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이프리트 (2)
“벌써 시작했나?”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서쪽 숲에 도착하자마자 숲을 파괴하는 정령들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알아. 다크엘프와 흑귀도 있어.”
중앙에 하이엘프와 정령들의 기운이 느껴졌고, 흑귀와 다크엘프들은 사이드로 빠져서 안쪽 숲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저건 무시.”
-잘 생각했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다 태우지.
“저 정도면 알아서 막을 수 있을 거야.”
백우진은 숲 안쪽으로 향하는 흑귀와 다크엘프를 쫓지 않았다. 앞에 있는 하이엘프와 정령을 놓쳤다가는 모든 것이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난장판이군.”
조금 더 앞으로 달려가자, 폐허가 되어가는 숲이 보였다.
좌측에서 거대한 황색 악어가 대지를 무너뜨렸고, 우측에선 불에 타오르는 새가 숲을 불태웠으며, 중앙에서 거대한 뿔을 가진 사슴이 나무와 수풀을 찢어발겼다.
“어스 크로커다일, 피닉스, 윈드 무스.”
세 정령 모두 땅, 불, 바람의 상급 정령들이었다. 정령의 하이엘프는 세 종류의 상급 정령을 다룰 수 있는 것 같았다.
-다행히 정령왕은 아니군. 세계수가 없어서 정령의 하이엘프도 약해진 건가?
“그러면 다행이겠지.”
흑암은 정령의 하이엘프가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세계수가 없어지며 그 역시 능력이 약화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숨기고 있군.”
하이엘프는 숲과 정령들의 기운을 뿌리며 자신의 위치를 숨기고 있었다. 다만 정확한 위치는 몰라도 어디쯤 있는지는 알 것 같았다.
-일단 저것들부터 멈춰라. 숲이 망가질수록 세계수도 영향을 받을 거다.
“알아.”
백우진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등 뒤 공간이 가로로 길쭉하게 갈라지며 사대속성의 기운이 폭주하듯 솟구쳤다.
쿠구구구!
이그니스, 설빙, 레오, 어스 리노 사대정령 모두가 차원을 뚫고 본체로 현신했다. 네 정령의 거체에 숲이 작아 보일 지경이었다.
“저것들을 막고, 숲을 원래대로 돌려!”
[크르르!] [캬오오!] [크릉!]백우진이 지시에 정령들은 각자 자신의 상대를 찾아 움직였다.
[캬아아!]설빙은 숲을 불사르는 피닉스에게 날아갔다.
자신의 날개를 향해 쏘아낸 피닉스의 불꽃을 비상해서 피해낸 뒤 불타는 숲 전체에 백빙을 퍼뜨렸다.
샤아아아!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얀 눈이 타오르는 불꽃을 얼려버렸다. 불타는 숲 전체가 설원처럼 얼어붙었다.
[캬아아!]피닉스가 분노를 터트리며 부리에서 이글거리는 화염의 광선을 쏘아냈다. 피닉스의 특수 능력 플레임 캐논이다.
[캬오오!]설빙은 피닉스와 똑같이 부리를 열어 하얀빛을 뿜어냈다. 백빙으로 피닉스의 플레임 캐논을 따라 한 것이다.
콰아아아아!
플레임 캐논과 백빙이 부딪친 중앙에서 거대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박빙으로 보였지만, 전혀 아니었다.
쩌저적!
피닉스의 플레임 캐논이 하얗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캬아….]피닉스가 긴급히 도망치려 했지만, 설빙은 놓아주지 않았다. 더 강한 백빙을 빛을 쏘아내 플레임 캐논과 피닉스를 동시에 얼려버렸다.
캬아앙!
설빙은 날카로운 발톱을 내리쳐 얼어붙은 피닉스를 깨부숴버렸다. 깨져버린 피닉스의 몸체가 둥글게 말리더니, 정령계로 역소환 되었다.
콰과과광!
어스 리노는 어스 크로커다일과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어스 크로커다일은 지진을 일으켜 땅을 무너뜨리려 했고, 어스 리노는 그 지진을 멈추려 했다.
[카아아아!]어스 크로커다일이 꼬리를 뒤흔들며 온 힘을 썼지만, 어스 리노를 이길 수는 없었다.
쿵! 쿠웅!
어스 리노가 발을 구를 때마다 어스 크로커다일이 맥을 못 추고 대지에서 튕겨 나갔다. 같은 상급 정령이지만, 가진 기운이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쿠오오!]어스 리노는 묵직한 걸음으로 다가가 어스 크로커다일의 머리를 짓눌러 꼼짝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콰아아아!
레오와 윈드 무스의 대결은 둘이 만들어낸 거대한 소용돌이에서 이루어졌다.
점점 좁아지는 소용돌이 속에서 윈드 무스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로 도망치고 있었고, 레오는 사냥감을 노리는 호랑이처럼 그 뒤를 쫓았다.
치아아앙!
레오는 좁아진 소용돌이 속에 광풍을 일으켜 윈드 무스의 움직임을 꼬이게 했다.
콰직!
윈드 무스가 다급하게 몸을 빼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뒤에서 나타난 레오가 윈드 무스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크어어어!]윈드 무스가 발버둥을 쳤지만, 레오는 절대 놓아주지 않고, 그대로 땅에 처박아 버렸다.
-시원시원하게 발라버리는구만!
“잘 먹인 보람이 있어.”
-근데 저놈은 뭐냐?
흑암은 백우진의 왼쪽에 드러누운 이그니스를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저 건방진 화룡은 자신의 뒤로 향하던 흑귀와 다크엘프만 처리한 뒤 하품을 하며 싸움 구경을 하고 있었다.
“지 상대가 없다는 거지. 그리고 약속한 치킨이나 달라는데?”
-어휴! 징한 놈! 나보다 더해!
“쟨 놔두고, 이 일을 벌인 놈이나 찾자고.”
흑전호포 특성 암운향을 발동시켜서 숨은 하이엘프를 찾으려 할 때였다.
짝!
선명한 박수 소리가 들리며 어스 크로커다일과 윈드 무스가 사라졌다.
빠득!
박수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니, 반투명한 상태의 하이엘프가 백빙으로 만들어진 얼음길을 밟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금발에 회색 피부, 눈동자는 세필리아와 똑같이 흑백이 뒤바뀌어 있었다.
“빠르게 끝내야겠어.”
백우진은 흑암을 잡았다. 흉흉한 기운을 보니, 느낌이 좋지 않았다.
놈이 무슨 일을 벌이기 전에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경종이 머리를 울렸다.
화아아아!
백우진이 땅을 박차자마자, 하이엘프에게서 자연의 기운과 끈적거리는 어둠의 기운이 동시에 솟구쳤다.
기이이잉!
낡은 태엽이 돌아가는 기괴한 소리와 함께 흉흉한 기운이 자연의 기운을 집어삼키며 하이엘프의 앞에 거대한 불기둥을 만들어냈다.
화르르륵!
불기둥은 십(十)자로 뻗어 나간 뒤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십자화? 설마!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어.’
백우진은 자신의 저항력을 믿고 불기둥으로 돌진했다. 불기둥을 몸으로 뚫고, 하이엘프의 목을 베려 할 때 회전하던 불기둥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앙!
폭발의 여파로 뒤로 밀려 나간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폭발이 일어난 장소를 노려보았다.
화르르륵!
매캐한 연기 사이로 붉은 왕좌가 보였다. 거인이 앉아도 될법한 거대한 왕좌는 새빨간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저건….”
백우진이 눈을 부릅떴다. 거대한 왕좌에 자신보다도 작은 악마가 앉아 있었다.
말의 꼬리가 달린 배불뚝이 꼬마 악마였다. 이마와 양쪽 관자놀이에 세 개의 뿔이 돋아나 있었고, 피부는 뻘건 벽돌 같았다.
긴 흑발을 손가락으로 꼬던 악마가 자신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크윽!”
악마의 미소에 심장이 꽉 조여드는 충격을 느꼈다. 무저갱에 들어온 것처럼 차가운 소름이 온몸을 적셨다.
-물러나!
흑암이 다급하게 비명을 질렀다. 어떠한 생각 전에 몸을 움직여 뒤로 피했다.
콰아아아!
백우진이 서 있던 땅에서 불기둥이 솟구쳐 근처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재로 만들었다.
“설마 저 악마가….”
-네 생각대로다.
흑암이 살이 베일 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놈이 당대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다.
‘이프리트….’
백우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풍신의 섬 때와 같았다. 정령왕은 숨을 멎게 만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한번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게 되는군.”
이프리트가 천천히 입을 뗐다. 어린 외형과 달리 걸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거만한 눈을 빛내며 백우진의 위아래를 훑었다. 붉은 눈동자에 아주 작은 호기심이 깃들어 있었다.
“이프리트. 이 숲 전체를 태워줘.”
“흐음….”
왕좌 옆으로 다가온 하이엘프 카잔의 말에 이프리트가 미소를 지었다.
“그 전에 인사는 해야지. 내 아이 하나를 맡고 있는 인간이니까.”
이프리트가 백우진 뒤에서 으르렁거리는 이그니스에게 시선을 주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크르르!]다른 세 정령이 이프리트의 기운이 짓눌려 있는 것과 다르게 이그니스는 이프리트를 보며 이를 갈았다. 둘 사이에 어떤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왕의 그릇 셋에 저 어스 리노도 특이하군.”
이프리트의 시선은 정령들을 지나 다시 백우진에게 이르렀다.
“하지만 네가 가장 특별해. 사대속성 감응력이 거의 최고치에 올라있는 데다가 인간을 벗어난 수준의 무력이라 무서울 정도야.”
이프리트는 감탄했다는 듯 백우진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무섭다고 했지만 그런 느낌은 조금도 없었다. 놀리는 듯 웃고 있었다.
“이프리트!”
“내 아이를 데리고 있어서 봐주고 싶다만 계약자가 재촉하니 어쩔 수 없군.”
“정령왕이라면 계약자의 지시를 거절할 능력 정도는 있을 텐데?”
“당연히 그런 권한이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겠는데?”
이프리트의 입술이 둥글게 말려 올라가 비웃음을 그려냈다.
“너 정도의 인간을 가지고 놀 기회는 별로 없으니 말이야.”
“지금 이 숲에선 새로운 세계수를 심고 있다. 그걸 방해하는 건 너에게도 좋은 일이….”
“관심 없다.”
“뭐?”
“이전의 세계수를 태워버린 게 나다. 세계수 따위에 내가 왜 관심을 가져야 하지?”
“왕이라는 놈이….”
백우진이 이프리트의 눈을 보았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뱀의 혀처럼 번들거리는 눈빛에는 오직 파괴와 폭력만이 담겨 있었다.
“더 이상 긴말은 필요 없겠지.”
이프리트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짓을 따라 왕좌에 붙은 불길이 동심원을 그리며 대지로 퍼져나갔다.
“이 불꽃을 막지 않는다면 그나마 힘을 되찾은 숲이 잿더미로 변하게 될 거다.”
“막아!”
백우진의 지시에 어스 리노, 설빙, 레오가 이프리트의 불꽃을 막기 위해서 자신들의 기운을 발휘했다.
어스 리노가 불타는 땅을 묻어버리고, 설빙과 레오가 광풍에 백빙을 실었음에도 이프리트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퍼지는 속도가 줄고, 불꽃의 크기가 반으로 줄었다는 점이었다.
[크아아아!]이그니스가 포효를 터트리며 이프리트의 불꽃 위에 홍염을 쏟아냈다.
화아아아악!
이프리트의 불꽃과 이그니스의 홍염이 서로를 집어삼키기 위해서 싸우기 시작했다.
“좋은 정신력이다. 네 정령을 아주 잘 다루고 있어. 그럼 조금만 더 난이도를….”
이프리트가 화력을 올리기 위해서 손가락을 세울 때 백우진이 대지를 박찼다.
-너 뭐 하는 거야!
‘저놈은 내 저항력을 몰라.’
이프리트는 자신의 감응력은 판단할 수 있지만, 저항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를 가능성이 컸다. 저항력이 높다는 건 알아도 지금 수준 정도로 강할 줄은 모를 것이다.
-야! 잠깐만!
‘정령들이 막아 줄 때 빨리 끝내야 해!’
백우진은 흑암의 말을 흘리며 카잔을 향해 돌진했다.
“소환사를 노린다? 나쁘진 않지.”
이프리트가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백우진 앞에 거대한 화염의 벽이 솟구쳤다.
화아악!
백우진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화벽을 몸으로 뚫어버렸다. 현재 자신의 저항력이라면 8등급 마법 정도는 사우나처럼 즐길 수 있었다.
이 정도 불꽃은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
“하긴 그 정도는 되니, 저 녀석을 다루겠지.”
이프리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튕기는 게 보였다. 바닥에서 솟구친 화염의 소용돌이가 앞을 막아섰다.
화아악!
이글거리는 화염의 소용돌이 앞에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흑암을 휘두르지도 않고, 직선으로 돌파했다.
“음?”
이프리트가 눈을 부릅떴다. 방금 사용한 화음은 8서클 마스터급 마법의 위력이었다. 아무리 저항력이 강해도 저렇게 뚫어버리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좋다.”
이프리트가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아귀에서 튀어나온 화룡이 백우진에게 쏟아졌다.
화아아악!
백우진은 자신을 노리는 화룡의 아가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부딪치기 직전 흑암을 쳐올려 화룡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이번은 실수했군.”
이프리트가 코웃음을 치자, 갈라진 용의 몸체가 백우진을 휘감아 둥근 불꽃의 감옥을 만들어냈다.
화염 감옥은 점점 좁아지며 백우진을 통구이로 만들려 했다.
촤아악!
이프리트가 백우진에게 관심을 끄고, 이그니스에게 시선을 돌리려 할 때 바람이 일어나는 시원한 소리가 들리며 화염 감옥이 반으로 갈라졌다.
“화옥을 베었다고?”
이프리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감옥을 벤 것도, 감옥 속에서 버틴 것도 무엇 하나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설마 완전 저항이라도 되는 건가?”
방금 화염은 거의 9서클 마법에 육박한 공격이었다. 저걸 아무렇지도 않게 버틸 줄은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콰아앙!
화옥에서 튀어나온 백우진은 땅을 터트리며 카잔을 향해 돌진했다. 그가 카잔에게 닿기 직전이었음에도 이프리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멍청해서 다행이군.”
이프리트가 피식 웃었다. 카잔의 앞엔 자신이 만들어놓은 함정이 있었다. 저걸 밟는다면 아무리 저놈이라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도 백우진의 움직임은 이프리트의 예상을 벗어났다.
치이익!
백우진은 카잔에게 돌진하던 발길을 부드럽게 회전시켜 무방비가 된 이프리트에게 향했다.
너무도 자연스러워 처음부터 노렸다고밖에 볼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허, 미친놈이로구나!”
이프리트가 헛웃음을 터트리며 왕좌의 화염을 폭발시켰지만, 백우진은 만상보에 무거움을 담아 폭발을 버텼다.
빠지지직!
폭발의 여파가 가시기 전에 강렬한 뇌기를 운용하여 위로 솟구쳤다.
촤아아악!
백우진이 왕좌를 향해 강기에 휩싸인 흑암을 내리그었다. 이프리트는 당황한 와중에도 지글거리는 불검을 만들어냈다.
콰아아아앙!
백우진이 든 흑암과 이프리트의 불검이 맞부딪치며 사위에 거대한 폭발과 충격파를 터트렸다.
쿠구구구!
이프리트의 왕좌가 무너지고, 대지가 포탄을 맞은 것처럼 움푹 파여 나갔다.
흙먼지가 가시고 백우진과 이프리트가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치이이잉!
흑암의 칼날에 감긴 강기가 이프리트의 불검을 가르고 있었다. 다만 그런 위기상황에서도 이프리트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놀란 건 확실하지만 아까와 달리 무언가를 받아들인 것 같았다.
“좋군.”
“뭐?”
“넌 자격이 있다.”
이프리트가 서슬 퍼런 눈빛을 빛내자, 그의 흑발이 파랗게 타올랐다.
콰아아앙!
푸른 폭발과 함께 백우진이 뒤로 튕겨 나갔다.
즈으으으.
벌겋게 익은 대지에서 푸른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닿는 것만으로 살을 익혀버릴 열기였다.
화아아아!
퍼져나가는 푸른 불꽃이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것이 녹이기 시작했다. 나무도, 바위도, 모래 알갱이조차 녹아내렸다.
후우욱!
푸른 불꽃의 커튼을 걷고 진정한 불의 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5m는 되는 키에 인간의 몸통만 한 세 개의 뿔, 청염으로 타오르는 눈과 머리카락은 보는 것만으로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화아아아!
본체로 현신한 이프리트는 말 그대로 죽음의 신과 다를 바가 없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재가 되고 있었다.
“2차전을 시작해볼까?”
푸른 지옥도의 중심에서 이프리트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