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시험의 탑 (3)
강기를 두른 흑왕탄의 검격은 여의봉을 가르고도 모자라, 좌측에 있던 혼원의 분신마저 베어버렸다.
“크허억!”
혼원은 피를 토하며 황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그의 눈동자는 경악과 충격으로 찢어질 듯 벌어져 있었다.
“어, 어떻게….”
20살에 강기지경의 중급이라니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다. 현실이 아니라 소설에나 나올법한 수준이었다.
“어떻게 긴 뭘 어떻게야.”
백우진은 암인검을 털어내며 혼원을 향해 다가갔다.
“네가 자신하는 무의 재능이 내 검보다 약한 거지.”
“으으….”
혼원이 이를 바드득 갈면서 부러진 여의봉으로 손을 뻗었다. 여의봉은 끈이 달린 것처럼 혼원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거짓이다! 믿을 수 없어!”
혼원이 쪼개진 봉을 붙이자, 여의봉이 원상태로 돌아갔다. 길이도 늘어나고, 부러진 부분이 붙는 것을 보면 역시나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
“머리 나쁜 것들은 꼭 두 번 겪어봐야 알더라고.”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닥쳐라!”
혼원은 도발을 참지 못하고 백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눈동자엔 더 이상 여유가 없었다. 불신과 분노로 짙게 물들어 있었다.
후우웅!
혼원은 번갯불 튀기듯이 좌측에서 나타나, 백우진의 머리를 향해 여의봉을 내리쳤다. 떨어져 내리는 여의봉은 분신을 사용한 것처럼 여섯 개로 늘어났다.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거든.”
백우진이 몸을 돌리며 암인검을 사선으로 올려 그었다. 암인검은 위로 솟구치면서 시꺼먼 검의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특성 검희가 만드는 검영(劍影)이었다.
치이이잉!
여의봉의 분신과 검의 그림자가 마주쳤다. 여의봉의 분신들은 촛불이 꺼지듯이 훅 사라졌지만, 검영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크윽!”
“어딜 가려고.”
혼원이 당황한 표정으로 한 발 뒤로 물러나려 할 때 등 뒤에서 백우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억!”
기겁하며 방향을 바꾸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뻐어억!
강렬한 충격이 혼원의 뒤통수에 작렬했다. 그는 비명도 채 지르지 못하고 짱짱한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처음 봤을 때부터 그 건들거리는 얼굴과 말투가 마음에 안 들었어.”
백우진이 혼원의 뒤통수를 후려친 손맛을 느끼며 씩 웃었다. 대연문에서 만났을 때부터 이 녀석의 뒤통수를 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역시 이 맛이라니까.”
기다림이 길었기 때문인지 혼원의 뒤통수를 후려친 감각은 평소보다 훨씬 시원했다.
“크으윽!”
혼원은 피가 흘러내리는 뒤통수를 부여잡고 뒤로 훌쩍 물러났다.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백우진을 노려보다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까득.
혼원은 품에서 꺼낸 것은 금색 단약이었다. 그는 그 단약을 망설임 없이 입에 넣고 씹었다.
콰아아아!
혼원은 병에 걸린 사람처럼 전신을 떨기 시작했다. 그 떨림과 함께 혼원이 가진 오러가 태양처럼 폭발했다.
“죽어!”
혼원이 풍차처럼 휘돌리는 여의봉에서 거대한 강기가 일어났다. 제천대성의 여의봉이라도 되는 듯 처음보다 훨씬 커진 여의봉으로 백우진을 내리찍었다.
쿠구구구!
여의봉에는 강기만이 아니라, 회전과 쾌, 변, 환, 강의 묘리가 담겨 있었다. 혼원신주의 절기 파천여의격이다.
“실수했군.”
“이미 늦었다!”
“아니, 나 말고, 너 말이야.”
백우진은 천계의 장수가 봉을 내려치는 듯한 파천여의격의 압력을 견디며 암인검을 세웠다.
치이이잉!
파천여의격이 코앞에 온 순간 암인검에서 새하얀 빛이 솟구쳤다. 상대의 절기를 깨부수는 반격의 검로 광호섬의 발동이었다.
촤아아악!
의지가 담긴 광호섬의 칼날은 고작 두 번 본 파천여의격의 궤도를 꺾어버리고, 봉 뒤에 숨은 혼원의 가슴을 거칠게 베어냈다.
“크허헉!”
혼원이 벽으로 튕겨나가며 검은 피를 내뿜었다.
“끄으윽….”
혼원은 비틀거리며 일어서려다 뒤로 넘어갔다. 그의 가슴에서 살벌한 양의 피가 쏟아져 나왔다.
“네, 네놈….”
“먼저 살기를 보인 건 너다.”
혼원의 목에 검을 겨눈 백우진의 눈은 차가웠다. 상대를 죽이겠다는 살기를 보인 건 혼원이 먼저였다. 조금의 동정심도 들지 않았다.
“내, 내가 지더라도 어, 어차피 네 놈은 이곳에서 죽게 될 거다.”
“뭐?”
“이 탑에는 과, 광룡이 와있다. 넌 그를 이기지 못… 해.”
혼원은 이죽이며 말을 이었다.
“그, 그자는 대연문의 무의 화신이다. 네놈의 나, 나이와 무력 수준으론 절대 무리다….”
“그거야 해봐야 알 수 있는 일이지.”
백우진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혼원의 말대로 광룡에게 패할 수도 있지만 그건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다. 벌써부터 패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었다.
“아….”
혼원은 고개를 들어 백우진의 눈을 올려보았다. 그 눈을 보자, 백우진과 자신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
‘그거였나….’
자신은 광룡과의 무력 차이를 그저 나이 차이라고 받아들였다. 나이를 먹게 되면 따라잡을 수 있다 생각하고 도전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백우진은 달랐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싸우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자신 보고 부하를 구하기 위해서 신검백가로 쳐들어가라 했다면 절대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도 백우진은 자신과 달랐다.
대연문에서 싸울 때 비슷했던 무력 차이가 이렇게 차이가 벌어진 이유는 바로 의지와 집념의 차이였다.
“그, 그랬군. 넌 그런 놈… 이었어. 내, 내가….”
혼원은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조소를 머금으며 숨이 끊어졌다. 그 조소는 백우진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조소였다.
-얘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간 거 같은데?
“뭐가?”
-이 원숭이 널 굉장히 높게 본 것 같다. 넌 그냥 운빨 검사일 뿐인데.
“하아, 너란 놈은 진짜….”
백우진은 한숨을 내쉬고서, 방의 중앙에 나타난 빛으로 들어갔다.
“연속으로 대련이라고?”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빛이 사라지고 나타난 장소는 여섯 번째 방과 똑같았다. 일곱 번째 시험 장소 역시 대련을 위한 곳이었다.
“시험이 대체 어떻게 결정되는 거지?”
전생에서 듣기로는 사대속성이나, 함정, 결계의 시험이 다수라고 하던데 지금 자신은 대련이 더 많았다.
치이잉!
백우진이 시험에 대해 생각하며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렸을 때 반대편 마법진에서 빛이 솟구쳤다.
-어? 저건….
“허?”
백우진은 빛 속에서 걸어 나온 남자를 보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동창회야?”
**
“크하하하!”
정근호가 양손을 들어 올리며 환희로 가득 찬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눈앞에서 거대한 진법이 폭삭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내가 여섯 번째 시험을 통과하다니….”
처음에 저 자연 진법을 봤을 때는 암울했지만 윤우민에게 배운 진법을 비트는 기예 덕분에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래. 이게 정근호지. 정령계의 신성, 정령계의 왕자. 정근호!”
정근호가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잊고 있던 감각이 돌아왔다. 윤우민에게 재능을 인정받고, 자존감이 넘치던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이러다가 내가 이 탑을 정복하는 거 아니야?”
윤우민의 지시로 들어온 시험의 탑이었기에 별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이 탑 공략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물론 백우진이 계속해서 1등을 찍고 있긴 하지만 미래는 모르는 것이다. 그 녀석이 떨어지고 자신이 열 번째 시험을 통과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우우웅!
일곱 번째 시험으로 향하는 마법진이 열렸다. 정근호는 10분 정도 쉬면서 호흡을 고르다가 마법진 위로 올라갔다. 몸이 붕 뜨는 감각과 함께 새로운 장소에 도착했다.
“음?”
도착한 장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곳이었다. 앞에 얼굴을 알 수 없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딱 보니까 싸우라는 거구만.’
정근호가 입꼬리를 씰룩 올렸다. 사실 대련에는 꽤나 자신이 있었다.
윤우민과의 대련으로 실력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전방에서 상급정령과 계약하는 기연을 얻었기 때문이다.
탁.
정근호는 거만한 걸음걸이로 마법진에서 내려와서 상대를 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아….”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놈이었다. 남들은 영웅이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뒤통수에 미친 뒤통수 변태 놈이 눈앞에 있었다.
처억!
정근호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바로 입을 열었다.
“기권하겠습니다!”
백우진의 눈을 보자마자 흘러넘치던 자신감과 자존감이 순식간에 바닥을 쳤다. 뒤통수를 후려 맞기 전에 빠르게 기권해야 했다.
-푸하하하!
“엉?”
흑암은 폭소했고, 백우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기권?”
정근호가 이곳에 나타난 것도 신기했지만, 나오자마자 기권이라는 말을 뱉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너 뭐냐?”
“저, 정근호.”
“아니, 왜 여기 있냐고.”
“스, 스승님이 한번 가보라고 하셔서….”
정근호는 고장이 난 장난감처럼 삐걱거리며 대답했다.
“그런데 그냥 기권하겠다고? 너 나한테 라이벌이라고 했잖아. 이렇게 된 거 오랜만에 한 판….”
“아, 아니야. 진짜 괜찮아! 기권! 야, 이 새끼들아! 기권하겠다고!”
백우진은 호의를 가지고 대련을 하려 했다. 하지만 정근호는 맹렬하게 고개를 저으며 기권을 울부짖었다.
‘빨리! 제발!’
사실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약간의 자신감이 있었지만, 백우진의 눈을 보자마자 뒤통수가 아려오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좁은 공간에 백우진과 둘이 있다는 것 자체로 식은땀이 나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새로운 정령도 저 괴물 앞에서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우우웅!
정근호의 몸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탑이 그를 내보내기 위해서 준비하는 것이다.
“추, 축하해! 꼭 탑을 정복하고 나와! 하하!”
정근호는 다시없을 밝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화아악!
빛이 그치고, 정근호가 눈을 떴다. 거대한 시험의 탑이 보였다. 기권이 받아들여져서 탑 밖으로 퇴출당한 것이다.
“하아….”
정근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쪽이 튀어나온 뒤통수를 쓸어내렸다.
“좆 될 뻔 했네.”
**
백우진은 여덟 번째 시험이었던 폭풍지대를 통과하고 아홉 번째 시험 장소에 도착했다.
“여긴 또 뭐지?”
이번 시험 장소는 이전까지와 확연히 달랐다. 검은빛을 내뿜는 마법진 위에 올라가 있었고, 앞에는 사람 두 명이 지나갈 만한 좁은 통로가 보였다.
통로를 포함한 공간 전체는 껌껌했다. 마법진에서 나오는 옅은 검은빛이 아니라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여길 지나가라는… 어?”
통로를 살펴보던 백우진이 기겁하며 손가락을 떨었다.
-허억!
“버, 벌레?”
벽과 바닥 천장을 검게 물들이고 있는 건 시꺼먼 벌레들이었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벌레들이 통로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저게 다 벌레였어!”
-우에엑….
벌레들의 종류도 다양했다. 거미나 개미는 귀여워 보일 정도로 기이한 형태의 벌레들이 사방에서 꿈틀거렸다.
메시지가 나옴과 동시에 백우진을 감싼 검은 마법진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벌레도 그냥 벌레가 아니었다. 벽과 바닥, 천장을 꽉 매운 벌레들은 모두 독을 가지고 있는 독충들이었다.
아홉 번째 시험은 독충으로 꽉 찬 통로를 아주 천천히 움직여서 독충들이 공격하지 않게 한 뒤 통과하는 시험이었다.
스으으윽.
마법진이 사라져가면서 기다란 검은 지네가 땅을 스치는 감각이 느껴졌다.
부우우웅!
그것만이 아니다. 드론 소리와 함께 검은 말벌과 파리 같은 날벌레들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똥 밟았구나!
흑암은 즐겁다는 듯 킥킥거렸다. 백우진이 벌레들에게 고통받을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짜릿해졌다.
“내가 왜?”
-못 봤냐? 저길 통과하려면 벌레들이 몸에 붙는 것을 견디면서 걸어가야 한다고! 아무리 천독불침….
“그럴 필요 없는데.”
백우진이 손가락을 튕겼다. 마법진이 사라짐과 동시에 대형견 정도 크기의 이그니스가 나타났다.
“모조리 태우면 그만이잖아.”
백우진의 손짓과 함께 이그니스가 겁화를 쏘아냈다.
콰아아아아!
겁화의 불꽃이 동심원을 그리며 통로로 퍼져나갔다.
부르르르!
뒤쪽에 있던 날벌레들이 백우진을 향해 날아들었지만, 이그니스의 불꽃을 피할 수는 없었다. 새빨간 불꽃이 통로 전체를 덮은 벌레들을 녹여버렸다.
후우우욱!
독충들이 죽으면서 통로 전체에 죽음의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독충들이 가진 독들이 불을 만나 지독한 독기를 남긴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통로에 들어가자마자 숨이 끊어지고, 능력자라 해도 몇 초 버티지도 못할 수준의 강력한 독기였다.
-보통은 이걸 생각해서 못하지만….
“나는 다르지.”
백우진에게 독기는 별 의미가 없었다. 기본적인 체력도 높았지만, 천독불침이 독기들을 모조리 막아주기 때문이었다.
“후욱….”
백우진은 자랑하듯 크게 호흡을 하며 독기의 통로를 걸었다.
-아, 개 빡치네.
흑암이 분노에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이거 뭐 하는 놈이지?
이 시험의 탑은 그 이름대로 들어온 사람의 능력을 시험한다.
첫 번째 시험에서는 관찰력과 빠른 이동속도, 저항력과 판단력을 시험했다.
이번 아홉 번째 시험에서는 독에 대한 저항력 혹은 독충이 몸 전체를 뒤덮어서 그것을 견딜 수 있는 인내력의 시험이었다.
하지만 백우진은 전부 출제자의 의도와 다르게 지 마음대로 시험을 깨부숴버렸다.
백우진에게 왜 자꾸 대련 시험이 나오는 건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시험의 출제자에게 엿을 먹이니, 이놈에게 줄 시험이 없는 것이다.
“그냥 받아들여. 이제 익숙하잖아.”
백우진은 흑암을 툭 치며 통로를 걸어갔다. 예상대로 독의 기운은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생각보다 기네.”
통로의 길이는 100m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가지 않았다면 몇 시간은 걸렸을 듯한 거리였다.
-근데 설빙을 소환해서 다 얼려버리면 독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잖아.
“혹시나 해서.”
-혹시나?
“이곳의 독기를 흡수해서 독 저항력이나 다른 것이 높아질 수도 있잖아.”
-또 헛소리하네. 독기를 흡수해서 뭐 어째? 세상이 다 네 맘대로 될 거라 생각하냐? 진짜 넌….
띵!
[독 저항력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지독한 독기가 마나로 흡수되었습니다. 마나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독충들의 독을 마시며 독의 저항력과 마나가 상승했다는 메시지였다.
“뭐라고 했냐? 다시 말해봐.”
-….
흑암은 정신을 놓은 듯 메시지를 보고 움직이질 않았다. 날개 다친 새처럼 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
-이제 진짜 숨 쉬는 걸로도 퍼주냐? 이 정신 나간 놈들!
**
백우진이 검은 통로의 끝에 도달하자, 밝은 빛이 번쩍였다.
백우진이 벽에 나타난 메시지를 읽으며 하얀빛으로 들어갔다.
“이제 마지막인가.”
백우진은 마지막 시험 장소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번에도 시험은 대련이었다. 다만 이번 대련 장소의 크기는 여태까지 본 곳 중 가장 넓고 높았다.
“이번엔 그 사람이겠지.”
듣던 대로라면 이게 마지막 시험이다. 분명 그 사람이 나올 것이다.
백우진은 마법진 위에 걸터앉아서 다음 상대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1시간이 지나도 다음 상대가 나타나지 않았다.
우우우웅!
2시간이 지나기 직전 반대편 마법진에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솟구쳤다. 무지개처럼 빛나는 빛기둥을 뚫고 큰 키의 남자가 나타났다.
전투복과 무복이 뒤섞인 듯한 흑의에 승천하는 용의 그림이 새겨졌고, 얼굴에는 붉은 눈을 가진 황룡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광룡.’
모를 수가 없었다. 대연문이 자랑하는 무의 화신. 광룡이었다.
쿠구구구.
넓은 공간 전체로 퍼지는 강렬한 기도에는 조금의 빈틈도 없었다. 자신처럼 완성을 향한 달려가는 무인이었다.
-저놈이 광룡이군.
‘그래.’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광룡의 모습을 훑어봤지만 상처나 부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네 예상대로 일부러 천천히 온 모양이다.
‘그랬겠지.’
광룡의 능력이라면 최소 절반쯤은 1등으로 시험을 통과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다는 건 힘을 소모하지 않고 이곳까지 왔다는 뜻이었다.
저벅.
광룡은 큼지막한 걸음으로 백우진의 앞에 섰다.
“네가 백우진이군.”
“….”
광룡의 목소리는 그 기도만큼이나 묵직했다. 백우진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탑에서 혼원과 만난 건가.”
광룡은 백우진의 위아래를 살펴본 것만으로 혼원과의 전투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혼원과 싸운 결과에 대해선….”
“내가 알 필요가 없는 일이다.”
광룡이 고개를 저으며 백우진의 말을 끊었다.
“생각보다 냉정하군.”
“백가의 직계가 내게 그런 말을 할 처지가 아닐 텐데.”
“그런가….”
백우진이 정곡을 찔린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앞으로 바꿔야 하지만 지금은 광룡의 말 그대로였다.
“들었던 것 이상의 무력이다. 마지막 시험에 걸맞은 상대야.”
광룡이 착용한 용의 가면이 살짝 비틀어져 올라갔고, 그 눈동자가 뱀의 혀처럼 날름거렸다. 가면 속 얼굴이 미소를 지은 것이다.
“걸맞다? 그 정도로 생각하다가는 큰코다칠 텐데.”
백우진이 검병에 손을 올리며 서늘하게 웃었다.
치이이잉!
백우진과 광룡 사이의 공간에서 짙은 오러의 파동이 치솟았다. 두 괴물이 만들어내는 기세가 정면에서 부딪친 것이다.
벽에 메시지가 나타나고 사라지기 직전까지 두 사람은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고 서로의 눈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메시지가 사라진 그 순간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