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09
209화. 이프리트
“와아….”
실비아가 경악으로 몸을 떨었다. 수백의 강자들을 도륙했던 보란의 신검이 백우진의 작은 검에 맥을 못 추고 있었다.
보란이 신검의 빛을 터트리며 끊임없이 공격했지만, 그의 공격은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은커녕 검을 맞부딪칠 때마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갔다.
“어, 어떻게 저런 일이….”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한 보란의 강기에 비해 백우진의 강기는 얇았고 검술의 궤도는 정직했다. 하지만 승기를 잡은 것은 보란이 아니라 백우진이었다.
“저게 제대로 된 검사다.”
“네?”
“저 녀석은 간단한 검술들을 수만, 수십만 번 반복해서 자신만의 검술로 만들어 낸 거다. 반면에 저 악마 놈의 검술은 전부 남의 것이지. 이제 원래 자신의 검술이 무엇인지 기억도 못 할 거다.”
타이쿤은 백우진에게 감탄의 눈빛을 보냈고, 보란을 보며 혀를 찼다.
“어, 아, 안 돼!”
실비아가 하늘 끝까지 솟구친 보란의 검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수백의 무인을 한 번에 몰살시켰던 신검의 비기였다.
“으으….”
데플이 주먹을 꽉 움켜쥐고 눈을 부릅떴다. 저 기술이다. 저 기술에 아버지와 성의 가신들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다.
“제발, 제발!”
신에게 아니, 백우진에게 빌었다. 제발 이겨달라고. 제발 저 백해를 베어달라고 기원했다.
촤아아악!
세상이 쪼개지는 파공음이 들렸다.
천지를 뒤덮은 하얀 강기가 검은 강기에 의해 반으로 갈라졌다.
**
‘뭐, 뭐지?’
보란은 지금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 건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신검이 가진 최강의 비기 백해폭을 사용해서 건방진 인간과 린덴 성을 한 번에 지워버리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멈춘 것처럼 백해폭도, 자신의 몸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촤아아악!
가죽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백해폭이 반으로 갈라졌다.
세상을 집어삼킬 강기의 파도가 한 줄기 검은 선에 의해서 쪼개졌다.
반으로 갈라진 강기가 힘을 잃고, 허공에서 사라졌다.
“크으윽!”
믿을 수가 없지만, 그 인간이 백해폭을 가른 것이 분명했다.
‘아, 아직 끝나지 않았어!’
보란이 이를 악물었다. 신검의 힘을 빌린다면 백해폭 한 방은 더 쓸 수 있다. 아무리 그놈이라고 해도 두 번은 막을 수 없다.
“어…?”
하지만 오른팔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툭 하고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어깨에서 지독한 고통이 밀려왔다.
“끄아아아악!”
보란이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숙였다. 신검을 든 자신의 오른팔이 땅에 처박혀 있었다.
“아, 안 돼! 끄으윽!”
보란이 무릎을 꿇었다. 왼손을 덜덜 떨며 신검을 잡으려 할 때 검은 신발이 나타나 그의 손을 내리찍었다.
“으아아악!”
손이 발에 밟혔을 뿐인데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네게 주어진 기회는 끝났다.”
“아, 아직… 크아아악!”
백우진은 오른발에 무거움의 기운을 담아 보란의 왼손을 터트려버렸다.
“끼아아아악!”
양팔을 잃은 보란은 오징어처럼 다리를 꿈틀거리며 미친 듯이 뒤로 물러났다.
“나, 날 살려주면 노예들을 풀어주마. 바로 해방시켜줄게! 그, 그리고 내 검술이랑 오러를 네게 주마! 거기다….”
“네 알량한 힘 따위는 필요 없어.”
백우진은 단호하게 대답을 하며 흑암을 휘둘러 보란의 다리를 베었다.
“크아아악!”
보란은 도망도 치지 못하고, 지독한 고통과 공포를 느끼며 턱을 덜덜 떨었다.
“내, 내게는 검술 말고, 보법과 체술도 있다. 아니, 시, 신검을 주마! 신검을 준다면….”
“그딴 건 필요 없고. 누가 네게 이런 일을 시킨 거지?”
“그, 그건….”
“말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백우진은 별 관심 없다는 듯 흑암을 들어 올렸다.
“자, 잠깐! 말하마! 제국의 부신관장 무리안이다.”
“무리안?”
“그, 그래. 모두 그놈이 시킨 거다! 신검을 내어준 것도 그 사람이다!”
“그놈이 왜?”
“나, 나도 모른다. 날 찾아와서….”
보란은 그간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다만 그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거의 부신관장이라는 무리안에게 조종당하는 인형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군. 그저 장난감일 뿐이었어.”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흑암을 들어 올렸다.
“뭐, 뭐야! 살려준다고 했잖아!”
“그런 적 없는데?”
“아, 안 돼! 끄헉!”
백우진은 보란의 말을 무시하고 흑암을 가로로 그었다.
툭.
보란의 목이 땅으로 떨어졌다. 지독한 배신감과 공포를 느끼며 숨이 끊어져 눈도 감지 못했다.
“자, 그럼….”
백우진이 몸을 돌려서 허연빛을 터트리는 신검을 보았다. 당장 자신을 잡으라고 유혹하고 있었다.
“이제 네 차례야.”
-드디어 주인공 등장이군.
백우진이 흑암으로 신검의 중앙을 내리찍었다.
빠직!
**
“역시 신검이 아니라 귀검이라 불러야 해.”
흑암이 신검의 내부를 둘러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짓을 했다니….”
바닥은 썩어버린 핏물로 찐득거렸고, 핏물 위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영혼들이 끈 떨어진 인형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전부 신검에게 목줄이 잡힌 영혼들이었다.
“이 지옥도에 어울리지 않는 저건 뭐지?”
하늘 위엔 신성한 백광을 뿜어내는 둥근 태양이 떠 있었다.
위와 아래가 극심하게 차이가 나는 기괴하고 구역질 나는 공간이었다.
“저놈이 이 공간의 주인인가?”
흑암은 가운데 있는 원형 건물의 꼭대기를 보고 두 눈을 빛냈다.
백관을 쓰고, 백의를 걸친 노인이 자신을 보고 이를 갈고 있었다. 붉어진 눈빛에는 분노와 살의가 가득 담겨 있었다.
“네놈은 무엇이냐! 어떻게 여기에 온 거냐!”
“마검.”
“뭐?”
“네 힘을 강탈하러 온 마검이다.”
흑암이 웃었다. 수많은 자의 능력을 빼앗아온 신검에게 힘을 빼앗긴다는 것이 얼마나 지독한 일인지 알려줄 생각이었다.
“근데 네놈 진짜 신관이었나.”
흑암은 노인이 입고 있는 신관의 복장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무신을 모시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어떤 저급한 신을 따르기에 이딴 짓을 벌인 거지?”
제국이 믿는 신은 무신이지만, 저 노인의 복장은 무신을 모시는 신관의 복장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복장이었다.
“닥쳐! 감히! 어디서 그 저급한 입을 놀리는 것이냐! 감히! 감히! 감히!”
“쯧!”
흑암이 노인의 눈을 보며 혀를 찼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 말을 걸어본 건데 노인의 정신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눈빛에 탁기가 가득했고, 감히 라는 말만 반복했다.
“크아아아아!”
노인이 포효를 터트리자, 멍하니 서 있던 영혼들이 흑암에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우우웅!
하지만 그들은 흑암을 건드리지도 못했다. 흑암에게 닿는 즉시 영혼들이 이 세계를 벗어나고 있었다.
“말했잖아. 난 마검이다. 네놈들의 저주 따윈 통하지 않아.”
흑암에겐 저주가 통하지 않고, 저주를 지우는 능력이 존재했다. 그 때문에 흑암에 베인 신검의 노예들이 해방됐던 것이다.
“크아아아!”
노인이 건물을 박차고 하얀 탄환이 되어 흑암에게 쇄도했다.
하늘에 뜬 백색 태양의 힘을 받은 그의 몸이 거대한 구슬이 되어 광대한 기운을 폭발시켰다.
“한번 해볼까?”
흑암이 자신의 애검을 뽑아 들었다. 흐려진 달빛처럼 살짝 들어 올리는 자세가 낙일참과 흡사했다.
촤아아악!
단 일 검. 한 번의 휘두름으로 피로 물든 땅과, 백색의 태양 그리고 빛을 폭발시키려던 노인까지 모든 것이 베어졌다.
“끄으윽!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노인의 몸이 연기처럼 흩어지고 신검의 공간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거 쓸 만한데?”
흑암이 자신의 검을 보며 빙긋 웃었다. 백우진과 매일 같이 있다 보니, 녀석의 검술마저 따라 하게 된 것 같았다.
챠아아앙!
공간이 부서지며 신검에 담겨 있던 기운들이 자신의 몸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쯧, 아직 몸도 안 풀렸는데….”
**
-흐음!
흑암은 눈을 뜨고, 자신이 현실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르르륵!
대지를 태우는 불꽃 소리가 들렸다.
백우진이 이그니스를 이용해서 남은 다크엘프와 흑귀들을 모조리 지워버리고 있었다.
“빨리 왔네.”
백우진이 자신의 뒤로 날아온 흑암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흥, 당연하지.
“어땠어?”
-신관의 복장을 한 노인이 있었다. 아쉽게도 정보는 못 얻었다.
“귀찮아서 그냥 죽인 거 아니야?”
-그, 그건 아니고. 어차피 미친놈이라 얻을 게 없었다.
“뭐, 그렇다고 치자.”
흑암은 살짝 뜨끔한 마음을 숨기고 검날을 저었다. 백우진은 그런 흑암을 보고 피식 웃었다.
-날 잡아라.
“다 끝났는데? 왜 잡아?”
-일단 잡아봐.
백우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흑암의 손잡이를 잡았다.
우우웅!
흑암은 정화시킨 신검의 기운을 백우진에게 전해주었다.
“이, 이걸 왜 나한테?”
-이번엔 너와 내가 함께 싸웠잖아. 반 땡이다.
“흑암!”
백우진이 감동 받은 눈으로 흑암을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챙겨 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매번 이야기하지만 네가 운빨로 다 처먹는 것만 아니면 난 굉장히 관대한 검이라….
흑암이 거만한 몸짓을 하며 말을 할 때 메시지가 올라왔다.
[흑암에게 신검의 정수를 전해 받았습니다.] [검술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마나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신체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정신력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특성 신성적응이 생성되었습니다.]“정수? 정수까지 준 거야? 흑암! 역시 넌 최고야!”
-아니야! 난 준 적 없어! 그냥 반 땡 했다고!
진중한 목소리를 내던 흑암이 하늘을 올려보며 비명을 질렀다.
-시스템 이 미친 새끼야!
**
“으아!”
데플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백우진이 이겼다. 그는 보란의 목을 베고, 신검을 부쉈으며, 남은 흑귀와 다크엘프까지 모조리 처치했다.
“호, 혼자서 다 했어….”
자신을 포함한 다른 종족들이 나설 타이밍도 없었다. 백우진은 홀로 모든 것을 끝내버렸다.
뒤를 돌아보았다.
믿으라고 했던 타이쿤은 주먹을 부르르 떨며 거대한 희열을 느끼고 있었고, 실비아는 나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다르지 않았다.
너무 놀라운 일이라, 자신들이 본 것이 정말 현실인지 확실하게 믿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이겼다!”
“정령사님이 이겼어!”
“우와아아아아!”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가 하늘을 올려보며 환호를 터트렸다.
“정령사님 만세!”
“검사님 만세!”
“으아아아!”
세 종족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만세를 부르고,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에 그간의 절망과 고통이 조금이나마 씻겨 내려갔다.
**
린덴 성에 있던 세 종족은 실비아를 따라 라인 숲으로 들어갔다.
라인 숲은 오랜 기간 방치되었고, 많은 생명들이 죽어간 곳이라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사람과 드워프들은 백골들을 묻었고, 엘프들은 숲을 정화시키기 시작했다.
실비아는 풍요의 하이엘프답게 그저 숨을 쉬고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 숲을 정화시킬 수 있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누렇게 죽어가던 수풀과 나무들이 생기를 얻었다.
모두가 함께 힘을 쓴 덕분에 6일 만에 숲이 정화되어, 라인 숲은 원래의 울창함을 되찾았다.
“이제 시작할게요.”
실비아가 백우진에게 받은 세계수의 씨앗을 땅에 묻고, 그 위에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심었다.
우우웅!
땅에서 올라온 푸른빛이 솜털처럼 나뭇가지를 감쌌다.
실비아가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으자 나뭇가지를 감싼 빛이 진해졌다.
“음, 세계수가 피려면 일주일 정도 걸릴 거 같아요. 이 정도면 굉장히 빠른 거예요.”
한참 만에 눈을 뜬 실비아가 활짝 웃었다.
“다행이네요.”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이라면 퀘스트를 깨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세계수가 피어나면 이 땅은 확실하게 지킬 수 있습니까?”
“지킬 수 있어요. 그래서 제국도 저희를 칠 때 내부에서 세계수를 공격한 거예요.”
-세계수는 단순히 엘프들의 능력을 올려주는 전봇대가 아니다. 악을 막아내고, 거짓된 힘을 걷어내는 힘도 있다. 그래서 어둠을 먹고 자란 흑목이 그렇게 지랄 맞은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거다. 세계수와는 정반대의 능력이었지.
흑암은 질린다는 듯 검날을 저었다. 흑목만 생각하면 아직도 짜증이 올라온다.
“다른 분들은 절 지켜주세요.”
실비아가 눈을 감고 세계수에 힘을 전하기 시작했다.
“결계를 펼쳐라!”
호위 엘프와 엘프들이 육각형으로 자리를 잡아서 실비아를 둘러쌌다. 그들이 선 땅에서 녹색빛이 반짝였다.
“우리도 자리를 잡자.”
“예!”
타이쿤의 말에 드워프와 인간들도 정해진 장소로 이동해서 경계를 서기 시작했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세계수가 안전하게 피워지길 바라고 있었다.
“그럼 저도….”
“넌 이쪽으로.”
데플을 인간 측의 경계선에 서려고 할 때 백우진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동안 잘 배웠어?”
“네?”
“나 계속 따라다녔잖아.”
보고 배우라는 말을 따르기로 했는지, 데플은 자신의 뒤를 쫓으며 모든 것을 따라 했다.
심심해서 나뭇가지를 흔드는 것조차 따라 할 정도였다.
“아, 그게….”
“어디 한번 보자. 얼마나 배웠는지.”
백우진이 웃으며 숲의 공터를 가리켰다.
-이 녀석에게 검을 가르치려고?
‘기본은 몸에 새겨놔야지.’
**
백우진은 지난 6일간 데플에게 기본 검술을 가르쳤다.
버티기 힘들 정도로 수련을 시켰음에도 데플은 죽는소리 하나 없이 잘 따라왔다.
-집중력이 보통이 아니군.
‘스스로 바뀌고 싶어 했으니까.’
절망에서 벗어난 데플의 집중력과 재능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대로 성장하면 뛰어난 명성을 날릴 검사가 될 수 있을 거다.
“오늘은 여기까지.”
“벌써요?”
천천히 검을 내리긋던 데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벌써가 아니야. 하늘을 봐라.”
“아….”
데플이 고개를 들어 나무 사이로 열린 밤하늘을 보았다. 어느새 해가 지고 블루문이 떠 있었다.
“좋은 집중력이었어. 앞으로도 그렇게 해.”
“가, 감사합니다!”
데플이 땀을 닦으며 활짝 웃었다.
자신의 영웅인 백우진에게 칭찬을 듣자, 쌓인 피로가 단숨에 날아갔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수련해도 될 것 같았다.
“저, 저는 계속 수련해도 됩니다. 갑자기 힘이 넘쳐요!”
“수련은 일조일석에 되는 게 아니야. 급하게 했다간 역효과다.”
“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데플이 고개를 꾸벅이며 수련 용품들을 챙겼다.
-웃기고 있네. 지는 오버워크고 뭐고 내 말도 듣지 않고, 막무가내로 했으면서.
‘내가 그랬으니까. 하지 말라고 하는 거지.’
-하여튼 너란 놈은… 음?
“어?”
백우진과 흑암의 시선이 동시에 서쪽으로 돌아갔다. 서쪽에서 거대한 자연의 기운이 접근하고 있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비상사태다. 휴식과 대기 중인 전 인원을 불러서 실비아 근처를 지켜!”
“네?”
“빨리!”
“아, 네!”
데플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부리나케 숲 안쪽으로 뛰어갔다.
“역시 그놈인가?”
백우진은 풍과 쾌의 만상보를 전력으로 운용하며 서쪽으로 달렸다.
-그놈?
“처음 실비아를 만났을 때 그녀가 했던 말 기억 안 나?”
-그, 그게 잘 기억이….
“자신의 동생 같은 아이들이 세계수를 베고, 태워버렸다고 했었잖아.”
-아이들? 그럼!
“맞아. 하이엘프야.”
실비아에게 저 말을 들었을 때부터 세필리아가 세계수를 베고, 다른 하이엘프가 세계수를 태웠다고 생각했다.
예상했던 대로 다가오는 하이엘프의 기운은 세필리아처럼 오염되어 있었다.
“그것도 정령의 하이엘프겠지.”
백우진은 무너지는 서쪽 숲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