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만상보
“이게 뭐지?”
바닥에 생겨난 구멍은 검게 물들어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저, 전 모르겠는데요. 혹시 카르덴님은 뭔지 아십니까?”
“나라고 알겠냐?”
리치들도 구멍의 정체를 알지 못해서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었다.
“정말 몰라?”
“전에 말씀드렸듯이 저흰 좁밥이라서 이 최상층이 아니라 7층에 있었습니다. 여긴 주인님이 떠나고 나서야 들어올 수 있었죠.”
카르덴이 고개를 저었다. 주인이 있을 땐 이곳에 발도 딛을 수 없었다.
“내려와.”
“옙!”
백우진의 손짓에 무영객이 다람쥐처럼 바닥으로 내려왔다. 이 와중에도 그 거대한 보석을 놓지 않고 있었다.
-진짜 쟤는 뭐 하는 놈인지 판단이 안 선다. 우리 대륙에도 저런 놈은 없었어.
“넌 어떻게 된 게 가는 곳마다 일을 터트리는 거냐? 일부러 그러는 거야?”
“전혀 아니죠. 아무래도 제가 똥물에 손을 씻었나 봐요.”
무영객이 허허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물론 보석은 이미 자신의 것이라는 듯 꼭 잡고 있었다.
“그건 또 어떻게 찾은 거야? 천장에 그런 루비는 없었는데.”
“천장에 약간의 틈이 있어서 열어봤는데, 이 보석이 떡하고 저한테 안기지 뭡니까! 어제 돼지꿈을 꿨는데 아무래도 그 돼지가 보석이 되어서….”
-지랄한다.
“하아….”
백우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 구멍을 살피고 있는 리치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뭔지 알겠어?”
“주인님의 마력이 느껴집니다. 그분이 만드신 게 맞습니다.”
카르덴이 구멍에서 손을 떼며 안구에 푸른 불꽃을 피워냈다. 구멍에서 주인의 마력 냄새가 술술 풍기고 있었다.
“그 드래곤을 부르는 신호라던가, 그에게 가는 통로일 가능성은?”
“그건 아닐 겁니다. 드래곤은 끝낸 유희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제 주인은 이 성에 완전히 미련을 버렸을 겁니다.”
-그건 저 해골 말이 맞다. 드래곤에게 유희는 하나의 놀이일 뿐이야. 그 도마뱀 놈도 유희를 좀 심각하게 즐길 뿐 본성은 드래곤이다.
“그렇군.”
백우진이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드래곤을 만나나 기대했더니만 나중으로 미뤄야 할 모양이다.
우우웅!
카르덴은 자신의 마력으로 구멍을 탐색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공간이동을 위한 통로입니다. 이 성 지하 깊은 곳을 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험성은?”
“조금 있지만 이 통로 자체가 위험한 게 아니라, 통로를 나간 뒤에 있는 게 위험할 겁니다. 말씀드렸듯이 제 주인은 괴팍하고, 특이했으니까요.”
“그렇단 말이지.”
“허억!”
백우진은 통로를 보다가 무영객의 뒷덜미를 잡았다. 당황한 무영객이 어깨를 움츠렸다.
“거, 검사님?”
“네가 열었으니까. 같이 들어가자.”
“예? 자, 잠시만요!”
백우진은 무영객과 함께 검은 통로로 몸을 던졌다. 통로에 들어가자마자 땅에 발이 닿았고, 눈앞의 환경이 달라졌다.
-꼭 연무장이나 수련장 같은데?
‘동감이야.’
구닥다리 고성이 사라지고, 확 트인 넓은 장소가 나타났다. 공간 자체는 축구장처럼 넓었지만, 안쪽에 돔처럼 둥근 막으로 감싸진 곳이 있었다.
“거, 검사님! 저기 사람들이 있어요!”
무영객이 둥근 막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적발을 가진 30명 정도의 사람들이 각종 무기를 들고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건 사람이 아니야.”
백우진은 당황하지 않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예?”
“생기가 없어. 석상이나 인형 같아.”
저들은 사람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조금의 생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교하게 만든 마나의 인형이었다.
“이런 건 또 언제 만드셨대?”
“역시 성의 지하가 맞네요. 한참 밑이긴 하지만.”
뒤늦게 따라 들어온 리치들이 헛바람을 내뱉었다. 이 장소는 지하 1층, 2층 수준이 아니라, 엄청나게 깊은 곳에 있었다.
“너희 둘 다 내려오면 검대 애들은 누가 챙길 거야? 한 명 올라가.”
“어? 그러네. 그럼 제가 올라가겠습니다!”
페스는 백우진의 말을 듣자마자 몸을 돌렸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빠른 반응속도였다.
“야, 잠깐만! 내가 갈….”
“어이쿠, 실수! 먼저 갑니다.”
페스는 실수인 척 미끄러지면서 방금 나온 출구로 도로 들어가 버렸다.
“젠장!”
카르덴이 뼈밖에 없는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저 자식 제 마음대로 루트를 결정하려고 간 거예요! 검사님. 제발 기회를….”
“하아….”
백우진은 카르덴의 말을 듣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리치들은 컨셉이 아니라, 정말로 게임에 푹 빠져버렸다.
-백우진. 네가 괴물을 만들었다. 저 녀석들의 영혼에 사과해라.
“그건 나중에 하고 일어나. 여긴 대체 뭐야?”
백우진은 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카르덴을 일으켜 세웠다.
“마, 말씀드렸듯이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카르덴이 앞으로 다가가며 인형이 들어 있는 둥근 막을 가리켰다.
“저 안쪽에서 마나가 흐르고 있습니다. 아마 들어가는 순간 저 녀석들이 움직일 겁니다.”
-인형들의 무기가 다양한데? 무슨 수련이라고 하려 한 건가?
흑암의 말대로 인형들의 무기는 소검, 대검, 도, 창, 궁, 철퇴, 낫, 지팡이 등 다양했다.
“가보면 알겠지.”
백우진이 둥근 막으로 들어갔다. 막을 지나는 순간 짙은 마나의 공간에 들어온 듯 감각이 예민해졌다.
치이잉!
백우진이 둥근 공간으로 완전히 들어가자, 인형들의 눈에서 시퍼런 불이 들어왔다.
뿌드드득!
나무판자가 부러지는 듯한 거친 소리와 함께 인형들의 관절이 뚝뚝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그극!
인형들은 오랜 기간 잠들어 있던 것과 다르게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였다. 가지고 있는 무기의 날도 전혀 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검사님!”
“괜찮아.”
백우진은 손을 저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형들에게 집중했다.
“어?”
-오!
백우진과 흑암은 갑자기 빨라진 인형들의 움직임을 보고 헛웃음을 내뱉었다. 인형들은 무인이라도 된 것처럼 보법을 밟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후우웅!
가장 앞에 있던 건틀릿을 착용한 인형이 백우진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단순한 주먹질이 아니다. 강력한 마나와 숙련된 궤도가 담겨 있었다.
퍼억!
백우진은 몸을 왼쪽으로 틀어서 인형의 주먹을 피했다. 발검술을 쳐올려 인형의 머리통을 단숨에 깨버렸다.
투드득.
머리가 깨진 인형이 가루가 되어 무너지고 인형에 담겼던 마나가 바닥으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후웅!
권사 인형이 머리가 터졌음에도 다른 인형들은 멈추지 않았다. 검과 철퇴, 창들을 휘두르며 백우진에게 덤벼들었다.
-어? 이놈들….
‘보법만이 아니야. 움직임 자체가 무인 수준이야.’
인형들은 자신이 가진 무기에 적합한 보법과 무예를 사용하고 있었다. 다만 수준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에 백우진은 어렵지 않게 모든 인형을 부술 수 있었다.
“어렵진 않네.”
백우진은 마지막 궁수 인형을 부수고, 암인검을 집어넣었다.
“검사님.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습니까?”
“왜?”
“확인해 볼 게 있습니다.”
카르덴의 말을 듣고, 백우진이 둥근 막을 나오자, 바닥에서 푸른 오러가 피어나 가루가 된 인형들에게 흡수되었다.
우우웅!
푸른 마나가 물결치며 시간을 역행한 것처럼 산산이 조각난 인형들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재생?”
“저것들 마력 주입형 인형입니다.”
“마력 주입형?”
“예. 마력을 주입하면 끝없이 재생하는 인형들이죠. 저 정도로 무예나 마법을 교육할 수 있을 줄은 저도 몰랐지만….”
“이걸 왜 만든 건데?”
“유희에 관계된 것 같긴 한데, 저도 그 이유까진 모르겠습니다.”
카르덴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주인은 워낙에 특이했기에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내가 알고 있다.
‘진짜?’
-저 해골 말대로 여긴 유희를 위한 준비 장소였다.
‘준비 장소?’
-내가 예전에 세르빅 놈을 만난 적이 있다고 했지?
‘그래.’
-세르빅은 인간의 모습으로 영웅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때의 컨셉은 천재적인 재능의 인형사였지.
‘천재 인형사?’
백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언데드의 왕 다음에 영웅 놀이, 그것도 인형사라니, 유치해서 소름이 돋아 올랐다.
-녀석은 대륙 전쟁에서 인형사로 날뛰었다. 드래곤이 만든 인형치고는 인간의 무예를 제대로 익히고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만, 여기서 연습을 했던 거로군.
‘유희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다고?’
-너, 저 위에 있는 사자의 성을 보고서도 아직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세르빅은 유희에 미친 도마뱀이라니까.
‘그건 그렇지.’
사자의 성의 스케일에 대해 생각해보니 자동으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세르빅은 제대로 미친 드래곤이었다. 종족이 다른 무영객을 보는 느낌이었다.
‘왠지 언제가 만날 거 같네.’
백우진은 인형들을 보며 본 적도 없는 세르빅이라는 드래곤에게 친근감을 느꼈다.
-그래!
흑암은 인형과 백우진을 번갈아 보다가 참돔처럼 펄떡 뛰었다.
-너 여기서 수련해라.
‘수련?’
-검, 도, 창, 권, 둔기 각양각색의 능력을 가진 인형들이 끝없이 움직이는 데다가 재생도 하잖아. 수련하기 딱이다!
‘다양한 공격 방식은 동의하지만, 도움이 될까?’
-이놈들과 대련을 하라는 게 아니다.
흑암은 검날로 인형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놈들로 보법 수련을 해라.
‘보법?’
-네 녀석은 아직도 무명보법이랑 회령만 사용하잖아. 그게 언제까지 통할 거라 생각하는 거냐?
‘음….’
-네 검술은 어디 가서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는 된다. 하지만 보법은 아직 부족해.
흑암은 검날로 인형들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저 인형들은 다양한 방식의 공격을 사용하고, 나름대로 수준도 있다. 마나의 막 때문에 예민해진 감각도 도움이 될 거다. 저 녀석들을 이용해서 네 보법을 완성해봐라.
‘보법의 완성이라….’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법의 성장은 중요한 숙제 중 하나였다. 보법의 수준이 높았다면 혼원을 더 쉽게 제압하고, 대연문주의 공격을 한 수는 더 버텼을 거다.
‘네가 오랜만에 맞는 말을 하네.’
백우진이 다시 둥근 막으로 들어갔다. 자신에게 달려는 인형들을 보며 눈을 빛냈다.
‘바로 시작하자.’
* * *
태평양 바다 밑에 있는 제논의 본 회의실.
제논의 마스터 김남길이 동그란 초콜릿을 씹으며 끝없는 바다를 내려 보고 있었다.
똑똑.
살짝 둔탁한 노크 소리와 함께 검은 정장을 입은 비서가 방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됐지?”
“화면을 봐주십시오.”
비서가 가지고 있던 리모컨을 누르자, 바닷속을 낱낱이 비추던 통유리에서 그레이의 시체를 찍은 사진이 나타났다.
너무나도 큰 고통을 느끼며 죽어서인지 전신에 핏줄이 섰고, 눈도 감지 못했다.
“흐음….”
김남길이 턱을 쓰다듬으며 사진에 집중했다. 20대로 보이는 외모지만, 하는 행동은 중년이나 노년의 남성을 보는 것 같았다.
“마창 키리카스에 대한 정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협회 쪽에서도 제대로 모르는 것을 보니, 백우진이 가져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게 아니야.”
김남길의 눈동자가 바다처럼 퍼렇게 번쩍였다.
“마창이 소멸했다. 그것도 산산조각으로 찢겨서.”
김남길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미소 지었다.
고통에 내성이 있는 그레이의 표정이 저 정도로 일그러진 건 마창이 부서지며 지독한 고통을 느꼈기 때문이다. 백우진이 마창을 파괴한 게 분명했다.
“예에?”
비서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마창이 부서졌다고?’
마창이나 마검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부술 수 없다. 세간에서 말하는 절대자들이나, 같은 마검이 아닌 이상 파괴할 수 없는 특별한 물건이다.
“그, 그럼….”
“백우진이 정말 그레이를 죽였다면 녀석에게 마검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마검이라니!”
“그래. 이래야 말이 되지.”
백우진이 나이에 비해 너무도 강대한 무력을 가지고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녀석은 대연문주의 공격을 막을 때 한순간 2배에 가까운 오러를 운용했었지. 아무래도 그게 마검의 능력인 모양이다.”
김남길은 검선지체 검운을 마검의 능력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사실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흑암의 능력은 인간의 상식을 벗어나 있었으니까.
“백우진에 대한 정보를 모두 모아. 블랙마켓, 협회, 다른 길드 모두 다 조사해.”
“아, 알겠습니다.”
“철귀는 뭘 하고 있지?”
“삼 일 전 카둔 길드를 몰살시킨 뒤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딱 좋군.”
김남길이 손짓을 하며 어둡고도 짙은 미소를 피워냈다.
“정보를 모은 즉시 철귀에게 보내. 젊은 괴물은 늙은 괴물에게 맡겨야지.”
* * *
“후우….”
백우진이 거친 숨을 뱉었다. 벌써 이주일 째 인형들과 동거를 하며 보법 수련을 하고 있었다. 수련도가 많이 올랐지만, 아직 한 걸음이 부족했다.
-힌트를 주지. 네 발을 검이라고 생각해라.
‘발이 검?’
-검을 손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라는 말은 들어봤지?
‘많이들 하는 말이지.’
-그것과 똑같다. 보법으로 검술의 묘리를 풀어낸다고 생각해라. 그렇게 수련을 해왔는데, 그것도 못 하면 뒤져야지.
‘하여튼 넌 말이 너무 심해.’
백우진은 툴툴거리면서도 발을 멈추지 않았다. 뒷짐을 진 채로 사정없이 몰아치는 인형들의 공격을 피해냈다.
‘발로 펼치는 검술이라….’
검과 도, 창, 권을 사용하는 인형이 동시에 달려들었지만, 백우진은 물처럼 부드럽게 보법을 밟으며 모든 공격을 무위로 돌려버렸다.
챠아앙!
인형들은 멈추지 않고 연속으로 공격을 이어냈다. 백우진은 불처럼 폭발적이고, 바람처럼 재빠르게 움직여 그 공격들을 흘려냈다. 이전보다 훨씬 깔끔한 움직임이었다.
-그래. 그렇게 해라.
자그마한 조언이 밑거름되었는지, 백우진의 움직임은 조금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높아진 오성과 능력치 덕분에 습득 속도가 상상 이상이었다.
쿵!
백우진은 무거움의 기운을 보법에 담아서 땅을 내리찍었다. 바위가 떨어지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인형들의 움직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쿠구구!
백우진이 보법으로 풀어낸 무거움의 기운이 인형들의 움직임을 제압한 것이다.
콰아아아!
인형 30기가 전략을 짠 것처럼 동시에 마나를 줄기줄기 뽑아냈다.
‘쾌와 뇌. 검술을 펼치듯이….’
백우진은 보법에만 오러를 사용했고, 몸에는 조금의 오러도 두르지 않았다. 한 번 만 맞아도 살이 터져나갈 위험한 공격의 빗속에서 미소를 피워냈다.
빠지지직!
백우진의 전신이 뇌기로 번쩍였다. 뇌기를 운용하며 보법으론 쾌의 묘리를 풀어냈다. 뇌와 쾌가 조화되어 극에 이른 빠름이 그의 발에서 펼쳐졌다. 인형들의 공격은 백우진의 옷조차 스치지 못했다.
띵!
[당신이 습득한 검술의 묘리가 보법과 조화됩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보법 만상보(萬商步)가 생성되었습니다.]만상보의 보법들은 희대의 화가가 그린 작품처럼 백우진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콰아아앙!
백우진이 천천히 들어 올린 발로 땅을 내리찍었다. 패와 중의 묘리가 담긴 검제군림보였다.
무겁고도 무겁고, 강하고도 강한 흐름이 단긴 검제군림보에 연무장 전체가 폭삭 무너졌고, 땅 위에 있는 인형이 그대로 터져버렸다.
“만상보….”
백우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 만상보는 일반적인 보법과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완벽한 초식이 아니라, 초식에 빈틈이 있어서 상황에 맞는 무예의 묘리를 담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 세상에 딱 하나뿐인 자신만을 위한 보법이었다.
“어떤 거 같아?”
-쯧, 너에겐 아까울 정도의 보법이다. 하여튼 되는 놈은 무얼 해도 되는구나.
흑암이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만상보에 대한 극찬이 분명했다.
“근데 이거 왜 복구가 안 되냐?”
백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너진 땅과 깨진 인형들이 복구되지 않고, 부서진 채로 멈춰 있었다.
“아….”
카르덴은 고래처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보법의 위력과 범위에 까무러치게 놀란 상태였다.
“카르덴?”
“아, 예! 아무래도 수명이 다 된 모양입니다.”
“수명? 내가 부숴서 그런 건가?”
“아뇨. 이건 주인님이 유희를 위해 만든 임시 수련장이니까요. 사실 지금까지 버틴 게 용한 거죠.”
“그래? 그럼 이제 빼야겠네.”
“예? 뭘 빼신다는 건지….”
백우진은 인형들을 아쉽게 바라보다가 연무장의 중앙으로 이동했다. 땅이 쪼개진 조각들을 던져버리고, 땅을 파헤쳤다.
우우웅!
잠시 후 백우진의 손에는 푸른빛을 내뿜는 팔각형의 보석이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