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9
19화. 첫 의뢰를 받다. (3)
되물을 시간 따윈 없었다.
백우진은 귀신에 홀린 것처럼 흑암을 잡았다. 흑암의 손잡이는 수백만 번을 휘둘렀던 수련검처럼 아주 익숙하고 편하게 느껴졌다.
‘큭…’
흑암을 잡자마자, 오러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30초 만에 모든 오러가 동날 것 같았다.
-백우진. 섬야(殲夜)이라고 외쳐라! 지금의 너라면 쓸 수 있다!
흑암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급박한 목소리를 냈다. 지금 이 찰나의 순간에 백우진의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이었다.
‘제기랄!’
백우진은 코앞까지 다가온 사인우의 도끼를 보고,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면서도 흑암의 말을 따랐다.
“섬야!”
[흑암의 첫 번째 검 학살의 섬야(殲夜)가 개방됩니다.]세상이 느려짐과 동시에 백우진의 모든 오러가 흑암에게 빨려 들어갔다. 지독한 어지럼증이 느껴졌지만, 혀를 씹어서 참아냈다.
화아아악!
흑암에게서 숲 전체를 내리누르는 지독한 어둠이 솟아올랐다. 그 거대한 압력에 사인우가 아주 잠깐 멈칫 거렸다.
-지금이다!
‘알아!’
백우진은 이 작은 기회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선이 보여!’
-그 선을 베어라!
섬야를 운용하자, 눈앞에 검은 실선이 그려지고 있었다. 최근 가장 많이 사용했던 가로 베기의 선이다. 그 선을 따라 흑암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
수백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백우진의 손에서 흑암의 비기 섬야가 펼쳐졌다. 흑암에게서 숨 막히게 만드는 어둠의 검기가 발현했다.
“아….”
좀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던 사인우의 표정에 경악이 내려섰다. 검기라니, 이건 말이 되질 않았다. 거기다 저 검기에 실린 힘은 경계를 벗어났다.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수 없었다.
“끄아아악!”
사인우가 도끼를 전력을 실어 발악을 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촤아아악!
섬야는 사인우와 그의 도끼를 동시에 찢어발겼다. 사인우를 베어버리고도 힘이 남아, 뒤에 있는 나무와 대지마저 가르고 나서야 섬야의 검기가 멈췄다.
“허억….”
백우진이 비틀 거렸다.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고, 당장 기절할 것 같았다.
“문주영!”
백우진은 부름에 문주영이 그의 앞에 내려섰다.
“이… 사람들을 보호해라.”
“명을 받습니다.”
“윽….”
백우진은 문주영에게 사람들을 보호하라 지시한 후 바로 쓰러졌다. 원래는 섬야를 쓰자마자, 기절해야 했지만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한 것이다.
“당신은 누구죠?”
“백우진 도련님의 호위인 문주영이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을 안전한 곳까지 모셔드리겠습니다.”
적연화의 물음에 문주영이 백우진을 안아 올리며 대답했다.
“하아….”
적연화가 긴장을 풀었다. 백우진이 직접 불렀기도 했고, 백가의 직계이니, 호위를 데리고 다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문주영에게선 백우진에 대한 염려가 느껴지고 있었다.
‘백우진…’
적연화는 복잡한 눈빛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던전에서도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조금만 노력하면 바로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본 그의 발검은 예측을 해도 막기 힘들 것 같았고, 마지막에 사용한 검기는 보고도 믿기 힘들 지경이다.
15살에 검기라니, 이 남자는 천재가 아니라 괴물이다.
만약 백우진이 없었다면 오늘 이곳에 있는 모두는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
“그는 괜찮나요?”
“오러의 과다사용으로 인한 단순한 기절입니다.”
“다행이네요.”
문주영은 적연화에게 대답을 해주고 백우진을 업었다. 그리 무겁지 않은 무게가 그가 아직 15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 시켜주었다.
‘이분은 대체 뭐지?’
사인우의 도끼를 발검술로 밀어낸 장면만 해도 감탄이 나왔는데 마지막에 보여준 검기는 자신의 예상을 초월한 능력이다.
백우진이 어떻게 검기를 쓸 수 있었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대체 어디까지 숨기고 계신 거지?’
백우진이 가진 새로운 능력에 매번 감탄하게 된다. 그를 보고 있으면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을 보는 것 같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주인님이군….”
**
“이영현 과장님!”
붉은 머리 청년이 ‘범죄 능력자 대책’이라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뭐야.”
이영현 과장이라 불린 중년인이 졸린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눈 밑이 검은 것을 보니, 며칠간 잠을 자지 못한 것 같았다.
“사, 사인우가 죽었습니다.”
“뭐?”
이영현이 벌떡 일어났다. 한동안 행적이 드러나지 않았던 사인우가 갑자기 죽었다고 하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어디 있었지?
“리젠 구역에 숨어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행적이 드러나지 않았군. 하긴 숨기 좋은 곳이지. 쯧….”
이영현이 혀를 차며 인상을 찌그러뜨렸다. 사실 리젠 구역에 범죄자들이 출몰하는 거야 알고 있지만 너무 넓고, 복잡해서 그곳을 전부 수색하기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사인우를 죽인 영웅은 누구야?”
“백우진이라고 합니다.”
“백우진? 그게 누구지?”
이영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인우는 일반인부터, 능력자까지 많은 사람을 죽인 범죄자다. 놈을 죽일 정도면 유명한 능력자라 생각했는데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조사해보니, 신검백가의 막내랍니다.”
“역시 신검백가로군…어? 막내? 백가의 막내라고? 그럼 10대 중반 아니야? 백명훈이 17인가 그러잖아.”
신검백가는 대단해라고 중얼거리던 이영현이 경악해서 책상을 내리쳤다.
“마, 맞아요. 15살이랍니다.”
“하….”
이영현은 넋이 나간 표정이 되었다. 너무 놀라서 뒤로 넘어갈 뻔 했다.
“강효섭. 지금 구라치는 거지? 15살이 4등급 범죄자를 잡는다고? 그게 말이 되냐? 이 새끼야!”
“진짜라니까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강효섭이 손사래를 지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처음에 잘못 들은 줄 알고 몇 번을 되물었었다.
“제대로 말해. 누구야.”
“아니, 진짜라니까! 그 장소에 있던 능력자들 7명이 전부 같은 대답을 했어요! 백우진 혼자서 사인우를 죽였답니다.”
“억….”
이영현은 여전히 강효섭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입만 쩌억 벌리고 있었다.
“아! 그 장소에 패력적가의 막내딸이랑 아케인의 외동딸도 있었어요.”
“적연화랑 서인아?”
“잘 아시네요?”
“실력이든 외모든 유명하잖아.”
“어쨌든 그 둘도 백우진이 자신들을 구해줬다는 증언을 했어요. 서인아는 몰라도 적연화가 얼마나 자존심 쎈 줄은 아시죠? 그런 거짓말을 칠 애가 아니에요.”
“음….”
적연화의 이름이 나오고 나서야 이영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가의 직계답게 적연화는 굉장히 자존심이 강한 걸로 유명하다. 그녀가 인정했다면 사실이라는 뜻이다.
“그럼 어떻게 잡았다는데?”
“발검술로 몰아친 다음 검기를 썼다는데요. 악!”
이영현이 강효섭의 엉덩이를 걷어 차버렸다.
“이 미친놈아 15살이 검기를 쓴다는 게 말이 되냐?”
“아, 왜 이렇게 사람 말을 못 믿어! 바로 기절하긴 했지만 진짜 사용 했대요!”
“진짜 미치겠군.”
이영현도 그게 사실이라는 건 눈치 챘다. 다만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건 백연휘나 백성현보다 더하네.”
“그렇죠. 그들도 15살에 그 정도는 아니었을 겁니다.”
과장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거리며 누릿한 천장을 올려보았다.
“신검백가에 역대 최고의 천재가 나타났군.”
**
꿈을 꾸었다.
스스로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게 자각몽인가 뭔가 보다.
모르는 남자의 등이 보였다.
남자의 몸에선 검은 기운이 타오르고 있었는데, 그 기운에서 친숙한 느낌을 받았다.
남자가 허리춤에 매달린 검을 뽑았다. 그가 검을 뽑자 주변의 기운이 요동쳤다.
남자는 검을 그었다. 그건 흑암으로 펼쳤던 섬야와 완전히 같은 검로를 취하고 있었다.
촤아악!
남자의 섬야가 펼쳐지는 순간 꿈이 깨졌다.
“으음….”
눈을 뜨자, 어둠에 둘러싸여 있는 익숙한 단검이 보였다.
“흑암.”
-이제야 일어난 거냐? 허약한 놈.
“내가 얼마나 잤지?”
-이틀이다. 고작 섬야를 썼다고 이틀 기절이라니, 쯧쯧.
“하하….”
백우진은 흑암의 퉁명스러운 말 속에 담겨 있는 걱정과 염려를 느끼곤 씩 웃었다.
“아, 흑암. 혹시 너….”
백우진이 꿈에서 본 남자에 대해 물어보려 할 때 방문이 열리고 전준혁이 들어왔다.
“일어나셨군요!”
전준혁이 들고 있던 물건들을 내팽개치고 달려왔다.
“다행입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약간 두통이 있는 것 빼곤 괜찮아.”
“치료사가 오러의 과다사용으로 인한 기절이라고 두통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구만.”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오러가 빨려들어갔으니, 기절한 후 머리가 띵한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가볍게 몸을 움직여봤다. 딱히 문제가 있는 곳은 없었다.
“도련님. 어제부터 기다리고 계시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어제부터?”
“네. 불러올까요?”
“그렇게 해.”
“알겠습니다.”
손님이 누군지 알 것 같기도 했고, 어제부터 기다렸다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몸은 괜찮으신가요?”
10분정도 후에 문을 열고 적연화가 들어왔다. 예상했던 사람이기에 백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적연화가 백우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다른 생각 전혀 없이 완벽하게 예의를 차리는 인사였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전 아니, 그곳의 있던 모든 사람은 사인우에게 죽었을 거예요. 전 그의 도끼에 반응조차 하지 못했으니까요.”
적연화는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말하고 있었다. 자존심이 강한 만큼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할 일을 한 거죠.”
백우진은 호위라는 의뢰를 받고 그 장소에 간 거다. 정말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감사의 의미에요.”
적연화는 백우진에게 붉은 팔찌와 목갑을 내밀었다.
“팔찌는 그 보스에게서 나온 거예요. 당연히 당신 거죠. 이 상자는 저희 오빠가 전하라고 한 물건이에요. 몸의 회복에 도움이 될 거래요.”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짜로 준다는데 마다할 필요는 전혀 없다. 거기다 그녀의 오빠라면 적가의 직계인데 평범한 물건을 줬을 리가 없다.
“음, 이번 일과 다른 질문 좀 해도 될까요?”
적연화가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죠.”
“왜 거짓말을 친 거죠?”
“거짓말이요?”
“당신 신검백자의 직계잖아요. 왜 아니라고 하신 거죠?”
“전 그런 적 없는데요?”
백우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신검백가 싫어한다고, 욕 해주냐고 했잖아요!”
“그건 사실이니까요. 전 신검백가가 아니라고 한 적 없어요. 잘 생각해봐요.”
“윽….”
적연화가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해보니, 백우진이 백가가 아니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욕을 해준다고 하거나, 싫어한다고 하면서 은근슬쩍 빠져나간 거다.
“정말 치사하시네요. 남자답지 못하게….”
“전 사실만 말했어요. 당장 백가의 욕을 할 수도 있는데요. 신검백가 이 좆같은 가문!”
갑자기 백우진의 입에서 나온 백가의 욕이 나오자, 적연화가 피식 웃었다. 어이가 없어서 그냥 넘어가준다는 느낌이다.
“됐어요. 전해야 할 것도 전했고, 괜찮으신 거 봤으니, 그만 가볼게요.”
적연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엔 안 질 거예요.”
“뭘 이기고 지는지 모르겠지만, 마음대로 하세요.”
백우진 가벼운 대꾸에 적연화가 인상을 찌푸렸다. 적연화가 백우진을 라이벌로 여기는 것과 달리, 백우진은 적연화에게 아무 감정도 없었다.
“다시는 그런 말 못하게 따라잡을 거예요!”
“그니까 마음대로 하시라고.”
“으으, 진짜 밉상이야!”
적연화는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고 나갔다.
드륵.
다시 문이 열리 길래, 적연화일 줄 알았건만, 들어온 사람은 서인아였다.
“두통이 있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신가요?”
“심한 건 아니에요.”
서인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백우진을 쳐다보았다.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헉!”
서인아는 백우진을 지그시 쳐다보다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절을 하려했다. 백우진이 벌떡 일어나서 서인아를 말렸다.
“이러실 필요 없어요. 절 고용해 놓고 왜 이러세요!”
“그렇긴 하지만, 백우진님이 계셨기에 살아남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서인아는 고개를 살짝 틀면서 방긋 웃었다.
“그 범죄자 굉장히 위험한 사람이라, 백우진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희 전부 죽었을 거라고 하더군요. 장소가 장소인 만큼 저희가 누구에게 죽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을 거라고 하구요.”
그건 사실이다. 전생의 서인아는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누구에게 죽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으니까.
“덕분에 이 풀도 얻을 수 있었어요.”
서인아는 품에서 검은 가시풀을 꺼내 백우진에게 보여주었다.
“그걸로 뭘 만드시려는 거죠?”
“지금은 비밀이에요. 완성되면 가장 먼저 보여드릴게요. 이곳에 또 와도 될까요?”
“물론이에요.”
“감사해요. 아, 그리고….”
서인아는 보자기에 싸여 있는 물건을 백우진에게 내밀었다.
“검이 부러지셨잖아요. 그래서 이걸 드리고 싶어요.”
“검인가요?”
“풀어보시겠어요?”
보자기를 풀어 본 백우진의 눈빛이 거칠게 흔들렸다.
“설마 이 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