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전방으로 (6)
챠앙!
가장 뒤에 있던 다크엘프가 뒤로 돌며 곡도를 뽑아 들었다.
화아악!
다크엘프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났고, 그가 든 곡도에 새겨진 기형적인 문자들이 붉은색으로 빛났다.
후우웅!
다크엘프는 나무 기둥을 걷어차며 백우진에게 달려들었다. 검은 안개를 더 넓게 퍼뜨리며 곡도를 휘둘렀다.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역으로 공격을 하는 것이다.
“좋은 선택이 아닐 텐데.”
백우진은 발검술을 사용해서 횡으로 쳐오는 곡도를 튕겨냈다.
타앙!
다크엘프는 반동을 이용해서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을 한 뒤 백우진의 정수리를 향해 곡도를 내리쳤다.
촤아악!
백우진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손목을 여유롭게 돌려 암인검을 위로 쳐올렸다.
쩌저정!
암인검과 맞부딪친 다크엘프의 곡도가 부러질 것처럼 흔들렸다. 하지만 곡도에 새겨진 문자에서 더욱 불길한 빛이 흘러나와 그 진동을 멎게 했다.
“저 불길한 문자는 뭐지?”
-무기와 신체 능력을 강화하는 다크엘프의 주술이다. 놈들은 오러를 사용하면서 주술로 신체와 무기, 정신력을 강화시킨다.
“주술이라니, 신기하네.”
“크으!”
“카악!”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두 다크엘프가 곡도를 든 다크엘프의 옆으로 내려왔다. 왼쪽의 남자 다크엘프는 칼날이 달린 건틀릿을, 왼쪽 여자는 곡도를 들고 있었다.
“이놈들 내가 생각했던 다크엘프하곤 좀 다른데?”
다크엘프들은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음에도 눈에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흐리멍덩했다.
이빨과 손톱 역시 아름다운 외모와 맞지 않게 짐승처럼 들쭉날쭉했다.
“크아!”
“카아악!”
세 명의 다크엘프들은 백우진을 품(品)자로 포위하고서 거침없이 무기를 휘둘렀다.
후우웅!
다크엘프들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났고, 그들의 무기에선 불길한 오러가 타올랐다.
“셋 다 잡을 필요는 없겠지.”
백우진은 암인검으로 반원을 그려서 자신의 심장과 목을 노린 두 곡도의 공격을 쳐냈다. 보법을 부드럽게 밟아 건틀릿의 공격을 흘리며 포위를 빠져나갔다.
퍼어억!
백우진은 건틀릿을 착용한 다크엘프가 허공을 후려친 틈을 놓치지 않고 그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었다.
“끄윽….”
다크엘프가 왼쪽 가슴을 움켜쥐고,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크아!”
곡도를 든 엘프 두 명이 합을 맞춘 것처럼 상체와 하체를 노리며 쇄도했다. 목숨을 도외시한 것처럼 뒤가 없는 공격이었다.
화아악!
백우진은 풍벽검흔을 운용해서 다크엘프들의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한 뒤 공중에 뜬 여성 다크엘프의 목을 쳐버렸다.
퍼어억!
재빠르게 검을 휘돌려 처음부터 싸웠던 다크엘프의 오른팔을 베어버리고 놈의 왼쪽 어깨에 검을 쑤셔 넣었다.
“끄으으….”
“고통을 느끼지 않는 건가?”
다크엘프는 팔이 잘리고, 검에 관통됐음에도 표정이 구겨졌을 뿐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약간의 신음만 냈을 뿐이다.
-주술의 능력이다.
“이것도 주술이라고?”
-그래. 고통을 지워주는 주술이다. 거기다 이놈들은 그레이존과 흑목의 아우라를 받고 있잖아. 고통은 거의 느끼지 못할 거다. 다만….
흑암은 다크엘프를 내려다보며 검날을 갸웃 거렸다.
-이 다크엘프들은 뭔가 이상하다. 어린놈들도 아닌데 주술과 능력 모두 어설퍼. 내가 만났던 놈들은 이보다 훨씬 강했다. 게다가 이놈들의 피부색은 너무 진하고, 손톱과 이빨도 짐승 같다.
“그러니까 이상하다니까.”
백우진은 다크엘프의 혼탁한 눈동자를 보았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눈빛이 아니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눈이다.
“네가 그 거대한 물고기를 보낸 건가?”
혹시나 하여 다크엘프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끄으캬아루!”
“무슨 말이지?”
다크엘프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언어가 흘러나왔다. 백우진이 흑암을 보았다.
-전혀 모르는 언어다. 엘프어도, 대륙 공용어도 아니야.
“그럼 이놈들은 대체 뭐야?”
“끄아아!”
다크엘프는 팔이 잘릴 때도 지르지 않은 비명을 지르고서 목이 뒤로 넘어갔다. 촛불이 꺼지듯이 생기가 빠져나가며 숨이 멈췄다.
“자살인가?”
-그런 거 같군. 다크엘프가 이런 식으로 죽는 건 처음 본다. 확실해. 이놈들은 우리 대륙에서 온 다크엘프가 아니다. 아까 그 메기도 그렇고.
“으음….”
백우진은 다크엘프의 어깨에 박힌 검을 뽑으며 일어났다. 외부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거대 몬스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다크엘프까지. 전방은 여러모로 비밀에 싸인 곳이었다.
“백우진 검사님! 검사님!”
백우진이 돌아가려 할 때 케일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세, 셋? 셋을 잡았다고?”
케일은 백우진의 발밑에서 죽어있는 다크엘프의 시체를 보고,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이 사람은 대체 뭐지?’
자신은 느끼지도 못했던 다크엘프의 기척을 알아차리고, 추적해서 다크엘프 셋을 잡았다는 것에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호, 혹시 이놈들 검은 연기 안 뿌렸습니까?”
“검은 연기? 뿌렸는데.”
“그거 마셨을 때 힘이 빠지지 않으셨습니까?”
“전혀.”
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다크엘프가 뿌린 연기는 자신의 몸을 덮은 라사둠의 오러에 막혀서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허….”
케일은 벙찐 표정으로 머리를 축 내밀었다. 세상에 뭐 이런 인간이 있지? 라는 표정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검은 안개가 뭔데?”
“다크엘프의 피부에서 퍼지는 검은 안개는 다크존의 안개와 비슷한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능력과 체력을 저하시키죠. 그래서 달려 온 건데….”
케일은 당황한 얼굴로 죽은 다크엘프들을 보았다.
백우진이 걱정돼서 달려왔건만 다크엘프들의 시체만 보게 되었다. 놈들은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 별일 없었으니까.”
백우진은 가볍게 웃으며 암인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이제 돌아가….”
현왕의 벽으로 돌아가려던 백우진이 창백해진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어, 언제? 언제부터지?’
멀고도 먼 곳, 눈으로 볼 수 없고, 마나로도 느낄 수 없는 다크존의 깊숙한 곳에서 어떤 존재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끄윽….”
무엇인지도 모를 존재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낱낱이 훑어보는 느낌이었다.
-정신 차려라!
“큭!”
백우진은 라사둠의 오러를 끌어올리며 암인검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그 순간 시선은 씻은 것처럼 사라졌다.
“괘, 괜찮으세요? 역시 몸 상태가….”
케일은 상황을 알지 못하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느끼지 못했어?”
“네? 뭘요?”
케일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지 멍한 눈을 하고 있었다.
“저 끝에 뭐가 있지?”
백우진이 손가락을 들어 올려 자신을 관찰한 존재가 느껴진 쪽을 가리켰다.
“저쪽은 다크존의 중심입니다. 흑목이 있죠.”
“흑목….”
백우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불길한 연기가 피어나는 다크존을 노려보았다.
‘너도 느꼈지?’
-나무가 널 인식했을 리는 없을 테니, 그곳에 무언가가 있다. 거대하기 그지없는 괴물이.
‘그래.’
무엇인지 모를 놈은 자연 그 자체라도 된 것처럼 어마어마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그것도 빙산의 일각이었을 테니, 실제론 어느 정도일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설마 저게 진짜 다크엘프는 아니겠지?’
-절대 아니다. 널 파악한 괴물의 기운은 자연의 마나로 가득했다. 절대로 다크엘프는 아니야.
‘그럼 대체 뭐지?’
-혹시, 아니, 그럴 리는 없지….
“뭐?”
-아니다. 나도 뭔지 모르겠다.
흑암은 무언가를 아는 듯했지만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 * *
“정말 고맙네.”
황병훈은 피곤해 보이는 안색을 뒤로하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아니기는. 자네가 아니었다면 현왕의 벽의 결계가 깨지고 벽이 무너져 큰 피해를 입었을 거야.”
“맞습니다. 크라인 피쉬의 크기는 지금까지 봤던 놈 중 가장 거대했습니다. 백우진 님이 아니었다면 지원이 오기 전에 벽이 무너졌을 겁니다.”
“그 크기의 크라인 피쉬를 일검에 베었다니, 나도 한번 보고 싶군.”
황병훈은 그 장면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운지 입맛을 쩝 하고 다셨다.
“적응훈련을 받는 신입이 전투에 나서는 건 아주 가끔 있던 일이지만, 자네 같은 활약을 한 건 처음이야. 연휘야. 잘 선택했다. 역시 넌 보기와 다르게 융통성이 있다니까.”
황벽훈이 백연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벡연휘가 탁월한 선택을 해 준 덕분에 양쪽 모두 거의 피해가 없었다.
“이렇게 양쪽에서 공격이 들어오는 일이 잦습니까?”
“양쪽? 양쪽은 거의 매일이네. 심할 때는 10곳에서 교전이 벌어질 때도 있네. 자네가 싸울 때도 다른 세 곳에서 전투가 일어났지.”
“그렇군요.”
백우진은 황병훈의 복장을 보고 눈을 빛냈다. 그의 전투복에도 몬스터의 피가 묻어 있었다. 센터 블록 쪽에서도 전부가 벌어졌던 것 같다.
“다크엘프도 잡았다고 하던데 어땠나?”
“제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이지도 있고, 전투방식이 무인과 비슷하지만, 좀 더 본능적이었습니다.”
“그래. 놈들의 외모는 아름답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아. 짐승 같지. 다만 엘리트들은 다르네.”
황병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그놈들은 더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지능적이고 지독해. 엘리트 놈들이 처음 나타났을 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나?”
“뭘 했죠?”
“납치네.”
“예?”
백우진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되물었다. 몬스터가 납치라니,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였다.
“능력자들을 납치하고 고문을 해서 이곳의 정보를 빼내고, 우리의 언어들을 익혔다네.”
“인간을 납치해서 정보를 빼냈다고요?”
“그래. 놈들은 한국어, 영어 등 여러 언어를 배우고, 우리의 암호체계와 인원 배치에 대한 정보까지 빼냈지. 그 때문에 우린 많은 피해를 입고 암호와 인원 배치를 바꿨다네.”
“허….”
백우진의 이 사이에서 찬바람이 흘러나왔다. 인간을 납치해서 정보와 언어를 빼내다니, 몬스터가 할 짓이 아니었다. 인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엘리트라는 놈들이 내가 아는 놈들인 것 같다.
‘응?’
-우리 대륙에 있던 다크엘프들이 할 만한 짓이다. 놈들은 인간 이상으로 잔인해질 수 있는 놈들이다.
흑암의 말을 듣자, 조금씩 머리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엘리트 놈들은 강하고 야비하네.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부하와 몬스터들을 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지.”
황병훈, 백연휘 둘 다 엘리트 다크엘프에게 당한 게 많았는지 이를 갈았다.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지?”
“흑목 근처에는 뭐가 있는 겁니까?”
“흑목 근처?”
“제가 다크엘프를 잡았을 때….”
백우진은 자신이 느낀 것을 그대로 설명했다. 사람들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혹시 엘리트 다크엘프를 잘못 느낀 건 아닌가?”
“제가 엘리트를 만나보진 못했지만, 그건 절대 아닐 겁니다. 자연 그 자체가 저를 보는 듯 거대한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절대 잘못 느낀 게 아니었다. 흑목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존재하고 있었다.
“사령관님. 최근 엘리트들과 다크엘프의 움직임이 수상했습니다. 우진이가 느낀 것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회의를 열어야겠군. 전부 소집해주게나.”
“알겠습니다.”
황병훈의 시선을 받은 백연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그만 가보게. 정말 수고했네.”
“아닙니다. 그럼.”
백우진은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을 나갔다. 황병훈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번엔 또 무슨 일이 터지려는 건지….”
* * *
“어?”
백우진은 총사령관실을 나오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좀 전에 봤던 현왕의 벽 수호대가 전부 자신의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검사님 덕분에 벽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레이튼이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어서 자신의 왼쪽 가슴을 두 번 쳤다. 그를 따라 수호대 전부가 똑같이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이곳의 인사다.”
백우진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백연휘가 뒤에서 저들의 행동이 무엇임을 알려주었다.
“평소에는 거의 하지 않고 특별할 때만 하는 인사법이다.”
“아….”
백우진은 수호대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다. 그들의 눈에 담긴 빛은 고마움과 감동이었다. 진심이 담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수호대는 자신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소리쳤다.
댓글이나 기사로 고맙다는 사람들을 보다가 이렇게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감사의 인사를 하는 사람들을 보니,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뭘 하는 거냐? 인사를 했으면 받아줘야지.”
“그래야겠네.”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그들과 똑같이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어 왼쪽 가슴을 두 번 두드렸다.
“은은 갚아야 하는 법. 검사님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라도 불러주십시오!”
레이튼은 다시 한 번 가슴을 두드렸다. 그와 수호대는 밝게 웃고서는 현왕의 벽 쪽으로 돌아갔다.
“수고했다. 그리고 고맙다.”
백연휘는 백우진이 아니라, 떠나는 수호대를 보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뭐?”
“네게 고맙다고 말했다.”
백연휘는 백우진을 힐끔 보면서 고맙다는 말을 한 뒤 다시 사령관 건물로 들어가 버렸다.
“허….”
백우진은 얼빠진 표정으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네 형도 보기와 다르게 부끄럼이 많군. 근데 넌 왜 그러냐?
“백가의 직계에게 고맙단 말을 들을 줄은 몰랐거든.”
백우진은 자신의 귓불을 만지며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첫째 형한테….”
* * *
“후우….”
백우진은 숙소로 돌아와서 소파에 몸을 던졌다. 고개를 젖힌 채로 오늘 봤던 다크엘프를 생각했다.
“그 놈들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라. 생각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니까.
“그렇긴 한데. 어? 잠깐!”
백우진은 자신의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흑암을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그의 눈동자가 과거의 기억에서 하나의 선을 찾아냈다.
“알았다!”
-뭐?
“그 괴상한 다크엘프를 어디서 봤는지 알아냈다고!”
-그걸 어디서 봤다는 거냐?
“모르겠어?”
백우진은 손가락을 들어서 흑암을 가리켰다.
“너하고 같이 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