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18
218화. 싹쓰리
“요놈 봐라?”
백우진은 바로 들어가지 않고, 입구 아래를 보며 피식 웃었다.
입구의 밑 부분에는 눈에 간신히 보일 정도로 얇은 실이 매달려 있었다.
들어오다가 저 실을 건드리는 순간 안에 있는 무영객에게 신호가 가는 함정이었다.
-함정 좀 어설픈데.
“그러니까 발견하기 너무 쉽잖아.”
백우진은 이 어설픈 함정을 보고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무영객은 도둑질에 있어서는 프로다. 그런 놈이 이렇게 쉬운 함정을 설치했을 리가 없었다.
“혹시….”
함정 안쪽을 살폈다. 실을 넘어서 발을 디딜 만한 곳에 더 가늘고 얇은 검은 실 세 줄이 매달려 있었다.
-그럼 그렇지!
“이럴 줄 알았어.”
무영객은 일부러 눈에 띌 만한 함정을 만들어서 그 뒤에 있는 함정을 건드리게 설치해 놓았다. 여전히 대단한 녀석이었다.
“하여튼 얍실한 녀석이라니까.”
백우진은 혀를 차며 두 번째 실을 넘어 굴로 들어갔다. 경지에 올랐기 때문인지 어두운 내부가 불을 켜놓은 것처럼 훤히 보였다.
“이렇게 된 거 깜짝 놀라게 해줄까?”
백우진은 잠룡혼을 사용해서 기척과 존재감을 지운 채로 굴을 내려갔다.
-참, 많이도 설치해놨네.
굴 안에는 실 함정 말고도 다양한 함정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백우진은 단 하나의 함정에도 걸리지 않았다.
-이번엔 진이야?
작은 방 정도의 공간이 나타났는데, 밑을 보니 환상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원래는 진이 아니라, 결계였던 모양인데.”
바닥을 자세히 살펴보니, 원래 있던 결계를 지우고 새로 진을 설치해 놓은 것 같았다. 물론 그걸 한 녀석은 무영객이 뻔하다.
-집요한 놈일세.
“이렇게 나오면 무조건 뚫고 가야지. 대체 무슨 짓을 벌이나 보자고.”
백우진은 씩 웃으며 진으로 들어갔다.
**
“음?”
무영객은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경보가 울린 건 아니지만, 뭔지 모르게 뒤통수가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었다.
“에이, 그 많은 함정들을 소리 없이 통과하는 건 아무도 못 해.”
혹시 몰라서 설치해 놓은 함정과 알람, 진법을 합치면 수십 개가 넘는다. 그걸 들키지 않고 통과하는 사람은 무신 아니면 대도밖에 없다.
“그래도 불안하긴 하네. 빨리 좀 안 되나?”
무영객은 투명한 물에 담겨 있는 검은색 구슬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사실 이 계획은 4달 전부터 시작되었다. 흑목을 챙기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았고 너무 커서 챙겨갈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역발상을 했지.’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흑목 대신에 땅속에 있을 흑목의 뿌리를 노리는 계획을 짜다가 우연히 이 땅굴을 발견했다.
아주 천천히 땅굴을 탐색하며 이 마지막 방에 이르렀고, 저 구슬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엔 정말 지독했는데.”
흑목의 거름 역할을 했던 건지 구슬에는 숨이 막힐 정도로 지독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그 지독한 기운을 지우기 위해서 성수와 저주 해제 아이템들을 넣어서 독기를 제거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 인내의 시간 덕분에 조금만 더 독기를 제거하면 구슬을 챙길 수 있을 정도로 정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코아아아!
무영객은 구슬이 들어 있는 대야에 성수와 저주 해제 아이템을 쏟아부었다. 계획대로만 되면 오늘 바로 구슬을 챙겨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어제오늘 왜 이렇게 뒤통수가 간지럽냐?”
어제 저녁부터 이상하게 뒤통수가 간질거렸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설마 그 사람이 돌아온 건 아니겠지?”
무영객은 뭔지 모를 불안감에 가지고 있는 성수를 모조리 대야에 부었다.
콰아아아!
그러자 대야에서 은빛 광채가 뿜어지며 검었던 구슬의 색이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됐다! 됐어!”
무영객이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폴짝 뛰었다. 4개월의 기다림의 결실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오랜 기다림이 열매가 열렸….”
“이게 뭐냐?”
무영객이 히죽 웃을 때 등 뒤에서 누군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끄아아아악!”
무영객은 찢어지는 비명을 내지르며 주저앉았다. 너무 놀라서 뭘 어떻게 할 정신도 없이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허억! 거, 검사님!”
윗니와 아랫니를 마구 부딪치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여기 있어서는 안 될 최악의 인물 1위 백우진이 방긋 웃고 있었다.
“어, 언제 오셨습니까? 그리고 여긴 어떻게….”
“하도 안 와서 널 찾으러 왔지.”
“아….”
무영객의 턱이 빠질 것처럼 벌어졌다. 역시 이 인간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귀신이었다.
“죄지었어? 왜 그렇게 당황해?”
“죄, 죄는 안 졌죠. 하하!”
무영객은 눈동자를 마구 굴리며 뒤통수를 만졌다.
‘젠장! 아까 도망쳤어야 했어!’
뒤통수의 감이 옳았다. 뒤통수가 간지러울 때 도망쳤어야 했다는 후회로 머리가 가득 찼다.
“죄도 안 지은 놈이 왜 입구에서부터 함정을 설치해놓은 거야?”
“으….”
무영객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이게 뭐기에 기다림의 결실이라고 한 거냐?”
백우진은 대야에 든 황색 구슬을 보며 눈을 빛냈다.
“그, 그게….”
무영객의 머리가 통돌이 세탁기처럼 세차게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위기 상황을 빠져나갈 최선의 대답을 찾아냈다.
“검사님을 위해 준비한 겁니다!”
“날 위해서?”
“예! 언제가 돌아오실 검사님을 위해서 준비해놓은 보물입니다. 제 바람이 하늘에 닿았는지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무영객은 기로를 하듯 두 손을 모으고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지랄한다.
흑암은 갑자기 변한 무영객의 표정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웃기고 자빠졌네. 혼자서 흑목 뿌리를 챙기려다가 이 구슬을 발견했겠지.”
“끄흑! 죄, 죄송합니다!”
무영객은 비명을 지르며 납작 엎드렸다. 자신의 거짓말을 한눈에 알아차리다니, 역시나 귀신같은 사람이었다.
“손 씻었다면서 대체 그 버릇 언제쯤 고칠래? 남들은 밖에서 고생하고 있는데 혼자 땅굴을 파?”
“따, 땅굴은 원래부터 파여 있었는….”
“시끄럽고. 그래서 이 구슬은 대체 뭐야?”
“뿌, 뿌리에 걸쳐 있던 구슬입니다. 아무래도 흑목의 거름이 되던… 잠시만요! 함부로 만지면 안 됩니다! 아직 저주가….”
“저주?”
백우진은 아무 문제도 없다는 듯 구슬을 잡고 흔들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 구슬에 저주나 어둠의 기운 따윈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저, 정말입니까?”
“그렇다니까.”
저주만이 아니라, 특별한 마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백우진이 구슬을 자세히 살피려 할 때 그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올라왔다.
띵!
[타락한 세계수의 거름이 되었던 묵주와 접촉했습니다.] [세계수 열매의 기운이 묵주의 기운을 정화시키고, 흡수합니다.]백우진이 뭘 할 것도 없이 그의 몸 안에 남아 있던 세계수 열매의 기운이 구슬에 남아 있던 기운들을 빨아들였다.
띵!
[암흑 적응 특성이 생성되었습니다.] [마나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오성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잠룡혼의 단계가 상승했습니다.] ‘와….’백우진이 마른침을 삼켰다. 고작 구슬을 만진 것만으로 능력치도 오르고, 새로운 특성이 생겨났으며, 잠룡혼의 단계마저 올랐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서 그야말로 상상도 하지 못했던 보상을 만들어냈다. 정신이 멍해질 정도였다.
-이 자식이 뭘 했다고 갑자기 능력치를 퍼줘! 개연성이 너무 없잖아!
흑암은 말도 안 된다는 듯 땅을 내리쳤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놈에게 저런 보상을 주다니,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대륙을 간 이후부터 더 미친 듯이 챙겨주는 것 같았다.
“검사님?”
무영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빛이나, 어떤 반응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묵주가 백우진에게 힘을 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건 써먹을 수 있겠는데.’
백우진은 무영객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고, 그가 자신에게 일어난 현상을 모른다고 확신했다.
“받아라.”
“이, 이걸 왜 제게….”
백우진은 크게 인심 썼다는 표정으로 무영객에게 묵주를 던졌다. 무영객은 당황한 얼굴로 묵주를 받았다.
“이건 돌려주지. 다만 또 이런 짓 하면 뒤지도록 맞고 퇴출이야.”
“저, 정말이십니까?”
“그래. 이게 마지막 기회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개짓거리를 하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무영객은 그대로 엎어져서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너, 넌 악마냐?
흑암이 혀를 내둘렀다. 백우진은 텅 빈 구슬로 무영객의 충심을 얻어냈다. 진짜 잔머리로는 따라갈 수가 없는 놈이었다.
‘이 녀석이 먼저 속였잖아.’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혼자만 보물을 챙기려 한 저 얍실한 녀석은 골려줘야 한다.
“먼저 갈 테니, 정리하고 나와.”
“가,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손을 흔들고 먼저 밖으로 향했다.
“저렇게 너그러운 분이셨다니….”
무영객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백우진의 등을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성격을 이해해주다니, 진심으로 고마웠다.
앞으로는 정말 그의 명령만을 듣겠다고 다짐했다.
“음, 근데 이거 왜 갑자기 구려 보이냐?”
무영객은 빈털터리 묵주를 보고 쩝쩝거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보물의 향기가 났지만, 지금은 평범해 보였다.
“에이, 기분 탓이겠지.”
무영객은 구슬을 품에 챙기고 백우진에게 달려갔다.
“같이 가요!”
**
백우진은 땅굴에서 올라오자마자 사령관실을 찾아갔다.
“돌아가려는 게냐?”
“쌓인 일이 많아서요.”
“그래. 그럴 거라 생각했다.”
황병훈이 백우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때문인지 돌아가겠다는 녀석들이 많더구나.”
“많이 떠날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당연히 괜찮지. 사실 인력이 남아도는 중이었으니까.”
현재 전방에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능력자가 있었다. 백우진이 복귀했기 때문에 떠나는 능력자들을 생각하면 적당한 인원이 맞춰질 것이다.
“사령관님은 계속 여기 계실 겁니까?”
“내가 이 나이에 어딜 가겠느냐. 여기서 뼈를 묻을 생각이다.”
“역시….”
진신으로 감탄스러웠다. 한쪽 팔을 잃었지만, 그의 열정과 협의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형은?”
“나도 이곳에 있어야지. 사령관님이 바보니까. 내가 챙겨드려야지.”
백연휘의 어조는 예전보다 확연히 부드러워져 있었다. 흑목과 다크존이 제거되며 마음이 많이 풀린 것 같았다.
“인마! 바보는 너라고!”
“네. 저도 바보지만, 사령관님은 저보다 한참 바보세요.”
황병훈과 백연휘는 서로를 바보라 놀리며 웃었다. 백천화가 아니라, 황병훈과 백연휘가 부자 관계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나도 이곳에 좀 더 있다가 가려 한다.”
소파에 앉아서 차를 즐기던 윤우민이 미소를 지었다.
“몬스터들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근호나 유니타스 아이들을 수련시키기 딱 좋더구나.”
“정근호가 저한테 다시 도전한다고 하던데요.”
“꿈이야 클수록 좋은 게지.”
윤우민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정근호가 백우진을 따라잡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난 너와 함께 가마.”
백천웅은 다른 사람들을 한 번씩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백우진과 의검대를 걱정하여 함께 움직이려는 것이다.
“음….”
“잘 가게나.”
“나중에 또 모이자고.”
백천웅의 마음을 알았기에 모두 별말 하지 않고, 그를 보내주었다.
“우진아.”
“네?”
“네 뒤엔 의검대만 있는 게 아니다.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네가 위험해진다면 그날 이곳에 있었던 모두가 널 위해서 달려가 줄 거다.”
황병훈은 진중한 눈빛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나도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해라.”
“전에 술자리에서 네 뒤에 선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필요하면 언제라도 말해.”
윤우민이 깊어진 눈동자로 백우진을 바라보았고, 백연휘는 귀밑머리를 매만지며 웃었다. 둘 다 백우진을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라도 찾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들의 말만 들어도 가슴이 꽉 찬 것 같은 고양감이 들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백우진은 모두에게 고개를 숙인 뒤 방을 나섰다. 배웅을 위해서 모두가 그를 따라 나왔다.
“나왔다!”
“잘 가세요!”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사령관 건물을 나오자, 전방의 능력자들 모두가 모여 있었다.
차악!
전방의 능력자들은 오른 주먹으로 왼쪽 가슴을 두 번 두드리며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또 봅시다!”
백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심장이 뜨겁게 타오르는 왼쪽 가슴 두드렸다.
**
“변했네요.”
백우진은 백가로 돌아가자마자, 가문의 검사들의 시선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거의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는구나.”
백천웅도 그걸 느꼈는지 인상을 팍 찌그러뜨렸다.
“아버지 때문이겠죠.”
반가워하진 않아도 보통의 반응 정도는 할 줄 알았건만, 검사들은 형식적으로 고개만 숙였다. 전방에서 일어난 아버지와의 대립 때문인 게 뻔했다.
-이야 진짜 찌질하다니까.
‘한 번 만나봐야겠어.’
백우진은 의검대에게 휴식을 지시하고, 백천웅과 함께 가주전을 찾아갔다.
“지금은 출타 중이십니다.”
하지만 찾아간 가주전에 백천화는 없었고, 문 앞을 지키는 김재환만 남아 있었다.
“전방에서 돌아오신 이후 수련을 하신다고 말씀하시며 나가셨습니다.”
“어디로?”
“흑검대주와 둘이서만 가셨기 때문에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음….”
백우진이 김재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말 모르는 건지 그의 눈동자는 변함이 없었다.
“알겠다.”
백우진은 백천웅과 함께 가주전을 나섰다.
“어딜 간 걸까요?”
“나도 모르겠구나. 갑자기 수련이라니….”
백천웅도 고개를 저었다. 가주에겐 따로 수련장이 있건만 대체 어딜 가서 수련한다는 건지 예상이 가질 않았다.
-그 인간이 수련?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아버지가 지금 이 순간에 외부로 나간 건 전생에 없던 일이었기에 약간의 불안감이 들었다.
‘살짝 불안한데.’
-모르는 건 신경 쓰지 말고, 네 할 일이나 해라. 갑자기 나타나서 네게 검을 날리지는 않을 테니.
‘그건 그렇지.’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도 아버지지만, 5개월 만에 돌아왔기에 알아볼 것이 많았다.
“전 그동안 못 들은 정보들을 모아야겠네요.”
“정보?”
“네.”
백우진은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정보 하면 최고인 사람이 있거든요.”
**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로!”
블랙마켓의 부본부장 유진아가 젖은 눈망울을 글썽거리며 다가왔다.
“오랜만입니다.”
백우진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유진아에게 연락을 했고, 그녀는 흔쾌히 바로 시간을 내어주었다.
“부본부장님도 전방에 와주셨다고 들었어요. 고마워요.”
“인사받을 만한 게 아니에요.”
유진아가 고개를 저었다. 백우진은 현재 자신의 위치를 만들어준 사람이다. 전방에 남지 못한 것이 오히려 미안했다.
“커피는 여전히 맛있네요.”
백우진은 유진아가 타준 씁쓸하면서도 고소한 커피를 마시며 웃었다. 그녀의 성격처럼 커피 맛도 참 한결같았다.
“돌아오시자마자 연락하다니, 제가 보고 싶어서 찾아오신 거 맞죠?”
“뭐, 그것도 있죠.”
“점점 능글맞아지시네요.”
유진아는 웃음기 있는 얼굴로 백우진을 살짝 노려보고서, 책상 밑에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그간의 정보를 찾으실 거 같아서 미리 준비해놓았어요.”
“역시 대단하시네요.”
자신이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런 자료를 준비해준 유진아에게 감탄이 나왔다.
“별거 아니에요. 검사님에게 필요한 것들만 준비해서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서류를 개봉했다. 첫 번째는 대형 몬스터에 관한 내용이었다.
“대형 몬스터?”
“기존보다 훨씬 큰 몬스터들이 도심에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전방에서 나타나거나, 아예 처음 보는 몬스터들이에요.”
유진아의 말을 들으며 몬스터들의 사진을 보았다. 정말 전방에 있었던 대형 몬스터들이나, 처음 보는 몬스터들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카만 지네에 오르카 거미인가? 지저분한 놈들인데….
‘또 무언가가 시작되는 건가?’
전생에서 이시기에 대형 몬스터가 나타난 건 없었던 일이다. 또 미래가 바뀐 것 같았다.
“이건 어제 나온 정보인데 사하라 사막에 거대 산림이 나타났고, 그 산림 안에 여러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해요.”
“사하라 사막이요?”
“네. 그래서 능력자들에게 산림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퍼주고 있어요. 제발 좀 처리해 달라고.”
“사막에 거대 산림이라….”
아무래도 균열 변화가 일어난 후 제대로 정리를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저런 곳은 위험하지만, 그만큼 특별한 몬스터가 나와서 좋은 보상이 나올 가능성이 컸다.
“마지막 정보는 검사님과 관계있는 내용이에요. 좀 예전이긴 하지만.”
“어떤 거죠?”
“직접 말씀드리기엔 좀 그렇지만 검사님이 적이 많잖아요.”
“직접 말해도 돼요. 사실이니까.”
많은 정도가 아니라, 고개만 돌리면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검사님이 전방에 갔을 때 여러 길드에서 검사님을 쫓으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정리해서 드리기 전에 그 사건이 일어났지만.”
“어디죠?”
“제논, 루카스, 대연문에 패도성 쪽도 움직이려는 것 같았고, 중대형 범죄자 길드에서도 암살자들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이야, 많기도 하다. 아주 사방이 적이야.
“한둘이 아니네요.”
백우진이 서류를 넘기며 피식 웃었다. 사실 저기만이 아니다. 그 외에도 백성현이나, 백소희도 있었다.
“검사님이 돌아왔다는 소식이 퍼지고 있으니, 저들이 다시 움직일 가능성도 있어요.”
“음….”
백우진은 사하라 사막의 지도를 보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딱 좋네.”
“네?”
“은근하게 소문을 하나 퍼뜨려 주세요.”
“어떤 소문을요?”
“백우진이 돌아오자마자 사하라 사막에 몬스터를 정리하러 간다고.”
“어, 그, 그럼….”
백우진은 지도 위에 있는 사하라 사막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웃었다.
“사막의 보상을 챙기는 김에 귀찮은 것들도 한 번에 싹 쓸어버리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