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차원을 가르는 검 (7)
“오늘 공격이 성공하면 드디어 내부 다크존을 공격할 수 있는 거죠?”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지. 난 원래 고향에 돌아가려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현왕의 벽 수호대 유재훈과 김덕민은 경계를 서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럼 흑목을 벤 다음 고향으로 금의환향하시면 되겠네요.”
“흑목을 베고 금의환향? 신입이 벌써부터 빠져가지고.”
김덕민은 유재훈의 머리를 탁 치고서 피식 웃었다. 그렇게 된다면야 당연히 바랄게 없었지만 벌써부터 김칫국을 마실 수는 없었다.
“백우진 검사님이 계시고, 끊임없이 지원이 들어오고 있잖아. 이대로라면 올해 안에 흑목을 벨 수 있을 지도 모르지.”
수호대장인 레이튼이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다가왔다.
“대장님도 김칫국 거하게 드셨네요.”
“나 김치 안 좋아하는 거 잊었냐?”
“한국말을 너무 잘해서. 우리나라 사람인줄 알았어요.”
“하하하!”
김덕민과 레이튼의 실없는 농담에 수호대 모두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흑목을 베고, 고향에 몸 성히 돌아가고 싶으면 경계나 똑바로 서. 분명 이쪽으로 도망치는 몬스터들이 있을 거다. 한 마리도 놓치지 말도록.”
“예!”
“좋아. 그럼….”
레이튼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 할 때였다.
챠랑!
옥구슬이 은쟁반을 구르듯 귀를 녹일 것 같은 청량한 울림이 들려왔다. 앞이 아니라, 뒤에서 들린 소리였다.
“헉!”
레이튼은 황급하게 뒤를 돌았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벽 안쪽에 귀가 뾰족한 여자가 나타나 있었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미모였다. 완벽한 균형을 이룬 이목구비에 피부는 눈처럼 하얗게 반짝였다.
존재자체에서 고귀한 빛을 내뿌렸다. 그 절대적인 미모와 존재감에 수호대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
“에, 엘프?”
분명 엘프의 외모였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눈동자의 흑백이 역전되어 있었다. 검은자가 밖에 있었고, 흰자가 안으로 말려 있는 괴기스러운 형태였다.
“아….”
레이튼은 엘프의 눈동자 속에서 일렁거리는 어둠을 느꼈다. 심장이 꽉 조여들고, 무저갱에 빠진 것처럼 오싹한 소름이 돋아 올랐다.
‘결계가 이미 깨졌어!’
다급하게 벽의 결계를 확인했지만, 무슨 술수를 썼는지 소리 없이 깨져있는 상태였다.
“모, 모두 물러나! 당장!”
레이튼이 소리를 지르는 순간 엘프가 투명할 정도로 하얀 손을 들어올렸다. 푸른빛과 함께 나타난 백색 장검이 그녀의 손에 잡혔다.
엘프가 허공을 향해 가볍게 검을 그었다.
“어?”
“끄헉!”
“무, 무슨….”
벽 위에 있던 수호대 30명의 목에서 실처럼 얇은 붉은색 선이 생겨났다. 그들은 자신의 목을 움켜쥐고 바르르 떨었다.
푸카악!
엘프가 검을 든 손을 내리자, 천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현왕의 벽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목이 땅으로 떨어졌다.
“끄윽….”
“으으….”
수호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모조리 땅에 몸을 눕혔다.
후우욱!
일 검에 서른 명을 죽인 엘프에게서 다크존보다 지독한 흑무가 피어나왔다.
흑무는 그녀의 손짓을 따라 바닥을 흐르는 붉은 피와 섞이며 기이한 형태의 팔각형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팔각형에서 검붉은 빛이 뿜어진 순간 흑목이 괴음을 터트리며 대지가 뒤흔들렸다.
쿠구구구.
점점 강해지는 대지의 진동을 느끼며 검의 하이엘프 세필리아가 사이한 미소를 지었다.
“시작이다.”
**
“후우….”
백연휘가 엘리트 다크엘프 서열 7위인 키란의 심장에서 검을 뽑으며 미소를 지었다. 운이 좋았는지, 키란이 차원을 열기 전에 그를 죽일 수 있었다.
“너도 잡았구나.”
황병훈이 창에 묻은 피를 털며 다가왔다. 그 역시 다크엘프 서열 5위 파스틴의 목을 베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다르칸을 쫓아간 우진이 때문에 당황한 것 같더군요.”
“나도 비슷했다. 하여튼 네 동생은 복덩이라니까.”
“인정합니다.”
백연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이가 이곳에 온 뒤로 모든 일이 술술 풀리고 있었다. 최근의 승리들은 녀석 때문에 이뤄낸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른 곳도 대강 정리가 끝났구나.
황병훈은 주변을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크엘프들은 모조리 죽거나 도망쳤고 몬스터들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우진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어.”
“예. 다르칸은 강하지만, 우진이라면 분명 이길 수 있습니다.”
백연휘와 황병훈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백우진이 다르칸을 이길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백우진이 다르칸을 잡고 나온다면 오늘 엘리트 다크엘프만 셋을 잡게 되고, 흑목의 뿌리도 어렵지 않게 제거 할 수 있을 거다.
그야말로 대승이었다.
“근데 그 녀석 실력이 참 빨리 늘더구나. 내가 천재라는 놈들을 많이 봐왔다만 그런 놈은 처음이야.”
황병훈이 땅에 창을 박으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 2주간 백우진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그 정도 수준에서 그렇게 빠르게 실력이 느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맞습니다. 천재가 아니라, 숫제 괴물입니다.”
백연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우진은 식탐대신 무력에 대한 갈증을 가진 아귀처럼 미친 듯이 수련을 하며 스스로를 발전 시켰다.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그 괴물이 언제 쯤 나올 거 같으냐?”
“제 생각엔….”
백연휘가 대답을 하려 할 때 땅에 진동이 일어났다. 미약했던 진동은 몇 초 지나기도 전에 서 있기 힘들 정도로 거세졌다.
“모두 빠져!”
“예?”
“여기서 빠져나가라고!”
“사령관님은….”
“닥치고 빨리 가!”
황병훈의 격한 호통에 대주와 조장들이 입술을 깨물며 다크존 밖으로 빠져나갔다. 다크존에 남은 사람은 황병훈과 백연휘 뿐이었다.
“뭐하는 게냐! 너도 빨리 나가!”
“우진이가 이곳으로 나올 겁니다!”
“내가 남을 테니까! 가라고!”
“안 됩니다! 제가 남을 테니, 사령관님이….”
백연휘가 입을 다물고 흔들리는 대지를 바라보았다. 땅에서 검붉은 선이 그어지며 음울한 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땅이 그대로 꺼지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이곳만이 아니라, 그레이존으로 덮인 전방 전체가 뒤틀리고 있었다.
뿌드드득!
바닥에 깔린 흑목의 뿌리가 검은 흙을 털어내며 문어 다리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흑목이 움직인다! 연휘야! 빨리 나가!”
황병훈이 백연휘의 어깨를 잡고 밖으로 던지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검은 안개가 먹물을 부은 것처럼 짙어지며 백연휘와 황병훈을 감쌌다.
“망할 안개가!”
“일단 흑무부터 지워야 합니다!”
황병훈과 백연휘가 검과 창을 휘둘러서 흑무를 퍼뜨리려 했지만, 검은 안개는 거머리라도 되는 것처럼 둘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우우우웅!
흑무가 거대한 구체가 되어 두 사람을 감쌌다. 황병훈과 백연휘는 무중력 상태가 된 것처럼 몸이 붕 뜨는 것을 느꼈다.
탁.
두 사람은 발이 다시 땅에 닿았을 때 자신들이 전혀 다른 장소에 와 있음을 깨달았다.
“크윽!”
백연휘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검은 안개가 배 이상으로 지독해졌고, 등 뒤에서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헉!”
뒤를 돌아 본 백연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왜, 왜 여기에….”
등 뒤에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어둠을 양분삼아 하늘 끝까지 솟아오른 저주받은 나무 흑목이었다.
자신과 황병훈은 한순간에 흑목이 있는 다크존의 중심으로 이동 된 것이다.
우우우웅!
당황하는 황병훈과 백연휘의 앞으로 수십 개의 검은 구체가 나타났다. 구체안에서 수많은 능력자들이 떨어졌다.
다크존 앞에서 싸우던 능력자만이 아니라, 외부에 있던 능력자들까지 있었다.
“여, 여긴…크흑!”
“어억!”
“아아악!”
고등급 능력자를 제외한 능력자들은 흑목을 보자마자, 비틀 거리며 주저 않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들에겐 이 지독한 흑무 속에서 싸울 능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쿠웅!
황병훈과 백연휘가 검과 창에 강기를 담아 대지를 내려찍었다. 둘에게서 퍼져 나온 강기의 폭풍이 흑무를 밀어내고 능력자들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었다.
“후우….”
황병훈이 입술을 깨물었다. 오러의 소모가 너무 커서 쓰고 싶지 않았지만, 이들을 데리고 가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사령관님.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빨리 빠져나가야 합니다!”
“일단 방향을 정해야한다.”
“서쪽입니다. 그쪽이 가장 가까울 겁니다!”
숲이 통째로 움직이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다크엘프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뒤로 엘리트 다크엘프 서열 1위 실판테와 남은 엘리트 다크엘프들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그냥 보내주진 않겠다는 건가.”
“대주들은 앞에 서서 길을 열어라! 서쪽으로 빠져나간….”
황병훈은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부릅뜬 채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흑목의 위에서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내려오고 있었다.
백의를 입은 절세의 미모를 가진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의 심장 담긴 기운은 지옥의 악귀처럼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우우웅!
여자의 손에 새하얀 검이 잡혔다. 그녀의 검에서 검붉은 강기가 솟구치며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살기를 뿜어냈다.
으드득!
황병훈이 능력자들을 지키던 오러를 회수했다.
흑목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오러와 체력이 미친 듯이 빨려나가고 있었다. 밖이라면 모르겠지만, 다크존 안에서는 봐주면서 싸울 상대가 아니었다.
황병훈은 백연휘에게 뒤를 부탁한다는 눈빛을 보낸 후 창날을 푸른 강기로 휘감았다.
콰아아아앙!
파도를 담은 푸른 강기와 죽음이 서린 검붉은 강기가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
“흑목이 깨어났고, 그 분이 움직였으니, 너희들에게 남은 건 죽음뿐이다.”
다르칸은 킥킥 거리며 백우진을 비웃었다. 지금까지 놈에게 당했던 것들을 한 번에 되갚아주는 것 같아서 속이 다 시원했다.
“내 차원이 네 무덤이 되는 것을 영광으로….”
다르칸이 다시 한 번 백우진을 조롱하려 할 때 백우진이 바닥을 터트리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아까 했던 말을 취소하지. 최대한 빨리 끝내야겠어.”
다르칸의 공간으로 들어가며 흑왕탄을 쏘아냈다. 암인검의 검날이 검은 포탄이 되어 다르칸의 머리통으로 향했다.
콰아아앙!
다르칸은 곡도에 오러를 둘러 긴급하게 방어를 했지만, 흑왕탄을 막아내지 못했다. 충격의 반동으로 곡도가 뒤로 튕겨나갔다.
“끄으윽!”
다르칸이 다급하게 뒷걸음질을 쳤지만, 백우진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재빠르게 따라 붙어서 다르칸의 목을 향해 검을 날렸다.
촤아아앙!
암인검이 다르칸의 목을 베기 직전 거친 파공음과 함께 화살 하나가 백우진의 머리를 향해 쇄도했다.
검을 든 수호 엘프도 벼락처럼 움직여 백우진의 목을 노렸다.
다르칸을 죽이려면 네 목도 내놓으라는 의미였다.
촤아악!
활과 검이 다가오는 와중에도 백우진은 암인검을 멈추지 않았다. 죽음을 각오한 것처럼 그대로 다르칸의 목을 베어버렸다.
“꿈 깨라.”
화살과 검이 자신의 목과 미간을 노리는 위기의 순간 백우진은 왼손을 뻗어 흑암을 움켜쥐었다.
쩌저정!
시리도록 검게 빛나는 흑암의 칼날이 엘프의 검을 막아내고, 화살을 튕겨냈다.
터억.
그제서야 다르칸의 머리가 땅으로 떨어졌다. 그의 표정은 자신의 죽음을 믿지 못하고,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크엘프 서열 2위이자, 지휘관으로 활동했던 다르칸은 수호 엘프에 대한 과신과 한순간의 방심으로 목숨을 잃어버렸다.
“인간!”
검을 든 엘프가 백우진의 목을 향해 검을 그어올렸다. 그의 검날에서 검붉은 강기가 솟구쳤다.
-저것도 강기는 아니다. 다만 위력은 이전에 본 다크엘프들보다 강해.
‘알겠어.’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암인검에 오러를 가득 담아서 엘프의 검과 맞부딪쳤다.
터엉!
백우진은 검과 검이 맞부딪치는 충격을 이용해서 뒤로 훌쩍 물러났다. 땅을 박차며 검이 아니라, 궁을 든 수호엘프를 향해 달려갔다.
“크윽!”
“이놈!”
활시위에 활을 걸던 엘프는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났다. 발놀림이 예사롭지 않은 것을 보니, 뒤로 빠지는 특별한 보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피이잉!
엘프는 뒤로 도망치며 재빠르게 활을 날렸다. 검붉은 기운에 휩싸인 화살 하나가 활시위를 떠났건만, 화살은 순식간에 여덟 개로 불어나서 백우진의 전신을 노렸다.
“좋네.”
앞에서는 검붉은 기운에 휩싸인 여덟 발의 화살이, 뒤에서는 검에 강기를 두른 엘프가 따라 붙고 있는 상황에서 백우진은 웃었다.
후우웅!
왼손의 흑암, 오른손의 암인검이 동시에 같은 원을 그렸다. 폭포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백우진의 앞뒤로 두 개의 풍벽검흔이 솟구쳤다.
퍼버버벅! 뿌드득!
여덟 발의 화살은 모조리 벽에 막혔고, 검강 역시 풍벽검흔을 사분지 삼밖에 뚫어내지 못했다.
퍼어엉!
엘프가 다시 활시위에 활을 걸려 할 때 풍벽검흔이 갈라지며 백우진이 검은 탄환처럼 튀어나왔다.
“크윽!”
수호 엘프가 창백해진 얼굴로 활을 쏘아내며 다시 보법을 사용했다.
치이이잉!
백우진은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로 암인검을 뻗어내서 화살이 나뉘기 전에 찢어버렸다.
“크아아아!”
엘프가 코앞까지 다가온 백우진을 향해 활을 검처럼 내리쳤지만, 그거야 말로 최악의 수였다.
촤아악!
백우진은 암인검에 유검의 묘리를 담아 내려치는 활을 흘려낸 뒤 무방비가 된 엘프의 목을 베어버렸다.
쩌어엉!
바로 뒤를 돌아서 자신의 정수리를 향해 떨어지는 엘프의 검을 보지도 않고 튕겨내 버렸다.
“이 무슨!”
수호 엘프의 닫힌 입술을 뚫고 경악성이 튀어나왔다. 그의 허연 눈동자는 충격을 먹은 듯 거미줄처럼 갈라지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인간이…’
다크존의 흑무로 둘러싸인 차원에서 이 인간은 말이 되지 않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자신들처럼 어둠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미안하지만 대화 할 시간이 없다.”
백우진이 흑암을 놓아주고, 암인검을 꾹 쥐었다.
“날 무시하는 거냐!”
수호 엘프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백우진에게 달려들었다. 검을 하나만 쓰는 것에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여긴 것이다.
콰아아앙!
엘프의 검을 두른 검강이 숲을 머무는 바람처럼 둥글게 펴지며 백우진의 전신을 노렸다.
“가짜 검강 따위.”
백우진이 나지막하게 읊조리며 암인검에 패검의 묘리를 담았다. 암인검의 칼날에서 지독할 정도의 패기가 솟구쳤다.
쩌어엉!
완벽하게 틀이 잡힌 엘프의 강기와 아직 강기에 이르지 못한 암인검이 격돌했다. 검과 검 사이에서 뿌드득 하는 소름 돋는 소리가 흘렀다.
“뭐, 뭐야!”
엘프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오러가 깨지는 소리는 인간의 검이 아니라, 자신의 강기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쿠구구구!
암인검의 칼날에 담긴 패의 묘리가 엘프의 검강을 사정없이 깨뜨리고 잇었다.
“크으윽!”
엘프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려 할 때 백우진이 땅을 굴렀다. 쿵 소리와 함께 엘프의 움직임이 멎었다. 검제군림을 사용해서 엘프의 움직임을 막은 것이다.
“끄아아악!”
수호엘프의 검이 깨져나가고, 암인검의 칼날이 엘프의 심장을 꿰뚫었다.
“끄으….”
수호 엘프는 쓰러지면서도 암인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런 검기에 자신이 강기가 깨진 것을 아직도 믿지 못하는 것이다.
“그따위 오러가 아니라, 검술에 집중했다면 훨씬 강해졌을 거다.”
백우진은 숨이 끊어진 수호 엘프를 보며 혀를 찼다. 저 엘프의 검이 진짜 검강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깨진 못했을 거다.
-힘을 좀 소모하긴 했지만, 빨리 끝냈군. 그간의 수련이 성과가 있었어.
백우진은 퀘스트 수락 혜택이 생긴 이후부터 잠을 줄이면서 까지 수련에 집중했다. 그 덕분에 속도, 오러, 검술, 모든 것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바로 가자.”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잖아. 숨이라도 고르고 나가라.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르칸의 말대로라면 분명 외부에 무슨 일이 터진 게 확실하다. 다급한 마음은 도움이 되질 않는다.
“후욱….”
백우진이 전투로 생긴 탁기를 뱉어내고, 마음을 다잡은 뒤 흑암을 움켜쥐었다. 흑암의 검날이 붉게 빛나며 차원의 상흔들을 보여주었다.
-음?
“저건….”
마지막에 보이는 길쭉한 상흔에서 귀기가 서린 검은 기운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기 같은데?”
-그래. 이정표가 제대로다.
백우진은 어둠에 물든 차원의 상흔을 거침없이 베어버렸다.
우우우.
십자로 갈라진 차원의 틈에서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흉흉함과 불안감이 흘러나왔다.
-아주 지랄 났네.
“가자.
백우진은 서슬 퍼런 안광을 빛내며 차원의 틈을 향해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