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싹쓰리 (2)
“흘릴 소문은 ‘백우진이 의검대와 호위들에게 휴가를 주고, 홀로 사하라로 향했다.’정도가 좋겠네요.”
백우진은 유진아에게 어떤 소문을 흘려야 할지도 말해주었다.
“호, 홀로 가신다구요? 검사님을 노리는 단체들은 숫자도 숫자지만, 능력들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에요!”
유진아가 테이블을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백우진을 노리는 길드나 인물들은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다.
그 중 가장 약하다고 할 만한 범죄자 연합 다크문도 다른 능력자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한 번에 처리하는 게 편하잖아요.”
백우진은 별 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 자신을 노리는 놈들이 포도처럼 주렁주렁 따라오는 것도 이제 귀찮았다. 한 번에 싹 쓸어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너무 많고 강한데….”
“괜찮아요. 놈들을 이용하면 되니까.”
“이용이요?”
“범죄자 길드 쪽이든, 대형 길드 쪽이든 절 노리는 놈들은 신분이 드러나지 않은 놈들일 거예요.”
“그렇겠죠. 습격 전에 정체를 들키면 안 되니까.”
“그놈들이 절 노리고 습격을 하려 할 때 제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네? 어….”
유진아는 백우진이 말한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두 개 이상의 단체들이 동시에 습격하는 순간 백우진이 사라진다면 안면이 없는 단체끼리 마주치게 된다.
상대의 정체를 모르는 습격자들은 백우진의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하며 서로에게 칼을 겨눌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이제이!”
“이독제독이라고도 하죠.”
“적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거군요!”
“일단 계획은요.”
사막의 중심에 생성된 산림이면 아직 지도나 지형이 파악되지 않았을 테니, 놈들은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서 습격하려 할 것이다.
“간략한 지도 정도만 구해주세요.”
그 산림에 대한 적당한 지도만 구하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황을 풀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놈들이 올까? 아무리 혼자 간다는 소문이 퍼져도, 네가 강기의 초입에 올랐다는 건 모두 다 알잖아.
‘그래서 더 가능성이 높아. 놈들은 내 성장력이 정상 범주를 아득히 넘었다는 걸 알고, 더 성장하기 전에 죽이고 싶어 할 테니까.’
약관에 강기지경에 오른 무인은 자신이 처음이다.
더 성장하면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혼자 있을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해 올 가능성은 굉장히 높았다.
‘강기의 무인이라고 무적은 아니잖아. 독이나, 결계 혹은 고등급 마법으로 노리겠지.’
-하긴 강기의 초입에 오른 무인들이 어처구니없이 죽은 경우도 많으니까.
강기에 올랐다고 무적은 아니다. 마법이나, 독, 결계 등을 이용해서 충분히 죽일 수 있다.
-자, 잠깐만! 너한텐 그거 전부 안 통하는 것들이잖아!
흑암이 확하고 백우진을 돌아보았다. 백우진에게는 독, 마법, 결계 모두 통하지 않는다. 무적이나 다름없는 괴물이었다.
-너란 놈은…
‘그러니까 난 질수가 없다는 거야.’
독은 천독불침이 막고, 결계는 결계역장에 힘을 못 쓴다. 마법은 그냥 저항력으로 견디면 그만이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유진아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사실 엄청나다고 할 만한 계획은 아니지만 자신을 노리는 적이 있고, 사막에 균열 변화가 생겼다는 정보를 들은 것으로 저런 계획을 만드는 순발력엔 감탄이 나왔다.
“이것도 좀 알아봐주세요.”
“…흑목이군요.”
백우진은 큼지막한 흑목의 조각을 꺼내서 유진아에게 내밀었다. 흑목을 본 유진아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아케인에도 보낼 거지만, 블랙마켓에서도 조사를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흑목의 제대로 된 가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확실한 조사를 통해서 어디에 쓰는 것이 가장 좋은지 파악할 생각이었다.
“그럼 제가 처음으로 받은 건가요?”
“그렇죠.”
“저희를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유진아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다.
“아닌데요.”
“네?”
“전 블랙마켓이 아니라, 유진아 부본부장을 믿는 겁니다.”
“아….”
유진아는 뭐라 말 못할 표정이 되어 입을 떡 벌렸다.
현재 젊은 능력자 중 최고라고 할 법한 백우진이 자신을 믿어준다 하니 천만대군이 부럽지 않았다.
“당신은 정말 방심 못할 사람이네요.”
유진아는 활짝 핀 미소를 그리며 일어났다.
“흑목을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알아낼게요.”
“기대하겠습니다.”
**
백우진은 자신을 노리는 단체들에게 소문이 퍼지고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 하루 동안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크릉!] [카오!] [컁!]이그니스, 설빙, 레오는 오랜만에 각자 좋아하는 치킨, 민트초코, 젤리들을 흡입하고 있었고.
-그걸 참아? 거기선 뺨 싸다구 한 대는 날려야지! 아, 고구마 돌아버리겠네! 야, 사이다 좀 따와!
흑암은 신작 드라마를 정주행하며 과몰입을 하고 있었다.
“네가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봐.”
백우진은 여러 종류의 음식을 펼쳐놓고, 품에 안고 있던 강아지 크기의 크롬을 놓아주었다.
[킁!]크롬은 음식들이 쌓인 곳으로 거북이처럼 느긋하게 걸어갔다.
“뭘 먹을까나?”
오늘은 크롬이 처음으로 음식을 고르는 날이었다.
매번 다른 녀석들이 먹는 것을 구경하다가 직접 먹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음식들을 구해왔다.
-음, 거북이처럼 변했으니까 해초? 아니, 땅의 정령이니까 버섯?
“참, 단순하네.”
-그럼 넌 뭘 고를 거 같은데!
“….”
백우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크롬의 등껍질만 바라보았다. 솔직히 녀석이 뭘 고를지는 예상이 되질 않았다.
[크흥!]크롬은 킁킁 거리며 음식들을 차례로 둘러보다가 한 장소에 멈췄다.
-뚜…
“뚝배기?
크롬은 국밥이 담겨있는 뚝배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도리도리 하던 녀석은 뚝배기 안으로 머리를 쑥 집어넣었다.
“순대국밥을 골랐어!”
크롬은 뜨끈한 국물과 고소한 순대가 출렁이는 순대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국밥? 대지정령이 국밥이라고?
“이야, 크롬이 뭘 좀 아네.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면 왕후장상 안 부럽지.”
[크흥!]백우진의 말에 동의하듯 순대국밥을 먹어치운 크롬은 바로 옆에 있는 소머리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우우웅!
크롬에게 맞는 음식이긴 한지 녀석이 국밥을 먹을 때마다 대지의 기운이 상승하고 있었다.
“역시 한국 정령은 밥심인가.”
-네 주위엔 정상이 없어…
**
[협제의 귀환.] [전방의 영웅이 돌아오다.]백우진이 돌아왔다는 소식은 TV, 신문, 인터넷 등 존재하는 모든 매체를 통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백우진이 대체 어디에 다녀온 건지, 무슨 일을 했는지, 얼마나 강해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온 세상이 그의 이름으로 도배가 되었다.
-거의 5개월 만에 돌아온 거네. 대체 어딜 다녀온 거지?
-차원의 틈이 꼈다는 말이 있던데요.
-이계에 갔다는 말도 있었죠.
-어딜 다녀왔는지는 모르겠고, 얼마나 강해졌는지가 궁금함.
-하긴 마지막에 강기를 썼다고 하니까. 더 강해졌을라나?
-쯧쯧, 이래서 방구석 전문가들은 안 돼. 5개월 만에 강기가 강해지겠냐?
-방구석 좆문가는 너지. 백우진은 그런 평범한 무인들이랑 다름. 20살에 강기를 익힌 인간은 아무도 없었잖아.
-ㄹㅇ 협제를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이 생각하네. 강기 못쓸 때도 혼원을 이긴 사람인데. 지금이면 백성현보다 강하고, 백연휘나 광룡이랑 맞먹을 듯.
-활동 안하려나? 어느 정도일지 ㅈㄴ 궁금하네.
-도, 돌아오셨어! 하루만 백우진이 되고 싶다! 하아악!
사람들은 백우진이 돌아온 것에 기뻐하면서도 그가 얼마나 강해졌을 지를 궁금해 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다.
“마스터!”
제논의 해저 회의실이 벌컥 열리고 김남길의 비서 한혜지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바다를 굽어보던 김남길이 의자를 돌렸다. 문제라는 단어에도 김남길의 표정은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백우진이 사하라로 간다는 정보를 들은 철귀가 그를 치겠다고 연락해왔습니다! 이전에 내린 임무를 지금 처리하려는 것 같습니다.”
마창이 당한 이후 철귀에게 백우진 암살임무를 내렸었다. 그 미뤄진 임무를 재개하려는 것 같았다.
“흐음….”
김남길은 턱을 긁적이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백우진은 강기를 익힌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철귀로는 이길 수 없을 겁니다.”
한혜지의 생각은 타당했다. 백우진이 강기를 각성하기 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백우진을 철귀가 이기긴 힘들 것 같았다.
“너 철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지?”
“네? 아, 5년 만에 복귀한 권사로 패도적인 권격을 쓰는 무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철귀가 마지막에 잡은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겠군.”
“정확히는….”
한혜지가 낮게 고개를 저었다.
철귀는 자신이 비서가 되기 전에 잠적했던 사람이다. 최근에서야 다시 활동을 시작했기에 그가 강하다는 것 빼고는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했다.
“철귀가 마지막에 잡은 놈은 아다치 토리마다.”
“아, 아다치 토리마? 설마 일본의 신성이라 불렸던 그 검사 말입니까?”
“그래. 그 놈이다.”
“허억!”
한혜리가 숨이 꽉 막힌 비명을 터트렸다. 아다치 토리마는 일본 협회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 서른 후반에 강기를 익혔던 천재 검사였다.
‘그를 죽인 게 철귀였다니…’
아다치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당해서 한동안 난리가 났었는데 그를 죽인 인물이 철귀라고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난 백우진의 성장력까지 계산해서 철귀에게 그를 처리하라 명령한 거다.”
김남길은 방심하지 않았다. 백우진이 더 성장하더라도 철귀라면 그를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 어설픈 강기는 철귀가 먹기 가장 좋은 음식이니까.”
철귀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는 그 능력으로 강기 사용자만 4명을 죽였다. 지금의 백우진은 철귀를 이길 수 없다.
“백우진은 사하라에 누구와 가는 거지?”
“자신을 기다려준 검사들에게 휴가를 주고, 혼자 움직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긴 그럴 때지.”
김남길일 큭큭 웃었다. 백우진은 강기를 각성했고, 세간에선 영웅으로 칭송을 받고 있다. 가장 거만하고 자신감이 넘칠 때니, 홀로 움직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귀가 원하는 모든 지원을 해주도록.”
“알겠습니다.”
한혜리는 고개를 숙인 뒤 회의실을 나갔다.
휘익.
김남길은 다시 의자를 돌려 컴컴한 바다를 바라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거만함이 자신의 명줄을 죄이는 법이지.”
**
다음날 백우진은 사하라 사막에 홀로 도착했다.
정체를 숨기지도,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기에 균열 변화 구역의 출입증을 받는 건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널 보는 시선들이 장난이 아니네.
‘그러게.’
한창 뉴스가 퍼질 때였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섞여있군.
‘숫자가 꽤 많아.’
백우진과 흑암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 은근하게 섞인 살기를 느꼈다. 예상대로 꽤 많은 숫자가 자신을 노리고 이곳에 온 것 같았다.
-진짜 오다니…
‘올 수 밖에 없지.’
자신의 성장력이 역대급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더 성장하기 전에 죽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적들이 놓칠 리 없었다.
‘물론 내게도 기회지만.’
백우진에게도 균열변화 구역의 보상도 챙기고, 귀찮은 것들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였다.
-내가 네 적이었으면 성장하기 전에 죽였을 거다. 넌 진짜 피곤한 놈이야.
‘극찬감사.’
백우진은 흑암을 툭툭 건드리면서 사막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산림으로 향했다.
산림 앞에는 휴식 중이거나 대기하는 능력자들로 북적였다. 많은 능력자들이 지원을 왔지만, 산림이 너무 넓어서 안까지 정복을 끝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음…
“사막에 있을만한 숲이 아닌데.”
나무 하나하나가 느티나무보다 두껍고, 잎들은 크고 넓적했다. 온대기후에나 있을 법한 활엽수들이었다.
“키아아!”
백우진이 산림으로 들어가려 할 때 모래가 들썩이며 소형차만한 전갈이 나타났다. 포이즌 스콜피온이라 불리는 맹독을 가진 몬스터였다.
“숲인데도 저 녀석이 나오는군.”
백우진은 암인검을 가볍게 휘둘러 스콜피온의 목을 베어버렸다. 푸직 소리와 함께 산성 독이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다.
-꼬리만이 아니라, 주둥이에도 독이 있다. 넌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천독불침이 있기 때문에 저 정도 독은 물처럼 마셔도 상관없었다.
“가볼까.”
백우진은 피가 묻은 검을 털고서 숲으로 들어갔다.
-붙었다.
‘셋이네.’
숲에 들어간 순간 자신의 등 뒤에 붙은 정찰 사역마를 느꼈다. 투명하고, 기척이 극히 미미했으며, 거리도 떨어져 있었지만 자신의 감각을 속일 수는 없었다.
-네 지랄 맞은 감각은 검술 이상이니까.
백우진의 감각은 그보다 고수인 사람보다도 뛰어나다. 저 정도 수준으론 속일 수 없다.
‘역시 사역마로 감시하다가 습격할 생각인가보네.’
백우진은 보이지 않게 미소를 지었다. 적들은 자신이 예상했던 그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몬스터 종류가 다양해.”
백우진은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숲에 가득 찬 여러 몬스터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오랜만에 몸 좀 풀어야겠어.”
백우진은 정말 이곳을 처리하기 위해서 온 것처럼 몬스터들을 향해 돌진했다.
**
백우진이 숲에 들어가자마자 서쪽 입구에 앉아있던 35명의 능력자들이 소리 없이 일어섰다.
“놈이 출발했습니다.”
“영귀를 붙여.”
백우진이 들어간 곳을 바라보는 능력자들의 입에선 유창한 중국어가 흘러나왔다.
“붙였습니다.”
“놈의 감각은 뛰어나. 영귀의 거리 유지를 잘 하도록.”
“알겠습니다.”
리더로 보이는 대머리 사내의 말에 앞머리로 눈을 가린 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출발합니까?”
“10분후에 출발한다. 단단히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다른 능력자들은 눈을 감고 호흡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백우진….”
대머리 사내가 백우진의 이름을 곱씹었다. 그의 이름은 차황으로 패도성에서 특수하게 키운 혈귀대의 대주였다.
혈귀대는 고수를 죽이기 위해서 만든 천무맹의 무력단체로 천무맹을 망신시킨 백우진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고 이곳에 오게 되었다.
‘부족하지만, 정보가 없는 건 놈도 마찬가지니까.’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 계획을 세우진 못한 건 아쉽지만, 정보가 없는 건 백우진도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백우진이 혼자 움직이는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무조건 이곳에서 끝을 내야했다.
“출발한다.”
차황의 낮은 목소리를 따라 귀살대가 서쪽 입구로 들어갔다.
백우진이 들어간 입구와는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사역마 때문에 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훤히 보이고 있었다.
“계획대로 그곳에서 치는 겁니까?”
“그래.”
부대주 길염의 말에 차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입구로 들어가든 산림의 중턱에 있는 작은 공터에서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결계와 진을 개방해 백우진을 칠 생각이었다.
“속도를 높인다.”
귀살대는 백우진보다 먼저 공터에 닿기 위해서 빠르게 몬스터를 처리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백우진의 사냥 속도는 미친 듯이 빨랐지만, 초행이었기에 귀살대가 먼저 공터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놈이 왔다.’
수풀 속에서 대기하던 차황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산 중턱의 공터에 백우진이 나타났다.
[쳐라!]차황이 모두에게 전음을 내리며 튀어나갔다. 그를 따라 귀살대 35명이 동시에 움직였지만, 백우진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뭐, 뭐야! 어디 갔어!”
“아, 안 보입니다! 영귀가 죽었습니다!”
백우진은 정말 귀신처럼 사라졌다. 사역마는 죽었고, 어디에서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젠장!”
차황이 이를 갈 때 동쪽 숲에서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귀신같은 놈들이 나왔고, 북쪽에서는 거친 인상의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차황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함정이었다. 자신이 함정을 판 게 아니라, 백우진이 판 함정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 진을 개방해라!”
차황의 비명에 귀살대가 역귀살진을 개방했다. 다른 두 단체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전투를 준비했다.
“제기랄! 쳐라!”
차황이 명령을 내리며 로브를 입은 자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가 조금만 더 침착했다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자신과 비슷한 당황과 경악이 들어서 있었다는 것을.
**
백우진은 잠룡혼과 라포르 세트를 착용한 채로 뒤쪽 나무에서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 구멍투성이 계획이 정말 이루어지다니…
흑암은 지들끼리 싸우는 세 단체를 보며 칼날을 비틀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백우진이 씩 웃었다. 저들은 이번 기회에 자신을 죽여야 한다는 1차원적인 생각에 매몰 되어 다른 걸 전혀 보지 못했다.
-너무 멍청한데…
“내가 그렇게 만든 거야.”
-뭐?
“괜히 준비기간을 하루로 한 게 아니라고.”
백우진은 저들에게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 딱 하루의 시간만 여유를 두었다.
저들은 그 짧은 시간 동안 계획을 짜야했고, 산림에 대한 정보도 없었기에 이런 허술한 계획밖에 생각해놓지 못한 것이다.
-넌 진짜 지독하고 대단한 놈이다.
흑암은 지들끼리 싸우는 멍청이들에게 혀를 차며 백우진을 칭찬했다.
“일단 저쪽은 패황성이고, 좌측에 로브는 루카스네. 아직도 제자의 원수를 잊지 않았군. 북에서 온 놈들은 범죄자 길드가 뭉친 다크문이라는 놈들인가?”
백우진은 능력자들의 정체마저 한눈에 파악했다.
“대연문이랑 제논이 오지 않은 건 아쉽지만 나쁘진 않네.”
백우진은 슬슬 움직일 준비를 했다. 마지막은 자신의 손으로 끝낼 생각이었다.
-네가 안 나서는 게 더 절망적일 거 같은데?
‘그건 재미가 없…’
백우진이 말을 끊고, 황급하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쿠구구구!
하늘에서 누군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세 집단의 사이로 떨어진 인간이 말 그대로 대지를 반으로 쪼개버렸다.
후우욱!
먼지가 걷히고 피로 물든 대지가 드러났다. 그 중심에는 백발을 휘날리는 철탑 같은 중년인이 서 있었다.
‘윽…’
중년인의 붉은 시선이 자신이 서 있는 나무를 향했다. 그 순간 오싹한 감각이 온 몸을 적셨다.
“언제까지 거기 숨어 있을 테냐.”
철귀 소위황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나와라. 협제라 불리는 애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