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귀환 (3)
치이이잉!
오른손에 암인검, 왼손에 흑암을 동시에 들어 올렸다.
두 검에서 폭발하듯 솟구친 광폭한 기운이 뒤이어 쏟아지는 백천화의 검강과 황병훈의 창강과 맞부딪쳤다.
콰아아아앙!
세 줄기의 강기가 충돌하며 땅이 꺼지고, 하늘이 내려앉을 듯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후우우욱!
잿빛의 흙먼지가 가라앉으며 중앙에 선 백우진의 모습이 드러났다.
“와….”
“어….”
“도, 도련님!”
백천화와 황병훈, 두 절대자의 강기를 동시에 받아내며 정대한 영웅의 기세를 흘리는 백우진의 모습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으음….”
백천화의 눈동자가 파도를 맞은 돛단배처럼 격하게 흔들렸다.
‘이 녀석이 우진이라고?’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건 자신의 아들 백우진이 맞았다. 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패도적인 기도와 거대한 존재감은 두 눈을 의심케 했다.
‘어떻게 이런 성장을 할 수가….’
백우진을 보지 못한 시간이 고작 반년이 조금 넘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저런 성장을 이루기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강기의 수준이 초급을 벗어났어.’
몸풀기로 날린 강기라지만 백우진은 자신과 황병훈의 강기를 동시에 견뎌냈다. 강기의 수준이 중급에 다다랐다는 뜻이었다.
강기를 사용하게 되는 깨달음은 순간의 깨달음인 돈오이고, 그 강기를 성장시키는 건 점진적인 성장인 점수이다.
오 년이 넘게 걸려야 할 그 두 가지 깨달음을 백우진은 고작 육 개월 만에 이뤄냈다.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성장속도였다.
“허….”
백천화는 처음으로 백우진의 성장력에 등골이 오싹한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아직은 한참 모자라지만, 지금 백우진의 성장력이라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자신과 겨룰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리라는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너, 너 이 자식!”
“백우진!”
윤우민과 백연휘, 황병훈은 백우진의 성장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가 살아서 돌아왔다는 것만이 중요했다.
“저, 정말 너 맞는 거지!”
“너, 인마. 진짜!”
“우진아!”
세 사람은 앞에 백천화가 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백우진에게 달려갔다.
“제가 아니면 누구겠어요.”
백우진은 반가운 미소를 그리며 세 사람과 눈을 마주쳤다. 떨리는 눈빛들을 보는 것만으로 저들이 자신을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어디에 갔었던 거야!”
“그건 나중에요.”
백우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세 사람의 뒤쪽에 시선을 보냈다.
“아….”
“도련님! 돌아오실 거라 믿었습니다!”
“도, 도련님!”
문주영과 의검대의 눈망울이 이슬이 어린 나뭇잎처럼 젖기 시작했다. 홍아라가 참지 못하고, 가장 먼저 눈물을 떨어뜨렸다.
“드디어….”
“돌아오셨어!”
익숙한 얼굴들과 전방의 능력자들도 끌어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입술을 떨며 웃는 것이 보였다.
백우진은 그들에게 괜찮다고 이제 돌아왔다고 웃어주며 우측으로 고개를 돌렸다.
“음….”
아버지가 보였다. 거만함으로 가득 찼던 그의 눈동자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당황으로 일렁거렸다.
그 뒤에 있는 흑검대 역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을 목격한 것처럼 노래진 안색으로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하아….”
백우진이 응어리진 한숨을 내뱉었다.
가족인 아버지는 자신의 귀환에 당황하고 있었고,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전방의 능력자들은 자신의 귀환에 사심 없이 기뻐하고 있었다. 참으로 웃기는 상황이었다.
-상황을 딱 보니, 네 아버지가 시작한 모양이군,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
이곳은 전방이다. 여기서 백가와 전방 능력자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면 무조건 백가가 싸움을 걸었을 게 뻔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백우진이 백천화를 바라보며 지금의 상황을 물었다. 하지만 그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못 볼 것을 본 듯 인상만 찌푸렸다.
“신검백가의 가주께서 이걸 가지고 오셨다.”
백연휘는 백천화를 아버지가 아니라 신검백가의 가주라 부르며 다가와서, 김재환에게 받은 서류를 백우진에게 넘겨주었다.
“제가 사라진 지 얼마나 지났죠?”
“5개월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공사다망하신 백가의 가주께서는 이곳을 단 한 번도 찾지 않았지.”
“역시 그렇군요.”
백우진은 서류를 읽어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왜? 무슨 내용인데?
‘능력자가 실종된 지 5개월이 지나면 사망으로 처리하는 규정을 이용해서 흑목을 찾으러 왔다는 내용.’
-서, 설마 네가 죽었다고 신고를 한 뒤 네 재산으로 여겨지는 흑목을 챙기러 왔다는 거냐?
‘정확해.’
-미, 미친놈!
흑암이 칼날을 바르르 떨며 백천화를 노려보았다. 이제 정말 백천화가 백우진의 아버지가 맞는 건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저게 정말 아버지라고? 이익!
신체가 있었다면 당장 백천화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조금도 변하지 않았군.’
백우진은 피식 웃었다. 이렇게까지 일관적인 사람이라니, 어떤 의미로는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급하셨나 보군요.”
“한 번 행방불명된 능력자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0.1%도 되지 않는다. 난 네가 벤 흑목을 이용해서 이 세상을 더 윤택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백천화의 눈빛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정말 대의를 위해서 흑목을 가지러 왔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백우진은 비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참으로 훌륭하신 생각입니다. 다만 제가 말한 게 급했다는 뜻은 그게 아닙니다. 이 서류엔 몇 가지 잘못된 것들이 있습니다.”
“뭐?”
“첫 번째로 제가 전방에 간 이유는 가주님의 지시가 아니라 제 의지였습니다. 그 때문에 내기까지 걸렸었죠.”
백우진은 두 번째 서류의 하단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두 번째로 흑목을 벤 이유도 가주님이 시킨 게 아니라, 제 스스로 이 땅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습니다.”
“음….”
백천화는 백우진의 손에서 휘날리는 서류를 노려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전 가주님과의 내기에서 승리하여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할 권리를 얻고, 제 의지대로 행동했습니다. 벌써부터 치매에 걸리신 건 아닐 텐데, 왜 이렇게 적어놓으신 거죠?”
“….”
백우진의 말에 순간 정적이 일어났다. 흑검대가 몸을 떨었고, 백연휘와 황병훈이 눈을 부릅떴다.
“어….”
“허억!”
백우진이 뭐라 말을 할 거라 생각은 했지만, 저렇게 강한 말을 뱉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능력자가 행방불명된 지 5개월이 지났다고 해도 곧바로 사망으로 처리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재산을 귀속하려면 여러 가지 조치가 필요한데, 그걸 이 가짜 서류로 채우셨군요.”
“….”
“스스로 내뱉은 말을 어겨가면서까지 흑목을 가지려고 하신 겁니까?”
“너….”
백천화의 눈동자가 패악적인 기운으로 번들거렸다. 진심으로 화가 났는지 검을 든 손을 떨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백천화의 전신에서 지옥 불처럼 이글거리는 기세가 퍼져 나왔다. 백천화의 뒤에 있는 흑검대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 칠 정도였지만 백우진은 물러나지 않았다.
“조금도 변하지 않으셨군요.”
백우진은 백천화의 기세를 정면으로 받아내며 두 눈을 빛냈다. 그는 이미 거인이라 불리는 절대자들의 세계에 한 발을 들이민 상태였다.
‘이제야 보이는군.’
안개에 가린 것처럼 제대로 느낄 수조차 없었던 백천화의 무력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여전히 강하다. 자신이 강해졌다고 해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더 이상은 두렵지 않았다. 이제 자신과 그는 같은 산에 올라 있었다.
치이이잉!
백우진의 마음을 알아주듯 오랜만에 주인을 만난 암인검이 청아한 검명을 터트렸다.
-내가 잠든 사이에 능력치를 올린 모양이지만, 아직은 못 이긴다.
‘나도 알아. 그리고 여기서 싸움은 벌어지지 않아.’
치매라는 말은 생각 없이 뱉은 말이 아니다. 백천화가 움직이지 않으리란 확신을 하고 한 말이었다.
-뭐?
‘이렇게 서류를 준비한 걸 보면 알겠지만, 아버지는 단순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야. 명분과 이득손실을 모두 계산해서 움직이는 사람이지.’
대연문 사건 때 백천화가 어떤 인물인지 확신했다. 그는 단순하고, 폭력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면에 많은 계획과 생각을 한 후 가장 이득이 많을 때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음, 확실히….
‘이번에 아버지가 세운 계획은 내가 없어야만 진행되는 일이야. 근데 내가 나타났으니,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지. 여기선 절대 싸우지 않아.’
오늘 아버지가 세운 계획은 자신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가정을 한 뒤 만들어진 계획이다. 그 가정이 깨졌으니, 전투를 일어날 수가 없었다.
뚜둑.
백천화는 검을 든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까딱이며 백우진을 보았다.
‘최악의 순간에 나타나다니….’
백우진이 생환하며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전부 처리해버릴까도 생각해봤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저들은 네가 올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킨다고 하며 흑목을 썩히고 있었다. 난 그저 네 소유물인 흑목을 가져가 보존하려 했을 뿐이다.”
백우진은 백천화의 말을 듣고,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걸 핑계라고 대는 건가?
‘한다는 소리가 고작 저거라니….’
백천화의 말을 들을수록 자신을 생각해준 전방의 능력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백천화에겐 먼지만큼 붙어있던 정이 뚝 떨어졌다.
백천화의 무력은 여전히 최강이었지만, 그가 작아 보이기 시작했다.
“흑목은 지금까지 누구도 얻지 못했던 재료다. 우리는 네가 돌아올 날을 위해서….”
“그런 아들이 5개월 만에 살아서 돌아왔는데 안부 한번 묻지 않으시는군요.”
“으음….”
백천화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인상만 찡그렸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네가 무사히 살아 돌아왔으니 됐지 않느냐. 지금 중요한 건….”
“아뇨.”
백우진은 백천화의 말을 끊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별생각 없었지만, 가주님이 말씀해주신 덕분에 흑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났습니다.”
백우진은 천천히 흑목에게 다가갔다. 보존 마법이 걸렸기 때문인지 아직도 단단했고, 짙은 마나가 흐르고 있었다.
“일단 저도 먹고살아야 하니….”
백우진은 흑목의 정중앙을 암인검으로 내리쳤다. 퍽 소리와 함께 흑목에 큼지막한 흠집이 생겼다.
“딱 절반만 내가 먹고, 나머지는 마지막 전투에서 함께 싸웠던 영웅들에게 나눠주겠습니다.”
“그, 그걸 왜 나눈다는 거냐!”
“저들이 아니었으면 전 흑목을 베지 못하고 죽었을 겁니다. 거기다 저를 기다려줬다니, 당연히 나눠줘야죠.”
“멍청한 놈!”
“멍청해도 상관없습니다. 전 그게 맞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백우진의 단호한 목소리에 전방의 능력자들은 심장이 두방망이질 치는 것을 느꼈다.
“아….”
“역시 저분은 달라!”
“우진님!”
전방의 능력자들은 흑목을 나눠 받기 위해서 싸운 것도 아니고, 흑목을 얻기 위해서 백우진을 기다린 게 아니다.
그저 그게 옳은 일이라 생각해서 한 행동인데, 그걸 당사자인 백우진이 알아줬으니 기쁘고,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저 늙은이가 고집을 부려서 현재 흑목의 가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얼마나 대단할지 아무도 모르는 재료다! 그걸 왜 저들에게 넘겨준다는 거냐!”
“혼자선 수천 자루의 칼을 들 수도, 수천 개의 갑옷을 입을 수도 없습니다. 흑목을 모두 가지는 건 과한 욕심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절반이나 줄 필요는 없지 않느냐!”
“저와 한 내기 기억하시죠? 그때 가주님은 분명 내기에서 이긴 후엔 제 마음대로 하라 하셨습니다. 전 제 마음대로 흑목의 반을 저들에게 나눠주겠습니다.”
백우진은 불길처럼 타오르는 백천화의 눈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너도 쓰레기의 길을 가겠다는 거냐?”
백천화가 백연휘에게 시선을 보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전 큰형이 쓰레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백가에서 몇 안 되는 본받을 만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백우진의 진심이 담긴 말에 백연휘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고, 백천화는 눈동자는 격한 분노를 품었다.
외모는 똑 닮았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부자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눈싸움하듯 서로의 눈만 한참을 바라보았다.
뿌드드득!
백천화의 입술을 뚫고, 부러져라 이가 갈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돌아간다.”
백천화는 흑검대에 명을 내리며 뒤를 돌았다. 흑검대가 당황한 표정으로 검을 집어넣었다.
“넌 오늘 일을 후회하게 될 거다.”
“그 말 수도 없이 들었지만, 단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습니다.”
“….”
백천화는 용암이 폭발하는 듯한 강렬한 눈빛으로 백우진을 직시한 뒤 숲을 떠났고, 흑검대는 허겁지겁 그 뒤를 따랐다.
“이제야 보이는군.”
백우진은 사라지는 백천화의 등을 보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설마 할 만하다고 느끼는 거냐? 아직 멀었어.
‘그래. 멀었지. 하지만 못 할 것도 없어.’
붉은 안개가 걷히고 백천화라는 산이 얼마나 큰지, 그가 어떤 검의를 품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보다 한참 높은 산이지만, 제대로 된 의지를 세우면 못 오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뒤를 돌아 자신을 기다려 준 모두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돌아왔습니다.”
백우진의 밝은 미소에 그를 보는 모두가 함께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