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전방으로 (3)
“음….”
백우진은 그레이존에 들어오자마자 침음을 내뱉었다. 마나의 농도가 굉장히 짙었고, 순수한 마나에 무언가가 섞여있었다.
‘설마 이 느낌은….’
-어둠의 마나다. 자연의 마나에 어둠의 마나가 섞여 있어. 다만 리치같은 언데드의 마나와는 다르다.
‘뭐가 다르다는 거지?’
-리치들이 가진 어둠의 마나보다 훨씬 순수하다.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야. 그래서 인간들이 숨 쉬고 움직일 수 있는 모양이다.
흑암은 이곳을 덮은 회색 안개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이곳은 외부보다 마나의 농도가 짙다. 어둠의 마나도 날 것이라, 작응만한다면 받아들이는 데 큰 문제도 없을 것 같다.
‘그럼 지금 내 몸이 지 멋대로 움직이는 건 적응 때문인가?’
백우진은 떨리는 오른손을 보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래. 네 몸과 오러가 이곳의 마나에 적응하기 위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게 신고식이었군.’
-음, 그런데 왜 네 오러는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가만히 있는 거지?
흑암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백우진의 단전을 보았다. 화산처럼 폭발해야 하는 오러가 호수처럼 잔잔했다.
‘써 보면 알겠지.’
-쯧, 적응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러를 쓰게 되면…엉?
흑암은 어처구니없는 현상에 말을 잃었다. 백우진의 몸에서 퍼진 라사둠의 오러는 그를 덮은 그레이존의 농도가 높은 마나를 그대로 집어삼켰다.
-무, 무슨 이런 미친 현상이 있어!
저건 적응이 아니라 포식이다.
백우진이 가진 오러는 어둠이고, 농도고 상관없이 마나를 씹어 삼켜버렸다. 수많은 오러를 봐왔지만, 저런 능력의 오러는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괜찮네.’
백우진이 씩 웃었다. 전신에서 일어나던 경련과 답답했던 호흡이 사라지고, 금방 자고 일어난 듯한 개운함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개, 개사기 오러….
라사둠의 오러가 그레이존의 마나를 포식함으로써 백우진은 순식간에 짙고, 어둠이 섞인 마나에 적응해버렸다.
‘몸이 가뿐해졌는데. 난 적응할 필요 없나 봐.’
백우진이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하며 웃었다.
‘다만 검대 애들은 버티기 힘들어하는군.’
-전부가 너처럼 사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줄 아냐? 자신의 신체와 마나의 수준에 맞게 반동이 오는 거기 때문에 누구라도 저런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 적응 좀 도와줘야겠네.’
백우진은 라사둠의 오러를 보자기처럼 펼쳐서 문주영과 의검대를 감쌌다.
“허억!”
“후우….”
“도, 도련님!”
문주영과 의검대가 간신히 고개만 들어 올려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여기서부터 주저앉아서 갈 건가?”
“끄윽….”
“저들의 얼굴을 봐라.”
백우진이 눈짓으로 백연휘와 그 옆에 있는 검사들을 가리켰다.
“너희들을 무시하는 저 표정들을 뒤엎고 싶지 않나? 그러면 일어나. 일어나서 너흴 괴롭히는 이 마나와 싸운다고 생각해라.”
“아, 알겠습니다.”
“저들의 표정이 바뀌는 건 끄, 끌리네요.”
“끄응….”
문주영이 가장 먼저 일어나고, 홍남기와 김우혁이 비틀거리며 섰다. 남은 16명의 검사 모두가 자신의 다리로 당당히 일어났다.
“천천히 호흡하면서 정신을 집중해. 망아지처럼 날뛰는 오러를 붙잡아서 너희를 압박하는 마나와 싸운다고 생각해.”
“예!”
백우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19명의 기세가 하나로 뭉쳐 예리한 검처럼 솟아올랐다.
백우진이 문주영과 의검대를 보호하는 오러를 풀었음에도 그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떨면서도 버티고 있었다.
[완벽한 검의 지휘자가 발동되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백우진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 특성을 이렇게 사용하다니, 정말 네 잔머리는 따라 갈 수가 없어.‘흑암이 혀를 내둘렀다. 백우진은 완벽한 검의 지휘자를 발동시켜서 의검대의 능력치를 상승시켰다.
의검대가 겪는 마나의 반동은 그들의 능력치가 상승하기 전에 맞는 반동이었다.
완벽한 검의 지휘자로 능력치가 상승한 의검대는 신체와 오러의 반동을 어렵지 않게 이겨낼 수 있었다.
‘그래도 안 되는 놈이 있어.’
-응?
‘저 녀석 말이야.’
백우진은 목마른 강아지처럼 혀를 쭉 내밀고 기절한 무영객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제대로 갔구먼.
‘그러게.’
백우진은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며 무영객을 들어서 어깨에 걸치고 백연휘와 현검대에게 다가갔다.
“신고식은 끝난 것 같은데 안 가?”
“와….”
“허….”
진혜리와 현검대 검사들은 넋이 나간 얼굴로 백우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뭐 이런 괴물이 있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신고식에 대해 알고 있었나?”
백연휘의 목소리는 덤덤했지만,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그 역시 놀란 심정을 완벽하게 감추지 못했다.
“신고식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건지는 몰랐어.”
백연휘는 백우진과 그의 뒤에서 당당히 서 있는 의검대를 보고 눈을 빛냈다.
‘이런 건 또 처음이군.’
21명 중 20명이 자신의 다리로 서 있었다. 상상도 하지 못한 결과다. 그레이존이 이렇게 흉해진 이후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바로 출발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백연휘의 질문에 의검대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들의 목소리엔 힘이 담겨 있었다. 확실히 적응을 마친 것 같았다.
“…가자.”
백연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안쪽으로 향했다. 진혜리와 현검대의 검사들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고서 그의 뒤를 따라갔다.
“저들의 표정을 보니 어때?”
“이래서 역관광을 하는 거군요!”
“냉면 먹은 것처럼 속이 시원합니다!”
의검대 검사들은 현검대 검사들의 등을 보며 히죽거렸다.
“앞으로 더 재밌는 것들을 보게 될 거야.”
백우진은 씩 웃으며 백연휘를 따라 더 짙은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 * *
백우진은 백연휘를 따라서 사령부가 있는 센터 블록에 도착했다. 지휘부만 있는 건 아니었는지, 여러 가지 상점과 휴식을 위한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별것이 다 있군.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아.
‘그렇지만 전부 능력자야.’
센터 블록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능력자였다. 수준이 낮은 능력자도 꽤 있었지만, 마나를 모르는 일반인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지.’
전방의 전투는 거칠고, 습격이 잦다고 한다. 자신의 몸을 자신이 지킬 수 없다면 살아가기 힘든 곳이었다.
-근데 저 녀석들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입을 쩍 벌리고 너희를 보는데? 널 알아보는 건가?
‘그게 아니야.’
백우진이 사람들의 눈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신고식을 겪었는데도 딱 한 명만 기절했다는 걸 믿을 수가 없는 거야.’
저들은 현검대 검사들처럼 경악과 놀라움이 담긴 눈빛으로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신입이 21명 중에 딱 한 명만 기절해서 업혀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
백연휘는 자신에게 향하는 인사를 받으며 중앙도로를 쭉 걸었다. 진혜리는 아직도 눈을 크게 뜬 채로 백우진과 의검대를 계속해서 힐끔거렸다.
“부사령관님을 뵙습니다!”
백연휘가 사령부 안쪽으로 들어가자, 검은 전투복을 능력자 두 명이 머리를 조아리며 길을 열어주었다.
“형이 부사령관이었어?”
“부사령관은 한두 명이 아니야.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다.”
백연휘는 별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대답을 하며 사령부 중앙의 둥근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너희는 의검대에게 숙소를 안내해주도록.”
“알겠습니다!”
진혜리와 현검대가 의검대, 무영객, 문주영을 데리고 갔기에 건물 앞에는 백우진과 백연휘만 남았다.
“여기가 사령관님이 계신 곳이다. 너도 그분이 누군지는 알고 있겠지?”
“물론.”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 영웅이자, 수십 년째 전방을 지키는 수호신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를 수가 없지.”
* * *
“사령관님을 뵙습니다.”
백우진이 예를 담아 반쯤 금이 간 책상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머리는 백발이지만, 피부는 중년인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번쩍이는 호안(虎眼)에선 용맹함과 강인함이 느껴졌다.
-이 남자가 네가 말한 창왕이냐?
‘그래.’
-무지막지하게 강하군. 만 번의 전투를 겪은 실전의 냄새가 난다.
‘끝없이 싸워온 사람이니까.’
백우진의 눈빛에 존중의 예가 담겼다.
창왕 황병훈은 한 자루 창으로 절대자 반열에 오른 능력자이자, 전방의 모든 것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이었다.
다른 절대자들과 고위 능력자들이 전방을 떠났음에도 황병훈은 끝까지 남아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지만 네 아버지와 대연문주와 비교하면 조금 처지는군. 실제로 싸운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럴 수밖에 없지.’
황병훈은 이곳에서 전투를 지휘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왔다. 실전이라면 모를까 무력의 성취에 있어서는 그 사람들에 비해 모자를 수밖에 없었다.
“네 막냇동생이라고?”
“그렇습니다.”
“너하고는 다르게 짜증이 나올 정도로 잘생겼구나.”
황병훈은 허허 웃으며 일어났다. 그의 키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거인처럼 웅장하게 보였다.
오러나 기세가 아니라, 쌓아온 격과 세월이 그의 존재감을 커다랗게 만든 것이다.
“백가의 막내가 전수환의 공격을 3번이나 막았다기에 헛소문인 줄 알았건만 아니었군.”
“예?”
“약관도 되지 않은 녀석이 이 정도라…. 장래가 무서울 정도야.”
백우진은 나이와 세월이라는 틀을 벗어난 강대한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수많은 재능 있는 능력자들을 봐왔지만, 이런 녀석은 처음이었다.
“네 나이에 그 무력과 배경, 명성이면 밖의 세상은 천국이나 다름없었을 터인데 왜 이 지옥에 발을 들이민 것이냐?”
황병훈의 노회한 눈동자가 우물처럼 깊어졌다. 백우진은 진심을 담아서 이야기해야 할 때임을 깨달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두 가지?”
“첫 번째는 수련을 위함입니다. 제 모자라고, 부족한 부분들을 이곳에서 채우고 싶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곳만큼 많은 실전을 겪을 수 있는 곳은 없으니까요.”
“19살에 그 정도 무력을 가지고도 욕심을 부리는 게냐?”
“높은 산을 봤으니,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크하하하!”
황병훈은 광소를 터트렸다. 백우진이 말한 높은 산은 그의 아비나, 전수환이다.
젊은 나이에 높은 수준의 무력을 가진 녀석이 만족하지 않고, 절대자들을 따라잡겠다고 하니 기꺼운 웃음이 나왔다.
“그럼 두 번째는 무엇이냐?”
“최근 아니, 재작년부터 전방에 큰 피해가 있다는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저라도 한 손 보태고 싶은 마음에 왔습니다.”
“흐음….”
황병훈이 백우진의 잔잔한 눈빛을 보았다.
‘둘 다 진심인가.’
많은 사람을 보고 겪었기에 눈만 봐도 진실과 거짓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 백우진은 진심을 담아 말하고 있었다.
“네 형도 특이했는데, 넌 더 특이하구나.”
“네?”
백우진이 백연휘를 바라보았다. 느낌이지만 그가 자신을 보는 눈빛은 아까와 달리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대충 알고 있겠지만 여긴 위험하다. 몬스터들은 강하고, 사나우며, 아직도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아. 몬스터들을 밀어내긴커녕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
황병훈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멀리보이는 회색 안개를 바라보았다.
“급여가 많고, 여러 가지 편의도 봐주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겠느냐? 죽으면 전부 말짱 황인 것을.”
“음….”
“그래서 너 같은 바보가 온 것을 환영한다.”
“바보요?”
“그래. 바보지. 밖에서 한창 즐거운 생활을 할 시기에 다 때려치우고 이 지옥에 들어왔으니, 바보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그러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바보입니까?”
“이 위험한 곳에서 싸울 생각을 하는 놈들은 자신의 목숨보다 전투를 즐기거나, 대의를 생각하는 바보들뿐이지. 물론 네 형도 마찬가지다.”
황병훈은 백연휘를 보며 킬킬 웃었다. 비웃음도, 즐거운 웃음도 아니다. 먼지가 낀 듯한 씁쓸한 웃음이다.
백우진은 황병훈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죽으면 끝이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돈이 아니라, 이상을 보는 사람들이다.
“소속은 네 형 밑으로 놓아주마. 교육 담당도 붙여 줄 테니, 마나에 적응을 하면서 필수 교육을 완수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래도 여기 좋은 점도 있다.”
“좋은 점이라면….”
“밥이 맛있거든. 협회에서 제공하는 거니, 얼마든지 먹으라고.”
“그건 기대되네요.”
“하하! 피곤할 텐데, 가 보거라.”
백우진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서 문을 나갔다. 백연휘도 고개를 숙이고 따라가려 할 때 황병훈이 그를 불렀다.
“몇 명이지?”
“한 명입니다.”
“한 명이면, 저 녀석 빼고 전부 기절했다는 건가? 그 아이들이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군.”
“그게 아닙니다.”
“응?”
“한 명만 기절했습니다.”
“어엉?”
황병훈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쩍 벌릴 뻔했다. 자신의 귀가 잘못된 줄 알았다.
“한 명만 기절했다고? 그게 정말인가?”
“예. 우진이를 포함한 20명은 전부 자신의 발로 걸어왔습니다.”
“허….”
황병훈의 이 사이로 찬바람이 빠져나갔다. 신고식에서 20명이 버티려면 최소 80명에서 100명은 들어와야 한다. 21명이 와서 20명이 버텼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특이한 녀석은 따르는 놈들도 특이한 건가?”
* * *
“식당은 어디야? 창왕께서 맛있다고 하니, 안 갈 수가 없네.”
백우진은 뒤늦게 나온 백연휘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버지와 했다는 내기가 뭐지?”
“그때는 물어보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그게 궁금해?”
“말해봐라.”
“음….”
아버지와 있을 때 들었던 것을 이제 와서 묻는 것을 보니, 백연휘에게 어떤 심경에 변화가 있는 것 같았다.
“나도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몰라. 몬스터에게 먹혀버린 블록 하나를 1년 안에 되찾으라고 하던데.”
“…실패하면?”
“가문으로 돌아오라고 했어.”
“역시 그랬군.”
백연휘의 무표정이 깨져나갔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불쾌한 기세를 풍겨냈다.
“그건 잘못된 내기다.”
“뭐?”
백연휘는 주먹을 말아 쥔 채로 센터 블록을 넘어 한참 뒤에 있는 거대한 산의 실루엣을 노려보았다.
산에서는 회색 안개가 아니라, 짙은 검은색 안개가 뭉글거리며 피어나고 있었다.
“아버지는 네게 불가능한 조건을 걸었다. 그는 널 이곳에 놔둘 생각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