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시험의 탑 (2)
마법진에서 걸어 나오는 능력자는 백우진이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적연화.”
여자치고는 큰 키에, 짧게 묶은 머리, 얇은 무복과 붉은 건틀릿을 착용한 여성 무인은 적연화밖에 없었다.
“여기서 만나는군요.”
나름 놀란 백우진과 달리, 적연화의 눈빛은 덤덤했다.
“시험을 첫 번째로 통과했다는 메시지는 봤어요. 축하해요.”
적연화는 느릿한 걸음으로 백우진의 앞으로 다가갔다.
“고작 첫 번째 시험을 빨리 통과했을 뿐이야. 축하할 것도 없어.”
백우진은 적연화와 대화를 나누며 그녀가 변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음….’
적연화는 평소 자신을 볼 때 항상 눈동자를 떨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의 눈빛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거기다 그녀의 무력 역시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받아들인 모양이군.
‘받아들였다고?’
-네 무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널 먼저 보내기로 결정한 거다.
흑암이 작은 감탄을 터트리며 적연화를 보았다.
-따라잡을 수 없는 천재는 상대하지 말고, 먼저 보내라는 말이 있다. 저 녀석은 그걸 받아들이고 새로운 경지에 오른 모양이야.
천재와 범인의 보폭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뜻의 조언이지만,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특히 적연화처럼 훌륭한 가문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 조언을 받아들이는 건 더더욱 쉽지 않다. 감탄이 나오는 정신이었다.
-물론 그것만은 아닌 것 같지만….
흑암은 뚱한 목소리를 흘리며 백우진을 보았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흑암의 말대로 적연화는 마음속 깊이 박혀 있던 자신에 대한 심마를 극복해낸 것 같았다.
“깨달음을 얻은 모양이네. 축하해.”
“당신 덕분이에요.”
적연화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방금 한 말은 그저 예의상 한 말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백우진에게 고마웠다.
패력적가라는 최강의 가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숨 쉬는 것처럼 권을 익혀왔다.
왜 강해져야 하는지에 대한 진중한 이유도 없었다. 그저 적가의 직계였기 때문에 강해져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내가 최고라고 생각했어.’
뛰어난 재능을 가졌고, 최강이라 할 수 있는 무예를 익혔기에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남들에겐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그때 백우진을 처음 만났다.
그 당시의 백우진은 분명 자신보다 약했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게 내기를 걸어서 자신을 꺾었다.
‘그게 첫 패배였지.’
비슷한 또래에게 겪은 첫 패배였다. 집에 돌아갔을 때부터 백우진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끝없이 생각났다.
그때부터 백우진을 이기기 위해서 그를 쫓아다녔고, 정보를 모으며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했다.
‘하지만 또 이기지 못했어.’
다시 한번 백우진에게 도전했지만 이기기는커녕 오히려 목숨의 빚을 져버렸다.
그 이후로 백우진의 무력을 따라잡으려는 의지와 함께 그에 대한 호감도 동시에 커져갔다.
백우진에 대한 호감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전방에서 돌아와서 백가의 가주와 검을 맞댔을 때 확실하게 깨달았다.
백우진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과 그에 대한 마음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것을.
‘그 마음이 중요했지.’
적연화가 개화한 꽃처럼 환한 미소를 피워냈다.
그 두 가지를 받아들이고 나서부터 자신의 막을 막고 있던 무예의 벽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새로운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자신이 지금의 경지에 오른 것은 정말 백우진 덕분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어중간한 경지에서 자신이 최고라 생각하며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을 것이다.
“나 때문이라….”
백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우우웅!
두 사람의 대화가 멈췄을 때 백우진에게는 왼쪽, 적연화에게는 오른쪽인 벽에서 시험의 내용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험의 내용은 백우진이 예상했던 대로 대련이었다.
“역시 대련이군요.”
적연화는 한 발 뒤로 물러나며 자세를 잡았다. 백우진을 앞에 두고서도 조금도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싸울 거야?”
“물론이죠.”
적연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대련이지만 봐주지 말고 제대로 해주세요.”
“걱정 마. 그런 생각 조금도 없으니까.”
“고마워요.”
적연화가 고개를 숙인 뒤 심장을 휘도는 오러를 모조리 끌어올렸다. 그녀의 충만한 오러가 붉은 건틀릿을 휘감았다.
대련 시작 메시지가 나타나자마자 적연화가 땅을 박찼다. 몸이 두 개로 보이는 것 같은 빠른 보법을 밟으며 백우진의 좌측으로 짓쳐 들어 주먹을 뻗어냈다.
우우웅!
적연화가 쏘아내는 권격이 유성처럼 뿜어지는 순간 백우진이 부드럽게 몸을 돌렸다.
터어엉!
백우진은 암인검을 얇게 올려쳐서 적연화의 권격을 끊어냈다.
“윽!”
적연화의 입술을 비집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백우진의 검에 담긴 힘이 너무 강렬했기에 주먹만이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이 무너졌다.
퍼어억!
백우진은 적연화의 무너진 균형을 놓치지 않고, 왼 주먹으로 그녀의 복부를 가격했다.
“커헉!”
적연화가 벽으로 거칠게 튕겨 나갔다. 바로 몸을 일으켰지만, 이미 백우진의 검이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적연화가 각성을 해서 새로운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지금 백우진의 경지는 그녀가 범접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 있었다.
“하아, 졌어요.”
적연화가 반격을 포기하고 손을 내리며 패배를 인정했다. 방에서 하얀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정말 조금도 안 봐주시네요.”
“네가 봐주지 말라고 했잖아.”
백우진이 검을 거두며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봐줬으면 오히려 화냈겠지.”
“잘 아시네요.”
적연화는 백우진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녀가 일어나자마자 벽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좋겠네요. 두 번째 시험도 첫 번째로 통과하고.”
“별로.”
백우진이 손을 저었다. 저건 별 의미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탑의 최상층에 가장 먼저 오르는 일이다.
“차이가 날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줄은 몰랐어요.”
적연화가 허탈한 듯 웃었다. 백우진이 강하다는 건 알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차이가 컸다.
다만 씁쓸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이미 백우진이라는 사람의 능력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인 상태였다.
우우웅!
방이 다시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적연화는 탑 밖으로, 백우진은 세 번째 시험으로 가는 것이다.
“탑에서 나오면….”
“응?
“밥이나 같이 먹어요.”
“….”
적연화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백우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중에 봐요.”
나타날 때처럼 하얀빛과 함께 적연화가 사라졌다.
-예전보다 훨씬 매력적인데?
흑암은 마음에 든다는 듯 검날을 끄덕였다.
-야. 나는 찬성이다.
“넌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어.”
백우진이 손을 저음과 동시에 그의 몸에서도 하얀빛이 터져 나오며, 세 번째 시험 장소로 이동되었다.
“숲?”
세 번째 시험 장소는 어딘지 모르는 숲속이었다. 두꺼운 수풀이 사방으로 펼쳐졌고, 높은 나무가 하늘까지 솟구쳐 있었다.
“음….”
몬스터나 적이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백우진의 표정은 굳은 채로 풀리지 않았다.
“실제 숲이 아니야.”
-그래. 진과 결계를 이용해서 만든 환상이다.
실제 숲처럼 보이고, 바람과 숲의 내음도 느껴졌지만, 이 숲은 진짜가 아니었다. 진과 결계로 만든 환상이었다.
쿠구구구구!
백우진과 흑암의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높은 나무 위로 거대한 해일이 일어났다.
콰아아아!
해일은 살아 있는 생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백우진을 향해 쏟아졌다.
“저곳인가.”
백우진은 자신을 노리는 해일을 보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숲을 바라보며 오른 다리를 들어 올려 땅을 굴렀다.
쿠와아앙!
부드러운 흙바닥이 아니라, 두껍고 단단한 대지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대지가 거미줄처럼 쩍쩍 갈라졌다.
캬아아앙!
숲의 환상이 공 맞은 유리창처럼 깨져나가고, 20평도 되지 않는 작은 방이 눈앞에 나타났다. 방의 바닥은 철거 중인 건물처럼 폭삭 무너져 있었다.
우웅!
이걸로 시험을 통과했는지 방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간단하구만.”
-하, 진짜….
흑암은 한숨을 내쉬며 검날을 저었다. 백우진은 사기 특성 결계역장을 이용해서 결계의 틈을 파악하고 그곳을 검제군림보로 부숴버린 것이다.
환상진과 결계를 이리 쉽게 부수다니,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결계의 보호 능력과 환상을 무시하는 특성이라니, 이게 말이 되냐고!
**
“후우….”
탑 밖으로 나온 적연화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 생각보다 실력 차이가 훨씬 컸어.’
벽을 깬 덕분에 약간의 자신감을 얻었지만, 백우진의 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자신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있음에도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백우진은 백우진이고, 자신은 자신이다. 늦더라도 스스로의 길을 걷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우웅!
적연화가 가문으로 돌아가려 할 때 탑의 벽면으로 글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백우진이 세 번째 시험을 통과했다는 내용이었다.
“어…?”
적연화가 넋이 나간 것처럼 입을 벌렸다.
“세, 세 번째?”
자신이 탑에서 나온 시간은 5분도 되지 않았다. 백우진은 그사이에 탑의 세 번째 시험을 통과한 것이다. 그것도 첫 번째로.
탑 내부와 외부의 시간 차이가 있다고 해도 이 정도면 세 번째 시험을 바로 깬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저, 저거 실화야? 방금 두 번째 깼다고 나왔잖아. 근데 바로 세 번째 시험을 통과했다고? 저게 말이 돼?
“압도적이네. 시험 3개 다 첫 번째로 통과잖아.”
“탑에 광룡도 들어갔잖아! 그보다 백우진이 먼저라고?”
“이젠 정말 신검백가의 세상인가보다.”
탑 주변에 모인 능력자들은 백우진이 세 번째 시험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는 글씨를 보고 얼이 빠진 것처럼 멍한 표정의 되었다.
광룡이나, 다른 괴물들이 저 안에 있음에도 단 한 번도 백우진을 제치지 못했다. 압도적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과, 광룡이 들어갔다고?”
적연화가 황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광룡은 한참 전에 경지에 오른 초고수다. 아무리 백우진이라고 해도 광룡을 꺾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리 그 사람이라고 해도….”
적연화가 백우진을 걱정할 때 탑 위로 새로운 메시지가 올라왔다.
“걱정할 필요 없겠는데….”
**
백우진은 손쉽게 다섯 번째 시험까지 통과했다.
여섯 번째 시험의 방에 들어오니, 반대편에 마법진이 보였다. 이번에도 다른 사람과 대련을 하라는 것 같았다.
-뭔 시험이 이따위냐?
“왜?”
-처음엔 불, 그다음엔 결계, 얼음이었잖아! 전부 네놈에게 아무런 영향도 없는 것들!
흑암의 불평은 당연한 일이니 마찬가지였다. 시험은 어려웠지만 모두 백우진에게는 별 영향이 없는 것들이었다. 사실 치트키를 사용해서 시험을 보는 것과 거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번엔 대련이잖아.”
-또 네놈하고 비교도 할 수 없는 놈이 나올 텐데, 그게 무슨 의미냐….
“뭐, 그건 그렇지.”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흑암의 말대로 솔직히 시험이 쉽긴 쉬웠다. 아무래도 광룡을 만나지 않는 이상 어려운 상대는 없을 것 같았다.
“광룡은 일부러 천천히….”
백우진이 광룡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마법진에서 하얀빛이 터지며 대련 상대가 나타났다.
“드디어 만났군.”
마법진에서 내부에서 건들건들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히죽이며 왼쪽 어깨에 걸친 황금색 봉을 오른쪽 어깨 위로 올렸다.
“혼원.”
백우진은 황금색 봉을 보자마자, 상대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대연문에서 만났었던 건방진 원숭이 혼원이었다.
“너도 탑에 들어왔군.”
“너 때문이다.”
혼원은 뼈를 짓이기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마법진에서 내려왔다.
“나 때문이라고?”
“네 놈이 탑에 들어갔다는 정보를 듣고 따라 들어온 거다. 그때의 빚을 갚기 위해서!”
혼원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진심이었다. 자신이 이 탑에 들어온 것은 백우진과 만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때의 빚을 갚겠다고? 힘들 텐데.”
“힘들다고?”
혼원은 킬킬 웃으며 어깨에 걸친 봉을 백우진에게 겨누었다.
치이이잉!
각이진 황금 여의봉에서 유형화된 오러가 불쑥 튀어나왔다. 강기였다. 그것도 검강보다 만들기 어렵다는 봉강이었다.
“강기인가….”
“네놈만 강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여기지 마라.”
혼원이 강기가 둘린 봉을 휘돌렸다. 강렬한 풍압이 시험장 전체를 들썩였다.
-네 말대로 천재는 천재로군.
‘재능도 재능이지만 다른 것도 있어.’
백우진은 혼원의 전신을 살피며 눈을 빛냈다. 못 보던 황금색과 보라색이 섞인 고대의 갑주에 손목과 머리에 청색 장신구를 착용했다.
아이템들에서 진중한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다. 혼원은 수련만이 아니라, 최상급 아이템까지 동원해서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뭐?”
“내게 그런 굴욕을 안겨준 놈은 네가 처음이었다. 확실하게 갚아주마.”
“해봐.”
백우진이 여유롭게 웃으며 왼발을 앞으로 뻗었다.
“할 수 있다면.”
“크윽….”
혼원이 이를 악물었다. 저 표정이다. 저놈에게 패한 날부터 지금까지 저 표정이 매일같이 꿈에 나타났다.
‘오늘로 끝이다.’
사부님의 지옥훈련을 소화하고, 그동안 먹지 않고 쌓아두었던 영약을 복용했으며, 대연 보고에 있던 아이템들마저 착용했다.
이 모든 것은 백우진 때문이었다. 저 더럽고 치사한 놈을 꺾어버리기 위해서 고고한 자존심마저 버린 것이다.
“협제? 아주 지랄 같은 칭호다. 다시는 그런 칭호를 입에 담을 수도 없게 철저하게 짓밟아주마!”
강기를 익힌 것만이 아니라, 분신도 새로운 경지에 올랐다. 백우진에게 패배할 가능성은 조금도 없었다.
쿠웅!
혼원이 여의봉을 땅에 박아놓고 양손을 모았다.
우우우웅!
혼원의 모습이 흐릿하게 변하더니, 그의 몸이 2개로 늘어났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기 위해서 분신을 사용한 것이다.
“시간 따위 주지 않겠다.”
지난번에는 백우진을 우습게 봤다가 당했다. 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전력이었다.
치이이잉!
혼원만이 아니라, 그가 만든 분신의 여의봉에서도 진한 강기가 솟구쳐 올랐다.
“천명파상격!”
“천령파뢰격!”
두 혼원의 움직임은 달랐다.
쿠구구구!
좌측의 혼원이 거대한 봉을 하늘에서 내려찍었고, 우측의 혼원이 창날처럼 튀어나온 봉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콰아아아!
살기로 점철된 강력한 강기의 파동이 시험의 방 전체를 뒤흔들었다.
-네 녀석하고 똑같군.
“그러게 말이야.”
백우진은 혼원이 사용한 절기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 녀석은 이전의 자신과 같았다. 강기의 위력에 생각이 꽉 막힌 상태였다.
“강기라고 무적은 아니거든.”
백우진이 자세를 낮췄다. 하늘과 땅을 가르는 두 개의 봉이 이빨처럼 맞물리기 직전 암인검을 뽑았다.
치이이이잉!
파멸적인 기운을 가지고 뻗어 가나는 흑왕탄이 두 개의 여의봉과 마주쳤다.
콰아아아앙!
세상을 뒤엎을 충격파가 사위를 휩쓸었다. 시험 장소의 벽과 바닥이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내가 이겼다!”
혼원이 히죽이며 웃었다. 백우진의 강기는 자신보다 훨씬 작고 얇았다. 3살배기 어린아이가 봐도 승자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어…?”
자신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던 혼원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백우진의 검에 휘감긴 작은 강기가 자신의 강기를 가르고 있었다.
“이 무슨!”
심장의 오러를 모조리 쏟아부었음에도 백우진의 강기를 이겨낼 수 없었다. 놈의 강기 앞에서 자신의 강기는 안개처럼 흩어져 내렸다.
‘서, 설마 저거….’
사부에게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강기지경의 중급에 오르면 강기에 의지를 담아 하급의 강기를 베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벌써 중급에!”
“미안하지만….”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암인검을 세차게 그어냈다.
“난 한 번 이긴 놈에게는 절대 안 져.”
하늘이 찢기는 절삭음이 공간 전체를 휘감았다. 혼원의 강기가 녹아내리고, 그의 여의봉이 반으로 갈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