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전방으로 (5)
“거, 검은 오러….”
케일은 백우진의 몸에서 날개처럼 솟구친 검은 스파크를 보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사람이 됐어.’
구름처럼 가볍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압도적인 기파를 내뿌리는 무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콰아앙!
백우진은 등을 돌리고 흑색 탄환처럼 튀어 나갔다. 그가 지나간 공간이 포탄을 맞은 것처럼 폭발했다.
“크윽!”
케일은 심장의 오러를 전력으로 운용하며 백우진의 등을 쫓았다.
뿌드득!
어금니를 부러져라 깨물었다. 전력으로 달리고 있음에도 거리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이, 이럴 수가 있나?’
자신이 신입들의 이론만이 아니라, 실전 훈련 교육을 담당하는 이유는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보법에는 자신이 있건만, 백우진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아니, 따라잡기는커녕 그와의 거리가 미친 듯이 벌어지고 있었다.
“허!”
케일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적응? 실전? 백연휘의 동생? 저자는 그런 단어로 묶어 둘 수 있는 남자가 아니었다.
“완전히 잘못 보고 있었어….”
* * *
쿠구구구.
기차를 이어붙인 것 같은 거대한 크기의 물고기가 하늘을 유영했다.
입 주변에는 메기처럼 4줄의 수염이 나 있었고, 비늘은 거북이 등껍질처럼 단단했으며, 등과 옆구리엔 칼날 같은 지느러미가 흔들거렸다.
“쏴!”
현왕의 벽 위에 선 중년인의 손짓에 여러 종류의 마법과 오러가 물고기의 얼굴로 솟구쳤다.
콰과과광!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물고기가 몸을 요동쳤다. 하지만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오른쪽 얼굴 주변의 비늘이 깨져나갔을 뿐이었다.
쿠구구구,
물고기가 몸을 위아래로 흔들자, 놈의 등에 올라타고 있던 볼라크, 배스크, 샤크리스 같은 해양 몬스터들이 쏟아져 내렸다.
“으으, 저건 거의 안 나온다고 했잖아….”
두 달 전 현왕의 벽에 배정된 5등급 마법사 유재훈이 입술을 깨물었다.
교육을 받을 때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던 크라인 피쉬가 배치받은 지 두 달 만에, 그것도 자신의 근무시간에 나왔다는 것에 속이 쓰렸다.
“유재훈! 뭘 하고 있어!”
“아, 알겠습니다!”
현왕의 벽의 수호대장 레이튼의 호통에 유재훈이 식은땀을 흘리며 체인 라이트닝을 준비했다.
“쏴!”
레이튼의 손짓에 유재훈을 비롯한 마법사들과 무인들이 마법과 오러를 투창처럼 쏘아냈다.
퍼버버버벙!
능력자들의 공격들은 처음과 같은 곳에 적중했다. 크라인 피쉬의 비늘들이 떨어져 나가고, 놈의 생살이 드러났다.
하지만 능력자들의 표정은 조금도 밝아지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후우욱!
크라인 피쉬의 생살과 주둥이에서 녹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제, 젠장!”
유재훈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저 녹색 연기는 열독이다.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 중독되고 화상을 입는 지독한 독이었기 때문에 근접해서 싸울 수가 없었다.
“1조는 문으로 내려가서 해양몬스터들을 막아! 2조는 원거리 공격을 준비! 3조는 뇌차를 운용해!”
레이튼은 근접 공격에 능한 1조를 내려보내고, 마법사 위주인 2조에게 원거리 공격 준비를, 마나가 충분한 3조에게 뇌차의 발동을 명령했다.
다급한 상황에서도 한 치의 오류가 없는 지시였다. 능력자들을 자로 잰 것처럼 빠르고도 정확하게 움직였다.
“후욱….”
2조에 속한 유재훈은 가장 뒤에서 세 번째 마법인 와이드 라이트닝 스피어를 영창 했다.
“쏴!”
레이튼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오색 빛의 마법이 하늘을 수놓으며 크라인 피쉬의 생살에 박혔다.
“꾸어어어어!”
크라인 피쉬가 웅장한 괴성을 내질렀다. 공격이 제대로 먹혔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놈의 움직임을 막진 못했다.
“뇌차 발사!”
“뇌차 발사!”
성문을 부수는 충차와 비슷하게 생긴 기관에서 십자 형태의 번개의 화살이 만들어졌다.
콰아아아!
번개의 화살은 대기를 가르며 크라인 피쉬의 오른쪽 아가미에 처박혔다.
“꾸오오오오오!”
크라인 피쉬는 고통이 가득 담긴 비명을 질렀지만, 해양몬스터들을 뿌리며 불도저처럼 날아왔다.
“다, 다음 마법은….”
유재훈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크라인 피쉬가 뿜어내는 열기의 독이 현왕의 벽 근처까지 도달했다.
“으으….”
지금은 벽에 있는 결계가 독을 막고 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뚫리게 될 거다. 하지만 물러날 수도 없었다.
“저놈 약점은 뭐죠?”
유재훈의 이를 악물고 마법을 준비할 때 그의 등 뒤에서 지금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 응?”
“저 메기의 약점이 뭐냐고요.”
뒤를 돌아보니, 어디서 본 듯한 잘생긴 남자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도 여유로웠다.
‘이놈은 뭐지?’
다른 조 선배인가 했지만, 선배가 크라인 피쉬에 대해 모를 수가 없었다. 거기다 존댓말을 할 리도 없다. 어제 3조에 신입이 왔다고 하더니 이 녀석인 것 같았다.
“너 교육시간에 졸았냐? 저건 약점이 없어! 저 연기를 피하면서 힘으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그럼 저 연기는 놈의 공격인가요?”
“연기가 아니라, 열기의 독! 가까이 가기만 해도 화상을 입고 녹아내리는 독이라고! 우리가 괜히 여기서 손가락만 빨고 있겠냐! 교육 때 뭘 한 거야!”
“온 지 며칠 안 돼서.”
“며, 며칠? 적응훈련이 끝나지도 않은 놈이 왜 여길 온 거야! 빨리 돌아가!”
블록에서 훈련이나 받고 있어야 할 놈이 왜 여기 있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별 건 없다는 거네요.”
“무슨 소리야! 저게 다 독이라고! 비늘은 단단하고….”
“그니까 별거 없다고.”
남자는 검집을 왼손으로 잡고 자세를 낮췄다. 그의 전신에서 검은 오러가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기세만으로 숨통이 조여드는 것 같았다.
콰아앙!
남자는 땅을 박차고 흑룡이 승천하듯 하늘로 솟구쳤다. 구름처럼 퍼져나간 열기의 독에서도 그의 움직임은 물처럼 부드러웠다.
촤아아아악!
하늘이 갈라지는 파공음과 함께 거대한 채찍 같은 검은 오러가 크라인 피쉬의 목을 덮쳤다.
탁.
남자가 땅으로 떨어졌고, 크라인 피쉬는 건전지가 다한 장난감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콰앙! 콰아아앙!
달이 지듯 크라인 피쉬의 목과 몸통이 갈라져서 땅으로 떨어졌다.
쿠구구구구.
대부분의 해양 몬스터들은 크라인 피쉬의 몸에 깔려서 싸워보지도 못하고 짓눌렸다.
“아아….”
“어….”
“이, 이게 무슨!”
유재훈만이 아니라 이 장소에 있는 모든 능력자의 눈동자에서 혼이 빠져나갔다. 지금 자신들이 무엇을 본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머, 멀쩡한데.”
“열독을 마셨을 텐데 어, 어떻게….”
남자는 지독한 열기의 독에 몸을 처박았음에도 화상이나, 중독된 증세가 전혀 없었다.
“좀 남았네.”
남자는 아래를 보며 중얼거리다가 땅으로 뛰어내렸다. 그의 다리에서 태산을 매단 것 같은 무겁고도 패도적인 기운이 흘러나왔다.
콰아아앙!
남자의 발이 닿자마자 땅이 메마른 논처럼 쩍쩍 갈라졌고, 쪼개진 구멍에서 시꺼먼 오러가 폭발했다.
쿠구구구!
능력자들에겐 조금의 피해도 주지 않고, 땅에 있던 모든 몬스터들이 검은 오러에 휩쓸려 터져나갔다.
착.
모든 것을 끝낸 남자, 백우진은 크라인 피쉬의 머리에서 굴러나온 녹색 구슬을 챙기며 웃었다.
“이걸로 끝이죠?”
* * *
“으음?”
케일은 현왕의 벽에 도착하자마자 백우진을 찾으려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뭐, 뭐지?”
하늘에 있어야 할 크라인 피쉬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성벽에 있는 능력자들은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움직이질 않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허억!”
벽 위로 올라간 케일은 순간 숨을 쉬는 것을 잊어버렸다.
크라인 피쉬가 대형마트의 생선처럼 토막 나 있었고, 몬스터들은 레고 조각처럼 부서져 있었다.
자신이 찾던 백우진은 벽 아래에서 레이튼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현왕의 벽 수호대는 이렇게 빨리 크라인 피쉬를 처리할 능력이 없었다. 즉, 자신보다 먼저 간 백우진이 크라인 피쉬를 저렇게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그, 그니까 얼마 전에 온 백연휘 부사령관님의….”
“동생인 백우진입니다. 형이 지원해달라고 해서 왔습니다.”
“그렇군요. 어, 어쨌든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레이튼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 백우진에 고개를 숙였다. 백우진은 이러지 말라고 손을 저으며 마주 고개를 숙였다.
“배, 백우진 님!”
케일은 얼빠진 얼굴로 백우진과 레이튼의 옆으로 다가왔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케일! 못 본 거야? 이분이 저 괴물을 일검에 베어버렸다고!”
“이, 일검이요?”
“남은 몬스터들도 보법으로 모조리 해치웠다니까! 소문 그 이상이라고!”
레이튼은 백우진의 팬이 된 듯 방방 뛰며 백우진의 활약을 떠들었다.
“잠깐만요! 몸은 괜찮으십니까? 크라인 피쉬의 숨과 피부에선 맹독이 퍼져 나옵니다!”
케일은 백우진의 얼굴빛을 살피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그는 아직 크라인 피쉬에 대해 배우지 않았기에 무리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괜찮아. 선배에게 이미 들었어.”
“선배요?”
“응.”
백우진은 튀어나올 정도로 눈을 부릅뜨고 있는 유재훈에게 손을 흔들었다.
“허억!”
유재훈에게 모든 시선이 쏠렸다. 그는 그대로 주저앉아 넙죽 절을 하기 시작했다.
‘제, 젠장! 백우진이었어!’
어디서 봤다 했더니, 신검백가의 백우진이었다.
그에게 반말하고 잔소리를 퍼부었다니, 과거의 자신의 주둥이를 고무줄로 묶어버리고 싶었다.
“고마워요. 덕분에 쉽게 잡았어요.”
“아, 아닙니다. 제가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죄송하고 잘못한 게 뭐가 있어요.”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유재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신과 비슷한 신입으로 보였는데 물러나지 않고 끝까지 싸우려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었다.
“이 정도 독은 괜찮아.”
화 속성 저항력과 천독불침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열독으론 자신에게 조금의 영향도 줄 수 없다.
“그래도 돌아가서 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백우진은 검사가 필요 없다고 했지만, 케일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친절해졌네.’
-이 꼴을 보고도 친절하지 않으면 그게 미친놈이지.
흑암은 반 토막 난 크라인 피쉬를 보고 클클 웃었다.
‘힘이 너무 들어갔어.’
크라인 피쉬가 어느 정도로 강한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몬스터들이 코앞까지 왔기에 어쩔 수 없이 전력을 발휘했다. 그래서 모조리 일격에 끝난 것이다.
-근데 이 물고기는 대체 뭐냐?
‘응? 너도 몰라?’
-우리 대륙에도 이런 괴상한 놈은 없었다. 아무래도 여기서 만들어진 기형 몬스터 같은데?
흑암은 크라인 피쉬의 메기수염을 보며 검날을 갸웃거렸다.
‘죽은 놈은 나중에 보고, 이거 감정이나 좀 해줘.’
백우진은 그라인 피쉬에게서 나온 초록색 구슬을 흑암에게 가져갔다.
-왠지 기분이 찝찝한 게 또 좋은 게… 응?
‘음?’
백우진과 흑암은 동시에 숲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몬스터들의 기세에 시선을 숨기고 있어.’
그레이존의 안개 때문에 간신히 실루엣만 보이는 건물과 나무에서 자신을 관찰하는 은밀한 시선이 느껴졌다.
‘저놈들이 이 메기를 보낸 다크엘프인가?’
-음, 내가 알던 놈들하고는 조금 다른 느낌인데.
‘다르다고?’
-나도 너무 오랜만이라 확신할 수가 없다. 그리 멀지 않으니, 한 번 가봐라.
‘그래야겠어.’
백우진은 기감을 실처럼 세밀하게 운용해서 자신들을 관찰하는 은밀한 기운을 파악했다.
그레이존의 안개가 기감을 방해를 했기에 흑전호포의 암운향까지 발동시켰다.
“정리까지 도와줄 필요는 없겠죠?”
“물론이네. 벽도 손상되지 않았으니, 별문제 없어.”
“그러면 우리는 돌아가겠습니다. 백우진 님은 바로 의무대로 가시는 게….”
“잠깐만 다녀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네? 어, 어디를!”
케일과 레이튼이 말릴 새도 없이 백우진이 시꺼먼 숲으로 내달렸다.
콰아아아!
백우진은 뇌와 쾌의 조화가 아닌, 잠룡혼을 섞은 쾌의 보법으로 은밀하면서도 조용하게 달렸다.
-볼수록 짜증 나는 보법이로다.
만상보는 형(形)도, 기(氣)도 정해져 있지 않다. 백우진이 원하는 그 순간에 가장 필요한 형과 기가 조화되기 때문에 만능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보법이었다.
-너 다크엘프에 대해서는 좀 아냐?
‘전혀. 아직 안 배웠잖아.’
-놈들은 자연을 포기한 엘프들이다. 정령술은 쓰지 못하지만, 육체적 능력과 특별한 기술들을 강화했다. 너보다 약해 보인다고 쉽게 보면 안 된다.
‘명심합죠.’
백우진은 흑암의 조언을 새겨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치챘군.”
높은 나무와 건물 옥상에 있던 은밀한 기운이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움직임을 눈치챈 거다.
“미안하지만, 너무 늦었어.”
백우진은 단전의 오러를 폭발시켰다. 은밀함을 지우고 뇌와 쾌를 섞은 극한의 속도로 땅을 박찼다.
빠지지직!
흡사 하늘에서 검은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숨 몇 번 쉬기도 전에 백우진의 눈동자에 검은 피부에 잿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3명의 다크엘프가 비쳤다.
“허억!”
다크엘프들은 뒤를 돌아보곤 충격을 받은 듯 얼굴이 허옇게 질려갔다.
“잡았다.”
백우진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