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시험의 탑 (5)
문주영과 의검대는 균열 보호 임무를 위해서 서울역에 나와 있었다.
몬스터들은 이미 처리했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균열이 닫힐 때까지 대기하는 중이었다.
“헉!”
몰래 핸드폰을 보던 김우혁이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도, 도련님이 탑에 남은 최후의 2인이래! 근데 상대가 광룡이야!”
“진짜잖아! 도련님이랑 광룡이랑 둘이 남았어!”
박혜리가 김우혁의 핸드폰을 뺏어서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예상했던 일이잖아.”
의검대는 광룡이 탑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당연히 백우진과 광룡이 마지막에 남을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게 다가 아니야. 둘이 대련을 한다고!”
“음, 그건….”
광룡은 대연문주의 무를 잇는 대제자였다. 백우진을 최고라 생각하는 의검대지만 광룡과의 대결에서 무조건 백우진의 승리를 점칠 수는 없었다.
“아직 임무 중이다.”
문주영은 균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손을 들어 올렸다.
“힉!”
몰래 핸드폰을 꺼내던 홍아라가 토끼처럼 폴짝 뛰며 다시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도련님은 알아서 시험의 탑을 정복하고 돌아오실 거다. 걱정할 필요 없어.”
“물론입니다.”
홍남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었다. 역시 문주영하곤 통하는 바가 많았다.
“그건 맞지. 도련님이 우릴 실망시킨 적이 없잖아. 핸드폰은 대체 누가 본 거야!”
“네가 봤잖아! 이, 오타쿠 자식아!”
김우혁은 자신이 먼저 핸드폰도 본 것도 잊었는지 헛소리를 했고, 박혜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언제까지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해요? 도련님이 곧 돌아오실 거 같은데.”
“우리가 임무를 내팽개치고 탑 앞에서 기다리면 그분이 좋아하시겠냐?”
“좋아하기는커녕 화를 내시겠죠.”
홍아라가 방긋 웃으며 고개를 저엇다. 백우진은 자신을 기다리지 않았다고 화를 낼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임무를 등한시했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다.
“즉, 저희는 여기서 임무를 확실하게 수행하고 돌아가면 되는 거잖아요.”
“그렇지!”
“역시 아라가 잘 아네!”
홍아라의 밝은 목소리에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뿌드드득!
10분 정도 지난 뒤 갈라진 하늘이 원상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끝났군.”
“그래도 이번 임무는 간단했네.”
“의검대 덕분이지. 괜히 백우진의 밑에 있는 게 아니라니까.”
균열 앞에 있던 다른 길드들이 무기를 거뒀다. 균열이 사라졌으니,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전부 복귀 준비….”
탑 앞으로 복귀를 지시하려던 문주영이 말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빠지지직!
번쩍이는 붉은 뇌전과 함께 허공에 기형적인 형태의 마법진이 그려졌다.
“피해!”
다급하게 지시를 내렸지만 이미 늦었다. 완성된 마법진에서 거대한 낙뢰가 땅으로 떨어졌다.
콰아아앙!
낙뢰는 대지를 무너뜨리고 미처 피하지 못한 현영 길드의 능력자들을 모조리 터트려 버렸다.
“아….”
문주영이 몸을 떨었다. 낙뢰가 떨어진 곳에서 거대하면서도 흉악한 기운이 일렁거렸다.
후우욱-
땅이 무너지며 피어오른 연기가 꺼지고, 한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쿠구구구-
전신의 피부가 푸른빛이었고, 눈동자는 핏방울처럼 붉었다. 한 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괴물.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는 제논의 범죄자 뇌검이었다.
“뇌, 뇌검….”
문주영의 입술을 비집고 경악이 묻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뇌검의 기세에 압도되어 입조차 떼지 못했다.
빠지지직!
뇌검이 문주영을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발걸음을 따라 강렬한 뇌기가 대지로 퍼져 나갔다.
“끄아아악!”
“아아악!”
낮은 등급의 능력자들은 그 걸음만으로 몸이 마비되어 뒤로 넘어갔다.
“백가의 의검대인가.”
“그… 그렇다.”
문주영은 굳어버린 턱을 억지로 움직였다.
“제대로 찾아왔군.”
“뭐?”
“죽어서도 기억해라. 너희가 죽는 이유는 백천화 때문이다.”
“그, 그게 무슨!”
뇌검이 가주와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두 사람이 부딪쳤다는 말도 들은 적이 없었다.
쿠구구구-
뇌검은 더 이상 말을 할 생각이 없었는지 검을 뽑아 들었다. 그 흉흉한 기세에 누구도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으윽….”
문주영은 이를 악물고 검을 뽑았다. 뇌검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물러나거라.”
문주영이 죽음을 각오하고 검을 내리치려 할 때 누군가의 등이 나타났다. 백우진이라 생각했지만, 그보다 작고 단단해 보이는 등이었다.
콰아아앙!
문주영의 앞에 나타난 남자는 뇌검이 펼쳐낸 뇌기 앞에서도 조금도 밀려나지 않았다.
“날씨가 꿀꿀해서 산보를 나왔건만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백천웅이 뇌검의 검을 밀어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걸 보면 그 아이에게 신기라도 있는 건가?”
백우진이 탑에 들어가기 전에 의검대를 부탁한다는 말을 했기에 혹시나 하여 무영객을 데리고 임무에 따라왔는데 정말 사건이 벌어졌다.
“무영객! 아이들을 대피시켜라!”
“옙!”
무영객은 바닥으로 퍼지는 뇌기를 피하며 사람들을 일으켜 세웠다.
“백천웅.”
“뇌검이 날 알다니, 영광이군.”
“함께 싸운 적도 있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뭐?”
백천웅이 눈을 부릅떴다. 세계적인 범죄자와 함께 싸웠다니, 그런 적은 추호도 없었다.
“넌 대체….”
“내 이름은 조경수다.”
“조, 조경수? 벽력검문의? 네가 어떻게….”
뇌검의 정체를 들은 백천웅이 이를 딱딱 부딪치며 뒤로 물러났다.
“백천화를 찢어 죽이기 위해 지옥에서 기어올라 왔다.”
뇌검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뇌기가 한계를 모르고 치솟았다.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으음….”
백천웅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뇌검의 무력은 듣던 것과 전혀 달랐다. 깨달음을 얻은 자신을 넘어서고 있었다.
“여기 있는 아이들은 그때의 일을 모른다! 그 일은 가주의 독단으로….”
“그건 중요하지 않아. 백천화 역시 똑같았으니까.”
뇌검이 검을 비틀어 올렸다. 광대한 뇌기가 천지를 붉게 물들였다. 이대로 모든 것을 지우려는 것이다.
“그 이후로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너희는 절대 모른다.”
“잠깐!”
“죽어라!”
뇌검이 검을 내리쳤다. 그의 검에서 뻗어 나온 붉은 뇌기가 장미 가시처럼 퍼지며 온 세상을 뒤덮었다.
“크윽!”
백천웅이 어금니를 부러져라 깨물었다. 뒤에는 자신의 제자들이 있었다. 피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었다.
가진 모든 기운을 검에 밀어 넣었다. 오러만이 아니라 인간이 가지는 최후의 기운인 생명력마저 쏟아부었다.
콰아아아!
백천웅의 검에서 그 어떤 때보다 선명하고 아름다운 광채가 피어났다. 그의 생명이자, 그가 걸어온 인생의 빛이었다.
쩌저저적!
하늘과 땅이 맞닿으며 붉은 뇌기와 푸른 파도가 격돌했다.
**
백우진은 차분히 백천화를 관찰했다. 외모는 같았지만, 그의 눈동자에는 조금의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진짜가 아니군.’
-그래.
흑암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 있는 존재는 백천화가 아니었다.
“하긴 아버지였다면 이 탑 자체가 사라졌을지도 모르지.”
백천화가 이 탑에 들어왔다면 탑 전체를 무너뜨렸을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그럼 저건 뭐지?”
백우진이 다시 가짜 백천화의 눈을 보았다. 뒤루륵 구르는 붉은 눈동자를 본 순간 그의 무언가가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헉!”
백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백천화에게서 상대를 짓밟아 죽이겠다는 패악적인 살기가 피어올랐다.
스르릉!
백천화가 허리춤에 매달린 백색의 검을 뽑았다. 그를 최고의 검사로 만든 최흉의 검 천류검이다.
치이이잉!
천류검이 흉흉한 검명을 터트리며 백천화와 합일을 이루자, 그의 기세와 살기가 배로 늘어났다. 한계를 알 수 없는 공간 전체가 그의 기운으로 뒤덮였다.
촤아악!
백천화는 점멸하듯 사라진 뒤 백우진의 코앞에서 나타나 검을 내리쳤다.
“윽!”
백우진은 갈라지는 공간 사이로 몸을 비틀어서 백천화의 검을 피해냈다. 미리 대비를 하지 않았다면 몸이 반으로 찢겼을 것이다.
쿠구구구!
백우진의 뒤편의 공간이 백천화가 뿜어낸 검압으로 사정없이 터져나갔다.
스으윽!
백천화가 한 발 앞으로 다가가며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가볍게 뻗어나가는 천류검이었지만, 그 안에는 아찔할 정도의 경력과 무리가 담겨 있었다.
‘피하면 죽는다!’
백우진이 이를 악물었다. 만상보를 밟아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 순간 자신의 목이 떨어지는 이미지가 그려졌다.
차아아앙!
백우진은 전력의 무령참을 운용하여 자신의 목을 향해 다가오는 백천화의 검을 내리쳤다.
콰아아앙!
아래로 떨어지는 암인검과 옆으로 짓쳐 드는 천류검이 맞붙었고, 암인검과 백우진의 몸이 거침없이 튕겨 나갔다.
“크학!”
백우진이 뒤로 밀려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천류검에 담긴 기운에 온몸의 뼈마디가 부러질 것 같았다. 백천화는 자신을 봐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헉!”
백우진이 간신히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백천화가 눈앞에 나타나 검을 그었다.
터어엉!
백우진은 재빠르게 검을 휘돌려 풍벽검흔을 세웠다. 하지만 백천화의 검격은 풍벽을 뚫어버리고 암인검을 반으로 부러뜨렸다.
“미친!”
백우진이 흑암으로 손을 뻗으려 했지만, 당연히 백천화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퍼억!
백천화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천류검으로 백우진의 심장을 찔렀다.
“끄윽….”
백우진이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가슴이 조각나는 듯한 지독한 통증에 비명조차 지를 수가 없었다.
고개를 내리니, 구멍 난 전투복과 흑전호포 사이로 뻘건 피가 번지는 것이 보였다. 머리가 어지럽고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쿵.
백우진이 땅에 머리를 처박았다. 일어나려 했지만,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시야가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대로 눈을 감겼다.
“….”
-….
백천화는 소리 없이 천류검을 집어넣었고, 흑암은 백우진의 시체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
“허억!”
백우진이 벌떡 일어나서 숨을 몰아쉬었다.
“뭐, 뭐야!”
백천화의 검에 꿰뚫렸던 왼쪽 가슴을 만졌다. 멀쩡했다. 몸만이 아니다. 흑전호포와 전투복에도 구멍이 없었다.
‘난 분명 죽었는데?’
분명 천류검에 심장이 찔려 죽었다. 그 고통과 절망만큼은 확실했다. 절대로 잊을 수가 없는 기억이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환상이다.
백우진의 머리 위에 있던 흑암이 아래로 내려왔다.
“환상?”
-다만 단순한 환상은 아니다. 이 탑을 만든 녀석은 너와 내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놈 같군.
“음, 그럼….”
백우진이 입을 열려 할 때 다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와 똑같은 백천화의 걸음 소리였다.
“또 덤비는 건가?”
백우진이 벌떡 일어나서 암인검의 검병에 손을 올렸다. 오러를 끌어올리려 하는 순간 바닥에 메시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엇을 포기하라는 건지는 명확했다. 백천화와의 전투를 포기하라는 뜻이었다.
“아니.”
백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시험의 목표가 뭔지는 몰라도 상대가 아버지인 이상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우우웅!
백천화의 차가운 얼굴이 보였다. 그가 천류검을 뽑아 들자, 검이 스스로 날아올랐다.
천류검에 이글거리는 붉은 빛이 맺혔다. 그 빛과 검에 담긴 기운은 그간 느낀 적이 없었던 광폭함으로 가득했다.
콰아아아!
하늘 끝까지 올라갔던 천류검이 별빛처럼 아스라이 떨어져 내렸다.
“이기어검!”
백우진이 이를 악물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천류검을 향해 흑왕탄을 쏘아냈다.
쩌저적!
전력의 흑왕탄의 기운을 담은 암인검의 칼날이 유리조각처럼 깨졌고, 천류검은 다시 한번 백우진의 심장을 꿰뚫었다.
“크허….”
백우진이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심장만이 아니라, 상반신이 터져나갔기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백우진의 숨이 두 번째로 끊어졌다.
**
“이번이 몇 번째지?”
-49번째다.
“49? 많이도 죽었네.”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한 번만 더 죽으면 아버지에게 50번째 죽는다니 참 별일을 다 겪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아….”
작게 한숨을 뱉었다. 버티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없었다. 아버지는 그야말로 무적에 가까운 존재였다.
“너 근데 왜 이렇게 조용하냐?”
-뭐가?
“평소라면 어떻게 하라고 조언이라도 했을 텐데, 너무 조용하잖아.”
-이건 네 정신에 관련된 시험이자 보상이다. 내가 관여했다가는 네가 얻어야 할 것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참 다정하구만.”
백우진이 킥킥거리며 일어섰다. 이젠 지겨울 정도로 본 포기 메시지가 나왔다. 당연히 거절하며 고개를 저었다.
저벅-
백천화가 걸어오는 소리가 50번째로 들려왔다.
“후우….”
백우진은 서늘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겪어도 죽을 때의 고통과 절망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웃기는 건 그리 죽어도 아버지에게 겁이 나진 않았다. 죽으면서도 계속 싸우는 자신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래도 한 가지 조언을 해주자면 저기 있는 네 아버지는 실제와 다르다.
“…뭐?”
-이 탑이 안에 들어오지도 않은 네 아버지를 알 리가 없지 않느냐.
“아….”
백우진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백천화가 사용하는 검술들은 모두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뿐이었다.
“그럼 저 건 내 머릿속에 있는 아버지였군.”
-그래도 달라질 건 없다. 강한 것은 변하지 않아.
“알아. 하지만….”
백우진은 웃었다. 흑암의 말대로 아버지는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는 달라질 수 있다.
거기다 시험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그건 포기다. 절망을 주는 압도적인 상대에게서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투쟁심을 보이는 것이 이번 시험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목숨을 주면서 싸우라 할 리가 없었다.
콰아아아!
백우진은 백천화의 간격으로 뛰어들며 흑왕탄을 내질렀다.
촤아악!
백천화는 파리 쫓듯이 휘두른 검격으로 흑왕탄을 갈라내고 백우진의 목을 향해 검을 그었다.
쿠구구구-
백우진은 쾌, 풍, 뇌의 만상보를 밟아 백천화의 검격을 피해낸 뒤 무령참을 내리쳤다.
콰과과광!
백천화는 알고 있었다는 듯 천류검에 강환을 둘러서 암인검을 터트려버리고 백우진의 목을 베어버렸다.
목이 떨어져 나가며 자신의 몸이 무너지는 모습이 거꾸로 보였다.
또 죽음이었다. 하지만 백우진은 자신의 죽음을 느끼며 웃었다.
‘다시!’
-미친놈….
**
백천화는 강했고, 냉정했으며 조금도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토끼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하는 사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그런 강대한 백천화 앞에서도 백우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목이 베이고, 심장이 터지고, 몸의 절반이 갈라져도 눈을 뜨면 다시 일어섰다.
70번째. 호기롭게 내지른 신살이 막히며 목이 떨어졌다.
80번째. 백천화와 30합을 겨뤘지만, 암인검이 부러지며 상반신이 아예 터져버렸다.
90번째. 가진 모든 검로를 쏟아부었음에도 백천화의 이기어검을 막아내지 못하고 머리가 깨졌다.
“하아….”
백우진은 99번째 죽음에서 일어나고 난 후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99번째로 나타난 메시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제 포기할 테냐?
“포기라….”
백우진은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알 수 없는 검은 하늘을 바라보며 포기를 중얼거렸다.
“솔직히 포기할 생각은 했는데….”
백우진이 작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버지 얼굴을 보면 그 생각이 쏙 들어가더라고.”
백우진이 고개를 저으며 일어섰다. 상대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에겐 아니었다. 조그마한 상처라도 주지 않는 이상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저벅-
아버지가 내는 지겨운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100번이니까. 아껴둔 건 전부 써봐야겠지.”
백우진은 전투를 치르며 정령과 흑암을 사용하지 않았다. 자존심 때문이었지만, 이번이 100번째 목숨이다. 가릴 것이 없었다.
딱!
백우진은 백천화가 다시 나타났을 때 사대정령을 한 번에 쏟아냈다.
이그니스, 설빙, 레오, 크롬은 소환되자마자 각자의 특성을 미친 듯이 내뿜었다.
콰아아아!
백천화의 전신에서 붉은빛이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대연문주와 싸울 때 사용했던 참살의 무예 적천신기다.
촤아아악!
백천화는 적천신기로 자신의 몸과 천류검을 휘감고, 사대정령들을 일검에 갈랐다.
촤아악!
백우진은 암인검을 들고 그 거대한 힘의 파동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 호흡에 오러를 모아 신살을 내리그었다.
콰아아앙!
하지만 신살의 빛은 적천신기의 붉은 칼날을 가르지 못했다. 암인검이 부러지고, 백우진의 오른팔이 터져나갔다.
“흑암!”
백우진은 오른팔을 잃고서도 물러나지 않았다. 왼손으로 흑암을 잡고 백천화의 좌측으로 짓쳐 들었다.
우우우웅!
예리하게 치솟은 흑암의 칼날에 오러를 전해주고, 흑암의 기운을 받아들였다.
-할 수 있냐?
‘물어볼 걸 물어.’
오러는 반쪽이고, 오른팔 역시 날아갔다. 허나 남은 의지는 잃은 것 이상으로 창대했다.
콰아아아!
백우진과 흑암이 쌓아 올린 칼날 아래 하늘의 의지가 어렸다.
[백우진과 흑암의 첫 번째 검 천의가 발동됩니다.]백우진은 하늘까지 치솟은 천의의 빛으로 백천화를 내리쳤다.
쩌저저적!
적천신기에 뒤덮인 천류검과 백우진와 흑암이 만들어낸 천의의 기운이 맞부딪쳤다.
쿠구구구!
파멸적인 힘의 충돌에 천장이 무너지고, 지축이 뒤흔들렸으며, 사위를 덮은 검은 안개가 찢겨나갔다.
“커헉!”
백우진은 적천신기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끈 떨어진 인형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 전신이 터져나갔음에도 끝까지 흑암을 놓지 않았다.
“아직이다….”
백우진이 흑암을 땅에 박아 넣으며 일어섰다. 피투성이가 됐고 손을 들어 올릴 힘도 없으면서도 두 눈엔 투지를 빛냈다.
푸악!
백천화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한 발 걸었을 때 백포가 찢기며 그의 오른쪽 가슴에서 핏줄기가 뿜어졌다.
뼈까지 닿지 못한 피륙의 상처였지만, 백우진이 백천화에게 입힌 최초의 상처였다.
“드디어!”
백우진이 웃었다. 99번의 죽음을 겪고서야 드디어 아버지에게 상처를 입혔다. 100번의 목숨을 걸고 입힌 상처였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백천화가 인상을 찌푸리며 백우진에게 다가가 검을 내리쳤다.
“크윽….”
백우진이 흑암을 위로 쳐올려 천류검의 궤도를 끊으려 했다. 상처는 상처고, 발악은 끝까지 해야 한다.
‘또 죽었군.’
백우진은 자신의 죽음을 느꼈다. 수없이 발악했기에 이런 어설픈 검으로 백천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차악!
천류검과 흑암이 부딪치는 순간 백천화의 움직임이 멈췄다. 흡사 영상을 정지시킨 것 같았다.
메시지가 나타나며 백우진의 몸이 원상태로 돌아갔다.
탑의 보상이 지급된다는 순간 익숙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띵!
[각성의 알의 마지막 껍질이 깨졌습니다.] [각성의 알이 시험의 탑의 보상에 관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