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마검 대 신검 (5)
흑목이 넘어가고, 다크존의 안개가 사라졌다는 정보는 그간 전방에서 있었던 진실들과 함께 홍수처럼 퍼져 나갔다.
[전방을 덮은 암운이 걷히다.] [수십 년간 이어졌던 악몽이 끝나다.] [전방을 지배하던 죽음의 나무가 넘어가다.]순식간에 수천, 수만 개의 기사와 영상들이 올라왔고,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전방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들썩였다.
[죽음의 나무를 쪼개버린 나무꾼은 신검백가의 백우진.] [협웅. 한국을 넘어 전방을 구원하다.] [백우진. 수십 년간 꼬여있던 전방의 어둠을 풀어내다.]특히나 마지막 전투에서 영웅적 면모와 활약을 보인 백우진에 대한 기사와 영상들은 초 단위로 갱신되었다.
-그래서 전방에 대한 정보를 풀지 않았던 거구나. 잡을 수 없는 몬스터가 있었으니까.
-일반인들이 불안해하지 않게 하려고 정보를 통제한 거죠.
-근데 그런 괴물을 백우진은 대체 어떻게 잡은 거래?
-진짜 미친놈이다. 미친놈이야.
-저 정도면 이제 유망주가 아니잖아. 대형 길드 마스터급 아님?
-백우진이 정말 이번 일을 해결했으면 그 정도 급은 되죠. 그전에도 협웅이니, 협제니 하는 칭호가 붙었잖아요.
-이젠 그냥 제(帝)지. 협제.
-하, 하, 하루만 백우진이 되고 싶다. 하악!
전방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알게 된 능력자들과 일반인들은 입을 모아 백우진을 칭송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 구원자에게 박수를 보냈다.
[ 백우진 실종.] [ 백우진 흑목을 벤 이후 행방불명.]하지만 그 기쁜 소식들이 전부 풀리기도 전에 흑목을 벤 영웅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퍼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방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백우진에게 도움을 받거나, 생명을 구원받은 사람들은 모든 일을 팽개치고 달려갔다.
패력적가의 풍신대와 적경훈, 적연화도 전방을 찾아갔고, 윤우민과 유니타스 길드원들은 수색조에 자원했다.
백천웅도 제주도에서 전방으로 달려갔지만, 그의 아버지인 백천화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
“할아버지! 저기요! 저기!”
“나도 눈 있다. 보채지 좀 말거라.”
서인아와 함께 전방을 찾은 김장훈이 흑목의 밑동 옆에 박힌 암인검을 보고 눈동자를 빛냈다.
“어, 어때요?”
“좀 기다려 보거라. 뭐가 그리 급해.”
김장훈은 안달이 난 서인아에게 손을 저어주고 암인검을 살폈다.
암인검은 백우진의 오러를 받아서 만든 그만을 위한 검이다. 정말 그가 죽었다면 검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다.
티잉!
김장훈은 암인검을 훑어본 뒤 손가락으로 칼날을 두어 번 튕겼다.
수많은 사람들이 침을 꼴깍 삼키며 김장훈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하아….”
김장훈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살아 있구먼.”
“예?”
“저, 정말이십니까?”
하지만 김장훈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모두의 얼굴빛이 형광등을 켠 것처럼 밝아졌다.
“검안에 담긴 녀석의 기운과 칼날이 건제해. 확실히 살아 있어.”
“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하아….”
문주영과 의검대는 주저앉아서 눈물을 흘렸고, 적연화는 두 손을 꼭 모은 채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르신. 그럼 왜 한숨을 쉬신 건지….”
“이놈이 내가 만든 검을 놓고 갔지 않느냐! 몹쓸 놈 같으니. 이제 정비할 때마다 돈 좀 받아야겠다.”
김장훈의 가벼운 농담에 전방의 능력자들은 오래간만에 기분 좋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진짜 살아 있는 거 맞죠?”
“속고만 살았느냐. 진짜라니까!”
“후우, 정말 다행이에요….”
서인아가 숨을 고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딜 가서든 문제가 없을 녀석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지금도 다 때려 부수고 있을지도 모르지.”
김장훈은 서인아만이 아니라, 백우진을 걱정하는 모두를 보며 웃었다.
“우리가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황병훈이 왼손에 든 창으로 땅을 내리쳤다. 한 팔을 잃었음에도 건재한 창왕의 기세가 파도처럼 퍼져 나갔다.
“그 녀석이 돌아올 때까지 이 땅과 흑목을 지킨다.”
“예!”
전방의 능력자들이 한마음이 되어 숲이 떠나라가 함성을 질렀다.
**
“미친놈!”
보란의 입에서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령의 불꽃이 통하지 않는다고 검 한 자루 들고 성벽에서 뛰어내리다니,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간 놈이었다.
“이러면 나야 편하지.”
보란은 손가락을 들어 올려, 노예들에게 저 멍청한 정령사를 잡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영혼이 사로잡힌 충실한 노예들이 백광을 뿌리며 뛰어갔다.
‘어디서 한 수 배웠나 보지만 의미 없어.’
검을 든 자세나 오러를 보니 어디서 좀 배운 것 같았지만, 놈에게선 상위 검사가 가져야 할 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자세와 기세만 좋을 뿐이었다.
퍼억!
보란이 신검을 땅에 박고 팔짱을 꼈다. 저 멍청한 정령사가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저 미친놈의 능력을 흡수한 뒤 성안에 있는 놈들을 모조리 죽이고, 세계수의 씨앗과 나뭇가지를 회수하면 이번 일은 가볍게 끝난다.
“얼마나 버틸까?”
보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정령사 놈이 멍청한 짓을 해준 덕분에 오늘은 딱히 자신이 나설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 뭐야….”
정령사가 흑검을 가볍게 내리긋자, 자신의 노예들이 새벽이슬처럼 사라졌다. 재생을 시키려 했지만, 영혼이 느껴지지 않았다.
“왜, 왜 사라지는 거야!”
정령사가 가로로 검을 날렸다. 그에게 다가가던 신검의 노예 셋이 동시에 사라졌다. 연기라도 된 듯 노예들의 영혼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저 새끼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저 정령사 놈이 어떻게 신검에 사로잡힌 영혼들을 구제하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촤아앙!
정령사의 검술은 너무도 정직했다. 특별한 힘도 사용하지 않았다.
검에 보일까, 말까 한 오러를 둘러서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사선 긋기, 찌르기만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 기본 공격에 백이 넘는 노예들의 영혼이 해방되었다.
“뭣들 하는 거야! 놈을 잡아 와!”
보란이 발을 구르며 명령을 내리자, 수십의 흑귀들이 무기를 뽑아들고 백우진에게 달려들었다.
쩌저저정!
정령사의 일검에 흑귀의 곡도 3자루가 동시에 부러졌다. 그는 여유롭게 검을 휘돌려 당황한 흑귀들의 목을 베어버렸다.
“저, 저놈이!”
보란이 이를 갈았다. 정령사 놈은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 여전히 기본 검술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오러가 확연히 달라졌다.
촤아악!
수십 마리의 흑귀와 수백이 넘는 신검의 노예가 달라붙었음에도 백우진에게 단 하나의 상처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는 기본 검술만 사용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을 베어버렸다.
“…가자.”
보란의 눈빛을 받은 다크엘프들이 땅을 박찼다. 흑귀나 신검의 노예들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백우진에게 파고들었다.
우우웅!
다크엘프가 움직였을 때 땅에 박힌 신검이 울기 시작했다. 보란이 신검을 뽑았다.
신검이 백광을 뿜어내며 보란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했다.
“저놈을 먹어치우면 그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거냐?”
신검이 대답하듯 칼날을 번쩍였다. 그 빛을 본 보란의 눈빛이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보물이 절로 굴러들어왔구나.”
**
“대, 대체 무슨 일이에요?”
실비아가 당황한 얼굴로 성벽에 올라왔다. 손엔 처음 보는 나무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보다시피 신검의 악마가 쳐들어왔다.”
“네?”
실비아가 기겁하며 앞으로 달려갔다. 창백하게 질린 안색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다만 그가 있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 같구나.”
타이쿤의 말을 듣지 않아도 백우진의 위치는 바로 보였다. 전장의 한 가운데서 홀로 수백의 적과 싸우고 있었다.
신기한 점은 정령을 사용할 때와 똑같이 그에게 베인 신검의 노예들은 족쇄가 풀리고, 해방되고 있었다.
“와….”
대단하다는 소리조차 나오지 못했다. 수십의 흑귀들이 달라붙었음에도 그의 옷자락 하나 스치지 못했다.
“저, 저기 다크엘프예요!”
실비아가 보란의 옆에 있던 다크엘프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다크엘프는 신검의 노예나, 흑귀하곤 다른 존재다. 극히 뛰어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도와야 해요!”
“필요 없어. 오히려 방해만 돼.”
실비아가 나서려 할 때 타이쿤이 고개를 저었다
“넌 저 친구의 사연을 들었다면서 모르는 거냐?”
“네? 그게 무슨….”
“저 친구는 강해. 그것도 독보적이다. 저깟 다크엘프들은 털끝 하나 못 건드려.”
타이쿤이 백우진을 가리켰다. 실비아는 떨리는 눈으로 백우진의 뒤를 치는 다크엘프를 보았다.
챠앙!
격렬한 쇳소리와 함께 다크엘프의 검이 튕겨 나갔다. 다시 백우진에게 달려들려 하던 다크엘프의 목이 아래로 떨어졌다.
“아….”
실비아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떡 삼켰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검을 한 번 휘두른 것으로 보였는데, 다크엘프가 튕겨나가고 목이 베였다.
‘부, 분명 동료들과 함께 흑목을 베었다고 했는데….’
백우진은 혼자가 아니라, 동료들과 힘을 합쳐서 세필리아를 쓰러뜨리고, 흑목을 베었다고 했다.
당연히 정령의 힘으로 그들을 도왔다고 생각했는데, 저런 검술 실력을 갖췄을 줄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뭐, 뭐 저런 사람이 있죠?”
“나도 저 나이에 저런 무력을 가진 인간은 처음 본다. 그것도 만검을 수련하는 놈이라니, 별종이야.”
타이쿤이 기껍다는 듯 클클 웃었다.
“저, 저기 악마가 움직여요!”
다크엘프 둘이 쓰러졌을 때 보란이 신검을 들고 백우진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쯧, 이제 우리도 싸울 준비를 해야겠군. 데플!”
“예!”
데플은 백우진의 등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힘차게 대답했다.
항상 자신의 심장을 움츠리게 했던 신검의 악마가 다가오고 있었음에도 조금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성벽의 앞에 있는 영웅이자, 구원자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전원 전투 준비!”
데플의 의지가 깃든 목소리와 함께 성벽의 종족들이 무기를 들어 올렸다.
**
-나이스 샷! 오늘 움직임 좋은데?
‘내상이 다 나았으니까.’
백우진이 다크엘프 둘을 베어버리고 미소 지었다. 내상도 회복됐고, 강기의 벽을 넘었기 때문인지, 검술의 숙련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이런 때에 이 정도 실전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건 최고의 행운이었다.
콰아앙!
대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하얀 검이 빛살이 되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이제야 움직이는군.
‘지금부터 시작이야.’
보란이 신검을 창대처럼 세워 기마병처럼 돌진해오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서 붉은 살기와 누런 욕망이 이글거렸다.
콰아아아아!
대화도 없이 바로 죽일 생각인지 신검의 칼날에 하얀 강기가 뭉클 솟구쳤다.
우우웅!
백우진은 흑암에 오러를 밀어 넣었다. 흑색의 칼날보다 깊게 가라앉은 칠흑의 강기가 타올랐다.
쩌어어엉!
신검과 마검이 정면에서 격돌했다.
백색의 강기와 흑색의 강기가 뒤틀리며 거대한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
콰아아아앙!
꽈배기처럼 꼬여가던 흑백의 강기가 폭발하며 강렬한 충격파와 폭음을 사위에 터트렸다.
“크으윽!”
“으아악!”
흑귀와 다크엘프들이 뒤로 날아가고, 성벽에 있던 종족들이 벽을 잡고 덜덜 떨 정도로 거대한 폭발이었다.
“크으으윽!”
뒤로 튕겨 나간 보란이 신검을 땅에 박으며 이를 갈았다. 자신이 밀려난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강기라니!”
이 공격으로 놈이 어떤 힘을 숨기고 있어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령사 놈은 강기를 사용해서 자신의 공격을 막아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신검?”
백우진이 보란의 손에 들린 신검을 보며 피식 웃었다.
“무슨 신이 담겼기에 그리 약하지?”
“네놈이 감히!”
보란의 분노를 터트리며 신검을 휘둘렀다. 백우진의 목을 노리는 신검의 칼날이 세 개로 늘어났다. 도만 가문의 삼전검법이었다.
“그 정도론 안 돼.”
백우진은 쾌와 풍의 묘리가 깃든 만상보를 밟아 보란의 공격 거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신검의 칼날을 두른 강기가 길쭉하게 늘어나 뒤로 빠지는 백우진을 쫓았다.
치이잉!
백우진은 흑암을 역수로 잡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 개의 강기를 한 번에 올려쳤다.
콰아아앙!
다시 한번 두 검이 부딪치며 눈을 멀게 할 빛과 폭발을 만들어 냈다.
뒤흔들리는 대지와 솟구치는 먼지 속에서 백우진과 보란이 다섯 걸음씩 밀려났다.
-확실히 보통의 마법검과는 차원이 다르군. 하지만….
‘하지만?’
-나한테는 좁밥이다.
‘미안하지만, 네 기회는 나중이야.
-뭐?
‘지금은 내가 팰 시간이거든.’
백우진이 보란에게 돌진했다. 내려치는 보란의 검을 보법으로 피해낸 뒤 그의 옆구리에 검을 찔렀다.
챠앙! 쩌저정!
신검과 흑암이 칼날에서 항아리만 한 불똥이 튀겼다. 보란과 백우진은 근접거리에서 다섯 번의 검격을 나눴다.
두 검사는 다리를 땅에 박은 채 한 걸음도 밀려나지 않았다.
“검술로 덤비겠다고? 내게?”
보란이 백우진을 차게 비웃었다.
“내가 가진 검술만 수백이다! 기본 검술 따위만 쓰는 놈 따위가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보란의 검이 호수에 비친 달빛처럼 휘어졌다. 어디를 노리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용병 카일의 월견검이었다.
쩌엉!
하지만 백우진은 보란이 사용하는 월견검을 가볍게 막아냈다.
후우웅!
보란이 신검을 휘돌려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신검에 담긴 강기가 폭죽처럼 부채꼴로 퍼져 나갔다.
챠쟈쟈쟝!
백우진은 흑암을 십자로 그어 자신에게 번져오는 하얀 강기를 지워버렸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을 넘어 백검과 흑검이 수도 없이 부딪쳤다.
하지만 검을 부딪칠수록 뒤로 밀려나는 사람은 백우진이 아니라, 수백의 검술을 익혔다는 보란이었다.
“마, 말도 안 돼!”
보란이 땅을 내리치며 몸을 떨었다.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자신의 검술은 파훼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했고, 힘과 속도, 오러마저 앞서고 있었지만, 놈의 기본 검술을 뚫을 수가 없었다.
“으아아아아!”
보란이 신검을 양손으로 잡자, 검날을 타고 백색광채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신검을 덮은 강기가 두 배 이상으로 솟구쳤다.
콰앙! 쾅! 콰과광!
보란의 눈에 광기가 들어섰다. 더 강한 힘, 더 빠른 속도, 더 다양한 검술, 더 거대한 강기를 쓰고 있었음에도 놈의 기본 검술을 꺾을 수가 없었다.
“끄으윽!”
놈은 철벽이라도 된 것처럼 자신의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신검이 끊임없이 힘을 밀어주어도 놈의 검을 무너뜨릴 수가 없었다.
“왜! 왜 베지 못하는 거야!”
“검의 차이다.”
백우진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뭐?”
“다른 자의 능력을 강탈해서 수백의 검을 익혔다? 그중에 네 검은 뭐지?”
“그, 그게 무슨 말이냐!”
“다른 검사들에게 얻은 검술을 얼마나 수련했지? 능력을 얻은 것을 떠나서 스스로 수련을 했던 적은 언제지?”
“크윽!”
보란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를 악문 채 그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검술을 반복해서 날렸다.
“수백, 수천의 검술을 익힌들 무슨 소용일까. 그 안에 네 것이 없는데.”
“이 모든 것이 내 검술이다!”
“그건 네 검이 아니다. 넌 그저 흉내 내기 원숭이에 불과해.”
“그놈들보다 내 검술이 더 강해! 내가 모조리 먹어 치웠단 말이다!”
“네 검엔 격도, 혼도, 의지도 들어 있지 않다. 그저 형태만 있을 뿐이다.”
“닥쳐!”
보란이 부서져라 이를 악물고 검을 내리쳤다. 놈의 기운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 흑검에서 퍼지는 압박감에 숨이 막혀왔다.
촤아앙!
신검에서 뿌려진 강기가 백우진의 전신을 노리고 아홉 방향으로 휘날렸다.
쩌엉!
신검에 실린 기운에 대지가 터져나가고, 강기의 폭풍이 휘몰아쳤지만, 흑암을 뚫어내진 못했다.
“쓰레기 같은 놈.”
백우진의 눈동자에 검은 분노가 들어섰다. 저런 조잡한 힘을 위해서 가족과 동료들을 팔아먹은 악마에겐 동정심마저 들지 않았다.
“신이시여!”
보란이 신검을 양손으로 잡고 모든 힘을 끌어올렸다. 신검을 덮은 강기가 천공까지 솟구쳤다. 백우진을 넘어 린덴 성을 통째로 부술 수 있는 크기였다.
“전부 뒤져!”
보란이 검을 내리쳤다. 하얀 강기로 이루어진 바다가 세상을 덮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신? 지랄한다.”
백우진이 흑암을 양손으로 잡고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하늘의 뜻은 백이 아니라 흑이다.”
백우진과 흑암의 혼이 공명했다. 흑암의 칼날에서 흑색 광채가 피어났다.
거대한 백색의 파도에 비하면 한없이 작고 초라했지만, 그 무엇보다 짙었고 한 방울로 바다를 물들일 것처럼 어두웠다.
촤아아악!
하얀 파도를 향해 일검을 내리그었다.
[백우진과 흑암의 첫 번째 검 천의가 발동됩니다.]검은 붓이 하얀 도화지를 내리긋듯, 흑색의 칼날이 백해를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