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01
201화. 차원을 가르는 검 (9)
우우웅!
백우진이 주먹을 떨었다. 어깨 위로 내려서는 푸른 서광이 들뜬 호흡을 가라앉히고, 새로운 활력과 기운을 선사해주었다.
-크하하하하!
흑암이 의검대와 문주영을 보며 기껍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저 녀석들….”
백우진은 아직도 검을 세우고 있는 의검대와 문주영을 보며 주먹을 꾹 쥐었다.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위해 투지를 세운 것이 놀랍고도 고마웠다.
-이제야 저 식충이들이 밥값을 하는구나.
‘그래. 다시 봤어.’
항상 보호해줘야 할 녀석들이라고만 생각했다. 도움을 받기보다 도움을 주는 관계라고 여겼다.
가장 위험하고 힘든 순간에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넌 좆됐어. 이제 죽어도 이겨야한다.
‘그래야지.’
백우진이 검사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이 만들어준 기회를 놓친다면 검을 들 자격도 없었다. 흑암의 말대로 죽더라도 이겨야 했다.
“가보자고.”
백우진이 여유가 묻어나는 걸음으로 세필리아의 앞에 섰다.
“….”
세필리아는 백우진을 살피며 인상을 찌푸렸다. 상스러운 서기에 휩싸인 인간의 기세와 오러가 순식간에 상승했다.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용없다.”
“그건 네 생각이고.”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완벽한 검의 지휘자는 모든 능력을 15%상승 시켜준다. 전투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채우고도 남는 수준이다.
의검대가 만들어준 이 기운이 하이엘프의 검을 뚫을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흥!”
하이엘프가 짜증을 드러내며 검을 세웠다. 하얀 검신을 타고 검붉은 강기가 솟구쳤다. 근처에만 가도 살이 베일 것 같은 예기였다.
“아까와는 다를 거야.”
백우진은 라사둠의 오러를 모조리 끌어올렸다. 흑무의 어둠을 걷어내고, 더 짙은 어둠이 그의 전신에 내려섰다.
콰앙!
백우진이 대지를 부수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검은 번갯불처럼 번쩍이며 세필리아의 좌측에 나타났다.
“이미 본 것이다.”
세필리아는 알고 있었다는 듯 백우진의 오른팔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아니, 달라.”
백우진이 한 번 더 이동했다. 그림자처럼 가라앉으며 세필리아의 뒤쪽에 나타나서 암인검을 날렸다.
“무슨!”
세필리아가 눈을 부릅떴다. 황급하게 뒤를 돌며 검을 그었다.
챠아앙!
세필리아가 세 발, 백우진이 다섯 발 뒤로 물러났다. 그 사이로 흰색 천 조각이 떨어져 내렸다.
“너!”
세필리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떨어진 천 조각은 자신의 소매였다. 자신의 소매가 인간의 검격에 의해서 찢어진 것이다.
“그게 다가 아니야.”
백우진이 손가락을 들어 올려 세필리아의 검을 가리켰다.
“으음….”
자신의 검을 본 세필리아의 눈동자가 화등잔 만하게 벌어졌다. 검을 덮은 강기에 자갈만한 상흔이 생겨나 있었다.
“이제 좀 되네.”
백우진이 손목을 돌리며 웃었다. 지휘자의 능력을 받은 덕분에 눈에 보이는 틈을 향해 검을 내찌를 수 있었다. 속이 다 시원했다.
-끊어내는 절검과 정확한 정검의 조합이라 잘 생각했다.
‘다 저 녀석들 덕분이야.’
백우진이 자신의 등을 향하는 의검대의 시선을 느끼며 웃었다. 저들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피 말리는 싸움을 하고 있었을 거다.
우우웅!
세필리아가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검에 오러를 밀어 넣었다. 강기에 생겨났던 상흔이 순식간에 아물었다. 짜증과 화가 솟구친 표정이었다.
“내가 다르다고 했지?”
“닥쳐라!”
세필리아가 비호처럼 도약해 검을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단 한 번의 휘두름 같았지만 여섯 개의 강기가 백우진의 목과 팔을 노렸다.
퍼엉!
백우진은 발바닥에 뇌기를 둘러 땅을 박찼다. 뇌기를 팔로 끌어올려 18줄기의 비뢰섬을 쏘아냈다.
콰아아앙!
세필리아는 강기로 둥근 벽을 만들어 비뢰섬을 모조리 막아냈다. 막을 풀고 움직이려는 그녀의 우측에서 백우진이 귀신처럼 나타났다.
콰아아아!
백우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흑왕탄을 내질렀다. 검집에서 뻗어 나오는 암인검의 칼날에 어둠의 파도가 담겼다.
“큭!”
세필리아는 당황한 와중에서 신속하게 검을 돌려 흑왕탄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쿠와아앙!
흑왕탄과 세필리아의 검강이 다시 한 번 맞부딪쳤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백우진이 뒤로 밀려났다.
아까와 똑같은 상황처럼 보였지만 전혀 아니다.
암인검을 두른 오러가 모조리 소멸됐지만, 세필리아의 검강에도 큼지막한 상흔이 생겨나 있었다.
첫 번째와 천지차이가 나는 결과였다.
-제대로 먹혔군.
‘먼저 움직이니까 빈틈을 찌를 수 있어.
아까는 닿지 못했던 한 발이 닿기 시작했다. 신체 능력과 오러의 위력이 늘어나면서 그녀의 빈틈에 검을 때려 박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는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다.”
세필리아가 검에 더 짙은 강기를 담아내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떨리는 입술은 감추지 못했다.
“그러셔?”
백우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빙긋 웃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세필리아가 입술을 씹으며 백우진에게 달려들었다.
후우웅!
백우진은 자신의 머리를 노리는 살벌한 공격을 허리를 뒤로 눕혀 피한 뒤 세필리아의 손목을 노렸다.
챠앙!
세필리아가 검을 내리그어 그 공격을 튕겨냈다. 백우진은 튕겨나가는 검에 쾌와 뇌검의 묘리를 담아 가로로 밀어쳤다.
쩡! 쩌저정! 캬앙!
백우진과 세필리아는 근접거리에서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살기어린 공방을 수없이 이어갔다. 둘을 둘러싼 공간에서 검붉은 오러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허….”
백연휘가 넋이 나간 얼굴로 자신의 막냇동생을 보았다.
‘어떻게 저런 싸움을…’
저 엘프는 완벽한 강기를 구사하는 검의 고수다. 예검 역시 높은 수준에 올라 있어서 백우진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의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백우진은 끊임없이 보법을 밟으며 엘프를 압박했다. 강기로 인해서 정면 대결은 밀렸지만 싸움에선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상식을 깨는 놈이구나.”
황병훈이 헛웃음을 터트리며 벽연휘의 옆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강기에 오르지 못한 무인은 강기에 오른 무인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백우진에겐 통용되지 않았다.
강기에 오르지도 못 한 놈이 수준 높은 강기와 검술을 익힌 검사와 대등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상황이었다.
“강, 쾌, 환, 예, 변에 절, 저건 와로군. 검술과 보법에 수많은 무예의 묘리가 녹아있다. 네 동생은 대체 뭐하는 녀석이냐?”
“저도 모르겠습니다.”
백연휘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말할 수 있는 건 그저 괴물이라는 단어뿐이었다.
“하아, 20살도 되지 않은 어린 아이에게 모든 것을 맡기다니,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구먼.”
황병훈은 미안한임 가득 담긴 눈으로 백우진을 바라보며 그의 승리를 기도했다.
“크윽!”
세필리아가 백우진을 보며 이를 갈았다. 저 어린 인간이 나타났을 땐 어렵지 않게 목을 벨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검술도, 기세도, 오러도 모든 것이 자신이 우위였다.
어린 인간을 가볍게 죽이고 인간들을 엘라인의 제물로 바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 어린 인간이 가장 위험한 존재였다.
강기에 오르지 못했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위력의 검술과 끊임없이 변하는 보법은 눈을 의심케 만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녀석 성장하고 있다는 거야…’
어린 인간은 자신과 싸우며 실력이 늘어가고 있었다. 싸움이 지속될수록 놈의 검기가 강맹해지고, 발놀림이 더 다채로워졌다.
‘그것도 내 이상으로!’
자신 역시 싸우며 성장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어린 인간의 발전 속도는 자신을 뛰어넘고 있었다.
‘이건 말이 안 돼!’
검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자신보다 더 뛰어난 재능이라니,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콰아아앙!
거친 폭발음과 함께 백우진과 세필리아가 동시에 뒤로 밀려났다. 세필리아의 강기엔 큼지막한 흠집이 생겼고, 백우진의 오러는 완전히 지워졌다.
세필리아가 이긴 상황이지만, 웃고 있는 건 백우진이었다.
‘점점 상대하기 편해지고 있어.’
-진짜 지랄 맞은 혜택이라니까.
퀘스트 혜택으로 받은 성장력 덕분에 백우진의 성장은 미친 듯이 빨랐다. 이대로라면 결국 백우진이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인정하마.”
세필리아가 검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가장 위험한 인간이다.”
“뭐?”
세필리아는 대답 없이 검을 세워 백우진을 겨누었다. 그녀의 전신에서 검붉은 기운이 화산처럼 폭발했다.
그저 기운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 대지가 흔들릴 정도였다.
[쿠오오오오!]흑목이 울부짖으며 세필리아의 기운과 공명을 시작했다.
콰아아아!
세필리아의 전신에서 유형화된 기운이 둥글게 솟구쳤다.
그녀를 둘러싼 둥근 구체와 그녀의 검 모든 것이 검붉은 강기에 휘감겼다.
-저거 전부 강기다! 흑목의 기운을 이용해서 강기로 자신의 몸을 덮은 거야!
‘미친…’
흑암의 말대로 하이엘프의 전신을 덮은 구체는 강기 그 자체였다. 단 하나의 빈틈도 없이 전신을 강기로 둘러쌌다.
“더 이상 네게 승산은 없다.”
세필리아가 검을 치켜 세운채로 백우진에게 돌진했다. 검도 필요 없었다. 그녀가 움직이는 것만으로 앞에 있는 모든 것이 지워졌다.
“크윽!”
백우진이 뒤로 물러나며 신음을 뱉었다. 그저 강기만 강해진 것이 아니다. 속도도 빨라졌고, 살기는 숨 쉬기 힘들 정도로 지독해졌다.
백우진이 곧바로 회복의 호흡을 발동시켰다. 아껴뒀다간 쓰지도 못하고 죽을 것 같았다.
“넌 위험하다. 시간 따윈 주지 않겠다.”
세필리아가 순식간에 따라 붙어 백우진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검풍 만으로 대지가 터져나갔다.
“크윽….”
백우진은 쾌와 뇌, 풍의 묘리를 담은 보법을 밟으며 좌측으로 몸을 뺐다.
세필리아를 살펴봤지만 전신이 모두 두꺼운 강기로 덮여있어서 공격할 틈이 보이지 않았다.
콰앙! 콰과광!
세필리아가 이동하는 곳마다 재앙이 펼쳐졌다. 다크엘프건 뭐건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파괴했다.
‘유인해야겠어.’
백우진은 능력자들에게 피해가 닿지 않게 사람이 없는 쪽으로 세필리아를 유인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해도 소용없다.”
세필리아는 유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백우진을 쫓았다. 자신을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무서울 게 없는 것이다.
후우우웅!
세필리아의 검과 몸에서 피어나는 강기의 아지랑이들이 백우진의 전신으로 쇄도했다.
-흑목의 힘을 받고 있어서 지치지 않을 거다. 싸울 수밖에 없다.
‘결국 또 피 말리는 싸움인가?’
백우진은 눈을 번뜩이며 세필리아에게 접근했다. 이전처럼 2개나 3개가 아니라 한 번에 4개의 묘리를 담아서 보법을 밟았다.
콰아아앙!
빠르면서도 은밀하고, 다채로우면서도 정확한 움직임에 세필리아의 강기들은 모조리 허공과 땅만 내리쳤다.
“후욱….”
백우진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잘 피하는 것 같지만, 공격 하나하나를 피할 때마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럼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세필리아의 주변을 돌며 그녀의 강기를 끊임없이 살폈다.
백우진의 집중력이 칼로 깎은 연필처럼 날카롭게 갈리기 시작했다.
점점 시간이 느려지고, 자신만이 오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필리아의 강기 다발을 피해내며 검을 휘둘렀다.
강기에 닿은 오러가 지워지면 다시 오러를 밀어 넣고 검을 날렸다.
어떻게 움직이는지, 무얼 하는지도 잊었다. 머릿속엔 검을 피한다와 검을 휘두른다. 딱 두 가지만 떠올랐다.
쿵!
고산의 북소리처럼 심장소리가 크게 울렸다.
하이엘프의 검이 보인다.
너무도 느리다.
검을 피하고, 검을 휘두른다.
강기에 막혔다.
다시 피하고, 다시 휘둘렀다.
휘두르는 검엔 그간 조화시키지 못했던 검의 묘리들이 자연스럽게 뒤섞였다.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차이로 오고가는 위기의 상황에서 백우진이 웃었다.
수많은 검술 묘리들이 머릿속으로 파고들어왔다.
쾌, 강, 중, 뇌, 정, 공, 변, 환, 예, 절, 유, 풍, 패, 와 13개의 묘리가 뒤섞였다.
뇌리에 검은 벼락이 떨어졌다.
드디어 보였다.
벽이 뚫리고, 새로운 길이 펼쳐졌다.
바로 그 순간 암인검의 칼날을 타고 칠흑의 광채가 솟구쳤다.
“말도 안 돼!”
세필리아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비명을 질렀다. 이를 부러져라 깨물며 백우진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백우진은 더 이상 피하지 않았다. 피할 필요가 없었다. 드디어 그녀와 같은 위치에서 검을 휘두를 수 있었으니까.
콰아아앙!
두 검이 마주친 순간 무시무시한 폭음과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끄으으윽!”
뒤로 튕겨나간 세필리아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너무 놀라서 그녀의 손이 덜덜 떨렸다.
“강기라니!”
강기였다. 어린 인간의 검에 지독하리만큼 검은 강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이게 강기인가….”
백우진이 암인검에서 솟구친 강기를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자신의 강기지만 실감이 나질 않았다.
-네놈은 정말 미친놈이다. 감당이 안 돼!
흑암이 백우진의 강기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전투 중에 무아에 빠지질 않나, 무아에서 나오자마자 강기를 사용하질 않나. 무엇 하나 상식적인 게 없었다.
할 말이라곤 미친놈 소리뿐이었다.
“크윽!”
세필리아는 위기를 느끼며 흑목의 기운을 더욱 끌어 모았다. 그녀를 둘러싼 둥근 강기가 부풀어 오르며 용광로처럼 타올랐다.
화아아악!
세필리아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그녀를 감싼 강기로 인해서 이글거리며 녹아내렸다. 검이 아니라, 강기의 응집으로 백우진을 짓눌러버릴 생각이었다.
“죽어!”
세필리아는 자신을 감싼 거대한 강기의 구체 그대로 백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검붉은 태양이 백우진에게 떨어지는 듯한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
“검을 포기한 검사에게 질 생각은 없다.”
백우진이 암인검을 꽉 움켜쥐며 검운을 발동시켰다.. 단전이 약동하며 댐을 터트린 것처럼 강렬한 오러를 뿜어냈다. 암인검을 휘어감은 강기가 배로 늘어났다.
“멍청한 놈!”
세필리아가 비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몸을 둘러싼 강기는 흑목의 기운을 빌려온 것이다. 급조한 강기로는 절대 벨 수 없다.
하지만 그녀의 비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백우진의 검이 회전하며 반원을 그리자, 상상조차 하지 못한 거력이 그의 검에 실렸다. 천지가 그의 기운으로 물든 것 같았다.
쩌저저적!
태양을 떨어뜨리는 참격 낙일참이 세필리아와 흑목이 만들어낸 거대한 강기의 구체를 반으로 갈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