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0
20화. 아버지의 시험
문주영은 백천화의 호출을 받고 가주전에 와 있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문주영이 무릎을 꿇고 예를 취했다. 백천화는 고갯짓으로 인사를 받았다.
“막내에게 있었던 일을 보고하도록.”
“우진 도련님에게 호위 의뢰가 왔습니다. 아케인 길드 서인아의 의뢰로 리젠 구역에서….”
문주영은 리젠 구역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이야기했다. 백천화라면 늦든, 빠르든 모든 것을 알게 될 거다. 속였다간 오히려 백우진에게 피해가 가게 된다.
“사인우?”
“4등급 범죄자 입니다. 원래는 검을 사용했는데, 신분을 숨기기 위해 도끼를 사용한 거 같습니다.”
“막내가 그 놈을 밀어붙였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도련님은 발검술과 가로 베기만으로 사인우가 전력으로 휘두르는 도끼를 막아내고 튕겨냈습니다.”
“흐음….”
백천화가 턱을 매만지며 가벼운 숨소리를 냈다. 15살에 4등급 범죄자를 잡은 백우진의 활약이 흡족한 것이다.
“검기는 어떻게 된 것이냐.”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모른다?”
“도련님의 단검에서 검은 기운이 발현된 건 맞지만 그게 검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봐온 어떤 검기와도 달랐습니다.”
문주영은 백우진이 검은 기운을 쓰는 것을 봤음에도 그것에 대해 정리할 수가 없었다. 검기보다 더 파괴적이고 살기가 짙은 힘이었다.
“뭐가 됐든 검기 이상의 힘을 냈다는 거겠지?”
“사인우의 전력을 담은 도끼를 베어냈으니, 그건 확실합니다.”
“그 녀석 때문에 요즘 심심하지가 않군. 큭큭.”
문주영의 몸이 움찔 거렸다. 백천화가 자신의 자식에게 저런 말을 하는 건 처음 들었다. 저건 정말로 백우진이 마음에 든다는 뜻이다.
“막내를 보기 위해 온 아이들은 누구지?”
“패력적가의 막내딸 적연화와 아케인의 외동딸 서인아입니다.”
“막내가 구했다는 아이들이군.”
“그렇습니다.”
“나쁘지 않군.”
백천화의 입에서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백우진이 두 거대 길드의 직계에게 빚을 만들어 놨다는 게 대견했다.
“시험까지 얼마나 남았지?”
“22일 남았습니다.”
“시험을 무엇으로 할지 결정했다. 막내를 불러오도록.”
**
세상에는 수 없이 많은 검이 존재한다.
공장이나 공방에서 똑같이 찍어낸 양산형 검과 다르게 자신만의 이름을 가진 검들을 ‘명검(名劍)’이라 부른다.
명검은 평범한 검과 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기술을 사용해도 더욱 강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서인아가 백우진에게 준 검은 그 명검 중 하나인 휘연검(輝聯劍)이다. 빛을 연결한다는 의미답게 검기의 유지력과 위력을 강화시켜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휘연검이라고 해요. 우진님은 검기를 쓰실 수 있으니까. 이 검이 도움이 될 거에요. 검기의 위력을 더 올려주거든요.”
“아….”
백우진이 휘연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생에서 백호중이 휘연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다.
“이렇게 귀한 검을 주셔도 되는 겁니까? 가격이….”
“저희 아버지가 꼭 드리고 오라고 하셨어요. 받지 않으시면 제가 혼날 거예요.”
서인아가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거짓 없는 순수한 미소다.
“그럼 받을 수밖에 없겠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당연히 거절할 생각 같은 건 한 적 없었다. 예의상 물어봤을 뿐이다.
“감사 인사는 구명의 은혜를 받은 제가 드려야죠. 더 쉬셔야 할 테니, 이만 가볼게요. 아마 한 동안 못나올 거예요.”
“못 나오신다는 건 무슨 뜻이죠?”
“사실 리젠 구역에 들어간 거 어른들 몰래 간 거였거든요. 벌로 외출 금지를 받았어요. 우진님을 뵙는 것만 간신히 허락받았죠.”
“그러셨군요.”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외동딸이 죽다 살아났으니, 당연한 조치였다. 자신의 딸이라고 해도 심하게 혼냈을 거다.
“우진님. 다음에 제가….”
똑똑!
서인아가 말을 하려 할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아케인 길드의 사람이다.
“이제 가야겠네요.”
“휘연검. 잘 사용하겠습니다.”
“후후, 그래주세요. 외출 금지가 풀리면 다시 봐요.”
“알겠습니다.”
서인아는 상큼하게 웃고서 방을 나갔다.
-여자들이 선물을 바리바리 싸주는 구나. 아주 좋겠네. 좋겠어.
“좋기는 무슨.”
-입 꼬리가 귀에 걸렸던데.
“그건 이 검을 받아서 그런 거고.”
백우진이 손가락을 흔들고서 휘연검을 뽑았다.
챠앙!
날카롭고 잘 여문 검날이 자신에게 환영한다 말하는 것 같았다.
-괜찮은 검이군.
“당연하지. 격이 있는 명검인데.”
-검의 능력을 보여주마.
흑암의 말이 끝나자, 백우진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휘연검] 천하 장인 김장훈이 장인의 명성을 쌓기 시작할 때 만든 검이다. 오러의 유지력과 위력을 강화 시켜 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등급 : 유니크.
착용가능 조건 : 없음.
검기 강화 +5%
검기 유지력 +5%
검기 사정거리 +5%
검술 + 10
마나 + 10
김장훈이라면 백우진도 알고 있는 최고의 장인 중 한 명이다. 김장훈이 죽고 난 뒤 그가 제작했던 검들의 가치는 수직으로 상승했다.
“내가 김장훈의 검을 얻다니….”
-넌 아직 그 검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검기도 쓰지 못하지 않느냐.
“곧 쓰겠지.”
-하여튼 말은 잘해.
말은 쉽게 했지만, 검기를 사용하는 게 어렵다는 건 백우진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흑암. 내가 기절하기 전에 썼던 섬야라는 건 뭐야?”
-내 오리지널 기술이다.
“오리지널?”
-전에 말했지. 나도 원래 인간이었다고.
“아….”
-많은 시간이 흐르며 내 기술들의 기억을 회복했다. 지금은 마지막 것만 빼고 전부 쓸 수 있다.
흑암은 조금 씁쓸한 목소리로 자신의 비기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네가 정말 오라지게 약해서 그 정도 인거지. 제대로 된 섬야는 그 정도 위력이 아니다. 내가 썼으면 그 숲 전체가 날아갔을 거다. 하여튼 네 수준은 너무 낮아. 나 때는…
“알겠어요. 꼰대님.”
-꼬, 꼰대라니!
백우진은 흑암의 자랑을 무시하고 퀘스트 창을 띄웠다.
[퀘스트 의 보상을 계산합니다.] [보상 400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홍인수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적연화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서인아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사람들의 당신에게 감동을 받은 효과로 200포인트가 추가 지급 됩니다.]“역시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면 추가적인 포인트를 받는 군.”
-저 추가 포인트가 왜 너한테만 작용하는 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
-내 이전 주인 중에 너 같은 혜택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이 시스템의 주인이 널 편애하는 것 같군.
“그런 편애야 언제든지 환영이지.
백우진이 씩 웃으며 상태창을 불러왔다.
이름 : 백우진.
나이 : 15세.
타이틀 : 마검의 주인 외 4개.
등급 : 2등급.
기술 : 카인의 오러연공법(1단계), 라사둠의 오러(흑풍), 초집중(1단계).
신체 : 25/100 (하급)
검술 : 24/100 (하급) (+10) (잠김)
마나 : 27/100 (하급) (+10)
오성 : 24/100 (하급)
체력 : 25/100 (하급) (+2)
정신력 : 60/100 (중급) (+2)
포인트 : 700
“좋은데.”
상태창을 보자마자 웃음이 지어진다. 휘연검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검의 옵션도 적용되고 있었다.
-저 포인트로는 뭘 올릴 거냐?
“검술을 올릴 수 있으면 딱 인데.”
-야비하기는. 지금은 퀘스트 중이지 않느냐.
흑암의 말이 맞다. 현재 퀘스트를 진행 중이라 검술은 잠겨서 올릴 수 없는 상태였다.
“일단은 놔둬야지.”
-왜? 뭐든 올리는 게 나을 텐데.
“아직 아버지 시험이 남았잖아. 이제 대략 20일 정도 남았네. 이 중요한 순간에 이틀을 자빠져 잤다니!”
-시험이 뭔지를 보고 올리려고 하는 거군.
“그게 제일 좋지.”
-하여튼 잔머리는 잘 돌아간단 말이야.
흑암이 백우진을 보며 몸을 흔들었다. 백우진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 같았다. 이런 부분에 있어선 자신의 조언이 필요 없었다.
“아버지가 무슨 시험을 내줄지는 모르지만, 절대 평범한 시험은 아닐 거야. 그 범죄자 자식을 잡았으니, 난이도가 더 올라 갔겠지. 쯧.”
백우진이 혀를 차며 인상을 찌푸렸다. 문주영이 없는 것을 보니, 분명 아버지에게 보고를 올리고 있을 거다.
-이미 일어난 일을 생각해서 뭐하냐.
“그건 그렇지. 앞으로 나아가야지.”
백우진이 휘연검을 꽉 쥐고 일어났다.
“늦었지만 오늘의 수련을 시작해보자고.”
**
-오늘부터 네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두 개나 돼?”
-그래. 시간이 촉박하니, 어쩔 수 없다.
“하긴 아버지 시험 통과 못하면 쟤들이랑 같이 수련 받아야 하니까.”
백우진이 단체로 수련 받고 있는 수련생들을 가리켰다.
-맞다. 넌 스스로 걷는 검사의 길을 선택했다. 저들과 함께 수련을 한다면 네 성장에 제약이 걸릴 거다.
“그렇지. 저 교관한테 받는 것도 싫고.”
백우진은 흑암의 말을 들으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의 말이 끝나면 바로 수련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다.
-첫 번째는 전에도 말했던 검술에 네 의지를 담아 격(擊)을 높이는 것이다. 단 한 번만 검을 휘두른다 해도 네 의지를 담아야 한다.
“어렵구만.”
-검술의 격이 네 미래를 결정할 거다. 중요한 일이니 절대 소홀히 하지 말도록.
“휴우, 알겠어. 두 번째는 뭐지?”
-보법이다.
“보법? 나 보법 익히고 있는데.”
백우진은 신검백가 수련생 모두 알고 있는 영수보를 보여주었다.
-그 보법 나쁘진 않다만, 네게 어울리지 않는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래. 그 보법은 안이 꽉 차있는 보법이다.
“흠….”
백우진은 흑암의 말을 듣고,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
흑암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백우진의 생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백우진에게 스스로 발전 할 수 있는 기회 주는 것이다.
“아!”
-알겠나?
“내가 익히고 있는 검술은 자유도가 높아. 어떤 자세에서도 쓸 수 있지. 하지만 영수보엔 자유도가 없어. 너무 정형화 되어 있어서 내 검술의 장점인 자유도가 죽어버린다는 거지?”
-마, 맞다.
흑암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나왔다. 솔직히 말해서 백우진이 단번에 정답을 찾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준비해 두었던 멋진 대사가 필요 없게 되었다.
-어, 어쨌든 그 보법과 넌 어울리지 않아. 만약 네게 맞는 보법을 익혔다면 검이 부러졌을 때 그 놈의 도끼를 피할 수 있었을 거다.
“맞아. 당시에 발이 움직이질 않았어.”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사인우의 도끼를 봤을 때 다리는 납을 단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었다.
-지금부터 네게 보법을 전수해주마.
흑암이 백우진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 보법 역시 네가 만들어 가는 보법이다. 지금 이름은 무명보법이지만 네 움직임과 의지에 따라 격을 가진 보법이 될 거다.
“그거 마음에 드네.”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법도 자신의 기량과 의지에 맞게 변한다니, 마음에 쏙 든다.
-먼저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려라.
백우진은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려서 자세를 잡았다.
-처음으로 나가는 발은 뭐든 상관없다. 15도로 틀어서 네 발의 길이만큼만 나아가라.
백우진은 흑암의 지시대로 움직이며 무명보법을 배웠다. 조금이라도 틀리면 호통이 들려오기 때문에 금방 제대로 된 자세를 익힐 수 있었다.
“네 말대로 이 보법이 발전할 방향은 무궁무진하네. 어떤 방식으로도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맞다. 이제 그 비어있는 보법은 네 의지에 따라 변하게 될 거다.
“이제 지겹고 지겨운 숙달의 과정을 밟아야겠군.”
지겹다고 말했지만, 백우진의 얼굴엔 미소가 피어났다. 전생과 달리 노력의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힌다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도련님.”
백우진이 한 숨 돌린 후 다시 보법 수련을 시작하려 할 때 문주영이 다가왔다. 그의 얼굴은 조금 어두워보였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버지께 다녀 왔나보네.”
“아, 알고 계셨습니까?”
문주영이 깜짝 놀라서 입을 벌렸다.
“일어났는데 안 보여서. 그럴 거라 생각했지.”
“아신다면 바로 말씀드려도 되겠군요.”
문주영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가주님께서 도련님의 시험을 결정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