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신을 베다
프레이는 규키를 막아선 백우진의 오러를 보고 두 눈을 빛냈다.
“저놈이었군.”
칼리번의 마화를 베어낸 이후 검은 오러를 사용하는 흑발의 검사는 마족들 사이에서도 꽤나 유명했다.
“이름이 아마 백우진이었지….”
싸우는 모습을 보니, 그분이 조심하라며 말해주었던 저 인간의 이름도 생각났다.
‘들었던 것보다 더 강해졌어.’
백우진이 나서기 전까지는 그가 있다는 것조차 알 수 없었다. 무력 수위가 이전에 들었던 것보다 높아졌다는 뜻이었다.
“규키로는 안 되겠는데.”
프레이의 예상대로 규키는 그리 긴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백우진의 칼날 앞에 녹아버렸다.
“그래도 별 상관없지만.”
프레이가 손가락을 튕기자, 규키가 가지고 있던 마기가 땅을 타고 흘러와 스사노오가 잠들어 있는 알로 흡수되었다.
우우웅!
프레이는 스사노오의 알이 깨질 것처럼 팽창하는 것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쿠웅!
백우진이 벽을 뚫고 들어오려는 것 같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스사노오가 깨어나는 것이 먼저였다.
화아아!
프레이의 손을 따라 알을 휘돌던 마기가 스사노오의 콧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빠지직!
바로 그 순간 스사노오가 알을 터트리며 그 거대한 몸을 일으켰다. 두 다리로 선 스사노오의 몸을 따라 푸른 마기가 타올랐다.
“드디어….”
프레이가 황홀한 표정으로 손을 떨었다.
오우거보다 거대한 키와 갈기처럼 뻗은 머리카락 그리고 몸 전체를 덮은 푸른 기운은 신화에 나오는 스사노오를 그대로 닮아 있었다.
“넌 진정한 신이 될 거야.”
프레이가 스사노오에게 다가가서 손을 올리자, 그녀의 몸이 스사노오 속으로 흡수되었다. 그녀의 마기로 만든 존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콰아앙!
스사노오는 푸른 마기를 터트리며 천장을 뚫어버리고 바다 위로 솟구쳤다.
던전 입구에 있던 인간들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스사노오를 바라보았다.
‘딱 좋은 순간이야.’
프레이가 멍청한 표정의 인간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키나와에서는 스사노오의 전승이 굵직하게 내려오고 있었고, 스사노오라는 길드가 활약하고 있었다.
스사노오에 대한 공포와 경의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오키나와였기 때문에 이 땅에서 스사노오를 만든 것이다.
“스, 스사노오!”
“스사노오다!”
스사노오의 이름을 부르는 인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부름으로 스사노오가 이름을 얻고, 진정한 신이 되는데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
쿠구구구!
스사노오는 인간들에게서 퍼지는 공포와 경의를 마기로 바꾸어 자신의 기운과 신체를 성장시켰다.
‘저 인간들을 죽여라.’
프레이가 스사노오에게 첫 번째 명령을 내렸다.
스사노오가 인간들을 죽이는 순간 지독한 음의 기운이 생성되고, 그 음의 기운을 흡수함으로써 지금보다 훨씬 강한 마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야말로 끝도 없이 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치이이잉!
스사노오가 거검을 뽑아서 인간들을 내리쳤다.
프레이는 스사노오의 검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히죽 웃었다. 자신의 장난감이 진정한 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앙!
하지만 스사노오의 검이 중간에서 막혔다. 아니, 막힌 것으로 모자라 뒤로 튕겨 나가 버렸다.
어느새 나타난 백우진이 스사노오의 검을 걷어 내버린 것이다.
으드득!
프레이가 거칠게 이를 갈았다. 스사노오가 진정한 힘을 얻기 직전에 방해를 받았기에 극심한 분노가 솟구쳤다.
‘아니야. 아직은 괜찮아.’
마음을 다잡았다. 인간들에게서 나오는 공포와 경의가 스사노오의 힘이 되고 있었다. 이 기운을 이용해서 저 인간부터 죽이면 그만이다.
‘놈을 죽여!’
프레이가 스사노오에게 백우진을 죽이라는 지상명령을 내렸다.
**
“쯧.”
백우진이 스사노오를 보며 혀를 찼다.
-계속 강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공포를 먹고 힘을 키우는 거겠지.’
거짓된 신의 마기는 끝없이 커지고 있었다. 인간들의 몸에서 퍼지는 마이너스 감정을 먹고 마기를 키우는 게 분명했다.
‘마족은 저놈 안에 있어.’
백우진이 스사노오의 시꺼먼 눈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벽 뒤에서 느꼈던 마족의 기운은 저 괴물 안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도련님! 그게 스사노오입니다!”
“스사노오?”
백우진은 뒤에서 들린 김우혁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겁에 질려 몸을 떨고 있었지만, 의검대와 문주영은 의연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말씀드린 무신 스사노오가 바로 저놈이에요!”
“그랬군. 스사노오….”
백우진은 다시 거짓된 신을 보았다.
‘들었던 것과 비슷해.’
거인은 김우혁과 류헤이가 말했던 대로 미역 머리에 장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친 인상을 하고 있었다.
특히 가슴에 있는 폭풍과 해일의 문양은 스사노오 길드의 마크와 똑같았다.
쿠구구구!
스사노오의 몸에서 타오르는 푸른 마기가 더 거세게 치솟았다.
이곳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도 스사노오를 인식해서 놈의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이었다.
“멍청한 놈!”
백우진이 검을 들어 올릴 때 스사노오의 머리 쪽에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 따위가 신 앞에서 무얼 할 수 있다는 거냐!”
백우진은 여성의 목소리가 스사노오의 안에 있는 마족의 목소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미안하지만, 난 무교거든.”
백우진이 프레이를 비웃었다. 스사노오를 신이라 말해서 겁먹게 하려는 의도겠지만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저건 그저 마족의 장난감일 뿐이었다.
후우웅!
스사노오는 백우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거검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고, 백우진은 기다렸다는 듯 무령참을 내리그었다.
콰아아아앙!
두 검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바다가 움푹 파였다. 스사노오는 무령참의 기운을 이겨내지 못하고 크게 휘청였다.
빠지지직!
백우진은 스사노오의 균형이 무너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바로 뇌기를 운용해서 비뢰섬을 날렸다.
스무 줄기의 비뢰섬이 스사노오의 전신을 노렸지만, 푸른 폭풍이 일어나 대부분의 비뢰섬을 지워버렸다.
촤아악!
하지만 마지막에 곡선으로 날려 보낸 비뢰섬이 스사노오의 옆구리를 길쭉하게 베어냈다.
“어?”
-음….
하지만 백우진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굳어졌다.
‘재생….’
-초재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군.
스사노오의 옆구리에 생겼던 상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아물어버렸다. 마기의 힘으로 상처를 재생시킨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검운은 못 쓰겠군.
‘놈과 싸우면서 약점을 찾아야겠어.’
재생 능력이 있다면 함부로 힘을 낭비할 수가 없었다. 최대한 버티면서 놈의 약점을 찾아야 했다.
-검의 묘리를 섞어라.
‘묘리?’
-여기 오기 전에 수련했듯이 검강을 사용하면서 여러 개의 묘리를 담아봐라. 더 쉽게 버틸 수 있을 거다.
‘알겠어.’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싸우면서 수련을 하는 것은 그가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였다.
“크으….”
스사노오의 눈빛에서 서늘한 살기가 번들거렸다.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하등 한 존재에게 분노하는 것 같았다.
쿠구구구!
스사노오의 거검에서 어마어마한 마기가 솟구쳤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맹한 기운이었다.
“흐읍!”
백우진이 암인검에 오러를 전력으로 쏟아부었다. 강기가 피어오른 암인검의 검날이 스사노오의 검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커졌다.
콰아아아앙!
떨어지는 신의 검과 솟구치는 인간의 검이 두 번째로 맞부딪쳤다.
찌지지직!
이번에는 둘 다 밀려나지 않고, 중앙에서 거친 힘 싸움을 벌였다.
퍼어어엉!
거대한 힘의 격돌로 인해 사방으로 강기의 충격파가 뿌려졌다.
“크….”
백우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아까와 달랐다. 검을 겨룬 것만으로 뼈마디가 시릴 지경이었다.
후우웅!
스사노오는 그대로 백우진을 눌러 죽일 생각이었다. 흉흉한 마기를 불태우며 더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콰앙! 콰아앙!
백우진은 그 지독한 공격을 앞에 두고서도 물러나지 않았다.
쾌, 중, 뇌의 묘리를 담은 검으로 스사노오의 검을 쳐내고, 변, 풍, 유의 묘리를 담아 스사노오의 검을 흘렸으며, 패, 중, 정의 묘리를 담아 스사노오의 방어를 뚫어버렸다.
신과 인간은 서로를 베어내기 위해서 살기 가득한 검격을 수도 없이 주고받은 후 세 발씩 물러났다.
쿠쿠궁!
스사노오가 허공에 검을 긋자, 하늘과 바다가 열리며 폭풍과 해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수많은 해일과 폭풍들이 일어났고, 그들의 중심에 푸른 눈동자가 생겨났다.
스사노오가 자신의 이능을 사용해 해일과 폭풍의 괴수들을 소환한 것이다.
“그런 거라면 나도 있거든.”
[캬오오!] [크르르!] [크흥!]백우진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뒤에 있는 공간이 길쭉하게 갈라지며 이그니스, 레오, 크롬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부 조져버려!”
백우진은 설빙에서 내려서 크롬의 위로 올라갔다. 이그니스와 레오, 설빙은 스사노오가 만들어낸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설빙은 해일에서 만들어진 괴수들을 통째로 얼려버렸고, 레오는 폭풍의 괴수들의 바람이 아예 멈춰버렸으며, 이그니스는 보이는 모든 것을 흑염으로 지져버렸다.
콰아아아아!
스사노오가 끝없이 괴수들을 소환해도 사대정령들의 폭발적인 공격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사, 사대정령 전체가 최상급이라니!”
프레이의 입에서 경악성이 튀어나왔다. 저 인간이 정령을 다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최상급의 사대정령 모두를 다룬다는 정보는 듣지 못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인간들을 봐왔지만 저런 능력을 갖춘 놈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두 번째 능력을 개방해!’
프레이의 지시에 스사노오가 거검을 바다에 박아 넣었다. 그의 거검과 몸에서 이글거리는 마기가 천지를 뒤덮었다.
밤이 찾아온 것처럼 하늘이 새까맣게 변하고, 바다와 땅이 먹물을 탄 것처럼 검게 물들었다.
-별걸 다 하는군.
“음….”
백우진은 몸이 저절로 움츠러드는 것을 느꼈다. 스사노오가 펼치는 죽음의 기운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우우웅!
백우진이 전신에 스며드는 죽음의 기운을 지우기 위해서 단전의 오러를 극성으로 끌어올리며 두 개의 장신구를 사용했다.
화아아아!
시르콘의 성령팔찌에서 나온 백광이 그의 전신을 뒤덮고, 대지의 축복에서 퍼진 파마의 기운이 스사노오가 퍼뜨리는 죽음의 기운을 몰아냈다.
“크으….”
스사노오의 눈동자에 활화산 같은 분노가 치솟았다. 인간 따위가 자신의 이능을 버텨내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촤아아앙!
스사노오가 분노의 감정을 그대로 담아 검을 내리그었다.
검풍 만으로 바다가 찢겨질 거검 앞에서 백우진이 흑왕탄을 쏘아냈다.
콰아아아앙!
광대한 힘의 파동으로 둘 사이의 공간이 일그러졌다. 막상막하의 대결이었지만 백우진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놈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지랄 맞은 놈을 만들어냈어.
‘그러게 말이야.’
스사노오는 죽음의 기운을 퍼뜨려서 나오는 인간들의 공포를 먹어 마기를 키우고 있었다. 즉, 싸울수록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지.”
백우진이 이를 꽉 깨물며 전진했다.
**
“저, 저건 신이야. 왜 덤비는 거지?”
류헤이는 백우진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저건 일본의 신 중에서도 가장 격이 높은 무신 스사노오다.
존재감 하나로 숨을 멎게 만드는 신을 상대로 왜 덤비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인간은 신을 이길 수 없어. 거기다 저건 그 무신 스사노오라고!”
“신? 대체 어느 나라 신이 자신을 따르는 인간을 죽이려 한답니까!”
뒤에서 들린 거친 목소리에 류헤이가 고개를 돌렸다.
“당신들은 저 넘실거리는 마기를 보고도 신이라는 소리가 나옵니까!”
문주영이 이를 악물고 무릎을 세웠다. 저 괴물이 뿜어내는 마기 때문에 몸에 경련이 일었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신이 아니라면 저런 기운은….”
“그럼 당신들이 신이라 말하는 저 괴물과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싸우는 인간을 뭡니까! 저건 신이 아니에요! 그저 괴물일 뿐입니다!”
문주영이 비틀거리면서도 몸을 일으켰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백우진의 전투를 바라보았다.
“말 한번 잘했습니다. 문호위님!”
“그래. 저건 신이 아니지.”
“신은 무슨! 얼어 죽을!”
의검대는 스사노오에 대한 욕을 내뱉으며 한 명씩 일어섰다.
콰아앙!
그때 바다에서 날아온 백우진이 땅에 처박혔다.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바로 일어나서 입에서 맺힌 피를 뱉어냈다.
“신?”
백우진이 류헤이와 스사노오 길드원들을 비웃었다.
“댁들을 죽이려 한 괴물을 보고 신이라는 소리가 나오나?”
자연스레 나오는 하대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저건 마족이 만든 장난감이다. 너희들이 만드는 공포를 먹고 마기를 만드는 괴물일 뿐이다.”
백우진이 사대정령과 싸우는 스사노오를 가리켰다. 놈이 뿜어내는 기운은 아름다운 푸른빛이지만, 그 안에 담긴 건 사악한 마기 그 자체였다.
“너희들이 저걸 신이라고 생각할수록 저 괴물의 힘은 강해진다. 지금 막지 못한다면 이 땅은 멸망이야.”
“그, 그런….”
“으음….”
능력자들은 입술을 깨물며 스사노오를 보았다.
악귀 같은 표정으로 마기를 뿜어내는 모습은 백우진의 말대로 무신이 아니라 마족이나, 요괴처럼 보였다.
‘지금이군.’
백우진은 지금이 바로 이들을 각성시킬 때라는 것을 깨닫고, 이전에 얻었던 타이틀의 능력을 발동시켰다.
[레전더리 타이틀 가 발동됩니다.]백우진의 전신에서 푸른 서광이 치솟았다. 곧게 솟구치는 빛이 태양처럼 주변을 밝혔다.
능력자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스사노오가 만들어낸 공포가 씻은 듯 사라지고 가슴 깊은 곳에서 웅심이 끓어올랐다.
“나라면 인간을 죽이려는 신 따위는 모시지 않아. 신이랍시고 까부는 순간 뒤통수를 깨부술 거다.”
백우진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스사노오를 향해 돌진했다. 강맹한 스사노오의 검격에 물러서지 않고 검을 맞부딪쳤다.
“신….”
류헤이가 손을 떨며 자신의 가슴에 달린 스사노오의 마크를 보았다.
자신들이 믿는 스사노오는 공정한 무신이었다. 백우진의 말대로 사람을 거리낌 없이 죽이고, 마기를 뿌리는 파괴의 신이 아니었다.
찌이익!
류헤이는 입술을 꽉 깨물며 자신의 가슴에 달린 스사노오 마크를 찢어버렸다.
“류헤이님!”
“저분의 말이 맞다. 우리가 모시는 신은 저게 아니야. 저건 우리의 신이 아니라, 마족의 주구일 뿐이다!”
“….”
류헤이의 말을 들은 스사노오 길드원들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결심을 굳힌 듯 하나하나 자신의 마크들을 떼고 일어섰다.
**
‘뭐, 뭐야!’
프레이가 눈을 부릅떴다. 계속해서 상승하던 스사노오의 마기가 멎기 시작했다.
‘설마….’
인간들을 보았다. 그들의 눈동자엔 더 이상 스사노오에 대한 공포와 경의가 보이지 않았다.
스사노오를 신이라 생각하지도 않고, 공포를 느끼지도 않는 것이다.
“말도 안 돼!”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이 땅에서 스사노오는 최고의 신이다. 거기다 죽음의 기운까지 뿌렸는데 어떻게 저런 반응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당장 이놈부터 죽여!”
이대로라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된다. 당장 백우진을 죽여야 했다.
“쿠오오오!”
스사노오가 하늘을 올려보며 포효를 내지르며, 그간 모았던 마기를 일시에 개방했다.
콰아아아아!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푸른 마기가 스사노오의 전신을 갑옷처럼 뒤덮었다.
콰아아앙!
스사노오가 2배로 거대해진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대기와 바다가 동시에 찢겨나갈 파괴력이 담긴 검격이었다.
콰아아앙!
백우진이 극성의 오러를 운용했음에도 거침없이 밀렸다. 다만 그의 표정은 조금도 굳어있지 않았다.
오히려 마기가 파도처럼 출렁이는 스사노오의 코앞까지 파고들어 검을 휘둘렀다.
치리리링!
세 개의 묘리를 넘어, 일 검에 네 개의 묘리를 집어넣었다.
스사노오가 싸움을 통해 마기를 상승키셨다면 백우진은 전투를 통해 검술을 성장시켰다.
“이제야 알겠어.”
백우진이 검을 털며 웃었다. 흑암이 말했던 검 하나에 여러 개의 묘리를 넣는 것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모조리 지워버려!”
프레이의 찢어지는 비명에 스사노오가 검을 들어 올렸다. 거검에서 휘몰아치는 마기에 파천의 기운이 담겼다.
콰아아아아!
스사노오가 그대로 검을 내리쳤다. 검에서 퍼지는 푸른 마기가 하늘과 땅을 뒤덮었다.
백우진의 눈에 기광이 번쩍였다.
마나의 흐름과 마기의 흐름이 눈에 잡혔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수련해왔던 검의 묘리들이 오러의 흐름을 따라 절로 일어났다.
[쾌, 뇌, 정, 예, 패, 와의 격(格)을 담은 검로 신살(神殺)이 생성되었습니다.]밤하늘을 가르는 달빛처럼 암인검을 휘감은 오러가 찬란한 빛을 발했다.
죽음의 냄새가 느껴지는 순간 코앞까지 다가온 푸른 마기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칠흑의 어둠이 거짓된 푸른빛을 가르고 천지를 찢어발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