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귀환
백우진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만족감을 느꼈다.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웠고, 단전에선 바다를 담은 듯한 거대한 오러가 물결쳤다.
“좀 많네.”
눈을 뜨자 연공을 하면서 놓쳤던 메시지들이 주르륵 올라와 있었다.
[내외의 부상이 완벽하게 회복되었습니다.] [초집중의 단계가 상승했습니다.]가장 먼저 보이는 메시지는 부상이 회복되었고, 초집중의 단계가 4단계로 상승했다는 메시지였다.
“이래서 집중이 잘 된 거였나.”
연공을 할 때 집중이 잘 되고, 아렸던 통증이 없어진 이유가 저 두 가지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이 독식꾼 놈아!
“응?”
흑암의 억누른 듯한 목소리를 들으며 그 뒤에 있는 메시지들을 보았다.
[신체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마나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오성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체력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이번엔 능력치가 상승했다는 메시지들이었다. 신체와 단전의 변화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다음 메시지를 읽어보았다.
[사대 속성 감응력이 상승했습니다.] [사대 속성 저항력이 상승했습니다.] [당신의 영향으로 사대정령의 기운이 상승했습니다.]다음은 감응력과 저항력, 정령들의 기운이 상승했다는 메시지였다. 열매와 세계수의 기운을 정령들과 공유하면서 얻어 낸 소득이었다.
-진짜 드럽게 많네!
흑암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칼날로 메시지를 내리쳤다.
띵!
하지만 시스템의 메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대속성 감응력이 상승한 효과로 사성류에 새로운 능력이 생겨납니다.]사성류에 새로운 능력이 생겨난다는 메시지가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새로운 능력?”
-이미 사기인 특성에 뭘 더 주겠다는 건데!
흑암이 분통을 터트렸다. 사성류는 정령들의 속성이나, 특성을 빌려오는 사기 능력이다. 거기에 대체 뭘 더 얹어 주려는 건지 벌써부터 겁이 났다.
“그거야 보면 알겠지.”
바로 사성류의 설명을 불러왔다.
[정령들의 기운을 빌려와서 속성검을 사용할 때 추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불 : 공격력 상승.] [물 : 내상 피해 감소.] [바람 : 공격속도와 이동속도 상승.] [대지 : 외상 피해 감소.]백우진은 쭉 올라가는 메시지를 읽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성류는 한 가지만이 아니라, 사대 속성 모두에 특별한 혜택을 주는 특성으로 강화되었다.
“미친….”
자신도 모르게 미쳤다는 말을 튀어나왔다.
사대속성 전체에 추가 능력을 주는데 그 능력 모두가 전투에 필요한 것들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어이가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하, 한 번 퍼주기로 마음먹으면 눈에 뵈는 게 없나?
흑암도 메시지를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원래 사기인 사성류를 욕이 튀어나올 정도의 개사기로 만들어놨다.
-시스템 이 미친놈은 밸런스라는 걸 모르나? 너무 생각이 없잖아! 박리다매도 이렇게는 안 하겠다!
“개꿀.”
성질을 내는 흑암과 달리 백우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피워냈다.
-이건 인정 못 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눈도 없는 놈이 흙은 무슨! 좀 비켜 봐.”
백우진은 발버둥 치는 흑암을 뒤로 보내고, 정령들을 보았다.
“색이 진해진 건가?”
본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령들의 크기는 커지지 않았지만, 색이 진해지고, 가진 기운이 많이 늘어나 있었다. 성장을 한 건 자신만이 아니었다.
[크릉!] [캬웅!]정령들은 기분이 좋다는 듯 갸르릉 거리면서 백우진에게 다가와 몸을 비볐다.
-나는….
“응?”
-나는 왜 안 챙겨 주냐고! 나도 좀 챙겨라!
흑암은 그간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켰다.
-백우진도 챙겨주고, 정령들도 키워주는데 왜 나만 꿔다놓은 보릿자루야!
“그러게 줄을 잘 섰어야지.”
백우진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정령들을 쓰다듬었다.
“인생은 줄이야.”
**
후우웅!
엘프, 드워프, 인간 가릴 거 없이 검을 든 100여 명의 검사들은 기마자세를 한 채로 검을 휘둘렀다.
“끄으윽….”
“아악….”
“후우….”
검사들은 식은땀을 흘리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검을 내리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누가 신음소리를 내었는가?”
“….”
백우진이 살벌한 눈을 빛내자, 검사들에게서 들리던 신음이 음소거를 한 것처럼 조용해졌다.
“들려야 하는 건 오직 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뿐이다.”
“예!”
검사들은 메마른 혀를 돌리며 우렁찬 함성을 내질렀다.
“아직 시작도 안 했어. 검사라는 놈들이 왜 이렇게 체력이 약해.”
백우진은 데플만이 아니라 다른 검사들에게도 기본 검술과 자세를 교육했다. 자신이 떠난 이후에 저들이 이곳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모든 검술은 가로, 세로, 사선, 찌르기 이 네 가지로 시작한다. 저 네 개만 확실하게 익혀놓는다면 다른 검술을 익힐 때 훨씬 편해진다.”
“제대로 익히지도 못한 어설픈 검로를 사용하느니, 기본 검술만으로 싸우는 게 백번 낫다.”
“검사에게 자세만큼 중요한 건 없다.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한 자세와 균형을 익혀놓는 것이 더 빠른 길이다.”
검사들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백우진의 조언을 귀담아들었다.
이들은 백우진이 신검의 악마 보란을 죽이고, 이프리트의 청염을 검 한 자루로 이겨낸 괴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검의 고수가 직접 자세를 알려주고 조언을 해주니, 그 말이 하늘의 계시처럼 들릴 수밖에 없었다.
‘말 하나하나 절대 잊지 않아야 해.’
‘무조건 하나라도 더 배운다.’
‘어디서도 배우지 못할 내용이야.’
검사들은 백우진의 조언과 그가 고쳐준 자세들을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기본 검술 한 세트 시작.”
“예!”
백우진의 지시에 검사들이 다시 검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꽤 잘 견디는군.
‘이 정도도 못 하면 검을 내려놔야지.’
-저 녀석들 말고, 너 말이다. 너!
흑암이 칭찬한 사람은 저 검사들이 아니라 백우진이었다.
‘진짜 수련에 미친놈이라니까.’
백우진은 수련장 전체에 중검의 기운을 뿌려서 검사들이 움직이기 힘든 공간을 만들었다. 저들에게 검술을 가르치면서 중검 수련을 동시에 하는 중이었다.
평소보다 무거운 몸 상태로 검을 휘두르는 검사들도 대단했지만, 저들 모두에게 중검의 기운을 뿌리는 백우진은 괴물 그 자체였다.
“스승님! 끝났습니다! 한 세트 더 할까요?”
가장 먼저 기본 검술 한 세트를 마친 데플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 했으면 잠시 휴식. 그리고 난 네 스승 아니야.”
“알겠습니다!”
데플은 이제 상처조차 받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인 뒤 호흡을 가다듬었다.
“마지막으로 기본 검술 1세트를 한 뒤에 오늘 훈련을 마무리한다.”
백우진은 검사들의 상태를 살피며 마무리 훈련을 지시했다.
“네!”
“알겠습니다!”
검사들은 정자세를 유지하며 기본 검술을 반복했다.
단순히 숫자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 정신을 집중해서 검을 휘둘렀다. 이것 역시 백우진에게 배운 훈련 태도였다.
“후우….”
“끝났다!”
40분이 지난 후 모든 검사들이 수련을 끝냈다. 그들은 피곤한 와중에도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지시하신 훈련을 전부 끝냈습니다.”
“오늘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한 세트만 더 하자.”
데플의 보고를 들은 백우진은 지는 태양을 보며 집게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예?”
“하, 하지만 오늘은….”
“하지만은 없어. 바로 시작.”
백우진은 경쾌한 목소리로 훈련 재개했다. 검사들은 어두운 얼굴로 다시 검을 들었다.
검사들이 무거운 표정이 된 이유는 훈련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오늘이 백우진이 이곳에 있는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데플은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고 시원하게 대답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분이야.’
백우진은 이곳에 있을 수 있는 마지막 날까지 자신들을 수련시켜주며 시간을 보냈다. 고맙고도 존경스러운 사람이었다.
“시작하겠습니다!”
“가자!”
데플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검사들은 코끝이 찡해오는 격한 감정을 참으며 검을 내리쳤다.
백우진은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자신들을 구해주고, 검술마저 알려주었다. 은인 정도가 아니라, 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나!”
검사들의 우렁찬 기합 소리가 숲을 울렸다.
**
“수고하셨습니다!”
훈련을 끝낸 검사들은 백우진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수고했어.”
백우진은 인사를 받으며 검사들을 하나씩 살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름대로 변화를 만들 수 있어서 뿌듯했다.
띵!
[???의 눈을 피해 이곳을 떠날 때가 다가왔습니다. 세계수가 있는 장소로 가주세요.]숲의 중앙으로 돌아가려 할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 누구지?’
-내가 어떻게 알겠냐. 그런데 이 난리를 피우고 사라지는데, 널 모를 수가 있나?
‘그건 시스템이 알아서 하겠지.’
처음에 예상했던 대로 시스템은 이 대륙에 있는 누군가를 피해서 자신을 돌려보내려 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정말 가야겠네.’
백우진은 메시지를 닫으며 라인 숲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검사들은 어두워진 안색을 한 채 그 뒤를 따랐다. 백우진이 사라진다는 아쉬움에 고개를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스승님! 제가 모시겠습니다!”
데플은 활짝 웃으며 백우진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 헤어지기 싫었지만, 그를 웃으면서 보내주고 싶었다.
“난 네 스승이 아니야.”
“하하! 알아요.”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데플의 뒤통수에 꿀밤을 때렸다. 데플은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검술이나, 앞으로의 일에 대한 잡담을 떠들며 숲의 중앙으로 향했다.
“뭘 또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백우진은 민망하다는 듯 볼을 긁적였다. 세계수 앞엔 이미 라인 숲에 있는 모든 종족이 모여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고, 데플처럼 억지로 웃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제 가는 게냐?”
가장 앞에 있던 타이쿤이 회색 연기를 뿜어내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가야죠.”
“아쉽구나. 네게 만들어 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아직 공방이 완성되지 못했고 좋은 재료도 없었다. 백우진에게 좋은 물건을 만들어 주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이거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영영 못 볼 것도 아니잖아요.”
백우진이 타이쿤이 만들어 준 전투복을 흔들며 웃었다.
“꼭 다시 보자꾸나. 널 위해서 가장 좋은 물건들을 준비해 놓겠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백우진과 타이쿤은 씩 웃으며 주먹을 부딪쳤다.
“우진 님.”
세계수 바로 아래엔 실비아와 루카가 카잔을 부축하며 서 있었다.
“은인을 뵙습니다.”
카잔은 무릎을 꿇고 납작 엎드렸다. 그의 눈동자는 실비아처럼 투명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어둠에서 벗어난 것이다.
“조금 전에 깨어났어요. 우진 님을 꼭 뵙고 싶다고 해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카잔은 무릎을 꿇은 채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백색의 신관들을 조심하십시오.”
“백색의 신관?”
“저도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금색 관을 쓰고, 흰 옷을 입은 신관들이 저와 세필리아를 조종한 건 기억이 납니다.”
정확한 기억이 나진 않았지만, 백색 신관들이 자신을 조종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생각났다.
“백색의 신관….”
백우진이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백색의 신관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신검 안에 있던 신관복장의 노인이 생각났다.
“혹시 무리안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습니까?”
“무리안? 아! 마, 맞습니다! 부신관장 무리안! 그놈이 백색의 신관들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카잔은 이제야 기억이 났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무리안….”
백우진은 보란에게 들었던 부신관장 무리안이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아무래도 그놈과 만나게 될 거 같군.
‘그래. 그것도 여기가 아니라 돌아가서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
이렇게까지 이름이 나온 걸 보면 무리안과 언젠가 만나게 될 것만 같았다.
띵!
[복귀까지 3분 남았습니다. 세계수 앞으로 가주세요.]다시 한번 세계수 앞으로 가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제 정말 가야겠네요.”
백우진이 아쉬운 표정으로 일어났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말,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고….”
실비아는 말을 하지 못하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아, 아니에요. 나중에, 나중에 다시 뵈면 말씀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어차피 또 보게 될 테니까요.”
“네….”
백우진은 아쉬움을 담은 미소로 실비아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머리를 숙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검사님. 감사했습니다!”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희망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엘프, 드워프, 인간들은 종족을 가리지 않고 모두 백우진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백우진은 그들의 인사를 미소로 답하며 세계수에 다가갔다. 세계수의 가장 앞에는 데플이 있었다.
“데플.”
이곳에서 본 인간 중 누구보다 절망에 잠겼던 데플은 그 누구보다 희망을 품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수련 빼먹지 말고 똑바로 해라. 나중에 왔을 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비상종 대신 네 뒤통수를 칠 거야.”
“무, 물론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수련하겠습니다! 스승님!”
데플은 백우진을 스승님이라 부르며 눈을 감았다. 그렇지 않으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항상 들려오는 ‘스승 아니야.’란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음?”
살며시 눈을 떴다. 부드럽게 웃고 있는 백우진이 보였다.
“또 보자.”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빛이 되어 사라졌다.
모두의 눈에서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