다는 것을 보니까. 너 혼자서는 쓸 수 없나 본데?”
-엉? 어엉?
흑암은 백우진이 가리킨 차원간섭의 설명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검날을 바르르 떨었다.
-이, 이럴 리가!
흑암은 차원간섭을 발동시켜보기 위해서 허공에 검을 휘둘렀지만, 당연히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웬 개가 짖냐는 듯 너무 멀쩡했다.
차원간섭은 설명 그대로 다른 존재의 차원에 간섭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서는 무용지물인 능력이었다.
-하필 차원이라니!
차원을 이용할 수 있는 존재는 특별한 종족이나, 차원에 관한 특성을 타고났거나 하는 등 극소수의 존재밖에 없었다.
상대의 차원에 간섭하다니, 평생을 가도 한 번 쓸까 말까 한 능력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었다.
-선 씨게 넘네.
흑암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뱉으며, 아우라를 박쥐 날개처럼 길게 펼쳐냈다. 극도의 분노를 했을 때만 나오는 현상이었다.
-병 주고 약 주더니, 다시 병이냐? 레전더리면 뭐해! 쓰지도 못할 구더기를 왜 줘!
“언젠가는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야, 네 것도 까봐.
소리를 지르던 흑암이 백우진에게 다가와서 으르렁거렸다.
“응?”
-너도 특성 받았잖아. 빨리 까보라고!
“안 보는 게 좋을 텐데?”
-시끄럽고 빨리 설명이나 불러와!
“후회할 텐데?”
[결계역장] 등급 : 레전더리.특성 소유자의 능력이나, 감각, 특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8등급 이하 결계와 진의 효과를 무효화한다.
-레, 레전….
“어? 결계만이 아니라 진까지?”
백우진이 눈을 부릅떴다. 결계역장이라는 이름을 보고 결계에 영향을 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진까지 효과를 받을 줄은 몰랐다.
“이거 진짜야? 너무 사긴데?”
특성의 설명대로라면 8등급 수준의 환상진이나, 결계도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오랜만에 개사기 특성을 얻었기에 흥분으로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
흑암은 말을 잃었다. 차원과 다르게 진과 결계는 쉽게 볼 수 있는 기예들이다. 거기다 옵션 자체가 자신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검생 진짜 좆같네….
* * *
[신검백가의 백우진. 부상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량 실종 범죄를 종결시키다.] [백우진. 제논 팔귀중 그레이를 쓰러뜨리고, 실종자들을 구출하다.] [지옥 같았던 실종 사건을 끝낸 능력자는 신검백가의 막내 검사.]최근 주목을 많이 받았던 대형사건이었기 때문에 백우진이 그레이를 죽이고, 사람들을 구했다는 정보는 바람처럼 퍼져나갔다.
백우진의 이름으로 기사들이 도배가 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건만,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이 미친 듯이 떠올랐다.
-진짜 백우진 맞아요? 얼마 전에 대연문 쳐들어가서 다 때려 부순 인간이 이번엔 제논의 팔귀중을 잡았다는 걸 믿으라고?
-ㄹㅇ 괴물 그 자체네. 아직 부상 중일 텐데.
-그레이는 8등급 능력자인 크리앙도 죽였다고! 대체 어떻게 잡았냐? 와, 진짜….
-또래랑 수준이 너무 다르네. 저 나이에 저런 능력자가 있었나?
-대연문은 진짜 좆같겠다. 백우진 한동안 조용할 거라 생각했을 텐데, 한 달도 안 돼서 일을 터트리네. ㅋㅋㅋㅋ-이제 협검이 아니라, 협웅이나 협제라고 불러야겠는데?
-하루만, 제발 하루만 백우진이 되고 싶다.
뿌드드득!
대연문주가 자신이 보고 있던 스마트폰을 종잇장처럼 구겨버렸다. 손바닥만 했던 스마트폰이 손톱보다 작은 구슬로 압축되었다.
툭.
대연문주의 손에서 떨어진 스마트폰이었던 구슬은 천천히 굴러가서 무릎을 꿇고 있는 혼원의 손등에 부딪혔다.
“….”
혼원과 황호, 백계, 청묘는 대연문주가 뿜어내는 불편한 기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동안 너희들을 왜 부르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대연문주의 눈빛이 피 묻은 창날처럼 살벌하게 빛났다.
“모, 모르겠습니다.”
황호가 손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 백천화가 돌아간 후 바로 부를 줄 알았지만, 대연문주는 지금까지 자신들을 찾지 않았다.
“내가 참지 못하고….”
“흐읍!”
“끄윽!”
대연문주의 전신에서 붉은 살기가 일렁거렸다. 숨을 턱 막히게 하는 살기에 청묘와 백계가 자신의 목을 부여잡았다.
“너희를 죽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장 강한 살기에 노출된 황호와 청묘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너희의 멍청함 덕분에 10년간 공들인 탑이 무너졌고, 적의 성은 더욱 단단하게 쌓아 올라갔구나.”
“죄,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모두가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찍으며 용서를 빌었다. 그들의 이마와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지만, 대연문주의 냉막한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너희도 알고 있겠지? 그놈이 또 일을 터트렸다는 걸.”
“음….”
“그, 그게….”
이들 역시 백우진이 그레이를 잡고, 실종자들을 구출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눈을 내리깔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놈은 위험한 놈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원석을 봐왔지만 그런 놈은 없었다. 지금까지가 아니라, 앞으로 더 위험해질 놈이야.”
“….”
혼원이 이를 악물었다. 인정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방심만 하지 않았다면 절대 지지 않았다.
“넌 인정할 수 없나 보군.”
대연문주가 혼원의 도발적인 눈빛을 보며 비틀어진 미소를 지었다.
“다시 싸운다면 이길 수 있습니다.”
혼원이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은 단 한 번도 최선을 다한 적이 없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싸움만이 아니라, 무력 역시 백우진보다 빠르게 성장할 자신이 있었다.
“마지막 기회를 주지.”
대연문주의 눈에서 보는 사람의 심장을 옥죄이게 하는 지독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지금, 이 순간부터 너희들의 진정한 임무는 백우진을 죽이는 것이다.”
대연문주는 백우진의 이름을 말할 때 뼈를 으깨듯 힘을 주었다.
“어떤 수단을 써도 좋다. 철저하게 놈의 숨통을 끊어버려라.”
* * *
“가주님을 뵙습니다.”
백우진이 백천화에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네 녀석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구나.”
백천화가 백우진의 인사를 받으며 피식 웃었다.
백우진은 대연문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이며 대연문주가 직접 손을 쓰게 만들었다.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최고의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덕분에 대연문과 전수환을 압박해서 예상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얻어 낼 수 있었다.
‘이번에도 알아서 움직이다니.’
한동안 가만히 놔두려 했는데, 이번에도 홀로 움직여서 제논의 그레이를 죽이고 납치된 사람들을 구해냈다. 솔직히 말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흐음….”
백천화가 백우진의 상태를 확인하고 작게 헛웃음을 지었다. 내상이 깨끗하게 나은 것도 모자라서, 더 강해진 무력이 느껴졌다.
‘내가 저 수준이 되었을 때가 서른 초중반이었나. 대단하군.’
백우진은 당시의 자신보다 10년 이상을 앞서고 있었다. 얼굴에 티를 내진 않았지만, 진심으로 놀란 상태였다.
“그레이의 위치는 어떻게 파악했지?”
“미끼를 던졌습니다.”
“미끼?”
“그 이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런가.”
백천화는 큭큭 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네게도 지킬 비밀이 있겠지.”
“그리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백우진이 고개를 들어 백천화의 안색을 살폈다. 아버지는 전생과 현생을 포함해서 가장 기분이 좋은 상태 같았다.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이는데?
‘그럴 수밖에 없지.’
-하긴 가만히 있다가 떨어진 떡을 주워 먹었으니.
평생의 숙적이라 생각하던 대연문의 명성이 시궁창에 처박히고, 신검백가는 하늘에 닿는 첨탑처럼 우뚝 섰다.
대연문과 합의를 하며 물질적인 이득도 얻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칭찬해 달라고 온 건 아닐 테고, 왜 왔느냐?”
“한동안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무엇을 위한 시간이지?”
“전방에 가려 합니다.”
“전방?”
“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서 가고 싶습니다.”
“경험이라….”
백천화는 백우진의 진의를 알아보려는 듯 그의 눈을 보았다. 하지만 백우진의 눈동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경험은 이곳에서도 쌓을 수 있다. 전방은 네 생각과 전혀 다른 곳이다. 수련하기 힘들 정도로 끝없는 전투가 벌어진다. 그곳에선 네 이름을 빛낼 수 없어.”
“상관없습니다.”
명성은 쌓을 만큼 쌓았다. 백천화를 비롯한 절대자들을 따라잡기 위해선 더 많고, 질 높은 전투를 겪어야 한다.
“흐음….”
백천화가 고민을 하듯 턱을 쓰다듬었다.
백우진은 가만히 놔둬도 알아서 가문의 이름을 키우는 녀석이다. 전방에 보내서 쓸데없는 싸움을 시키기엔 영 아까웠다.
“좋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백천화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우진을 조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전방에는 블록이라는 구역의 단위가 있다. 1년 안에 몬스터에게 먹힌 1블록을 되찾아라.”
“전 전방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고 조건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내가 22살 때 이뤄냈던 일이다. 그것도 할 자신이 없다면 포기해라.”
-어쭈? 야 받아들여! 뭔지 몰라도 1블록이 아니라 모든 블록을 다 깨버리자!
“알겠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천화가 저런 거로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다. 그가 했다면 자신이 못할 리가 없었다.
거기다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보내주지도 않을 것 같았으니, 선택권이 없었다.
“네가 내 조건을 이뤄낼 수 있다면 전방에서 네 마음대로 머물러도 좋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돌아와서 내 지시를 따르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가 보거라. 전방에 갈 날짜는 내가 정해주마.”
백우진은 고개를 숙인 뒤 가주전을 나갔다.
“이번 내기는 쉽지 않을 거다.”
백천화는 그의 등을 보며 진득한 미소를 피워 냈다. 거미줄에 걸린 먹이를 보는 눈빛이었다.
* * *
백우진은 사자의 성 최상층에 있는 대형 수정구슬 앞에 앉아 있었다.
수정구슬에선 의검대가 언데드들과 싸우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흐음….”
의검대는 짜 맞춘 것처럼 잘 싸우고 있었지만, 백우진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여기선 공략 루트가 달라요. 일단 수진이의 호감도를 높여야 다음 루트가 쉬워진다니까요!”
“난 민희가 좋다고.”
“민희? 아 또 양 갈래야? 진짜 미치겠네!”
일단 오른쪽 구석에선 리치 두 명 아니, 해골바가지 두 마리가 미소녀 연예 시뮬레이션을 하며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으하하하! 그렇지! 그렇게 가야 막장이지!
바로 옆에서는 자신을 최강의 마검이라 부르는 고철 덩어리가 태블릿으로 드라마 재방송을 보고 있었고.
“이야, 대박! 전부 상급이야!”
마지막으로 도둑놈은 카멜레온처럼 천장에 붙어서 벽에 박힌 보석을 빼내고 있었다.
“내가 이상한 건가? 저놈들이 이상한 건가?”
리치는 미연시 게임을 하고, 마검은 드라마를 보고, 도둑놈은 도둑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졌다.
“역시 검사님을 따르길 잘했다니까요! 이렇게 노다지에 데리고 와주시다니!”
무영객이 아이처럼 히죽 웃었다. 녀석은 리치들에게 게임을 제공해줄 테니, 벽에 박힌 보석을 딱 10개만 가져가겠다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다만 약속한 10개가 한참 넘었음에도 속임수를 쓰며 그 이상의 보석들을 빼내는 중이었다.
“나도 모르겠다. 그냥 무시하는 게…. 응?”
백우진이 한숨을 내쉬고, 수정구슬로 시선을 돌릴 때였다. 갑자기 바닥이 좌우로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치이이잉!
먼지가 푹 일어나며 회색 바닥이 자동문처럼 열리고, 그 안에서 동그란 형태의 시꺼먼 구멍이 나타났다.
“어?”
“이건….”
게임을 하던 리치와 드라마를 보던 마검, 넋 놓던 백우진이 동시에 고개를 들어 올려 천장을 보았다.
“이, 이게 또 무슨 일이래….”
무영객이 천장 가운데 박혀있던 제 몸통만 한 보석을 뽑아 들고,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