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마검 대 신검 (2)
“다, 당신은 대체….”
하이엘프 실비아는 넋이 나간 것처럼 몸을 떨었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던 엘라인의 씨앗이 처음 보는 인간에게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챠쟈쟈쟝!
성벽을 둘러싼 인간과 드워프들이 백우진을 포위하고 무기를 겨누었다. 복장도 특이했고 처음 보는 인간이 무언지 알 수 없는 빛을 내뿜었기 때문이다.
“아….”
“저, 저 기운은!”
다만 세계수의 기운을 느낀 엘프들은 완전히 얼어붙어 움직이지 못했다. 떨리는 눈동자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모두 물러나세요. 그는 적이 아니에요.”
실비아의 손짓에 백우진을 둘러싼 인간과 드워프들이 두 발씩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무기를 내리지는 않았다.
“대화를 할 수 있을까요?”
“실비아님! 안 됩니다! 아무리 그 기운이라고 해도….”
“이 사람은 괜찮아.”
실비아는 궁을 든 수호 엘프에게 손을 저어주었다.
“제국인도 아니고, 주술에 먹히지도 않았어.”
실비아는 씨앗이 아니라, 백우진의 눈을 보았다. 맑은 눈동자 속에 패기와 협의가 휘몰아쳤다. 악인이 가질 수 없는 눈이었다.
“루카는 이곳을 맡아줘.”
“음, 하지만….”
“부탁할게. 이쪽으로 오세요.”
실비아는 자신의 수호 엘프인 루카에게 성벽의 경계를 맡기고 백우진을 반대편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
회의실로 사용했는지 방은 지도와 자료들로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시린 나무 일족의 스무 번째 가지 실비아 아리시온이에요.”
“신검백가의 백우진이라고 합니다.”
하이엘프의 정중한 소개에 백우진도 신검백가의 이름을 꺼내서 자신을 소개했다.
-시린 나무 일족이면 풍요의 하이엘프로군.
‘그럴 거라 생각했어.’
엘라인의 나뭇가지를 가지고 있고, 이곳에서 만난 게 된 것을 보고, 그녀가 풍요의 하이엘프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풍요의 하이엘프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능력이 있다.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불리한 내용이면 차라리 말을 꺼내지 마라.
‘중요한 정보네.’
백우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실비아와 눈을 마주쳤다.
“처음 듣는 가문이군요.”
“그러실 겁니다. 전 이곳 사람이 아니니까요.”
“네? 그게 무슨….”
“그 말 그대로입니다. 전 이 대륙의 인간이 아닙니다.”
백우진은 사실을 밝혔다. 풍요의 하이엘프는 거짓을 알아차릴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사실을 말해서 신뢰를 얻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음, 얼마 전 이 팔찌가 빛을 내며 세계수의 기운을 뿌린 적이 있었어요. 그게 당신 때문이었나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럴 겁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그 씨앗은 대체 어디서….”
“말씀드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제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이곳의 상황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음….”
실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언행에선 조금의 거짓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대륙의 인간이 아니라는 말은 진실이었다.
거기다 어려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그의 말엔 거부하기 힘든 무게감이 담겨 있었다. 이런 인간은 처음이었다.
“알겠어요. 어차피 비밀도 아니니까. 시작은 서쪽을 지배하는 카론 제국이 일으킨 전쟁이었어요.”
실비아가 손을 들어 올리자, 홀로그램처럼 대륙의 전도와 나라를 표시하는 깃발들이 허공에 그려졌다.
“서쪽 끝에 있는 이 검은 깃발이 카론 제국이에요. 이들은 다크엘프와 연합을 맺고, 순식간에 주변 국가들을 먹어치웠어요.”
“다른 국가들이 막지 못한 겁니까?”
“제국은 굉장히 폐쇄적인 나라고,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움직이지 않았거든요. 평화가 길었고, 전쟁의 징조도 없었기 때문에 근처 국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죠.”
-제국이 100년 넘게 전쟁을 안 일으켰다고? 거기다 다크엘프와 연합? 절대 그럴 놈들이 아닌데?
흑암은 검날을 까딱이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중얼거렸다.
“뒤늦게 중앙의 국가들이 연합을 했지만 제국의 강력한 군대와 다크엘프, 흑귀들을 막을 수는 없었어요.”
“흑귀?”
“혹시 이게 뭔지 아시나요?”
실비아가 왼손을 들어 올리자, 허공에 다크엘프의 모습이 나타났다. 다만 진짜가 아니라, 전방에서 본 가짜 다크엘프였다.
“본 적 있습니다.”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요. 저희는 이 괴물들을 흑귀라고 불러요. 이들은 원래 아무 능력도 없는 일반인이었죠.”
“아무 능력이 없는 일반인?”
“네. 마나도 사용하지 못하는 평범한 인간이 저주를 받아 흑귀가 되면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능력을 가지게 되요.”
실비아는 제국이 자국민이 만이 아니라, 타국의 인간들에게도 흑귀가 되는 저주를 건다고 말해주었다.
“흑귀 때문에 제국의 군대는 점점 늘어났어요. 제국은 그 군대를 이용해서 중앙에 진출한 뒤 저희와 드워프들의 국가까지 침범했죠.”
-제국이 폐쇄적이고 싸움에 미친놈들이긴 했지만, 그런 이상한 주술을 사용하진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다크엘프와 연합을 맺은 것도 그렇고 흑귀를 것들을 쓰는 것도 그렇고 제국이 너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는 세계수 엘라인의 힘으로 흑귀와 제국의 군대를 막아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실비아의 손을 따라 둥글게 솟아오른 거대한 나무가 반으로 베어지고, 불에 타서 재료 변해버렸다.
“제 동생 같은 아이들이 세계수를 베고 태워버렸죠.”
-네가 꺾은 그 하이엘프인가 보군.
‘그래.’
백우진과 흑암은 세계수를 베었다는 하이엘프가 자신과 싸웠던 검의 하이엘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제야 저희는 제국이 다른 나라들을 빠르게 집어 삼킨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그들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들의 정신을 지배해서 다른 나라들을 내부에서부터 파괴한 거였어요.”
실비아가 주먹을 꾹 쥐며 말을 이었다.
“세계수는 저희의 영혼과도 같아요. 세계수가 사라지며 정령계와의 연결도 약해졌고, 저희의 감각과 능력도 비할 수 없이 떨어졌죠.”
“세계수가 불탄 이후에 이곳으로 도망을 치신 겁니까?”
“네. 저희만이 아니라, 북쪽에 있던 드워프들과 중앙의 국가들도 동쪽에 있는 성이나, 세이란 쪽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요.”
끔찍한 기억이었던지 실비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만 대륙의 3분지 2를 먹어치운 제국은 몇 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그럼 당신들은 왜 이곳에 있는 겁니까? 세이란이나 다른 성에 구출을 요청한 뒤 함께 움직이면 될 텐데요.”
“보냈어요. 그것도 많이. 하지만 단 한 명도 이 성에 닿지 못했어요.”
“저들 때문입니까?”
백우진이 탑의 창을 통해 내려다보이는 빛의 인간들을 가리켰다.
“아뇨. 저 숲 안에 있는 괴물 때문이에요.”
실비아가 빛의 인간들 뒤에 있는 푸른 숲을 가리켰다. 숲의 중앙에서 성스러워 보이는 하얀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괴물?”
“세이란 왕국에 있는 검술명가 출신의 검사에요. 한 때 영웅이라 불렸던 그가 길을 막고 다가오는 모든 종족을 죽이고 있어요.”
“제국의 주술에 먹힌 겁니까?”
“아뇨.”
실비아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얼굴에 분노가 깃들었다.
“그는 힘을 얻기 위해서 제국에 자신의 가문을 팔아먹었어요. 그 덕분에 제국의 개가 되었고, 신검을 얻어서 이전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죠.”
-신검? 듣보잡 신검을 얻으려고 가문을 팔아먹어? 그 쓰레기 새끼랑 신검은 내가 부숴야겠다!
흑암은 제국에 신검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말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럼 저들은 뭐죠?”
백우진이 신검의 노예라 불리는 빛의 인간들을 가리켰다.
“저들은 신검에게 능력을 강탈당한 불쌍한 존재들이에요.”
“강탈?”
“신검에 죽은 자는 능력을 강탈당하고, 저렇게 신검의 노예가 되어 주인의 명령을 따르게 되요. 지독한 일이죠.”
-저게 무슨 신검이야! 마검이지!
“음….”
흑암의 말이 맞았다. 능력의 강탈도 모자라, 자신을 죽인 자의 명령을 따르게 되다니, 신검이 아니라, 구역질이 나오는 마검이었다.
“그래서 인질이라는 말이 나왔군요.”
이제야 세린이 말했던 인질이라는 말의 뜻과 성벽에 선 자들의 눈에 담긴 절망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맞아요. 너희가 이들을 구하러 오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시위를 하는 거죠.”
“미친놈….”
신검의 주인이라는 놈은 이 성 안에 있는 자들을 미끼삼아서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을 죽이고 그 힘을 강탈하고 있었다. 사악하고 영리한 놈이었다.
“그는 언제라도 저희의 방어를 뚫을 능력이 있음에도 공격하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도 곧 끝날 거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죠?”
“세이란 연합에서도 포기했는지 작년부터 지원이 오지 않고 있어요.”
“연합이라면 강자들이 있을 텐데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 겁니까?”
“이름난 강자들이 움직이는 순간 제국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몇 분이 몰래 와주시긴 했지만 전부 신검의 주인에게 목숨을 잃었어요.”
“음….”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시스템이 자신을 괜히 부른 게 아니었다. 이들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궁금했던 정보가 없어.’
이 성에 있는 사람들의 사연과 가짜 다크엘프에 대해서는 알게 되었지만 모르는 게 많았다.
‘흑목을 왜 심었는지, 하이엘프나 수준 높은 인간들을 어떻게 지배한 건지, 왜 지구에 몬스터가 나타난 건지를 알 수가 없잖아.’
-난 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가 제일 궁금하다.
제국은 호전적이고 무력을 중시하는 나라였기에 다크엘프와 연합을 하여 주술을 쓰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나마 알게 된 건 지구와 이 대륙의 시간 축이 다르다는 건데.’
실비아의 말과 전방에서 일어난 사건을 계산해보면 대륙과 지구의 시간 흐름이 다른 것 같았다. 무턱대고 오래 있을 수도 없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백우진을 바라보던 실비아가 양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그 씨앗을 저희에게 주세요! 그 씨앗만 있다면 세계수를 피워내서 모두를 지킬 수 있어요!”
“이걸 준다면 어디에 피울 거죠?”
“네?”
“이 성에 세계수를 심지는 않을 거잖아요.”
“저 라인 숲은 백루나무 일족이 살던 숲이에요. 저곳이라면 세계수를 피울 수 있어요.”
“저기에 그 신검의 주인이라는 놈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놈은 어떻게 할 겁니까?”
“그, 그건….”
실비아는 세계수의 씨앗을 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전멸이지.’
백우진이 보기에 이 성의 전력으로 저 숲에 가면 모조리 죽는다. 저 안에는 신검의 주인 말고, 다른 놈들도 있었다.
“혹시 제국에 조종을 당하는 자들의 눈동자 색이 뒤바뀌어 있지 않습니까?”
“네? 아, 맞아요.”
“이게 뭔지 아십니까?”
백우진은 세필리아의 목걸이를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허억! 이, 이걸 왜 당신이!”
실비아는 너무 놀라서 의자에서 넘어졌다. 이빨을 덜덜 떨며 목걸이를 쥐었다.
“이, 이 아이는 지금 어디 있죠? 제발 알려주세요!”
“제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저와 제 동료들은….”
백우진은 전방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해주었다. 실비아는 백우진의 이야기를 들으며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후우….”
실비아는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뒤 백우진에게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때문에 당신의 세계까지 피해가 갔다니,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백우진은 당신이 미안해 할 필요 없다고 말하며 실비아를 일으켜 세웠다.
“씨앗을 달라고 할 자격도 없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실비아가 다시 고개를 숙일 때 백우진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띵!
[긴급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마루툰 대륙은 당신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땅에 새로운 세계수를 심어 두 세계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펼칠 수 있는 희망의 싹을 틔워주세요.
조건 : 신검의 주인을 꺾고, 라인 숲에 세계수를 피우기.
제한시간 : 1달 (제한 시간이 넘어가면 자동으로 당신의 세계로 돌아가고, 퀘스트는 실패하게 됩니다.)
퀘스트 수락 혜택 : 퀘스트 진행 기간 동안 정령의 기운과 속성 감응력이 상승합니다.
보상 : 3500포인트, 새로운 정령.
백우진이 퀘스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 시스템이 자신을 부른 이유는 이 땅에 새로운 세계수를 심어서 양쪽 세계 모두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하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씨앗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 그렇죠. 당연히 그렇겠죠.”
실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의 실수로 저쪽 세계에서 엄청난 피해를 봤으니 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 이걸 가져가세요.”
실비아는 자신의 손목에 있는 팔찌를 빼서 주저 없이 백우진에게 건넸다.
“정령의 기운이 있는 당신이라면 분명 세계수를 피워낼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의 세계에 세계수를 심으세요.”
“허….”
백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실비아가 자신에게 세계수의 팔찌를 줄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엘프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죽을 만큼 싫어한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엘라인의 나뭇가지를 넘겨 줄 줄은 몰랐군.
“하나만 있어서는 아무 소용도 없는 물건이에요. 가져가세요.”
“아뇨.”
백우진은 팔찌를 받아서 다시 실비아의 손목에 채워주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토끼처럼 동그랗게 변했다.
“왜….”
“전 지금은 안 된다고 했어요. 즉, 나중에 드린다는 말입니다.”
“아!”
“거기다 저희 세계는 원래 세계수 같은 거 없었습니다. 심으려면 여기에 심어야죠.”
퀘스트에 따르면 이 땅에 세계수를 심어야 양쪽 세계 모두에 효과가 있고 했다. 무조건 이곳에 심는 게 맞았다.
“그리고….”
백우진은 하얗게 번쩍이는 숲을 보며 서늘한 미소를 그렸다.
“신검의 주인인지 뭔지도 손 좀 봐야 할 것 같네요.”
퀘스트를 떠나서 살아 있는 자들을 미끼로 써서 자신의 힘을 키우는 쓰레기를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