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차원을 가르는 검
-그, 그게 무슨 소리냐?
흑암이 백우진의 앞으로 총알처럼 튀어왔다.
“네 기억에서 봤잖아. 생각 안 나?”
-기, 기억? 내 기억이라고?
“칼리번과 마령수를 제거하고, 네 기억 속에 들어갔을 때 오늘 본 다크엘프들과 비슷한 놈들이 있었잖아.”
-아!
흑암은 깜짝 놀란 고양이처럼 펄쩍 뛰었다. 이제야 백우진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알아차린 것이다.
“그때 넌 검은 피부에 손톱과 이빨이 짐승처럼 튀어나온 아름다운 외모의 괴물들과 대치하고 있었지.”
-그래. 그놈들!
“차이점은 눈동자의 흑백이 바뀌지 않았다는 건데. 동공이 썩은 동태눈처럼 풀려 있는 건 똑같더라고.”
백우진은 흑암의 기억에서 본 괴물들과 오늘 본 다크엘프가 비슷한 놈들이라고 확신했다. 눈동자의 색만 빼고 다른 것들이 너무 흡사했다.
“처음부터 어디선가 봤다고 했는데 네 기억에서 본 거였어.”
-허!
흑암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자신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것을 알아차린 관찰력에 감탄이 나왔다.
-내가 먼저 알았어야 했는데 부끄럽군.
“넌 기억이 봉인되었으니,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
흑암의 기억은 사정없이 찢기고 갈라진 상태였기 때문에 그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다. 그들에 대해 기억하는 게 쉽지 않을 거다.
-네가 웬일로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지켜 줄 건 지켜줘야지.”
백우진이 씩 웃었다. 흑암에게 잃어버린 기억은 자신의 목표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그런 걸로 그를 놀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으음….
흑암은 고맙다고 말하기엔 부끄러웠는지 몸을 돌리고 쩝쩝거렸다.
“어쨌든 네 기억에서 본 괴물들이 오늘 본 다크엘프일 가능성은 꽤 높다고 생각해.”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다크엘프가 네 기억에서 본 놈들이 맞다고 한다면 네 과거와 네가 있던 대륙 그리고 이 세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지도 몰라.”
이곳의 일이 잘 풀린다면 흑암의 기억을 되찾고, 이 세계와 저쪽 세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그놈들을 보게 되다니….
크게 흥분했는지, 흑암의 목소리가 튕긴 기타줄처럼 잘게 떨렸다.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진 말고 확실하진 않으니까.”
-내가 소풍 전날의 애냐? 당연히 알고 있다.
“일단 확실한 정보들을 얻기 위해서는 엘리트를 죽이고, 다크존의 안개를 지워야 할 거야.”
-최종적으로는 흑목이라는 나무를 베어버려야 어떤 실마리가 나오겠지.
흑암은 창밖의 회색 연기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인 점은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네게 있다는 거야.”
-차원간섭 말이냐? 하긴 그 능력이라면 차원을 넘어서 도망치는 다크엘프를 잡고, 흑목의 뿌리를 제거할 수 있겠지.
“이곳에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너와 나밖에 없어. 우리가 해야 해.”
백우진이 흑암을 보며 두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띵!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잊혀진 승리] 전방의 능력자들은 끝없이 벌어지는 전투와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지쳐있습니다. 당신의 힘으로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깃발을 세워주세요.퀘스트 목표 : 엘리트 다크엘프를 제거하고, 다크존 구역 하나를 정화하기.
퀘스트 보상 : 2000포인트.
“오랜만에 퀘스트네. 그것도 딱 맞는 순간에, 딱 맞는 목표야.”
-음, 포인트만 주는 건가? 보상이 적절하군.
“어? 그 발언.”
-발언?
“그 발언 위험한데.”
-뭐, 뭐가?
“네가 적절하다고 했으니, 그냥은 안 끝나겠어.”
백우진이 퀘스트를 수락하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흑암을 놀리는 맛으로 사는 시스템이 그냥 넘어갈 거 같지 않았다.
-웃기지 마! 보상이 하나구만, 뭘 준다는 거야!
“뭐, 그건 나중 일이니까. 일단 이거나 감정 해줘.”
백우진이 성내는 흑암에게 초록색 구슬을 꺼냈다. 크라인 피쉬의 대가리에서 나온 구슬이다.
-그, 그것도 있었지. 하여튼 이득 되는 건 무조건 빼먹는 빨대 같은 놈이라니까.
“알겠으니까. 빨아먹게 감정이나 해줘.”
-후우….
흑암은 백우진이 내민 구슬을 자신의 아우라로 감쌌다.
[크라인 피쉬의 염주] 등급 : 유니크.크라인 피쉬의 열기가 가득 담겨 있는 구슬이다. 마법사가 소유하면 화 속성 마법의 공격력과 지속력이 강해진다.
-어이구! 마법사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네? 아쉽겠어!
흑암은 염주가 마법사용 물건이라는 것을 보고 킥킥거리며 비웃었다.
“흐음….”
백우진은 염주의 설명을 읽고 구슬을 만져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손을 뻗자 후욱 소리와 함께 강아지만 한 이그니스가 튀어나왔다.
-이그니스를 갑자기 왜 불러?
“구슬에 있는 기운을 흡수해보라고 불렀지.”
-그게 되겠냐?
“혹시 모르잖아.”
[크흥.]백우진은 구슬을 이그니스에게 가져갔다. 이그니스는 구슬의 냄새를 맡듯 코를 벌렁거렸다.
[캬옹!]“어?”
이그니스는 구슬을 통째로 입에 넣었다. 항상 제가 먹던 치킨처럼 꼴깍 삼켜버렸다.
[캬우웅!]이그니스의 전신에서 봉숭아 색의 불꽃이 화아악 피어올랐다. 녀석은 기분이 좋은지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방방 뛰었다.
띵!
[이그니스가 가진 화 속성 기운이 크게 상승했습니다.]띵!
[화 속성 감응력이 상승했습니다.] [화 속성 저항력이 상승했습니다.]이그니스만이 아니라, 백우진의 능력도 올라가 버렸다. 정령이 성장하며 그의 감응력과 저항력도 상승한 것이다.
-끄으윽! 정령이 구슬을 먹어치우는 게 말이 되냐! 설사 된다고 해도 요놈은 왜 챙겨주는 거야!
흑암은 메시지창을 원수처럼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백우진은 흑암을 툭 치며 빙긋 웃었다.
“역시 네 입은 내게 행운이라니까.”
* * *
“날씨가 매일 똑같네.”
백우진은 숙소를 나서며 인상을 찌그렸다. 전방은 그레이존의 안개 때문에 날씨가 항상 흐렸다.
“검사님.”
숙소 로비에 앉아 있던 케일이 일어나서 다가왔다.
“네가 왜 여기 있어?”
“검사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
“예.”
케일이 백우진에게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실전 적응 훈련을 완수했다는 증명서입니다. 앞으로 실전 훈련에는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래 안 나갔는데.”
“크흠, 어쨌든 절차가 있으니까요.”
“그건 그렇지. 고마워.”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받았다.
“대신 이론 교육에는 나오셔야 합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
“그럼 이따가 오후에 뵙겠습니다. 전 이만….”
“백우진!”
케일이 돌아가려 할 때 숙소의 입구에서 한 여자가 백우진의 이름을 외쳤다.
“응?”
백우진과 케일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큰 키의 미녀가 다가오고 있었다. 많은 전투를 겪었는지 팔과 다리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가득했다.
“크라인 피쉬를 일검에 베고, 다크엘프 셋을 죽였다고 들었다. 네게 결투를 신청한다!”
“엥? 나?”
여자가 검을 들어올렸다. 다만 그녀가 가리킨 사람은 백우진이 아니라 로비에 훔칠 물건을 수색하던 무영객이었다.
“대주님. 그 사람이 아니에요. 저쪽입니다.”
뒤에 있던 다른 여성 검사가 금발 여성의 몸을 돌려 백우진을 향하게 해주었다.
“커흠, 다, 다시 하지. 난 2블록 파랑검대의 대주 카렌이다. 백우진! 네게 결투를 신청한다!”
금발 여성은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검을 다시 들어올렸다.
“카렌?”
“총사령관님의 따님입니다. 강자라는 이야기가 들리면 상대가 누구든 도전하는 싸움 귀신입니다.”
케일은 백우진에게 게걸음으로 다가가서 귓속말을 해주었다.
“총사령관님의?”
백우진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카렌을 보았다. 카렌은 혼혈이 아니라, 순수 백인으로 보였다. 거기다 창왕은 결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에 무언가 이상했다.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바보는 무시가 제격이니까.”
-잠깐.
백우진이 카렌을 무시하려 할 때 흑암이 그를 멈춰세웠다.
-저 여자와 한 번 싸우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다.
‘왜?’
-저 여자는 네게 없는 검의 묘리를 익히고 있다.
‘내게 없는 검의 묘리?’
-와검(渦劍)이다. 저 여자가 무영객에게 검을 뻗을 때 그녀의 오러가 세밀하게 회전하더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테니, 한 번 싸워봐라.
‘흐음….’
백우진이 카렌의 검을 보고 있을 때 그의 눈앞에 홀로그램창이 나타났다.
띵!
[돌발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카렌과 대련을 통해 새로운 검술의 속성 와검을 습득하세요.
조건 : 와검의 묘리를 습득하기.
보상 : 1800포인트, 돌발 보상.
-이, 이걸 퀘스트로 준다고?
‘난 할 생각 없었는데. 역시 네가 날 먹여 살린다니까.’
-시끄러!
흑암은 아침부터 소리를 질렀고, 백우진은 히죽 웃으며 카렌과 눈을 마주쳤다.
“좋아. 붙자.”
* * *
백우진과 카렌은 수련장의 중앙에서 마주 섰다.
“흐흥.”
카렌은 백우진이 자신의 도전을 받아준 것이 기뻤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몸을 풀었다.
“바로 시작하자.”
백우진은 양어깨를 돌리면서 심판을 맡은 케일에게 고개를 돌렸다.
“카렌 님. 준비되셨습니까?”
“언제라도.”
카렌이 검을 가볍게 쥐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심각한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공격은 안 됩니다. 생사결이 아니라 대련이라는 걸 명심해주세요.”
“다 아는 내용이니까. 빨리 시작해.”
“하아, 알겠습니다. 대련 시작!”
카렌의 재촉에 케일이 손을 내리면서 뒤로 빠졌다.
터엉!
카렌은 시작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검에 푸른 오러를 두른채로 백우진에게 달려들었다.
캬아앙!
백우진은 발검술을 사용해서 카렌의 검을 쳐냈다. 그녀의 검을 깨부술 것처럼 후려쳤건만, 카렌의 검은 거의 밀려나지 않았다.
‘저거 와검인가?’
그녀의 검을 두른 오러는 용오름처럼 강렬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 회전력이 자신의 검과 오러를 튕겨낸 것이다. 흡사 격한 파도가 치는 바닷속에 검을 찌른 것 같았다.
“그 정도론 안 돼!”
카렌은 씩 웃으며 검을 사선으로 그어 올렸다. 그녀의 검을 두른 오러가 공기를 갈기갈기 찢으며 백우진의 가슴을 노렸다.
캬앙! 캬갸걍!
백우진은 암인검에 두터운 오러를 주입해서 카렌의 강맹한 공격을 막아냈다. 그녀의 오러가 미친 듯이 회전했기 때문에 검이 맞부딪칠 때마다 피부가 따끔거렸다.
‘이제 알겠군.’
백우진은 카렌과 검을 부딪치며 조금이나마 와검이 어떤 검술인지 파악했다.
‘오러의 회전. 오러를 틀에 맞게 회전시켜서 공격을 튕겨내는 거야.’
-맞다. 와란 소용돌이. 검을 두른 오러에 여러 종류의 회전을 걸어서 강력한 공격과 방어를 하는 거다. 와검은 패검처럼 상위의 검의 묘리다.
흑암의 말대로 카렌의 검에서 흐르는 오러는 여러 방향으로 회전을 하여 자신의 공격을 막고, 기깔나는 공격을 해오고 있었다.
‘다만. 깨긴 어렵지 않아.’
카렌은 자신보다 약하다. 예검이나 패검의 묘리를 담아내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의 검술을 깨부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바라는 건 그게 아니다. 와검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게 중요했다.
[흐름을 보는 눈이 발동됩니다.]백우진은 자신의 목젖을 노리는 카렌의 검을 쳐내며, 그녀의 검에 실린 오러 회전의 흐름을 살폈다.
‘회전이 다양해. 좌우만이 아니라, 위아래, 대각선까지 있어.’
-상황에 맞는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게 와검의 특징이다.
‘이제 좀 잘 보이네.’
흐름을 보는 눈 덕분에 카렌이 만들어내는 오러의 흐름이 적나라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뭐야. 생각보다 약한데? 아침 안 먹은 거야? 제대로 덤비라고!”
“네가 아침 먹기도 전에 찾아왔잖아.”
“그럼 끝나고 먹어. 패배의 아침을!”
카렌은 자신의 검술이 잘 먹히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더욱 강한 회전을 담아서 백우진에게 검을 내리쳤다. 자신감과 자부심이 가득 담긴 공격이었다.
‘찾았다.’
백우진의 눈이 서슬 퍼렇게 빛났다. 카렌의 오러가 회전하는 규칙이 조금씩 눈에 익기 시작했다.
챠아앙!
백우진이 대련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먼저 움직였다. 그는 카렌이 만들어내는 오러의 소용돌이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허억!”
카렌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지금까지 가볍게 튕겨냈던 백우진의 검이 자신이 만들어내는 오러의 회전을 뚫어내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 돼!”
카렌의 푸른 눈이 격하게 흔들렸다. 평생을 수련해온 파랑창검이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서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힘으로 깨는 게 아니다. 백우진은 와검의 회전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쿠구구구.
카렌이 만들어내는 청색 오러의 소용돌이와 백우진이 흘려내는 라사둠의 오러가 뒤섞였다.
쩌어어엉!
수백 개의 쇠가 튕기는 굉음과 함께 카렌이 만들어낸 파랑창검의 검기가 완전히 지워지고, 그녀의 검이 멀리 튕겨나갔다.
“아….”
카렌의 꾹 닫힌 입술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힘으로 밀린 게 아니라, 검술 자체에서 밀렸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대, 대체….”
“아직 안 끝났어.”
백우진은 당황한 카렌의 뒤로 이동해 그녀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퍼억!
카렌은 흙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허억!”
“이, 이렇게 빨리 승부가 났다고?”
“이긴 건 이긴 건데. 파, 파랑창검이 아예 깨질 줄은….”
케일과 카렌의 부하들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백우진이 이기는 거야 그렇다 쳐도 총사령관이 만들어낸 파랑창검이 저렇게 깨질 줄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검술 자체는 뛰어났지만, 순서 배치가 미숙했어.’
-역시 알아차렸나?
‘그래. 처음은 시계방향, 두 번째는 시계 반대, 세 번째는 좌상단, 우하단 순서로 흐름이 변하더라고.’
백우진은 흐름을 보는 눈을 이용해서 카렌의 오러가 어떻게 회전하는지 그 순서를 파악해버렸다.
-하여튼 눈치는 빨라서.
‘근데 퀘스트는 안 깨졌어.’
-당연하지. 와검의 묘리를 습득하라고 했잖아. 틈을 이용해서 파훼하는 정도로는 부족하지.
‘그럼 몇 번 더 싸워봐야겠는데.’
백우진은 땅에 처박힌 카렌을 보았다. 와검을 습득할 때까지 그녀와 몇 번 더 대련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네겐 남녀가 따로 없구나.”
백연휘가 쓰러진 카렌을 보며 다가왔다. 그의 손짓에 카렌의 부하들이 그녀를 질질 끌고 갔다.
“자기가 싸우자고 했으면 저 정도는 각오했겠지. 근데 쟤가 사령관님의 딸이라고?”
“사령관님의 수양딸이다.”
“역시 그랬나.”
“전에 사령관님이 이곳에 싸움에 미친 사람들이 있다고 했지? 저 아이가 그쪽이다. 매일 같이 여기저기에 싸움을 걸고 다니지.”
“이유가 있는 거야?”
백연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동자가 음울하게 가라앉았다.
“저 아이는 자신의 눈앞에서 몬스터에게 친부모를 잃었다. 그 복수를 위해서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지. 강해지기 위해서 사람, 몬스터 가리지 않고 싸움을 걸고 있다.”
“음….”
백우진은 혀끝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에 입맛을 다셨다.
그녀의 사연을 들으니, 왜 찾아와서 싸우려 들었고, 왜 그렇게 상처가 많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시간이 있으면 가끔이라도 상대해 주거라. 녀석의 검술은 사령관님이 자신의 창술을 검술로 바꾼 상급 검술이다. 네게도 도움이 될 거다.”
“그러지.”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카렌과 몇 번 더 싸워볼 생각이었다. 검술 실력이 제법이라,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거다.
“흐음….”
백연휘가 의외라는 듯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알겠다고 대답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다.
“형이 상대해주라고 해놓고 왜 놀라는 거야?”
“…아니다.”
백연휘는 귀밑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렸다.
“회의는 끝난 거야?”
“그래. 다른 블록에서도 엘리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하더군. 엘리트 놈들이 다크존을 확장하려는 것 같다.”
“어디를 노리는데?”
“그건 알 수 없다. 성동격서를 숨 쉬듯이 이용하는 놈들이니까. 그래서 이번엔 우리가 밀고 들어가기로 했다.”
백연휘가 일렁거리는 회색 안개를 보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밀고 들어간다고?”
“그래. 여섯 개 블록이 한 번에 움직여서 그레이존에 있는 몬스터들을 다크존 앞까지 밀어내고 특별한 탐지 능력이 있는 정찰대주가 네가 말했던 존재를 탐색하기로 했다.”
“엘리트 다크엘프들이 움직이면?”
“그걸 막기 위해서 상급 능력자들도 나뉘어서 움직일 거다. 그래서 말인데….”
백연휘가 고개를 돌려 백우진과 눈을 마주쳤다.
“너도 그 전투에 참여해줄 수 있어?”
“참여해라가 아니라 내 의사를 묻는 거야?”
“넌 아직 적응 기간이니까.”
“융통성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네.”
-네 형 백가 맞냐? 특이한데?
‘그러게.’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지금까지 느낀 백연휘는 자신 이상으로 백가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참여할게.”
백우진이 백연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를 완료할 기회가 찾아왔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거기다 정말 중요한 이유도 하나 더 있었다.
‘다크존을 뚫어서 아버지께 커다란 엿을 선사해 드려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