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차원을 가르는 검 (8)
촤아악!
백연휘는 다크엘프 케른의 목을 베어버린 후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숨을 쉴 틈도 없이 몸을 돌리며 검을 쳐올렸다.
쩌어엉!
강기를 두른 곡도와 부딪친 백연휘의 검이 크게 휘청거렸지만, 그는 그 반동을 이용해서 훌쩍 뒤로 물러났다.
“후우….”
백연휘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의 전신은 상처로 가득했고, 이마에선 땀이 비 오듯이 떨어지고 있었다.
“역시 대단하군.”
다크엘프 서열 1위인 실판테가 곡도를 휘돌리며, 느릿한 어조로 입을 뗐다.
“이런 상황에서 셋을 죽이다니, 괜히 두 번째가 아닌 모양이야.”
백연휘는 본 실력의 절반도 발휘할 수 없는 짙은 흑무 속에서 자신을 포함한 다크엘프 네 명과 싸워 셋을 죽였다. 적이지만 감탄이 나올 정도의 무력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로군.”
실판테가 백연휘의 검을 가리켰다. 그의 검에선 더 이상 강기가 흘러나오지 않고, 간신히 검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러가 한계에 달한 것이다.
“아직 멀었다.”
백연휘는 문제없다는 듯 웃었지만 속마음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서 있는 사람은 자신을 포함해서 10명도 되지 않았다.
‘저 놈들 대체 무슨 생각이지?’
다크엘프들은 서있는 능력자들에게만 달려들고, 쓰러진 능력자들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네 생각이 뻔히 보이는군.”
“뭐?”
“공격을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겠지? 그건 간단해.”
실판테가 곡도에 더욱 진한 어둠의 기운을 두르며 미소를 지었다.
“엘라인이 살아있는 인간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엘라인?”
“네 놈들이 흑목이라 부르는 저 나무의 진짜 이름이지. 너희는 모두 엘라인의 거름이 될 거다. 계획보다는 훨씬 일찍 깨어났지만 너희들을 먹이로 준다면 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
“본 능력이라고?”
백연휘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이 난리를 쳐놓고 본 능력이 아니라니, 흑목의 본 능력이 발휘되면 뭐가 됐든 훨씬 끔찍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늙은이가 쓰러지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
실판테의 말에 백연휘가 황병훈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꺼지기 직전의 촛불 같은 강기로 엘프의 흉흉한 강기를 막아내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사령관님!”
황병훈은 흑무로 인해서 능력이 반감되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오러를 사용했음에도 밀리지 않았다.
엘프와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는 오러의 양을 무위의 차이로 버텨내고 있었다.
“연휘야! 걱정 말아라! 아직 한나절은 더 버틸 수 있다!”
황병훈은 자신을 걱정할 백연휘를 생각하여 힘차게 소리쳤지만 가쁜 숨소리까지 속이진 못했다. 그 역시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이거 괴물이구만…’
엘프의 진정한 무서움은 수준 높은 검술과 끝을 모르는 오러가 아니라 성장력이었다.
엘프는 자신과 전투를 벌이며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무시무시할 정도의 재능이었다.
‘모험을 할 수밖에 없나.’
황병훈은 백연휘와 다른 능력자들을 흘깃 보면서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시간을 끌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틈을 봐서 모험을 걸어야 할 것 같았다.
“크핫!”
황병훈이 창을 풍차처럼 회전시키며 세필리아에게 달려들었다. 창과 검 사이로 강기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럼 우리도 끝을 내야지.”
실판테가 백연휘에게 고개를 돌리며 곡도를 허공으로 던졌다. 떨어지는 곡도를 역수로 잡은 채로 백연휘에게 돌진했다.
“네놈들의 뜻대로는 되지 않는다!”
백연휘가 허리를 숙여서 곡도의 칼날을 회피한 뒤 실판테의 손목을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많이 느려졌네.”
실판테는 백연휘의 검을 가볍게 튕겨내며 비웃음을 지었다.
‘얼마 남지 않았군.’
백연휘의 체력과 오러, 정신력은 거의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끈 떨어진 인형이 될 것이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지.’
실판테는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면서 백연휘의 오러와 체력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망할!”
백연휘가 욕설을 내뱉었다. 얍삽하게 싸우는 실판테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자신의 능력은 평소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지만, 실판테는 조금도 지치지 않고 있었다.
“크하하하!”
실판테는 광소를 터트리며 백연휘의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백연휘의 힘이 빠질 대로 빠진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캬아앙!
곡도를 막아내는 백연휘의 손이 다급해졌다. 간신히 공격을 흘리고 있었지만 점점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젠장….”
“크아악!”
“아빠!”
백연휘가 자신의 목을 노리던 실판테의 강기를 빗겨낸 순간 황병훈과 카렌의 비명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황병훈의 오른팔이 땅에 떨어지고, 엘프가 황병훈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내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크흡!”
황병훈이 보법을 밟으며, 그 공격을 피했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사령관님!”
“어딜 가려고!”
백연휘가 황병훈에게 달려가려 할 때 그의 앞을 실판테가 막아섰다.
“꺼져라!”
백연휘의 검에 푸른 불꽃이 피어났다.
화아악!
검강도, 검기도 아닌 무언가였지만, 그 불꽃에 담긴 염원은 백연휘가 지금까지 쌓아온 격(格)을 담아내고 있었다.
치이이잉!
백연휘의 검이 수직으로 떨어져내렸다.
“다 죽어가는 놈이!”
실판테가 그 조약한 불꽃을 비웃으며 강기에 휩싸인 곡도를 올려쳤다. 이번 공격으로 백연휘를 목을 베어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판테의 예상은 산산조각으로 깨졌다.
뿌드드득!
백연휘가 피워낸 푸른 불꽃은 검붉은 강기를 가르고, 실판테의 심장마저 베어버렸다.
그의 검엔 오러가 아닌 그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황병훈을 살려야한다는 염원이 벽을 뚫고 그에게 새로운 경지를 안겨준 것이다.
“크헉! 어, 어떻게 이런….”
실판테의 가슴에서 피분수가 터져 나왔다. 쓰러지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감지 못했다.
“멈춰!”
백연휘는 실판테의 시체를 보지도 않고, 황병훈의 심장을 뚫으려하는 세필리아에게 달려들었다.
차아앙!
세필리아의 검이 둥글게 회전하며 백연휘에게 향했다. 백연휘는 아직 남은 푸른 불꽃을 끝까지 모아 검에 휘감았다.
퍼어어엉!
산이 무너지는 굉음과 함께 백연휘의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그의 입에서 피분수가 뿜어졌다.
“크헉!”
“연휘야!”
“괘, 괜찮습니다.”
백연휘가 비틀 거리면서 일어나 다시 검을 쥐었지만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 병신 같은 놈아!”
황병훈이 왼손으로 창을 움켜쥐며 입술을 비틀었다.
“그 말 오랜만에 듣네요.”
백연휘는 욕을 먹고도 웃었다. 황병훈이 왜 욕을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자신이 도망가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황병훈을 놔두고 이곳을 떠날 수는 없었다.
“여기서 도망치면 전 살아도 산 게 아닙니다.”
백연휘의 입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고작 한 번 부딪친 것으로 커다란 내상을 입었다. 이 엘프는 실판테나 다크엘프들과 전혀 다른 존재였다.
저 검강은 압도적인 오러의 양으로 만들어낸 게 아니었다. 제 실력으로 만든 완벽한 강기였다.
“후우, 이렇게 된 거 끝까지 가보자꾸나.”
“당연히 그래야죠.”
백연휘와 황병훈이 세필리아를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콰아아아!
세필리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강기를 이용한 검막을 펼쳤다. 황병훈과 백연휘의 공격은 강기의 막에 막혀서 안개처럼 흩어졌다.
콰아아앙!
세필리아가 십(十)자로 검을 휘둘렀다. 황병훈의 창이 반으로 부러지고, 백연휘의 손아귀가 찢겨지며 검을 놓쳤다.
퍼어억!
두 사람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땅에 쳐 박혔다.
“허억, 허억….”
“그, 그러게 도망쳐야지! 이 모지란 놈아!”
“두 번째 아버지를 놓고 가긴 어딜 갑니까.”
“으, 네 녀석은 진짜….”
황병훈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백연휘의 아버지란 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자신은 죽어도 상관없었다. 백연휘와 다른 녀석들이라도 살리고 싶었다.
“제기랄!”
백연휘가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검을 들어 올릴 힘도 없었다. 이곳이 다크존만 아니었다면, 최소한 흑목의 앞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거다.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한 것이, 황병훈을 지키지 못한 것이, 부하들을 구하지 못한 것이 죽을 만큼 억울했다.
후우웅!
엘프가 표정의 변화 하나 없이 그 지독한 강기의 검을 머리위로 들어올렸다.
죽음이 보였다. 이 순간 생각나는 사람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막냇동생이었다.
‘좀 더 빨리 만났다면 좋았을 것을…’
그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게 미안했다. 한편으론 할 게 많은 백우진이 아니라, 자신이 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연휘는 백우진이 제발 이곳에 오지 않기를 바라며 눈을 감았다.
촤아아악! 쩌엉!
백연휘가 자신의 죽음을 기다린 순간 비단이 쭉 찢어지는 소리와 쇳덩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아….”
눈을 뜨자 넓은 등이 보였다. 어리지만 그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운 등이었다.
“이제부턴 내가 상대다.”
백우진의 목소리가 심장을 긁어내듯 거칠게 울렸다.
**
백우진은 인상을 쓰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황병훈은 오른팔이 잘렸고, 백연휘는 심각한 내상을 입었으며, 의검대와 다른 능력자들은 모조리 땅에 누웠다.
뒤에는 지옥에서 올라온 나무가 우뚝 서있었고, 앞에선 눈동자의 흑백이 역전된 검의 하이엘프가 지독한 살기를 피워내고 있었다.
상상이상으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확실히 말해주마.
‘뭐?’
-저거 너보다 강하다. 원래도 강했지만 저 망할 세계수의 기운을 먹고 지랄 맞게 강해진 것 같다. 오러양은 비교도 할 수 없고, 검의 경지도 너보다 높아.
‘나도 알아.’
백우진은 엘프의 손에서 타오르는 강기를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다른 놈들처럼 오러를 밀어 넣어서 억지로 만든 강기가 아니다. 제대로 된 경지를 밟아서 만들어낸 검강이다. 아까처럼 막무가내로 부딪쳤다간 암인검이 잘려나갈 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신체 능력과 체력은 네가 위다. 엘프의 공격을 피하면서 그녀의 검을 파악해야한다. 만일 그게 안 된다면…
흑암은 압도적인 기파를 펼치며 다가오는 하이엘프를 보며 말을 이었다.
-너와 다른 인간들은 여기서 죽는다.
‘그럼…’
백우진이 손을 뻗어서 정령들을 소환하려 했지만 단 하나의 정령도 응답하지 않았다. 타락한 세계수가 정령계와의 연결을 막는 것 같았다.
“젠장!”
-다른 생각말고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라. 검운은 끝까지 아껴둬.
‘알아.’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전투 특성들을 운용했다.
후우우욱!
그의 눈빛이 시퍼렇게 번쩍였고, 전신에서 흑무보다 짙은 어둠이 피어났다.
촤아아악!
백우진은 하이엘프의 강기가 늘어나며 자신의 심장을 노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강기를 향해 흑왕탄을 내질렀다.
퍼어어엉!
땅이 쪼개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두 검 사이의 공간이 폭발했다.
“크윽….”
백우진은 뒤로 쭉 밀려나며 이를 악물었다. 흑왕탄의 기운이 사정없이 잘려나갔다. 그에 반해 하이엘프의 강기는 거의 손상을 입지 않았다.
-이 멍청아! 그대로 맞부딪치지 말라니까!
‘한 번은 해봐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잖아.’
-그나마 흑왕탄이라서 버틴 거다. 평범한 발검술을 썼다면 네놈은 지금쯤 염라대왕을 알현하고 있었을 거다!
‘그래도 대충은 알겠어.’
오러가 소멸된 암인검에 다시 오러를 주입했다. 흑백의 칼날을 타고 검은 불꽃이 솟구쳤다.
쿠구구구!
하이엘프의 검날에도 더욱 흉흉한 강기가 피어났다. 지치지도 않는지 그녀의 강기는 점점 예리하게 다듬어지고 있었다.
“네 수준으론 날 이길 수 없다.”
하이엘프의 입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름다운 목소리였지만 무언가가 뒤섞인 것처럼 노이즈가 일었다.
“나한테 그 말 했던 놈들은 다 뒤졌어!”
백우진이 하이엘프의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사선으로 올려치는 엘프의 검을 피해낸 뒤 그녀의 허리를 향해 암인검을 날렸다.
“소용없다.”
하이엘프는 순식간에 검을 회수해 암인검을 가로막았다. 쩌엉하는 굉음과 함께 백우진과 암인검이 동시에 밀려나왔다.
“죽어라.”
하이엘프가 화살처럼 쇄도하면서 백우진의 정수리를 내려찍었다.
치리리링!
백우진은 암인검을 들어 올리며 유검의 묘리를 담아냈다. 동시에 쾌검의 보법을 밟아 하이엘프의 공격을 흘려냈다.
콰아아앙!
백우진 대신 검강에 직격당한 대지가 폭삭 주저앉고, 거대한 금이 생겨났다.
“음….”
백우진의 입술을 뚫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검강의 위력도 지랄 맞았지만, 하이엘프의 검에는 극한으로 단련한 예검의 묘리가 담겨 있었다.
검을 휘두르는 풍압만으로 살이 베일 지경이었다. 흑전호포가 아니었다면 피부가 터졌을 것이다.
터어엉!
하이엘프가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쩌정! 캬아앙!
하이엘프와 검을 막아낼 때마다 암인검을 두른 오러가 뭉텅이로 잘려나갔다.
이제야 확실하게 깨달았다. 강기의 벽을 넘은 자와 넘지 못한 자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후우….”
백우진이 숨을 뱉으며 단전의 오러를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흑암의 말대로 체력과 신체 능력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터엉!
백우진이 땅을 박차고 하이엘프의 측면으로 쇄도했다. 빗겨 치는 하이엘프의 검을 피해내며 검을 올려쳤다.
치아아앙!
하이엘프의 검강과 암인검이 부딪치려는 순간 바로 검을 빼냈다. 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줄 필요가 없었다.
백우진은 변검과 환검의 묘리를 담은 보법 덕분에 하이엘프를 따돌릴 수 있었지만 그놈의 강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공격을 먹일 수가 없었다.
검강이라는 벽은 너무나도 두터웠다.
“젠장….”
백우진이 답답한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신체 능력이 하이엘프보다 뛰어난 건 맞았지만 큰 차이가 나진 않았다.
조금만 더 강한 오러와 신체 능력이 있었다면, 그녀의 방어를 뚫어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 조금이 모자랐다.
-으음…
‘왜?’
-생각을 잘못했다. 저거 성장하고 있다.
‘뭐?’
-저 미친 엘프가 너와 싸우며 성장하고 있다고! 너만 성장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흑암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당대 검의 하이엘프의 재능은 예전에 만났던 하이엘프를 뛰어넘고 있었다. 백우진처럼 싸우면서 성장하는 괴물의 재능이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백우진은 피식 웃었다. 하이엘프가 강해지면 자신도 강해지면 된다.
하이엘프의 예검에 익숙해진 뒤 흑암과 검운을 동시에 사용하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다.
참고 인내하는 것은 그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빠지지직!
백우진이 18줄기의 비뢰섬을 날렸다. 세필리아는 검을 회전시켜 비뢰섬을 막아내며 돌진해왔다.
치아아앙!
백우진은 세필리아의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내며 무령참을 내리쳤다.
촤아아악!
암인검을 휘감은 거대한 중압은 검강에 담긴 예기에 사정없이 찢겨나갔다.
차아앙!
백우진은 뒤로 물러나는 탄력을 이용해서 세필리아의 품으로 파고들어 낙성위화를 사용했지만 또 다시 강기에 막혔다.
“쯧.”
혀를 차며 검을 회수했다. 조금씩 찌를 수 있는 곳이 보이건만 능력의 차이로 찌르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오러가 좀 더 많았다면, 몸이 좀 더 빨랐다면 검술의 경지가 높았다면 하는 아쉬움에 속이 답답해졌다.
“네 보법이 눈에 익어가는구나.”
세필리아의 검이 바르르 떨며 격렬한 진동을 만들어냈다. 강기와 함께 뿜어지는 진동이 백우진의 보법에 담긴 환검과 변검의 묘리를 지워내고 있었다.
“미친!”
흑암의 말이 맞았다. 자신이 하이엘프의 검에 익숙해지듯 하이엘프는 자신의 보법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콰아아아!
하이엘프의 강기가 더 날카롭고 길쭉한 형태로 솟구쳤다. 검강에 담긴 예기에 심장이 옥죄이는 것 같았다.
-백우진!
‘알아!’
백우진은 보법에 쾌와 뇌를 담아 하이엘프에게 돌진했다. 저 정도 길이의 강기라면 차라리 근접해서 싸우는 게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었다.
쿠구구구!
백우진은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강기의 폭풍 속에서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실수 한 번이면 목숨이 날아가는 상황에서 이를 악물고, 하이엘프의 검격을 두 눈에 새겼다.
“도, 도련님….”
문주영이 간신히 고개를 들어 올려 백우진이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표정엔 조금의 여유도 보이지 않았다. 저렇게까지 힘들게 싸우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으으….”
문주영은 중풍에 걸린 환자처럼 손을 덜덜 떨며 땅을 짚었다. 없는 힘을 간신히 쥐어짜서 상체를 일으켰다.
“끄으윽….”
상체를 일으키는 것만으로 숨이 턱 막혔지만 멈추지 않았다. 아기가 걸음마를 하듯이 다리를 세웠다.
칼을 땅에 박고 젖 먹던 힘을 다해서 똑바로 섰다. 다리가 부러질 것처럼 후들거렸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문주영이 일어서는 것을 본 의검대가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힘을….”
홍아라가 자신의 입술을 뜯으며 일어났고.
“이, 이번만큼은 내가 도움이….”
홍남기는 이빨을 덜덜 떨며 다리를 들어 올렸으며.
“끄윽….”
박혜리는 멈춰버릴 것 같은 심장을 움켜쥐며 몸을 세웠다.
문주영과 의검대는 전신을 떨면서도 두 다리로 땅에 섰다.
다크엘프들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의검대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오러는 텅 비었고, 검을 휘두를 힘도 존재하지 않았다. 무얼 위해서 일어섰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스윽.
하지만 의검대는 멈추지 않았다. 파리조차 벨 수 없는 속도로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다.
이들이 선 이유는 살기위해서가 아니었다. 죽더라도 백우진의 힘이 되어주기 위해서였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검사들이 자신의 검 끝에 투지를 피워냈다.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제대로 숨도 쉬기 힘든 상태에서 마지막 투지를 불태웠다.
성냥불처럼 작았던 그들의 투지가 횃불이 되어 일어났다.
그 순간 백우진과 의검대의 전신에 푸른빛 서기가 내려섰다.
검사들의 투지는 백우진의 투지가 되었고.
검사들의 의지는 백우진의 의지가 되었다.
검사들의 염원이 백우진의 검을 타고 피어났다.
[완벽한 검의 지휘자가 발동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