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 마검 대 신검
“왜, 왜 달이 두 개냐?”
백우진은 높은 성벽위로 떠오른 달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붉은 달과 푸른 달, 두 개의 달이 밤하늘에 걸려 있었다.
“대체 여긴 뭐야!”
-내가 살았던 대륙이다.
“뭐시여?”
-매번 말했던 내 고향이라고!
“어….”
백우진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 거리다가 다시 창문을 보고 또 고개를 갸웃 거렸다.
“미친!”
그러기를 3번 반복한 뒤 벌떡 일어났다. 낡은 침대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갑자기 왜! 이 미친놈아! 이게 무슨 짓이야!”
백우진이 흑암을 보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고향이 가고 싶다고 이렇게 급작스럽게 자신을 데리고 오다니,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좀 진정해라! 내가 한 게 아니다!
“뭐?”
-네가 흑목을 베었을 때 흑목의 밑동에서 거대한 빛이 터져 나왔고, 넌 그 빛을 보자마자 기절했다.
“음, 그랬던 거 같아.”
-그 이후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널 이곳으로 보낸다는 메시지가.
“그럼….”
-시스템이 손을 썼을 거다. 한 번 확인해봐라.
백우진은 바로 메시지 창을 불러왔다. 보지 못한 몇 가지 메시지들이 적혀 있었다.
[차원의 틈을 베었습니다.] [정화된 엘라인의 씨앗과 마루툰 대륙에 있는 엘라인의 나뭇가지가 공명했습니다.] [일시적으로 마루툰 대륙으로 차원을 이동합니다.]정확한 뜻은 몰라도, 메시지의 의미는 알 수 있었다.
“차원을 전환하려던 흑목을 베면서 이 대륙으로 향하는 차원이 열렸다는 건가?”
-그 이후 흑목에서 나온 정화된 세계수의 씨앗과 이곳에 있는 나뭇가지가 공명해서 널 이곳으로 소환한 거 같다. 물론 시스템이 손을 썼을 테고.
“일시적으로 마루툰 대륙이라….”
백우진은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읽어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일시적이라면 시간의 제한이 있다는 거겠네.”
-그렇겠지.
“그럼 급한 일일지도 모르겠어.”
-뭐?
“이건 시스템이 내게 도움을 요청한 거야.”
백우진의 목소리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도움이라고?
“시스템은 항상 날 배려하는 쪽으로 움직였어. 이렇게 급작스럽게 부른 거면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거야.”
시스템은 분명 자신에게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 그 일이 굉장히 급해졌기 때문에 흑목을 베자마자 자신을 이곳으로 소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시스템이라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우, 우리 시스템? 우으으으리 시스템?
흑암의 칼날이 무서우리만큼 번쩍였다.
-나한텐 쌍욕을 박아놓고, 시스템은 그럴 수 있다고? 이 자식이 진짜!
“커흠, 그, 그건 사과할게. 근데 엘라인의 씨앗이라는 건 뭐지?”
백우진은 헛기침을 내뱉으며 흑암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흑암의 분노가 조금이나마 가라앉았다.
-쯧, 이거다.
흑암이 혀를 차며 인벤토리를 열어서 아몬드를 20배로 늘려놓은 형태의 녹색 씨앗을 꺼냈다.
-흑목을 베었을 때 하얀 빛과 함께 저 씨앗이 튀어나왔다. 이 세계로 이동 된 후에 바로 챙겨놨지.
“음….”
흑암이 내민 세계수의 씨앗을 받았다. 촉감도 아몬드와 흡사했다.
-전에도 한 번 말했지만 세계수를 심을 때는 전대 세계수의 씨앗과 나뭇가지가 필요하다. 그 둘이 공명해서 널 이곳으로 부른 거다.
“그럼 이곳에 엘라인의 나뭇가지도 있다는 건가?”
-그렇겠지.
백우진이 세계수의 씨앗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눈앞에 메시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띵!
[퀘스트 의 보상을 계산합니다.] [보상 3000포인트와 타이틀가 지급되었습니다.] [흑암과의 친밀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잠시 기다렸음에도 추가 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크하하! 이곳으로 이동 되면서 추가 보상 날아간 거 같은데? 이걸 어쩌냐? 니네 시스템이 안 챙겨줬나 봐!
흑암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낄낄 거리며 백우진을 놀렸다.
“괜찮아.”
백우진은 흑암의 비웃음을 들으면서도 별반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지금까지 봐온 시스템이라면 이곳의 사건을 해결하는 순간 그 이상으로 챙겨줄 것이다.
-괜찮다고? 안 괜찮은 거 다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해봐라. 지금 기분 좆같…
띵!
흑암이 계속해서 백우진을 놀릴 때 청량한 알림음이 울렸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활약에 경악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활약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4000포인트가 추가로 지급 딥니다.] [타이틀 가 레전더리 타이틀 로 전환 됩니다.] [보상 ???이 해금됩니다. 각성의 알이 당신의 몸에 새겨집니다.]-하, 한 번에 7000포인트를 줘? 거기다 기본 타이틀을 한 방에 레, 레전더리로 올린다고? 진짜 미쳤냐!
흑암이 화산 같은 분노를 터트리며 펄떡펄떡 뛰었다.
백우진이 대단한 일을 한 건 맞지만 원 보상보다 많은 추가 포인트에 레전더리 타이틀은 너무 과했다.
“이곳에 부른 대가를 얹어준 건가?”
백우진이 보상을 보며 뺨을 긁적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보상이 과했다. 특히 일반 타이틀을 유니크도 아니고, 레전더리로 올릴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 이건 선을 씨게 넘었잖아!
“세 번째도 있어. 각성의 알이 뭔지 알아?”
-어엉?
이제야 세 번째 보상 각성의 알을 확인한 흑암이 비틀어진 목소리를 냈다.
-이건 또 뭔데!
“너도 모르는 거야?”
-너한테 주는 보상들은 다 특별하다니까! 대가리에 똥만 찬 시스템아! 이번엔 또 뭘 준 거야!
흑암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칼날을 부르르 떨었다. 시스템이 앞에 있었다면 바로 베어버릴 기세였다.
-각성의 알이라니, 이름만 들어도 아주 좆같은 보상일 게 뻔해.
“모르는 거라며.”
-지금까지 너한테 퍼준 것 중에 나쁜 거 있었냐?
“가끔.”
-웃기고 있네! 넌 망한 거 단 하나도 없었어! 욕망의 항아리 같은 자식아!
“그 정도는 아니지.”
-으으, 진짜 너란 놈은…
백우진은 손을 내저어 칼날을 들이미는 흑암을 밀어버렸다.
“어쨌든 네 덕분에 우리 시스템이 추가 보상을 준 거 같아. 역시 네 입은 내 복이라니까.”
-끄으으윽! 시스템 죽이고 지옥 가겠습…
“음?”
흑암이 시스템에게 살기를 띄우고, 백우진이 타이틀을 확인하려 할 때였다. 밖에서 작은 걸음소리가 들려왔다.
-걸음 소리를 보니, 널 치료해준 아이다.
‘아이?’
백우진이 의문을 가질 때 문이 열렸다.
“어! 일어나셨네요!”
갈색 머리카락에 주근깨를 가진 귀여운 외모의 소녀가 들어왔다. 손에는 붕대와 몇 가지 음식들이 들려 있었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아….”
백우진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소녀를 보았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언어는 분명 처음 들어보았지만, 그 뜻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뭐지? 왜 말이 이해되는 거지?’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냥 말해봐라. 너희 언어로.
“…괜찮아.”
“다행이에요!”
동그란 표정을 짓던 소녀가 활짝 웃었다. 흑암 때문인지, 시스템이 손을 쓴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 통하고 있었다.
“정령사님은 저희 집 뒷골목에 쓰러져 계셨어요!”
“정령사?”
“정령사 아니신가요? 정령의 냄새가 나시는데.”
소녀가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는 척을 했다.
“아니, 맞아.”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녀를 살폈다. 그녀에게서도 정령의 향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만 병의 뚜껑을 꽉 막아놓은 것처럼 억제된 느낌이었다.
-암인검을 놓고 와서 정령사라 여긴 모양이다.
“전 세린이에요.”
“백우진이야.”
“이름이 좀 특이하시네요.”
세린은 백우진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발음하고 있었다.
“네가 날 치료해준 건가?”
“치료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럽지만요.”
“아니야. 충분히 도움이 됐어.”
백우지은 세린에게 고개를 숙였다. 능숙하진 않아도 정성이 깃든 치료였다. 그녀가 자신을 도와준 건 맞았기에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아니, 이러시지 않아도 되요!”
세린은 손사래를 쳤다.
“여긴 대체 어디지?”
“어? 세이란이나, 카론 제국으로 도망치시려 던 거 아닌가요?”
“세이란 연합? 카론 제국? 잠깐만 세이란?”
백우진이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갔다. 카론은 몰라도 세이란은 분명 들었던 단어였다.
-세이란은 동쪽 끝에 있는 왕국의 이름이다. 아케인 지하에 펠런 섬이 전이 됐잖아. 그 섬 옆에 있는 게 세이란이다.
‘맞아! 그 때 들었었어!’
그 때 흑암이 지하에 있는 섬을 보며 세이란 왕국 옆에 있던 섬이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탈영을 하려다가 실패하신 거잖아요. 창피해하실 필요 없어요.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저도 이해지만 여길 벗어난다고 해도 살아남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아시잖아요.”
“탈영? 그게 아니고. 나는….”
백우진이 뭔지 모를 소리에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밖에서 다급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땡! 땡! 땡! 땡!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따가운 종소리에 세린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나오시면 안 돼요!”
세린은 가져온 붕대와 음식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황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대체 무슨 일이지?”
백우진이 창밖을 보았다. 달빛 아래에 높은 성벽이 보였고, 그 성벽의 위로 하얀 빛이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가봐라. 무언가 이상하다.
“이상하다니?”
-여기 위치는 대충 알겠는데, 내가 알던 곳과 너무 달라졌어. 확인 좀 해야겠다.
“알겠어.”
세계수의 씨앗을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왔다.
“어…?”
백우진은 밖에 나가자마자 얼어붙은 듯 멈춰 서서 눈을 부릅떴다.
“에, 엘프? 저건 설마 드워프야?”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인간만이 아니었다. 화려한 외모의 엘프와 짜리몽땅하지만 단단해 보이는 드워프가 함께 있었다.
“빨리 움직여!”
“놈들이 왔다!”
“전열 정비!”
세 종족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성벽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다.
-이, 이게 뭐야!
‘넌 왜 놀라는 거냐? 네 고향이잖아.’
-너 모르냐? 엘프하고 드워프는 사이가 더럽게 안 좋아! 저렇게 같이 있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흑암은 이해가 가지 않는지 검날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야. 빨리 올라가봐. 무슨 일인지 좀 보자고!
백우진은 엘프의 등을 따라 성벽으로 올라가서 성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뭐야 저건….”
하얀 빛이 인간의 형태가 되어 번쩍였다. 인간만이 아니라 엘프나 드워프 형태의 빛도 있었다. 수많은 빛의 인간들이 성벽을 포위한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헉! 왜 나오셨어요!”
“응?”
“빨리 들어가세요. 잡히면 안 되잖아요.”
세린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백우진에게 다가왔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속삭였다.
“아까부터 말하고 싶었지만, 난 탈영병이 아니고, 도망치지도 않았어.”
“네? 그럼 정령사님은 대체….”
“그 전에 저것들은 대체 뭐지?”
“설마 신검의 노예들을 모르시는 거예요?”
세린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백우진을 올려다보았다. 성안에 있으면서 신검의 노예도 모르고, 탈영병도 아니라니, 정체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신검? 신검의 노예가 뭐지?”
“쏴라!”
“쏴!”
공격 신호에 백우진이 뒤를 돌아보았다. 장궁을 든 엘프가 화살을 쏘아내며 공격을 지시했다.
‘저거 하이엘프의 수호 엘프잖아.’
-맞다. 여기에 하이엘프도 있는 건가?
가장 먼저 활을 날린 엘프는 다르칸의 차원에 들어갔을 때 봤던 수호 엘프들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퍼버버벅!
백우진은 고개를 돌려 성벽 아래를 보았다. 빛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은 화살과 창, 쇠뇌를 맞고 사라지면서도 움직이질 않았다.
“저것들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죽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협박하는 거예요.”
“협박?”
“네. 저희를 인질로 잡고, 구하러오라고 협박을 하고 있는 거죠.”
세린이 분한 눈으로 광인들을 노려보았다.
우우웅!
그녀의 말대로 창과 화살을 맞고 사라진 신검의 노예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재생되었다.
‘구하러 오라고 협박을 한다고?’
무슨 말인지 그 의미를 잘 알 수가 없었다. 다시 한 번 엘프와 인간, 드워프들을 살폈다.
-눈빛이 죽어가고 있군.
‘그래. 절망이 담겨있어.’
성벽을 지키는 종족들의 눈빛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저 빛의 인간들에게 공포와 절망을 느끼는 것 같았다.
“세린. 여기에서….”
세린에게 다시 질문을 하려할 때 부드러우면서도 광대한 자연의 기운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았다. 빛나는 녹색 머리카락에 얼음처럼 투명한 피부, 완벽에 이른 이목구비를 가진 여성 엘프가 성벽으로 올라왔다.
흑목을 지키던 검의 하이엘프와는 달리 자연스러우면서도 따스한 기운을 가진 하이엘프였다.
“정신 차리세요!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그 자가 노리는 건 저희의 마음이 무너지는 거예요!”
낭랑한 목소리로 성벽에 있는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아주던 하이엘프가 백우진과 눈을 마주쳤다.
콰아아아!
그 순간 백우진의 주머니에 있던 엘라인의 씨앗과 하이엘프가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가 장대한 푸른빛을 터트렸다.
“그, 그건 설마!”
하이엘프의 그 큰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손으로 백우진의 주머니를 가리켰다.
“저 팔찌가 나뭇가지인가.”
백우진은 하이엘프의 손목에 걸린 나뭇가지 형태의 팔찌가 자신을 부른 엘라인의 나뭇가지임을 확신했다.
‘이제 알겠군.’
공명하는 씨앗과 나뭇가지를 보자, 시스템이 왜 이렇게 급박하게 자신을 불렀는지를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