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23
223화. 스사노오
“그 전에 일단 무사히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서공명이 안경을 올려 쓰며 미소를 지었다. 냉철해 보이는 눈빛 속에 정이 담긴 반가움이 비쳤다.
“감사합니다.”
“갑자기 왜….”
백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서공명에게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정중한 인사에 서공명이 손을 허우적거렸다.
“전방에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걸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
“음, 별거 아닙니다. 저 아이가 보채는 대로 해줬을 뿐입니까요.”
서공명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인아를 가리켰다. 백우진과 눈을 마주친 서인아가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고 해도 쌩돈이 나가는 건데 쉬운 일이 아니죠.”
“협제에게 감사 인사를 받았으니, 쌩돈이 나간 건 아닙니다.”
“너무 띄워주시네요.”
서공명은 백우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백우진 역시 그와 비슷한 웃음을 피워냈다.
“저 말이 맞다. 저 녀석은 어려서부터 손해를 모르고 산 독한 놈이야. 언젠가 다 뽑아낼 놈이니, 고마워할 필요 없다.”
“제가 그렇게 사악한 놈은 아닙니다.”
“아니기는. 네가 혼자 와서 나한테 내기를 걸었을 때가 아직도 눈에 선해.”
“…그 검 수리하실 거 아니셨습니까? 빨리 수리를 해야 검사님도 돌아가실 텐데요.”
서공명은 말을 돌리려는 듯 김장훈이 쥐고 있는 암인검을 가리켰다.
“음, 내가 검을 손보는 동안 저놈에게 속지 말거라. 절대 속지 마!”
김장훈은 서공명의 욕을 중얼거리며 공방으로 들어갔다.
“너도 가서 도와 드려라.”
“제가 가면 방해에요. 빨리 시작하시죠.”
서공명의 말에 서인아가 고개를 저었다. 움직일 생각이 없는지 앉은 의자를 꽉 잡았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전 상관없습니다.”
“후우, 그럼 지금부터 의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오키나와를 알고 계십니까?”
서공명이 서인아에게 한숨을 내쉰 뒤 백우진을 보았다.
“오키나와라면 일본에 있는….”
“맞습니다.”
서공명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핸드폰을 꺼내서 버튼을 하나 누르자, 테이블 위로 일본의 지도가 나타났다.
“얼마 전에 오키나와 있는 자그마한 땅을 구입했습니다.”
“땅이요? 거길 왜….”
“그곳에 개방형 던전이 나타난 이후 토양 자체가 변해서 현유초와 오얀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에 빠르게 샀습니다.”
“그, 그게 되나요?”
현유초와 오얀 나무는 제작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재료들이다. 그것들이 잘 자랄만한 땅을 외국 길드인 아케인에서 구입했다는 게 신기했다.
“일단 저희가 가장 먼저 정보를 파악했고, 아케인의 이름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구입했습니다. 세상에 여러 방법이 있으니까요.”
“대단하네요.”
“별거 아닙니다.”
서공명이 손을 저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는지 지도를 보는 그의 눈동자는 잔잔했다.
“그럼 제가 그곳에 있는 개방형 던전을 제거하면 되는 건가요? 던전을 제거했다가 토양과 기후가 원래대로 돌아갈 수도 있지 않나요?”
“던전 때문에 한 번 변화한 환경이 돌아갈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던전은 거의 처리 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네?”
백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던전의 처리도 완료한 땅에 자신을 왜 데려가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건 그곳에 나타나는 마족의 제거입니다.”
-마족이라….
“마족이 있었군요.”
마족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서공명이 왜 자신에게 부탁하려는 건지 알 수 있었다.
“다만 여러 길드나 협회에서 나왔지만, 누구도 마족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네? 정말 마족이 있는 건 확실한가요?”
마족을 수색하기 위해서 나온 길드라면 죽이지는 못해도 최소한 탐색은 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예. 가끔이지만 탐색 결계에 희미하게 마기가 잡힙니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사라져서 수색할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허….”
“아직 그곳에 피해를 주거나 하진 않았지만, 마족이 있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불안해합니다. 검사님은 홀로 마족을 셋이나 퇴치하셨으니,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백우진은 마족 셋을 홀로 수색하고 처치했다. 마족 사냥에 있어서 스페셜 리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무도 못 찾았다니, 힘을 숨기는데 능한 건가….’
-결계에서도 제대로 못 잡을 정도라면 최소 중상급 이상이겠군. 다만….
‘다만?’
-지금까지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게 불안해. 무슨 짓을 준비하고 있을 것만 같다.
마족 중에서도 조용한 놈이 있지만, 그런 놈이라면 인간계로 올라오지도 않았을 거다. 분명 어떤 꿍꿍이가 있을 게 분명했다.
“음, 마족에 관한 건 저희 가문에 미친… 아니, 백은경에게 말하면 공짜로도 해줄 텐데요.”
“혹시나 해서 연락을 해보았는데, 현재 임무 중이신지 연락이 되질 않았습니다.”
“그럼 다른 곳에서 마족을 잡고 있겠네요.”
-그 마족에 미친 여자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면 뻔하지.
‘그래. 다른 마족을 잡고 있을 거야.’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백은경이 마족에 관한 연락을 마다하는 일은 다른 마족을 잡을 때뿐이다.
“알겠습니다. 의뢰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일단 개방형 던전의 마무리는 일주일 뒤에 시작할 예정이니, 그 이후에 오시면 될 겁니다.”
“아뇨. 저도 던전에 들어가겠습니다. 그곳에 마족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던전에서 마족의 파장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제가 가볼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서공명이 고개를 숙였다. 역시 백우진에게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는 그만 숙이셔도 되니, 이걸 좀 봐주세요.”
백우진은 흑암의 인벤토리에서 큼지막한 흑목 조각을 꺼냈다.
“흑목!”
“음!”
서공명과 서인아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김장훈이 헐레벌떡 밖으로 나왔다.
“때깔이 장난 아니구먼!”
“딱딱하지만 탄력이 있어요!”
“음….”
세 사람은 흑목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흑목의 정보는 너무 부족합니다. 이걸 쓰기에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아주세요.”
“정말인가?”
“저, 정말이십니까?”
“네. 전 아직 많으니까. 여러 가지로 사용해보고, 가장 좋은 사용법을 개발해주세요.”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저희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역시 내가 보는 눈이 있다니까! 저 친구야말로 아케인의 미래야!”
세 사람은 뜨거운 눈빛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면 보증을 서달라고 해도 받아들여 줄 기세였다.
-유진아에게 준 흑목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 같군.
‘그렇겠지.’
정보로는 최고인 블랙마켓과 제작으로 최고인 아케인에 흑목을 맡겼으니, 각자 다른 사용법이 나올 것이다. 벌써부터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뭐가 되려나….’
**
백우진은 바로 가문으로 돌아와서 검각으로 향했다. 전부 휴가를 보냈기 때문에 검각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까워.”
백우진이 가볍게 입맛을 다셨다.
-뭐가?
“백은경이 있었으면 이번 일에 이용해 먹기 딱 좋았을 거 같아서.”
마족에 한해서는 공짜 인력으로 쓸 수 있는 백은경이 연락되지 않는다는 게 영 아쉬웠다.
-하긴 그 마족에 미친 여자라면 가지 말라고 묶어도 갔을 테지.
“출발이 일주일 뒤니까. 그동안 수련이나 하는 게 좋겠지?”
-좋은 생각이다. 정리가 필요한 순간이니까.
“정리?”
-그래.
신작 드라마가 재생되는 태블릿 PC 머리를 박고 있던 흑암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네가 강해진 속도는 내 예측조차 벗어날 정도다. 네 자신도 현재 네가 어느 수준인지 정확히 알지 못할 거다.
“음….”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무력은 날도 갈지 않는 뭉툭한 검일 뿐이다. 남은 시간 동안 네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 확실히 파악해 둬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백우진이 의자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의지를 담는 강기의 유지와 그 안에 여러 검술 묘리를 집어넣는 것을 연습해라.
“여러 묘리?”
-넌 그 두 가지를 한 번에 하지 못하고 있어.
백우진은 강기에 의지를 집어넣을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예전처럼 여러 검술의 묘리를 한 검에 넣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너라면 더 많은 묘리를 집어넣을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 숙련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
“알겠어.”
-만일 그게 가능해진다면 네 모든 검술이 지금의 검로와 맞먹을 위력을 가지게 될 거다. 검을 휘두르는 모든 순간에 집중해라.
“집중이라….”
흑암의 말에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태블릿 PC의 전원을 꺼버렸다.
-어? 왜! 왜 꺼!
“네가 말했잖아. 집중하라며. 드라마가 켜져 있으면 신경 사나워서 집중 못 하지.”
-이 자식….
흑암이 검날을 바르르 떨었다. 자신이 한 말이었기에 뭐라 대꾸할 수가 없었다.
-후회할 거다. 지옥 수련을 시켜주마.
흑암에게서 있지도 않은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련이 아니라, 익힌 무예들을 정리하라면서.”
-시끄러!
“딱히 상관없겠지.”
백우진이 씩 웃었다.
“지옥 수련이라는 거 해보자고.”
**
“여전하군.”
백천웅은 연무장에서 검을 휘두르는 백우진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사하라에 가서 암살자들과 보스 몬스터들을 잡고 돌아오자마자, 수련을 시작한 지 벌써 5일째다.
다른 사람들은 휴가 보내놓고 홀로 5일 동안 밤낮없이 수련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징그러운 녀석.”
“부가주님.”
백천웅은 대견한 미소를 지으며 검각 안으로 들어갔다. 막 수련을 끝낸 백우진이 땀을 닦으며 다가왔다.
“좀 더 쉬시지. 벌써 나오셨습니까?”
“그게 네가 할 소리냐?”
백천웅은 땀을 흘리고 있는 백우진을 보며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전 쉬는 것보다 수련이 더 편해서요.”
“그럼 오랜만에 한 판 어떻겠느냐.”
“대련 말씀이십니까?”
“그거 말고 또 뭐가 있겠어.”
“저야 감사하죠.”
백우진의 눈동자가 흥분으로 반짝였다. 예전에는 백천웅이 일방적으로 봐줬지만, 지금은 어떻게 됐을지 궁금했다.
“검도 가져오셨으니, 시작하죠.”
“바로 하자고?”
“쉰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해도 됩니다.”
“하여튼 거짓말은.”
백우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세 발 물러났다. 백천웅은 피식 웃으며 백우진과 똑같이 뒤로 세 발자국 걸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한다.”
두 사람은 딱 열 발자국의 거리를 두고 대련의 예를 취했다.
“그럼 먼저 가마!”
백천웅은 고개를 들어 올리자마자 땅을 박찼다. 정면으로 달리며 백우진의 정수리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쩌엉!
백우진은 암인검을 뽑아 올리며 백천웅의 검을 밀어냈다. 격한 쇳소리가 빈 연무장을 울렸다.
“전혀 봐줄 생각이 없으시네요.”
“지금의 널 봐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많을걸요?”
“겸손이 과하구나!”
두 사람이 나누는 다정한 대화와 달리, 두 사람의 검은 살벌할 정도로 서로의 급소를 노렸다.
쩡!
백천웅은 사선으로 내리긋는 백우진의 검로를 흘려낸 뒤 그의 명치를 향해 검을 내찔렀다.
챠아앙!
백우진은 철판교를 사용해서 백천웅의 검을 피한 후 역수로 잡은 암인검을 올려쳤다. 백천웅의 검이 사시나무라도 된 듯 바르르 떨렸다.
“크음!”
백천웅은 떨리는 검을 다잡으며 한층 속도를 높였다. 그의 검이 탄환처럼 뻗어 나왔다.
샤아악!
백우진은 뒤로 물러나면서 백천웅의 빛살 같은 공격을 피해낸 뒤 발을 딛는 반동을 이용해서 옆으로 회전해 백천웅의 사각에서 검을 내리쳤다.
캬아앙!
백천웅은 나뭇잎이 떨어지듯 부드럽게 발을 놀려 백우진의 검을 튕겨냈다.
쩡! 쩌정!
백천웅과 백우진은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근접거리에서 순식간에 100여 합을 부딪쳤다.
“역시!”
백천웅의 입가로 대견한 미소가 피어났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실력이다. 조금만 방심했다간 바로 패배로 이어질 지경이었다.
“제대로 시작해 보자!”
“좋습니다!”
두 사람의 검에 유형화된 강기가 타올랐다.
콰앙! 쿠우웅!
첫 번째 강기의 부딪침에 대련장의 중앙이 터져나갔다. 땅이 터지고, 강기의 폭풍이 솟구쳐도 두 사람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훨씬 편해졌어.’
백우진은 격한 싸움을 벌이며 미소를 지었다. 흑암과 함께 밤낮없이 수련했기 때문인지 검술에 확실한 체계가 잡힌 것 같았다.
‘지금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머릿속으로 그린 움직임과 검로가 그대로 손과 발을 통해 재연되었다.
-그럴 수밖에.
무인에게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딱히 오러가 강해지거나, 검술이 강해지진 않았지만, 백우진의 무력은 한층 더 성장한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나 참….”
백천웅이 혀를 내둘렀다. 20살에 강기, 그것도 이 정도 수준의 강기를 사용하는 놈이 있다는 게 대견하다 못해 경악스러웠다.
‘그렇다고 검술이 달리지도 않아.’
처음 강기를 사용하는 검사들에겐 강기에 먹히는 현상이 일어난다. 강기의 위력에 마음이 먹혀 검술이 단순해지고, 묘리를 풀지 못하는 현상인데, 백우진에겐 그게 없었다.
완숙한 강기에 적절한 묘리가 섞여 있었다. 정말이지 놀라운 녀석이었다.
자신이 20살짜리와 싸우는 건지 이미 50이 넘은 괴물과 싸우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래도….”
백천웅이 검을 다잡았다. 아직은 백우진에게 지고 싶지가 않았다. 녀석의 위를 지켜주는 우산이 되어주고 싶었다.
치이이잉!
백천웅의 검에서 짙은 청광이 솟구쳤다. 수십 년 만에 얻은 깨달음이 그의 검을 타고 겨울 꽃처럼 느릿하게 피어났다.
“깨달음을 얻으셨군요.”
“운이 좋았다.”
백천웅이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도 실력발휘 좀 하겠습니다.”
백우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암인검의 칼날에서 강렬한 의지가 담긴 강기가 솟구쳤다.
“대, 대체 어떻게!”
백천웅의 눈에 경악이 담겼다. 백우진이 벌써 강기지경 중급에 올랐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20살에 강기지경에 오른 게 아니었다. 이 녀석은 20살에 강기지경 중급에 올라와 버렸다. 놀라운 걸 넘어 정말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저도 운이 좋았습니다.”
“너란 녀석은 진짜….”
백천웅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당황과 경악 사이에 커다란 대견함과 감탄이 담겨있었다.
콰아아아아!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서로에게 검을 내리쳤다.
화아아악!
맞부딪친 두 강기가 동시에 사그라지는 빛 속에서 백천웅은 웃었다.
‘아쉽구만….’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서 백우진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이미 백우진은 자신에게 밀리지 않는 검사가 되어 돌아왔다.
“이 괴물 녀석!”
백천웅은 그 아쉬움을 한 마디 말로 대신했다.
**
“으….”
일본 오사카에서 활동하는 리언 길드의 마스터 오다 타이가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뭐, 뭐야 이건!”
턱이 덜덜 떨렸다. 둥근 공간 전체가 탁한 거울에 둘러싸여 있었고, 자신을 포함한 수십이 넘는 인간과 몬스터가 머리만 빼고 땅에 박혀 있었다.
“끄윽….”
오러를 써서 몸을 움직여보려 했지만, 약에 취한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오사카 외곽에서 발생한 던전에 가기 위해서 길드원과 함께 움직이던 것까지는 생각나지만, 그 이후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히나타! 토야!”
옆에서 기절한 다른 동료들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기절한 건지 전혀 미동이 없었다.
“정신력이 꽤나 좋은 아이구나.”
“허억!”
등 뒤에서 처음 듣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듣는 것만으로 등줄기에 오싹한 소름이 돋아 올랐다.
저벅.
가벼운 발걸음 소리와 함께 그의 앞으로 어떤 존재가 나타났다.
“아….”
옥빛 피부에 나선으로 꼬인 두 개의 뿔, 검은 눈, 소와 비슷한 꼬리가 달린 여성이었다.
“마, 마족!”
타이가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분명했다. 몸에서 어떠한 마기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외모는 확실히 마족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여긴 어디야!”
“오키나와란다.”
“오, 오키나와?”
자신이 있던 오사카와 오키나와는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마족이 이 인원들을 데리고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왜 우리가 여기에….”
“재밌는 걸 만들고 싶었거든.”
“뭐?”
“넌 우리가 어떻게 힘을 얻는지 알고 있나?”
“사, 사람들의 두려움을….”
타이가는 자신도 모르게 마족의 질문에 대답을 해버렸다.
“맞아. 우리들은 인간들의 마이너스 감정으로 힘을 얻을 수 있지.”
마족이 달콤한 목소리를 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재밌는 생각이 났어. 너희가 기도하고 모시는 신도 그런 식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 그게 무슨 개소리….”
“다행히 내 능력 하고 파장이 잘 맞더라고.”
여성이 긴 손가락으로 좌측을 가리켰다. 그 손가락을 따라서 시선을 올린 타이가가 입을 쩍 벌렸다.
“저, 저건!”
속이 비치는 거대한 알 속에 머리가 산발이 된 거대한 남자가 눈을 감고 있었다. 잠을 자는 것 같았는데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흉흉한 기운이 느껴졌다.
“내가 만드는 너희들의 신이다. 넌 영광스럽게도 네가 모시는 신의 제물이 되는 거지.”
“저, 정말 신을 만든다고?”
타이가는 다시 알 속에 담긴 남자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신체를 뒤덮은 두드러진 근육에 거친 기상이 새겨진 얼굴, 미역처럼 뻗친 긴 머리를 보자 누구나 아는 무신의 이름 하나가 생각났다.
“설마 스사….”
“거기까지.”
마족의 손짓에 타이가의 눈과 입이 막혔다.
“저 아이는 아직 이름이 불릴 때가 아니거든.”
“끄아아아악!”
마족이 손가락을 튕기자, 땅에서 검은 기운이 솟구쳐 타이가를 포함한 인간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쿠웅!
그 순간 남자가 들어 있는 알이 심장처럼 약동하며 크기를 키웠다.
“마족이 만드는 신이라….”
그 모습을 본 마족의 입가에 새빨간 미소가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