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마검 대 신검 (4)
화르르륵!
이그니스의 겁화는 신검이 붙잡고 있는 영혼들의 목줄마저 태워버렸다. 신검에 먹혔던 영혼들이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가는군.”
백우진이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신검의 노예들을 보고 눈을 내리감았다. 구제된 영혼들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바랐다.
-야!
‘왜?’
-악마에게 빈다는 거면 날 써야지! 갑자기 이그니스를 왜 불러! 폼 잡고 있었잖아!
‘넌 비밀 병기잖아.’
-비, 비밀병기?
‘넌 보란인지, 보라인지 하는 패륜아 놈을 때려잡아야지. 소 잡는 칼을 닭 잡을 때 쓸 수는 없잖아.’
-커흠, 하긴 내가 나서기엔 스케일이 작긴 했지. 난 주인공이니까.
흑암은 백우진의 말이 마음에 들었던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암 그렇고 말고라고 중얼거리는 건 덤이었다.
“허, 정말 정령술도 쓸 수 있었나?”
타이쿤은 백우진과 그의 정령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장난이 아니구먼.’
강대한 검기가 느껴져서 검 외길을 걸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저 정도 불의 정령을 다룰 수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해를 벗어난 능력을 가진 인간이었다.
“프, 플래임 드래곤?”
실비아가 창밖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화염 정령 중에서도 가작 강하고 포악하다는 플레임 드래곤을 인간이 소환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잠깐! 저런 플레임 드래곤이 있었나?’
뿔의 형태, 날개와 몸체 거기다 덩치마저 자신이 아는 플레임 드래곤과 너무 달랐다.
“서, 설마! 왕의 그릇?”
실비아는 이제야 플레임 드래곤이 사용한 붉은 불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왕의 그릇만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불꽃이었다.
“미쳤어….”
숨이 턱 막혔다. 이전에 그가 흑목을 벤 사연을 말할 때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었는데, 저 정령을 보니 그에게 도움 따윈 필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아버지!”
데플은 빛을 잃고 사라지는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해방되고 있어…’
검으로도, 마법으로도, 정령으로도 지우지 못했던 신검의 족쇄가 풀리고 영혼들이 흩어진다.
아버지도, 성의 가신들도, 이곳에 지원을 왔다가 목숨을 잃은 지원군들도 해방되고 있었다.
“아아….”
기쁘면서도 슬펐고, 슬프면서도 기뻤다. 그 중 가장 큰 감정은 고마움이었다. 저들을 구원해준 백우진에 대한 고마움이 물밀 듯이 터져나왔다.
“으음….”
데플은 힘 빠진 다리에 주먹질을 하며 백우진에게 다가갔다.
“저, 저기 고맙….”
“응?”
뒤에서 들린 소리에 백우진이 뒤를 돌아보았다. 데플이 입을 악 다문 채 몸을 떨고 있었다.
“고, 고맙습니다. 저희 아버지와 주민들을 족쇄에서 풀어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데플이 무릎을 꿇었다. 백우진에게 이런 인사를 할 정도로 그는 지쳐있었다. 앞의 젊은 정령사가 자신의 구원자로 보였다.
“성주가 이리 쉽게 무릎을 꿇으면 안 되죠.”
백우진이 민망한 표정으로 데플을 일으켜 세웠다.
“저는 허약한 인간입니다. 저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고….”
“지금 허약한 건 상관없습니다.”
“네?”
“앞으로 허약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데플이 얼마나 힘든지, 이곳에 있는 자들이 얼마나 슬펐는지를 자신이 감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절망 속에 빠지는 모습을 볼 생각도 없었다.
계기를 만들어 줄지언정 일어서는 것은 스스로 해야 한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오랜만에 푹 자보죠.”
백우진은 모두를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
“멍청한 놈들.”
보란은 신검의 노예들의 눈을 통해서 성에 갇힌 세 종족을 보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비틀어진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자신에게 영혼이 사로잡힌 쓰레기들을 보고 동정심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하는 놈들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힘이야.’
주먹을 꽉 쥐자, 용솟음치는 거대한 힘이 느껴졌다. 이 힘이다. 이 힘을 위해서 자신은 모든 것을 버렸다.
‘그 때는 내가 최고라 생각했지…’
제국이 움직이기 전에는 자신의 가문인 블리크가 가장 강하고, 자신은 훗날 최고의 검사가 될 수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제국의 무력과 신기한 능력들은 자신의 가문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마음이 뒤흔들렸다.
그 때 유혹의 손길이 찾아왔고, 그 손을 잡아 가족과 동료들을 팔았다.
블리크가 멸망하고, 나라가 큰 피해를 입었지만 조금의 후회도 없었다. 평생을 수련해도 얻지 못할 능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보란이 땅에 박힌 신검을 뽑았다. 검날에서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백광이 흘러내렸다.
“오늘은 좀 더…응?”
노예들에게 성벽을 건드리라는 지시를 내리려 할 때였다. 갑작스럽게 거대한 화룡이 나타났다.
“뭐, 뭐야! 저건!”
화룡이 사위로 불을 내뿜어 신검의 노예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정령? 하지만 소용없어.’
보란이 화룡이 뿜어낸 화염을 비웃었다. 느껴보기 힘든 강대한 화력이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자신의 노예들은 불에 타는 것과 동시에 재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
하지만 붉은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되살아난 노예들을 다시 태워버렸다.
재생과 연소가 반복됐고, 노예들은 더 이상 재생을 하지 못하고,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 돼!”
믿을 수가 없었다. 성에 보낸 신검의 노예의 혼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있었다. 잡혀 있던 목줄이 타버리고, 그들의 영혼이 풀려난 것이다.
“카든!”
“예!”
보란의 부름에 청발의 다크엘프가 그림자처럼 나타나서 부복했다.
“저 놈 대체 뭐야! 어디서 나타난 거야!”
“죄송합니다. 저도 알지 못하는….”
“성 전체를 감시하라고 했잖아!”
“감시는 단 한 번도 풀지 않았습니다.”
“그럼 저 놈이 어디서 나타났다는 거야!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했다는 거냐!”
보란이 발을 구르자, 땅에 박힌 백골들이 가루로 변했다.
“죄송합니다. 바로 조사하겠습니다.”
카든이 고개를 숙이고 사라졌다.
보란은 분노가 풀리지 않는다는 듯 바드득 이를 갈았다.
키이이잉!
보란의 분노에 신검이 검명을 터트렸다. 더 짙은 백광이 뿜어지며 보란에게 새로운 힘을 전해주기 시작했다.
“크으!”
보란이 손을 떨었다.
우우웅!
신검을 통해서 자신에게 사대속성 저항력과 감응력이 물밀 듯이 흡수되고 있었다. 이 능력으로 저 정령사를 죽이고, 그의 힘을 먹어치우라는 뜻이었다.
“크하하하! 좋다!”
보란이 광소를 터트리며 히죽 웃었다.
“네 힘을 흡수하는 즉시 저 정령사 놈과 성에 있는 놈들을 모조리 먹어 치워주마.”
**
“음….”
백우진이 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금발의 청년이 황급하게 벽 뒤로 몸을 숨겼다.
백우진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타이쿤의 공방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다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왜 계속 따라오시는 겁니까?”
자신의 키보다 낮은 벽에 몸을 숨긴 데플에게 고개를 돌렸다. 데플은 그저께부터 자신을 쫓아다니고 있었다.
“아, 그, 그것이….”
백우진이 계속 바라보자 데플이 마른 침을 삼키고 앞으로 나왔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제대로 못해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데플이 백우진에게 예를 담아 고개를 숙였다.
“이 성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신검의 악마에게 친인들을 잃었습니다. 신검의 노예가 되어 역으로 공격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죠. 그 굴레를 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말을 더듬긴 했지만 진심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눈을 보니 이틀 전과 다르게 생기가 타오르고 있었다.
“아닙니다. 그때의 감사인사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건 제 싸움이기도 하니까요.”
이번 일은 이들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이곳에 세계수를 심는 것으로 자신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아!”
데플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이런 사람이 있었다니…’
자신과 상관없는 싸움을 하면서 부담을 가지지 않게 저런 말까지 하다니, 배려심마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비슷해 보이지만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인이었다.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털썩!
데플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왜 또 무릎을….”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네?”
“그 뛰어난 능력과 마음에 품은 협의를 배우고 싶습니다! 제발! 저를….”
“니들 뭐하냐?”
데플이 손을 모을 때 타이쿤이 자신의 공방에서 나와 인상을 찡그렸다.
“딱 맞춰 왔구나. 다 됐으니, 들어 오거라.”
타이쿤은 무릎을 꿇은 데플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다가, 백우진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일단 들어오시죠.”
“으음….”
백우진은 타이쿤을 따라 공방으로 들어갔다. 데플은 쭈뼛 거리며 그 뒤를 따랐다.
“자네의 요청대로 만든 전투복이네. 시일을 맞추느라 피똥 쌌어.”
타이쿤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쓸고, 테이블 위에 있는 검은 옷을 가리켰다. 백우진이 원했던 모양새를 만드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와….”
백우진은 테이블 위에 올라간 검은 가죽의 전투복을 보고 손을 떨었다. 가죽 갑옷이 아니라, 가죽으로 만든 의복을 보는 느낌이었다.
흑전호포에 뒤지지 않는 검은 빛깔에 디자인도 원했던 대로 깔끔했다.
“어때?”
“마음에 듭니다.”
“아껴둔 재료를 쓴 보람이 있구먼.”
타이쿤이 클클 거리며 웃었다. 오랜만에 좋은 재료로 열을 다해서 만들고, 그걸 받은 사람이 좋아하니 기분이 좋았다.
100년은 젊어진 느낌이었다.
“감사합니다.”
“됐네. 그저께 자네가 했던 일에 비하면 이건 일도 아니지.”
백우진은 타이쿤에게 고개를 숙였다. 타이쿤은 곰방대를 피며 손을 내저었다. 백우진이 신검에 먹힌 영혼들에게 안식을 선사해준 것만으로 성 안의 사기가 미친 듯이 올라갔다.
다들 오랜만에 제대로 잠을 잤다고들 하니, 그간 모두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려주었다.
“입어보게나.”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타이쿤이 만들어준 전투복을 입고 흑전호포를 걸쳤다. 검은색과 검은색의 조합이지만, 그 진하기가 달라 나름의 맛이 있었다.
‘흑암.’
-왜?
‘감정 안하고 뭐해?’
-허, 맡겨놨냐?
흑암은 툴툴 거리면서도 타이쿤이 내어준 전투복을 감정해주었다.
[타이쿤의 흑선 갑옷]대장인 타이쿤이 검사 백우진만을 위해서 만든 갑옷이다. 블랙 그리폰의 가죽을 사용하여 가볍고, 질기며, 정령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
등급 : 레전더리
착용가능 조건 : 백우진.
외상 방어 30%
내상 방어 20%
공격 속도 20%
이동 속도 20%
검술 +20
오성 +20
정신력 +20
신체 +20
사대속성 감응력 +20
사대속성 저항력 +30
-이, 이걸 5일 만에 만들었다고? 저 영감 미친 거 아니냐?
‘역시 대장인이네.’
고작 5일이라는 시간 동안 이런 옵션과 디자인의 갑옷을 만들다니, 역시 대장인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마음에 드는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끌끌!”
“아, 저기….”
데플이 백우진과 타이쿤의 대화에 끼어들려고 할 때였다.
땡! 땡! 땡! 땡!
성의 종이 4번 울렸다. 신검의 노예들이 나타났다는 뜻이었다.
“헉!”
“낮인데 나타났다고?”
데플과 타이쿤이 눈을 부릅떴다. 신검의 노예들은 항상 해가 진 이후에만 나타났건만 지금은 해가 쨍쨍했다. 평소와 다른 상황이었다.
-예상대로 이곳을 끝내기 위한 공격인가 보군.
‘그래.’
신검의 악마인지, 주인인지 하는 놈은 그간 자신에 대한 정보를 파악했고, 이제 이길 자신을 가지게 되어 공격을 시작했을 것이다.
“가보죠.”
백우진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성벽으로 올라갔다. 데플과 타이쿤은 불안한 얼굴로 그 뒤를 따라갔다.
“저, 저기 그들이 오고 있습니다!”
“그 때보다 훠, 훨씬 많아요!”
“음….”
백우진은 병사들의 손가락을 따라 라인 숲을 바라보았다.
쿠구구.
숲이 뒤흔들리며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빛의 인간들이 튀어나왔다. 흑귀 수십 마리와 다크엘프 다섯이 그 뒤에 따라붙어 있었다.
콰아아앙!
숲의 끝에 터져나가며 은빛 갑옷을 입은 적발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손엔 백광을 줄기줄기 흘리는 성스러운 대검이 들려 있었다.
그림 속에서 나온 기사의 모습이지만, 그의 눈동자는 살기와 사이함으로 번들거렸다.
“시, 신검!”
“신검의 악마다!”
성벽을 지키는 종족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겁에 질려 몸을 떠는 자도 있었다.
촤아아아!
보란은 자신을 향한 비명을 즐기며 검을 내리그었다. 신검에서 번쩍인 빛이 좌측 성벽을 직격했다.
콰과과광!
검기를 맞은 성벽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단 일 검에 성벽의 한 축이 내려앉았다.
“으아아악!”
“아, 악마다!”
“끄으으윽!”
사람, 엘프, 드워프 할 거 없이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만 바라 볼 게 아니지.”
백우진은 냉정한 시선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성은 당신들의 것이다. 내 도움만 바랄 게 아니라, 스스로도 싸워야 하지 않겠어?”
“아!”
데플의 두 눈이 퍼렇게 번쩍였다.
“총 동원령을 울려라!”
“창병과 방패부대는 무너진 성벽으로! 나머지는 모두 성벽으로 올라와!”
데플은 백우진의 말을 알아듣고 지체 없이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땡! 땡! 땡! 땡! 땡!
“성벽으로!”
“벽을 지켜라!”
다섯 번 종이 치는 총 동원령이 울리고, 세 종족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무기를 들었다. 두려움을 참고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아쉽군.’
-어쩔 수 없다. 시간이 없으니.
이들에게 더 나은 전술과 무예를 알려주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저들이 스스로 싸울 의지를 가지게 하는 것뿐이었다.
화르르륵!
백우진의 손짓에 홍염의 문이 솟구쳤다. 타오르는 문이 열리고 이그니스가 그 거대한 몸체를 드러냈다.
콰아아아!
이그니스는 백우진이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겁화를 뿜어 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태워버렸다.
화르르륵!
겁화가 파도가 되어 신검의 노예들을 집어 삼킬 때 보란의 검에서 백광의 기둥이 솟구쳤다.
콰아아아!
백색 기둥에서 피어나는 거대한 기류가 이그니스의 겁화를 모조리 집어삼켰다.
후우욱.
이그니스의 불꽃은 단 하나의 빛의 노예도 해방시키지 못하고 신검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크하하하!”
보란이 신검을 흔들며 미친 듯이 웃어재꼈다. 신검이 전해준 힘을 모두 흡수하자, 이런 흡수 능력까지 생겨버렸다. 저 불꽃이 무엇이든 이제 아무 소용도 없었다.
“카든!”
“예!”
“그 정령사 놈 도망치지 못하게 견제해.”
“알겠습니다!”
“크흐흐!”
보란이 히죽이며 웃었다. 카든이 가져 온 정보대로라면 그 정령사 놈에겐 세계수의 씨앗이 있었다.
“크하하하!”
세계수의 나뭇가지와 씨앗을 그 분에게 바치면 지금 이상의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
“화, 화염이….”
“안 돼! 안 된다고!”
성벽에 선 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마지막 희망이 무너진 느낌이었다.
“일어나라!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데플은 목청껏 함성을 지르며 쓰러진 병사들을 일으켜 세웠다.
‘이젠 허약해질 수 없어! 강해져야해!’
그의 뇌리엔 백우진이 말했던 앞으로는 허약해서 안 된다는 말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린덴 성은 포기하지 않는다! 끝까지 싸워라!”
백우진이 보여준 단 한 번의 승리로 데플의 정신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낮을지언정 쉽게 무너지지 않는 탑이 되었다.
“크으윽!”
“그래. 어차피 죽은 목숨이야!”
“싸우자!”
성벽에 선 세 종족들이 다시 일어났다. 덜덜 떨면서도 다가오는 적들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저 정도면 괜찮지 않나? 이제 시작해도 될 거 같은데?”
“그래야겠네요.”
타이쿤의 말에 백우진이 씩 웃으며 흑암을 쥐었다.
치리리링!
아름다운 검명과 함께 흑색의 검날이 피어났다.
쿠구구구.
백우진의 전신과 흑암의 칼날을 타고 검은 불꽃이 타올랐다. 그가 가진 협의가 패도를 타고 모든 이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어…?”
“뭐, 뭐지?”
“떨림이 멈췄어!”
성 내부에 있는 모두는 심장이 돌덩이처럼 무거워지고, 마음이 가라 앉은 것을 느꼈다.
떨림이 사라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전신에서 피어올랐다.
“아….”
데플은 넋이 나간 눈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정령사인 줄 알았던 백우진에게서 그 누구에게도 느껴 본 적이 없는 검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스승이 되어달라고 했던가?”
“네? 네!”
“난 제자는 안 키워. 그러니까….”
백우진이 성벽을 박차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알아서 배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