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시험의 탑 (4)
“역시 저 둘이 최후의 2인까지 남았네.”
해신 길드의 박천수가 탑 위에 나타난 메시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저 둘 중 한 명이 탑을 공략할 거라 생각했기에 당연한 결과라 생각이 들었다.
“백우진 말고, 선우현은 누구야?”
“이, 멍청아! 광룡 본명이잖아!”
“왜 화를 내냐. 맨날 광룡이라고 하니까 몰랐지.”
같은 해신 길드의 마법사인 김여훈이 머쓱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저 둘 중에 누가 이기려나?”
“그걸 모른다고? 결과는 이미 나와 있잖아.”
박천수가 입매를 비틀며 혀를 찼다.
“결과가 나왔다고?”
“광룡은 대연문주의 무예를 모두 계승했고, 한참 전에 백우진의 경지를 넘어섰어. 지금의 백우진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광룡을 못 이기지.”
“음,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나도 백우진을 좋아하지만, 이번엔 아니야.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거랑 마찬가지라고.”
자신도 백우진의 의협심에 큰 호감을 느끼고 있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나중이라면 몰라도 현재의 백우진은 광룡을 이길 수 없었다.
“그건 그렇지.”
“하긴 아무리 백우진이라고 해도 광룡은 좀….”
“광룡이 강기지경에 오른 건 한참 전이니까.”
그의 생각에 동조하듯 다른 능력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의검대는 어디 갔지?”
박천수가 주변을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곧 백우진이 나올 텐데, 그의 검대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응? 임무가 있다고 가던데?”
“이런 때에 임무를 해?”
박천수가 혀를 내둘렀다. 이런 상황에서 임무를 가다니, 괜히 백우진 밑에 있는 녀석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검사에 그 검대구만.”
**
쩌저저정!
백우진과 광룡이 중앙에서 격돌했다.
암인검의 예리한 칼날은 광룡이 들어 올린 불투명한 형태의 무언가에 의해 막혀 있었다.
-저건….
‘영작(令酌)이다.’
-영작?
‘대연문주가 얻은 신병이기 중 하나로 어떤 무기로도 변하는 기물이야.’
대연문주는 검, 도, 창 심지어는 갑옷으로도 변할 수 있는 신병 영작을 광룡에게 넘겨주었다.
그가 광룡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휘이잉!
광룡은 옆으로 회전하며 영작을 장창의 형태로 바꿨다. 영작으로 만든 장창이 새파란 회전을 일으키며 백우진의 심장을 찔렀다.
쩌어엉!
백우진은 암인검에 쾌와 강의 묘리를 담아 휘몰아쳐 오는 장창을 쳐냈다.
“음….”
자연스레 신음이 흘러나오는 위력이다. 중마와 같은 창술이지만, 광룡의 창은 그와 전혀 다른 경지에 올라서 있었다.
후우웅!
백우진은 창의 위력을 맛보고도 뒤로 물러나기보다 앞으로 향하는 것을 선택했다. 몸을 살짝 낮추며 비뢰섬을 쏘아냈다.
-좋은 선택이다!
흑암이 백우진에게 감탄 어린 시선을 보냈다. 광룡의 창술엔 전사경이 섞여 있다. 저런 창법을 상대로 뒤로 물러났다간 기세를 내어주게 된다. 전진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었다.
빠지지직!
광룡은 장창을 휘돌려 푸른 창막을 만들었다. 스물두 개의 비뢰섬이 창날의 방패 앞에 녹아내렸다.
하지만 백우진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만상보를 밟으며 광룡의 좌측에서 나타나 암인검을 내리쳤다.
“좋은 수법이다. 허나….”
광룡은 당황하지 않은 채로 발을 놀렸다. 쾌의 만상보에 뒤지지 않는 속도였다.
후우웅!
광룡은 암인검을 회피하자마자, 창대를 짧게 잡고 백우진의 목을 향해 창날을 쏘아냈다.
찌이이익!
백우진은 암인검에 유의 묘리를 담아 창날을 아래로 흘려보냈다. 예리한 창날에 단단한 바닥이 깎이는 소리가 소름 끼치게 들려왔다.
쿠구구구!
백우진은 자세가 낮아진 광룡을 향해 무령참을 내리쳤다. 거대한 중압이 몸을 짓눌렀음에도 광룡의 표정은 평온했다.
“천파풍혼.”
광룡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창에 강기와 회전력을 쏟아 사선으로 내찔렀다. 풍마창의 절기 천파풍혼의 일식이었다.
콰아아앙!
강기의 충격파가 사위로 터지며 벽면에 바람의 칼날 같은 상흔을 만들어냈다.
찌지지직!
백우진과 광룡은 창날과 검날의 그 좁은 면을 맞댄 채로 서로의 눈을 노려보았다.
투둑.
벽면에서 돌이 떨어지는 순간 백우진이 암인검을 비틀며 광룡의 허리를 찔렀다.
터엉!
광룡은 창대로 암인검을 밀어낸 뒤 영작의 형태를 전환했다. 영작은 찰나의 순간에 건틀릿처럼 변해서 광룡의 주먹을 감쌌다.
후우웅!
광룡이 거칠게 땅을 구르며 주먹을 내질렀다. 흑우가 사용했던 천굉권이 광룡의 주먹을 빌어 백우진에게 쇄도했다.
촤아악!
백우진이 패의 묘리를 담아 광룡의 주먹을 향해 검을 그어냈다.
쿠우우웅!
주먹과 검이 정면에서 맞부딪치며 절벽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굉음과 웅대한 충격파가 터졌다.
“큭….”
백우진은 이를 악물며 광룡의 주먹을 밀어냈다. 놈의 천굉권에는 살벌할 정도로 압축된 강기가 담겨 있었다. 금강불괴가 아니었다면 살이 터져나갔을 것이다.
“몸도 제법 튼튼하군.”
광룡이 양 주먹을 동시에 뻗어냈다. 철퇴처럼 묵직한 주먹이 탄환처럼 쏘아지는 천굉권의 절초 대벽궁권이다.
“기술 많아서 좋겠네.”
백우진은 웃으며 검에 겁화를 피어냈다. 암인검을 거칠게 휘둘러 검화검형을 펼쳐냈다.
화아아악!
겁화를 두른 연계의 검로가 광룡의 대벽궁권의 권격을 모조리 지져버렸다.
“후….”
백우진이 가볍게 탁기를 뱉어내며 앞으로 돌진했다. 그 순간 광룡은 뒤로 물러나며 다시 한번 영작의 형태를 바꿨다.
휘이이익!
영작은 봉황의 꼬리처럼 아홉 갈래로 갈라진 길쭉한 형태의 채찍으로 바뀌었다.
후우웅!
광룡은 벽을 밟으면서 백우진을 향해 채찍을 내리쳤다. 채찍 전체가 백광으로 번쩍였다. 백계가 사용했던 성환편이었다.
콰아아앙!
아홉 줄기의 채찍이 살아 있는 뱀처럼 날름거리며 백우진의 전신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가지가지 하는군.”
백우진은 짙은 강기와 함께 검영을 일으켰다. 강기를 담은 검의 그림자들이 다섯 줄기의 채찍을 막아냈다. 남은 네 줄기는 쾌와 변의 만상보를 밟아서 피해냈다.
콰과과광!
성황편이 쏟아질 때마다 단단한 바닥이 부드러운 모래처럼 움푹 터져 나갔다. 한 줄기만 맞아도 살과 뼈가 터져나갈 위력이었다.
터어엉!
백우진은 그 위력과 변칙적인 궤도를 눈으로 훑으며 전진했다. 검영을 뿌리며 광룡의 지척으로 뛰어들었다.
“그걸 모르겠나.”
광룡은 우측으로 피하면서 채찍을 회수해서 둥글게 말았다. 철퇴처럼 말린 채찍으로 다가온 백우진을 후려쳤다.
“나도 눈 있거든.”
백우진은 백빙을 담은 관일극을 사용해서 채찍의 철퇴를 얼려버린 뒤 광룡의 좌측으로 짓쳐 들어 암인검을 내리그었다.
티익!
광룡은 얼굴을 찡그리며 채찍의 손잡이로 암인검의 칼날을 막으며 뒤로 물러났다.
우우웅!
그 순간 또 한 번 영작의 형태가 변했다. 짐승의 발톱처럼 길쭉하게 솟아나는 형태의 무기 조(爪)다.
“네가 봤던 것과는 꽤 다를 거다.”
광룡이 말하는 사람은 황호가 분명했다. 즉, 황호가 장기로 사용하던 호환조법을 사용하겠다는 뜻이었다.
치이이잉!
광룡의 조에서 길쭉한 강기가 솟구쳤다. 극한의 예기와 쾌, 강의 묘리를 담은 강기였다.
찌지지직!
광룡이 거대한 강기가 치솟은 오른손을 아래로 내리쳤다. 대기가 갈라지는 파공음과 강기의 파랑이 사위를 휩쓸었다.
쩌엉!
백우진은 암인검에 절과 쾌의 묘리를 담아 황호의 조공이 가장 강한 힘을 받기 전에 끊어버렸다.
“제법이다.”
광룡은 진정 맹호라도 된 것처럼 사정없이 조를 휘둘렀다. 아무 생각 없이 휘두르는 것 같았지만 빈틈이 없었다. 빽빽한 강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쩌정! 쩌저정!
백우진은 한순간의 실수로 팔다리가 날아갈 강기의 파도 앞에서 풍벽검흔을 연속으로 발동했다.
쿠구구구!
사선으로 올라선 강기의 벽이 호환조법의 파도를 모조리 막아섰다.
백우진은 스스로 풍벽검흔의 바람을 뚫고 광룡의 심장을 향해 암인검을 내질렀다.
“좋다!”
광룡이 양손을 모아서 깍지를 꼈다. 그의 손에서 황호조차 사용하지 못했던 호환조법의 절기 십자패가 운용되었다.
치이이잉!
하늘과 땅을 찢어발길 듯한 거친 강기가 광룡의 양손에서 쏟아졌다.
후우웅!
백우진은 급히 암인검의 궤도를 바꿨다. 찌르기를 포기하고 검을 위로 들어 올려 대각선으로 내리그었다. 떨어지는 칼날에 유성의 기운이 담겼다.
콰아아앙!
중과 변의 기운이 담긴 낙성위화의 검로가 십자패를 막아섰지만 조금 부족했다. 십자패의 패력이 별의 기운을 가르고 백우진의 심장으로 접근했다.
파아앙!
하지만 낙성위화의 진정한 힘은 별이 아니다. 져버린 별의 잔재에서 꽃이 피어났다. 개화한 검은 꽃이 십자패의 기운을 허공으로 풀어냈다.
차앙!
백우진과 광룡이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그 검술의 이름이 무엇이지?”
“낙성위화.”
“별이 떨어져 피어나는 꽃이라, 좋은 이름이다.”
광룡은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서 작영을 봉으로 바꿨다. 이번에는 혼원의 봉술이었다.
“좋네.”
백우진은 봉을 돌리는 광룡을 보며 웃었다. 즐거움이 가득 담긴 쾌활한 웃음이었다.
-미쳤어? 갑자기 뭐가 좋다는 거냐?
‘재밌잖아.’
광룡이 사용하는 무예들은 한 번 이상 본 것들이지만 전혀 달랐다.
백계의 채찍은 용의 꼬리 같았고, 황호의 조법은 호랑이가 아니라, 용의 발톱 같았으며, 중마의 창날은 용의 이빨로 소화했다.
광룡이 사용하는 무예들은 대연문주의 그것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그런 자와 막상막하로 무를 겨루고 있으니 재밌을 수밖에 없었다.
“딱이야.”
특히 언젠가는 대연문주와도 싸우게 될지도 모르기에 그 연습 상대로 딱 알맞았다.
“딱이다? 그게 무슨 말이지?”
“언젠가는 대연문주를 쓰러뜨려야 할 텐데, 그 예행연습으로 딱이라고.”
“제정신이 아니로군.”
광룡의 가면이 비틀어졌다. 그는 노골적으로 백우진을 비웃고 있었다.
“내 사부와 네 아버지 그리고 적가주는 이미 초월에 다가간 사람들이다. 아니, 사람들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존재들이지. 그런 자들을 이긴다? 불가능한 꿈을 꾸는구나.”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군.”
“그게 당연한 일이다. 난 그분의 무를 이어 그다음 대의 초월자가 될 것이다.”
“그래?”
백우진은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가볍게 웃었다.
“그 웃음은 무슨 의미지?”
“너와 내가 다르다는 의미.”
백우진이 암인검을 들어 광룡을 겨누었다. 올라간 입가에서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 승부 반반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이기겠네.”
**
광룡이 인상을 팍 찌그러뜨렸다.
‘뭐지?’
백우진의 무언가가 달라졌다. 오러가 강해지거나, 갑자기 무력이 높아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확실한 변화가 느껴졌다.
정확히 무어라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백우진이 뿜어내는 기파는 이전과는 천지 차이였다.
계속해서 무기와 무예를 바꾸고 있음에도 끝도 없이 짓쳐 들었다. 그야말로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있었다. 투쟁의 화신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터엉!
백우진의 빈틈을 노리고 창을 찔렀지만, 오히려 반격을 당했다. 놈은 자신이 사용하는 무예들을 막무가내로 뚫어내고 있었다.
“네놈 대체 뭘 한 거냐!”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럼 왜!”
“그건 너와 내가 다르기 때문이다.”
백우진이 광룡의 주먹질을 깔끔하게 끊어내며 팔꿈치로 그의 허리를 강타했다.
“크윽, 그러니까 그게 무슨 차이냐는 말이다!”
“넌 네 스승의 무를 잇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달라.”
백우진의 눈에서 시퍼런 안광이 빛났다.
자신은 광룡과 다르다. 광룡처럼 스승의 무를 잇기 위해서가 아니라, 백천화를 꺾기 위해서 검을 휘두르고, 백천화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정신을 갈고 닦았다.
연무장 바닥에 드러누워 흑암에게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마음은 변치 않았다.
목표는 오직 백천화를 무릎 꿇리는 것뿐이다.
“감히!”
광룡은 백우진이 자신의 스승을 모욕했다고 생각하며 분노를 터트렸다. 광룡, 처음으로 그 칭호다운 광기가 그의 전신을 물들였다.
‘똑같군.’
백우진이 혀끝에서 씁쓸함을 느꼈다.
백가의 직계들이 백천화를 넘을 생각을 못 하는 것과 대연문주의 제자들이 대연문주를 넘으려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같았다.
두 절대자가 일부러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그 거대한 기세와 무력에 자동으로 그리되는 건지는 모른다.
‘나도 저랬을지도 모르지.’
만약 자신도 적당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으면 평생 백천화를 따르며 살았을 것이다. 이런 삶을 살았기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행이야.’
통속의 뇌가 통을 깨고 밖으로 나온 것처럼 현실을 깨닫게 되어 다행이었다. 흑암의 덕분이었다.
“….”
백우진은 감사함을 담은 눈으로 흑암을 보았다.
-뭘 봐?
‘아니야.’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힘을 압축하는 광룡에게 고개를 돌렸다.
고오오오!
광룡은 작영을 손안에 잡힐만한 구슬로 만든 후 그 안에 심장을 휘도는 오러를 쏟아부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네놈을 죽이기엔 충분하다.”
광룡의 손에서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푸른 강기의 구체가 솟아올랐다. 그 넘실거리는 강기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대연문주가 사용했던 태현광구였다.
콰아아아!
강기가 줄기줄기 흐르는 거대한 구체가 푸른 태양처럼 떠올랐다. 그 크기와 위력은 대연문주에 못 미쳤지만, 이 공간 자체를 지우기엔 충분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
“태현광구는 사부님이 만들어낸 무의 정수다. 네 아비조차 꺾지 못한 것이니, 영광으로 알고 죽어라!”
“맞아. 아버지는 그걸 꺾지 못했지.”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천화는 대연문주의 태현광구를 깨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에겐 그것을 베어버릴 칼날이 남아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백우진에게는 혼원에게도, 광룡에게도 없는 투쟁심이 있었다. 녀석은 자신보다 강자에게 대항하기 위한 송곳니를 날카롭게 갈아놓은 짐승이었다. 저런 구슬 따위에 물러날 리가 없었다.
콰아아아!
백우진이 암인검을 비틀어 잡고, 검운을 발동시켰다. 홍수처럼 터지는 단전의 오러를 모조리 끌어올려 암인검에 담아냈다.
우우우웅!
암인검의 칼날 위로 그림자보다 짙은 묵광이 솟구쳤다.
“후우….”
백우진은 영혼조차 녹여버릴 태현광구의 압도적인 기운을 향해 암인검을 들어 올렸다.
화아아악!
태현광구에서 퍼지는 강기의 아지랑이가 공간 자체를 녹이며 다가올 때 땅을 박차고 그 공간 안으로 뛰어들었다.
치이이익!
이글거리는 강기가 살을 녹였지만, 손을 멈추지 않았다.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긴 팔을 그대로 내리쳤다.
촤아아악!
암인검의 칼날에 감겨 있던 묵빛의 서기가 태현광구의 정면으로 쏘아졌다. 태현광구를 깨부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검로 낙일참이었다.
쩌어어엉!
태현광구와 백우진이 쏘아낸 검은 광채가 태양과 달처럼 맞부딪쳤다.
“소용없다!”
광룡의 두 눈에 승리의 빛이 어렸다. 태현광구는 대연문주의 무가 녹아 있는 최강의 무예다. 백우진의 검격이 아무리 거세다고 해도 절대 뚫리지 않는다.
“아….”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장대한 서기에 휩싸인 검은 칼날이 태현광구를 갈라내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태현광구는 공격을 받아도 그 공격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하지만 백우진의 검격은 그 능력을 무시했다.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쿠구구구!
낙일참의 광채에 휘감긴 태현광구가 반으로 쪼개지고 그 빛을 잃었다. 넘실거리던 푸른 태양이 추락했다.
투욱.
광룡의 가면이 반으로 쪼개지고, 그의 얼굴의 중앙에 붉은 선이 생겨났다.
“그, 그 검은….”
광룡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그가 몸을 부르르 떨며 다가온 백우진의 바지를 잡았다.
“낙일참이다. 네 스승과 내 아버지가 싸우는 것을 보고 만든 검로다.”
“나, 낙일참? 그럼….”
“그래. 아버지가 꺾지 못했던 네 스승의 무예를 꺾기 위한 검이지.”
“그걸 보고 꺾을 생각을 해, 했다고?”
광룡은 피를 토하면서 눈동자를 부릅떴다.
‘이놈은….’
스승인 대연문주가 태현광구를 사용하는 모습은 여러 번 봤지만 단 한 번도 꺾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백우진은 태현광구를 단 한 번 보고서 그걸 꺾겠다고 검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의 말이 맞았다. 자신과 백우진은 완전 다른 존재였다.
“…내 패배다.”
광룡이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마, 마지막으로 하나만 말하마.”
광룡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아직은 아니다. 좀 더 힘을 길러야 한다.”
“알고 있어.”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 동급에 오르기 전까지 아버지나, 대연문주에게 도전할 생각은 없었다.
만일 오늘 태현광구를 사용한 사람이 대연문주였다면 죽은 사람은 자신이었을 것이다.
“넌 나와….”
광룡이 한마디를 더 하려 할 때 그의 몸이 하얗게 빛나며 사라졌다. 패배를 인정해서 탑 밖으로 배출된 것이다.
벽에 메시지가 나오며 백우진의 몸이 하얗게 번쩍였다.
**
“여긴….”
백우진이 앞을 보기 위해서 눈매를 좁혔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안력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면 보통 장소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넌 보여?”
-아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최상층으로 보낸다고 하더니 대체 뭐 하자는….”
백우진이 툴툴거릴 때 멀리서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무언가 그리우면서도 심장이 울렁거리는 걸음 소리였다.
저벅.
걸음 소리가 가까워지며 걸음 소리의 주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
백우진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하얀 장포에 허리에 매단 수실 없는 까만 검이 너무도 익숙했다.
-뭐, 뭐야!
‘어떻게….’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냉막한 인상에 입꼬리는 세상을 비웃듯 꼬여 올라가 있었다.
뿌득-
백우진이 이를 악물었다. 죽어서도 절대 잊을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