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22
222화. 싹쓰리 (5)
“말도 안 돼!”
김남길이 책상을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식하게 오러만 쏟아 붙던 백우진이 강기에 의지를 담아내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전투 중에 갑자기 검의를 깨닫는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하늘에 이른 무신이 조언을 해주던가, 처음부터 검의를 담는 연습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
“음….”
김남길과 한혜지가 동시에 신음을 내뱉었다. 철귀의 건틀릿이 갈라지고, 그의 손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폭주!”
김남길은 철귀가 투기를 폭주시키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판단이다.’
뒷수습이 귀찮겠지만, 백우진을 죽이는 것이 먼저였다. 자신이라도 같은 방법을 썼을 것이다.
“허….”
하지만 김남길의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백우진의 검에서 솟구친 흑색 광채가 하늘을 가르고 철귀를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치이이익!]영상을 이어주던 소환수도 그 힘에 휩쓸려 존재가 사라졌다.
“어찌….”
김남길은 꺼진 화면을 보며 말을 잃었다.
백우진의 마지막 검은 검의를 담아낸 것으로 모자라 한참 위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직접 본 자신의 눈이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백우진….”
김남길이 백우진의 이름을 한자한자 읊었다. 그가 만들어내는 지독한 살기와 위압적인 기세에 제논의 해저 기지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흐읍!”
한혜지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숨을 죽였다. 그렇지 않는다면 김남길의 살기에 죽을 것만 같았다.
“백우진의 위험도를 특급으로 올려.”
김남길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트, 특급이요?”
위험도 특급은 전 세계에 몇 없는 초대형 길드의 주인들뿐이다. 김남길은 백우진을 그들과 동급으로 취급하려는 것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저런 성장력은 그 누구에게도 보지 못했다. 저건 괴물을 벗어난 무언가다.”
김남길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20살에 저 정도면 장래가 끔찍할 정도였다. 최대한 빠르게, 그것도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내가….”
김남길이 말을 멈추고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은 자신이 움직일 때가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면 다른 괴물을 불러들일 가능성도 있었다.
“뇌검은 어디 있지?”
“프랑스에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 일을 끝내는 대로 돌아오라고 전해.”
김남길이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원수를 갚을 기회를 준다면 바로 돌아올 거다.”
**
쿠구구구.
땅을 뚫고 올라온 거대한 지렁이가 백우진을 굽어보았다. 고개를 들어 올려도 한 눈에 볼 수 없을 정도의 크기였다.
“뭔가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저건 뭐냐?”
-보면 몰라? 어스 웜이잖아.
“어스 웜은 아는데 저건 너무 크잖아.”
백우진이 어스 웜의 몸을 훑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TV나 책에 나왔던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 크기였다.
“크르륵!”
어스 웜의 주둥이는 십자로 벌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돌기 같은 이빨이 무수히 솟아나 있었다.
길이는 지하철보다 길고, 두께는 아파트보다 두꺼운 것 같았다.
-음, 자이언트 어스 웜이라고 쳐도 좀 크긴 하네.
어스 웜 중에서도 몸집이 큰 보스급을 자이언트 어스 웜이라 부른다. 하지만 저 놈은 자이언트 어스 웜의 틀조차 벗어날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꾸에에에엑!”
자이언트 어스 웜의 십자로 벌어진 주둥이에서 소름끼치는 괴성이 울려 퍼졌다.
쿠구구구!
어스 웜은 백우진을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듯 그가 있는 땅으로 주둥이를 쳐 박았다.
“쯧.”
백우진은 쾌와 풍의 만상보를 밟아서 그 범위를 벗어났다. 다만 어스 웜의 머리가 너무 컸기에 상당한 거리를 움직여야 했다.
쿠구구구!
자이언트 어스 웜이 땅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다시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냥 베어버리지?
“저기도 오고 있거든.”
백우진이 언덕 위를 가리켰다. 선박의 갑판처럼 튀어나온 언덕 위에 사자의 머리에 곰의 몸을 가진 몬스터들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산림의 진짜 주인인가보네.
“베이온.”
베이온은 사자와 곰의 특성을 가진 7등급 몬스터다.
기본적인 능력은 6등급 수준이지만 인간처럼 리더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단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한 단계 높은 위험도를 가지고 있었다.
“크아아아!”
“크르르르!”
가장 앞에 있던 3층 건물만한 베이온 킹의 포효에 베이온들이 앞 다투어 땅으로 뛰어내렸다.
쿠구구구!
땅에 착지한 베이온들은 백우진을 씹어 먹기 위해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땅은 하나인데 주인은 둘이라….”
백우진은 발밑의 웅장한 진동을 느끼며 좌측으로 몸을 피했다.
콰아아아아앙!
땅이 터지며 자이언트 어스 웜이 튀어나왔다. 어스 웜은 베이온들에게 관심도 가지지 않고 계속 백우진만을 노렸다.
“귀찮으니까 한 번에 쓸어버리자.”
-응?
“나와.”
백우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옆의 땅이 쩍 갈라지며 길쭉한 뿔이 솟아올랐다.
[크흥!]오랜만에 본체로 현신한 크롬이 기분 좋은 콧김을 내뿜었다.
“땅에서 꿈틀거리는 지렁이 있지? 그놈 꺼내서 저기다 던져줘.”
백우진은 광기가 가득 담긴 눈으로 달려오는 베이온 패거리를 가리켰다.
[크릉!]크롬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서 땅을 내리찍었다. 땅이 뒤틀리는 소리가 울리며 대지가 펄떡거렸다.
쿠구구구!
땅의 절반이 찢겨지며 자이언트 어스 웜이 하늘로 솟구쳤다. 어스 웜은 아름다운 호를 그리며 베이온들의 머리위로 둥실 떠올랐다.
“크라카!”
베이온 킹이 다급하게 대피 지시를 내렸지만, 자이언트 어스 웜의 크기는 이제 와서 피한다고 될 것이 아니었다.
콰아아아아앙!
세상이 무너질 듯한 소리와 함께 자이언트 어스 웜이 베이온 킹과 베이온 250마리를 깔아뭉갰다.
지하철정도 길이의 어스 웜이 땅에 쳐 박혔기 때문에 깔린 베이온 대부분의 숨이 끊어졌다.
“키아아!”
자이언트 어스 웜이 다시 땅에 들어가려 발버둥 쳤지만 크롬의 기운에 묶여 꼼짝도 하지 못했고, 간신히 살아남은 50마리의 베이온은 어스 웜에게 붉은 손톱을 날렸다.
딱!
백우진이 한 번 더 손가락을 튕겼다, 거대한 불기둥이 솟구치며 이그니스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싹 쓸어버려.”
[크아아아!]이그니스는 하늘을 향해 홍염을 한 번 지르더니, 아래를 향해 흑염을 내뿌렸다.
콰아아아아!
한층 더 강해진 이그니스는 자신의 불꽃을 완벽하게 조절해서 베이온들과 어스 웜만을 태워버렸다.
“꾸에에엑!”
자이언트 어스 웜은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며 발광을 했지만 크롬의 기운에 묶여 도망치지도 못했다.
“어….”
“허억!”
“와아….”
어느새 모여든 능력자들의 눈동자는 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풀려 있었다.
“저, 저거 뭐야! 저게 어스 웜이야?”
“대체 왜 여기에 몬스터가 모여 있는 거지?”
“저 정령들은 또 뭔데!”
자이언트 어스 웜의 크기, 그 어스 웜과 그 밑에 깔린 수백의 베이온들을 태우는 검은 화염까지. 그들에겐 이 상황의 모든 것이 의문이었다.
콰아아아아!
한 순간에 자이언트 어스 웜과 베이온 300마리를 처리한 백우진이 씩 웃었다.
“이게 싹 쓰리야.”
-똥 싸고 있네…
**
백우진은 모든 상황을 끝낸 뒤 전리품을 계산해보았다.
“일단 강기지경의 중급에 오른 게 가장 커.”
-그야 당연하지.
백우진이 지금 강기지경의 중급에 오른 건 자신의 예상조차 벗어난 일이었다. 대단하다 못해 경악스러웠다.
“귀찮게 구는 놈들 싹 정리했고, 베이온의 마석 300개에 베이온 킹하고 자이언트 어스 웜의 마석을 얻었고.”
-그래. 너 잘났고, 네 똥 굵다.
“그 다음으로는 이거.”
백우진은 흑암에게 두꺼운 반지 하나를 내밀었다. 베이온 킹과 자이언트 어스 웜이 죽은 곳에서 나온 반지였다.
“왜 하나였을까.”
두 보스가 죽었는데, 나온 아이템은 하나뿐이었기에 영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음…
흑암은 떨리는 눈으로 백우진이 내민 반지를 보았다. 두 보스가 죽고 나온 아이템이라는 점과 반지의 때깔을 보니, 느낌이 좋지 않았다.
“뭐해. 감정이나 해줘.”
-영 불안한데.
흑암은 불안하다고 중얼거리면서 반지의 감정을 시작했다.
띵!
[대지의 축복]대지와 정의의 여신 테라의 기운이 담겨 있는 반지다. 착용자에게 대지의 기운과 마를 이겨내는 정신력을 북돋아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등급 : 레전더리.
착용 가능 조건 : 대지 속성 감응력 50이상.
체력 +30
마나 +20
정신력 +30
물리 방어력 +20%
대지 감응력 +20
대지 저항력 +30
파마의 기운.
“와!”
백우진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아이템의 정보를 보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정도면 한 개 나온 거 인정이지!”
이런 미친 옵션의 레전더리라면 하나가 나와도 받아 들일만 했다. 아니, 유니크 두 개보다, 이 레전더리 한 개가 훨씬 나았다.
-테, 테라의 아이템이라니!
“테라?”
-마루툰 대륙에 있는 대지의 여신이다. 악을 미워한다는 전승이 내려오는 신이다.
“초대박이네.”
백우진이 히죽 웃으며 바로 대지의 축복을 착용했다. 계곡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청량한 기운이 머리를 적시는 느낌이었다.
-뭐만하면 레전더리야. 이젠 그냥 또전더리라고 불러!
“오랜만에 나온 거잖아.”
-네가 입고 있는 전투복도 레전더리잖아!
“이건 만든 거고.”
-그게 그거지! 인생을 운으로 사는 놈!
“또 시작이네.”
백우진은 귀찮다는 듯 손을 저으며 철귀의 시체로 다가가며 말을 돌렸다.
“이 보석은 아직도 감정 안 먹혀?”
-음, 아무런 정보도 보이지 않는다.
흑암이 고개를 저었다. 감정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누군가 새롭게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그럼 일단 챙겨 두는게…어?”
백우진은 철귀의 심장에 박힌 보석을 손으로 잡았다. 그 순간 보석이 산산조각으로 깨지며 보석 안에 담겨 있던 어떤 힘이 백우진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띵!
[각성의 알의 첫 번째 껍질이 깨졌습니다.]백우진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첫 번째 껍질?”
**
사하라에 나타난 산림 때문에 능력자들을 모으던 알제리 정부와 세계 능력자 협회가 능력자 소집을 중지시켰다.
산림의 지형과 지리, 위험도를 파악하고 움직이려던 능력자들과 길드들이 벙쩌있을 때 추가 발표가 이어졌다.
한국에서 온 능력자 백우진이 사하라에 있었던 자이언트 어스 웜과 산림의 지배자였던 베이온들을 모조리 처리했다는 소식이었다.
백우진이 사하라로 향한 건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빠르게 균열 변화 구역을 정리하고, 사하라 깊숙한 곳에 존재하던 자이언트 어스 웜까지 처리했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또 다시 난리가 났다.
-백우진은 안 쉰데? 사하라엔 언제 갔다냐?
-자기 검사랑 호위들에게 휴가주고 혼자 갔다던데.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네. 협제라는 이름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님들 자이언트 어스 웜 시체 봄? 무슨 아파트가 쓰러진 줄 알았음.
-목격담을 들어보니까 어스 웜을 던져서 베이온 무리 한 번에 처리했다고 하던데요. 그걸 못 본 게 한이에요.
-그게 다가 아님. 백우진을 노린 암살자들도 있었는데 걔네 다 처리하고 몬스터까지 잡은 거임.
-이제 진짜 거물 됐네. 움직이면 사건해결이야.
-거물 정도가 아니라, 초거물이지. 걸어 다니는 대형 길드나 다를 바가 없음.
-하루만 네 방에 백우진이 되고 싶다! 하아악!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백우진의 이름에 주목할 때 그는 아케인 지하에 있는 장인들의 마을에 와 있었다.
서공명에게 흑목을 맡기고, 암인검을 수리하기 위해서였다.
“너무 늦게 와주신 거 아니에요? 저랑 할아버지도 전방에 갔었다구요.”
“미안해요. 처리 할 일이 있어서요.”
서인아가 뾰루퉁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백우진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 녀석도 갑자기 사라졌으니 바빴을 게다. 그만 보채 거라.”
김장훈은 검댕을 덕지덕지 붙인 얼굴로 공방에서 나왔다.
“얼굴이 더 훤해졌구나. 그새 실력이 늘은 모양이야.”
“당연하죠! 이번에도 사건 하나를 해결하고 오셨다고요! 협제라는 칭호가 괜히 붙은 게 아니에요!”
“칭호나 남이 부르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지.”
김장훈은 협제라는 말은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똑같은 눈으로 백우진을 보았다.
“맞습니다.”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김장훈의 말처럼 처음과 똑같이 대해주는 게 편했다.
“서공명이는 아직 오지 않았다. 녀석이 올 동안 검이라도 손 봐줄 테니 꺼내 보거라.”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네가 내 검을 놓고 갔으니, 앞으로는 돈을 받을 거다. 그것도 왕창.”
“물론입니다.”
“쯧, 재미없게. 하여튼 농담도 안 통하는 놈이라니까.”
김장훈은 클클 거리며 미소를 지었고, 백우진은 그저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지난번에도 봤지만 이 녀석은 네의 기운을…응?”
김장훈은 암인검을 보다 말고, 백우진이 입고 있는 가죽 갑옷에 시선을 주었다.
“그, 그 가죽 갑옷은 뭐냐?”
괜히 장인이 아니었던지 김장훈은 백우진의 가죽 갑옷의 가치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이건….”
백우진은 드워프, 그것도 대장인의 작품이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드워프라니!”
“거, 검사님! 좀 보여주실 수 있어요?”
“아, 네. 그거야 뭐….”
“어, 어서 벗어 보거라!”
김장훈과 서인아는 눈을 벌겋게 물들은 채로 백우진이 입고 있는 갑옷을 억지로 벗기다시피 해서 가져갔다.
“어쩐지 손재주가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여기 실로 묶은 자리 좀 보세요. 완벽해요! 0.1mm의 오차도 없어요!”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가 있지?”
“재료나 작업환경이 좋다고만 볼 수만은 없었는데, 저런 작품을 만든 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손재주로만 만든 거라구요!”
김장훈과 서인아는 가죽 갑옷을 가져가서 한참이나 토론했다. 자신이 검에 미치듯 저들은 걸작을 보면 정신이 나가는 것 같았다.
“음, 미안하구나. 너무 뛰어난 작품이라서 어쩔 수가 없었다.”
“미, 미안해요, 검사님. 제가 정신이 잠깐 나갔어요.”
한참 후에 정신을 차린 두 사람은 민망한 얼굴로 다시 갑옷을 내밀었다.
“괜찮습니다.”
백우진은 손을 저으며 웃었다. 구경하는데 닳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저도 인사드릴게 있습니다.”
“인사?”
“두 분 모두 전방까지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늦었지만 제대로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백우진이 김장훈과 서인아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들이 전방까지 와준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불안감을 떨칠 수 있었다.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커흠, 그게 뭐 별일이라고. 서공명 이 녀석은 왜 이렇게 안 와!”
“맞아요.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이었어요. 저랑 할아버지의 목숨을 구해주셨잖아요.”
김장훈은 부끄러웠던지 괜히 서공명을 찾았고, 서인아는 활짝 웃었다.
“아뇨. 제가 받은 게 더 많아요.”
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서인아와 김장훈을 구해준 것도 맞고, 이 섬에 위험을 제거해 준 것도 맞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받아왔다.
흑전호포에 암인검 그리고 의검대의 검을 받았고, 자신이 사라진 이후 서공명은 전방에 여러 가지 지원까지 해주었다. 여러 가지로 고마운 마음뿐이다.
“혹시라도 부탁할 일이나. 의뢰를 할 일이 있다면 부담가지시지 말고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백우진은 부드럽게 웃었다.
“어….”
“그 말씀이 진심이시라면 부탁할게 있습니다.”
서인아가 대답하기 전에 뒤에서 사무적이면서도 반가운 느낌이 뒤섞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빠?”
놀란 서인아와 달리, 백우진은 조금의 당황도 없이 뒤를 돌아서 서공명을 보았다.
“아케인에서 정식으로 의뢰를 요청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