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백우진 대 제논
“먼저 특수 회복실로 가셔야 합니다.”
“특수 회복실?”
백우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백선 길드는 재활과 치료에 있어서 한국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 길드다.
그 백선의 특수 회복실이라면 굉장히 심각한 상태라는 뜻이었다.
“전부 그곳에 있는 건가?”
“부가주님과 무영객이 있습니다.”
“부가주님하고 무영객?”
백우진이 멍한 얼굴로 고개를 틀었다.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둘이 왜 거기 있어!”
“뇌검이 저희를 죽이려 할 때 부가주님이 나타나서 그놈을 막아주셨습니다.”
“근데 왜 특수 회복실에 계시는 건데! 그분은 새로운 성취를….”
“뇌, 뇌검은 세계 협회가 예측했던 등급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부가주님은 저희를 보호하려다가 뇌검에게….”
“젠장!”
백우진은 거친 걸음으로 특수 회복실로 달려갔다. 특수 회복실에 들어가기 전에 신원을 확인하는 1초 1초가 영겁처럼 느껴졌다.
“아….”
특수 회복실에 들어가자마자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백천웅과 무영객만이 눈에 들어왔다.
백우진은 떨리는 걸음으로 부가주가 누워 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으음, 저 상태는….
“부… 가주님?”
백우진은 핏발이 선 눈으로 백천웅을 바라보았다. 그의 호흡은 금방이라도 멈춰 버릴 것처럼 가늘고 낮았다.
“이게 어찌 된….”
차돌처럼 두꺼웠던 팔뚝은 축 늘어졌고, 얼굴엔 주름으로 가득했으며, 생기는 말라버린 우물처럼 얕았다. 백천웅이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진원진기를 사용하셨습니다.”
백우진의 옆으로 백의를 입은 중년인이 다가왔다. 백선 길드의 마스터이자, 8등급 회복 능력자인 박일섭이었다.
“진원진기?”
“인간이 가진 근원의 힘이자, 생명을 유지하는 기운이죠. 이분께서는 생명력이라고도 하는 그 근원적인 힘을 사용하셨습니다.”
“부가주님….”
백우진은 백천웅의 주름진 손을 잡았다. 이제야 그의 생기가 낮아지고, 급속도로 노화가 진행된 이유를 알았다.
뇌검과 싸울 때 심장의 오러만이 아니라, 진원진기까지 사용해서 저런 상태가 된 것이다.
“심장에 손상이 올 정도로 오러를 사용했고, 진원진기마저 소모했기 때문에 다시는 싸우실 수 없을 겁니다.”
“깨어나실 수는 있는 겁니까?”
“응급조치가 빨랐기 때문에 깨어날 수는 있겠지만, 지독한 뇌기에 당하셔서 언제 일어나실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아….”
백우진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래도 살 수 있다는 소리에 조그마한 안도감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말씀드렸듯이 빠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저희가 손을 써도 이미 늦었을 겁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박일섭에게 푹 고개를 숙였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박일섭은 한국에서 최고라 부를 수 있는 회복 능력자였다.
조치가 빠른 것 이상으로 그의 회복 능력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저 녀석은 어떻게 된 거죠?”
백우진이 백천웅의 옆 침대에 누워 있는 무영객을 가리켰다. 녀석은 오른팔을 제외한 전신이 회복 붕대에 감겨 있었다.
“부, 부가주님이 쓰러졌을 때 갑자기 뇌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신기에 가까운 보법으로 뇌검에게 접근했지만 결국 붉은 벼락에 직격당해서 쓰러졌습니다.”
대답은 박일섭이 아니라, 뒤에 있던 문주영에게서 들려왔다. 그는 여러 감정이 담긴 눈길로 무영객을 바라보았다.
“부가주님이 당한 걸 보고 뇌검에게 달려들었다고?”
“예….”
문주영이 고개를 푹 숙였다. 뇌검을 막던 백천웅이 쓰러졌을 때 천지가 붉은 뇌기로 가득했다.
자신과 의검대는 뇌검에게 닿기도 전에 주변에 퍼진 뇌기에 적중당해서 쓰러졌고, 무영객은 그 사이를 파고들어 뇌검의 앞에 섰었다.
“이 녀석은 어떤 상태죠?”
백우진은 얼굴 전체를 붕대로 감싼 무영객을 바라보다가 박일섭에게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뇌속성을 막는 아티펙트를 가지고 있어서 목숨에 지장은 없습니다. 다만 너무 심각하게 당해서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겁니다.”
“생명에는….”
“지장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우진이 박일섭에게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만 몇 번째 한숨을 쉬는 건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지?”
“일반 회복실에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백우진은 잠시 백천웅과 무영객을 바라보다가 일반 회복실로 향했다.
문주영을 따라 304번 회복실에 들어가자 의검대 검사들 모두가 쥐죽은 듯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백우진은 검사들 한 명, 한 명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내부의 뇌기는 거의 빠져나갔지만, 뇌기에 지져져서 붉게 탄 상처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우우웅!
백우진은 자신의 순수한 오러를 이용해서 검사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밖으로 나왔다.
다음으로 홍아라와 박혜리가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두 사람도 역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윽….”
백우진은 홍아라와 박혜리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들의 얼굴과 피부에도 붉은 뇌기로 인한 상흔이 남아 있었다.
-이런 개새끼가….
참고 참던 흑암의 분노가 극에 도달했다.
다른 사람들도 소중했지만, 홍아라는 백우진과 자신이 함께 키운 첫 번째 제자나 다름없었다. 그 아이의 전신과 얼굴에 심각한 흉이 진 것에 화가 솟구쳤다.
“….”
백우진은 혀를 맴도는 씁쓸함을 느끼며 홍아라와 박혜리의 몸에 오러를 넣어주고 방을 나섰다.
“도련님….”
문주영은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기다리고 있었다.
“너도 쉬어라. 네 몸 상태도 좋지 않아.”
“전 정말 괜찮습니다. 제 입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문주영이 빈방을 가리켰다. 백우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침대에 걸터앉아서 바닥을 내려 보았다.
“가문에서 균열 보호 임무가 내려왔습니다. 임무를 완수하고 탑 앞으로 복귀하려 할 때 갑자기 뇌검이 나타났습니다.”
문주영은 그때의 분노가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는지, 손을 떨며 말을 이었다.
“부가주님은 뇌검과 홀로 100여 합을 싸우셨습니다. 그 이후에 근처에 있던 패력적가와 협회의 능력자들이 지원을 오고 나서야 쓰러지셨죠.”
“그럼 너희들은….”
“부가주님을 보호하고, 뇌검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다가 당했습니다. 무영객은 끝까지 뇌검에게 따라붙으려다가 쓰러졌구요.”
문주영이 입술을 깨물었다. 도망칠 거라 생각했던 무영객은 끝까지 버티며 뇌검에게 다가갔었다. 그에 대한 고마움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민망함이 동시에 들었다.
“뇌검은 도망친 건가?”
“예. 나타날 때처럼 하늘에 마법진이 생겨나서 그놈을 데려갔습니다.”
“마법진의 좌표는?”
“루카스가 조사했지만, 사막으로 나왔습니다. 가짜 좌표인 것 같습니다.”
“망할….”
백우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자신의 사람들이 당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에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뇌검은 가주에 대한 원한을 말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원한?”
“그렇습니다.”
“그게 무슨….”
뇌검의 소속은 제논이다. 당연히 자신을 노린 거라 생각했지만 갑자기 아버지라니 이해가 가질 않았다.
“부가주님과 뇌검은 서로 아는 사이 같았습니다.”
“뭐?”
뇌검은 강력한 무력과 악명 때문에 한국에도 알려졌지만, 해외에서 활동하던 능력자다. 그와 백천웅이 알고 있는 사이라는 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사실….”
문주영은 백천웅과 뇌검의 대화를 말해주고, 그의 이름인 조경수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조경수….”
“유진아에게 이미 조사를 부탁했습니다. 조만간 연락이 갈 겁니다.”
“수고했다.”
“전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문주영은 피나도록 주먹을 꾹 쥐었다. 이번 일에서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는 것이 너무도 분했다.
“아니야. 버텨줘서 고맙다.”
백우진은 문주영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일어섰다.
“예? 아, 아닙니다. 전….”
문주영은 백우진의 다정한 말에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이제 쉬어. 나머지는….”
백우진이 어두워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두 눈을 빛냈다.
“내가 처리하마.”
**
콰앙!
신검백가 행검부 수장인 강철민이 있는 집무실 문이 사정없이 터져나갔다.
“뭐, 뭐야!”
“습격?”
비서들의 표정에서 넋이 빠져나갔다. 행검부는 신검백가의 중심에 있다. 이런 대낮에 습격을 당한다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후우욱-
먼지가 가시고 문을 부수고 들어온 사람의 얼굴이 드러났다.
“마, 막내도련님….”
문을 부수고 들어온 사람은 백우진이었다. 다만 그의 표정이 너무도 살벌했다. 비서들은 그 이유를 알았기에 말조차 걸 수가 없었다.
백우진은 아무 말도 없이 비서들을 지나 강철민의 방으로 다가갔다.
콰아아앙!
이번에는 문만이 아니라, 벽까지 통째로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허억! 도, 도련님!”
문이 부서진 소리에 밖으로 나가려던 박철민이 앉지도 서지도 못한 상태에서 멈춰버렸다.
‘이, 이 정도였다고?’
백우진의 무력은 확실하게 파악해두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무력은 행검부의 예상과는 차원이 달랐다. 7등급에서도 최상급인 자신이 손가락 하나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번 의검대의 임무. 누구의 지시였나?”
“그, 그게 순번에 따라….”
“순번?”
“다른 검대나 저, 전투 단체가 전부 임무 수행 중이라 어쩔 수 없이 내린 지시였습니다.”
박철민이 덜덜 떨면서 서랍을 뒤져 임무 내역들을 보여주었다.
“….”
백우진은 서류를 받아들여 임무 내역들을 보았다. 그의 말대로 내역에서 딱히 특별한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뇌검이 나타난 것과 관련이 없다는 건가?”
“무, 물론입니다!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럼 왜 백연단 전체를 동원해서 뇌검의 위치를 찾지 않는 거지?”
“그, 그건….”
“가문의 부가주가 쓰러졌고, 의검대 전체가 당했다. 백연단 전체를 동원할 만한 사항일 텐데.”
백연단은 신검백가의 정보단체다. 이런 사태에선 백연단 전부가 동원되어야 하건만 움직이는 건 고작 3개 조뿐이었다.
“백연단은 가주님의 지시가 있어야….”
“지랄하지 마.”
백우진이 박철민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눈에서 귀화가 타올랐다.
“흐으윽!”
박철민은 감히 그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영혼이 타버릴 것 같은 기세에 몸이 절로 움츠려졌다.
“가주가 없는 비상시에는 네가 백연단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잖아. 지금 이 자리에서 네 목을 따고, 권한을 읊어줄까?”
“으으….”
백우진의 전신에서 용암 같은 기세가 이글거렸다. 박철민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이, 이게 뭐야!’
백우진의 패도적인 기세에 혼이 꺾일 것만 같았다. 흡사 백천화를 앞에 두고 있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기파였다.
“사, 사실 가주님께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뭐?”
“그분께서 백연단 3개 조만 움직여서 뇌검을 찾으라 하, 하셨습니다. 전 그 말씀대로… 허억!”
백우진의 몸에서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기세가 폭발했다. 박철민은 백우진의 분노가 깃든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빠드득-
백우진이 이를 갈았다. 이번에 당한 사람은 전부 자신의 세력이었다.
아버지는 어차피 내놓은 자식인 자신의 세력이 줄어든 것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백연단 3개 조만 움직여서 생색만 내려 하는 게 분명했다.
-추잡하기 그지없어! 네 아비에겐 가주의 자격이 없다!
“마지막 남은 정까지 떨어지게 만드는군.”
백우진은 분노의 걸음으로 가주전에 들어섰다. 아버지는 없었고, 김재환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디 있지?”
“지난번에 말씀드렸듯이 전 알지 못합니다.”
김재환은 그때 보여줬던 표정 그대로 고개를 저었다.
“다시 한번 묻겠다. 아버지는 어디 있나.”
백우진의 전신에서 하늘을 등에 업은 듯한 장대한 패기가 치솟았다. 공간을 지배하는 강렬한 기파가 가주전 전체로 퍼져나갔다.
“끄윽!”
김재환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백우진의 무력은 이미 자신의 예상을 초월했다.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으윽….”
“크으….”
백우진의 패도적인 기파는 기둥과 천장에 숨은 흑검대마저 짓눌렀다. 은신한 장소를 벗어나는 순간 백우진에게 목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저, 전 정말 모릅니다….”
“좋다.”
백우진은 김재환과 숨어 있는 흑검대를 노려보다가 자신의 기세를 촛불을 끄듯이 훅 꺼뜨렸다.
“아버지가 오면 전해라.”
“예?”
“이번 일은 내 힘으로 해결하겠다고.”
백우진은 서슬 퍼런 눈으로 김재환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후회하게 될 거라고 전해.”
백우진은 그 말을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주전을 나섰다.
“아….”
“허억….”
흑검대는 백우진의 흉흉한 등을 보며 어떠한 움직임도 취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맹룡과 다름없는 기세였다.
“더러워서 내가 직접 해주마.”
백우진의 가문의 힘 따위 빌리지 않고, 스스로가 가진 힘으로 제논을 지워버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끝까지 애새끼처럼 구는 아버지를 꺾어버리겠다고 다시 한번 맹세했다.
우우웅!
백우진이 백선길드에 돌아가려 때 유진아에게 전화가 왔다.
[검사님.]“찾았습니까?”
[죄송해요. 아직 찾지 못했어요.]유진아의 목소리는 미안함으로 축 처져 있었다.
[다만 조경수가 누구인지는 알아냈어요.]“뇌검의 정체 말이죠?”
[네. 조경수는 벽력검문의 소문주였어요.]“벽력검문?”
[마족과 계약을 했다는 소문이 퍼져서 멸망한 가문이에요. 그리고 그 가문을 지운 사람은….]“아버지겠군요.”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아의 정보를 듣자, 대략적인 상황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뇌검은 아버지에게 가문이 멸망 당한 복수를 위해서 의검대를 습격한 게 분명했다.
‘망할….’
더더욱 화가 솟구쳤다. 아버지라면 분명 이 사실도 알고 있을 거다. 그러면서도 나서지 않는 것이다. 정말이지 지독한 사람이다.
[뇌검의 위치는 전력으로 찾고 있어요. 아케인과 정보 공유를 해서라도 꼭 찾아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유진아의 낭랑한 목소리에는 신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백우진이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이틀이 지났다.
다행히 의검대는 한 명씩 일어났지만 백천웅과 무영객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백우진은 유진아와 서공명의 연락을 기다리며 특수 회복실에 앉아서 백천웅과 무영객을 지켜보았다.
“에휴, 아직도 안 피시네.”
회복 마법을 사용하던 능력자가 무영객의 손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이죠?”
백우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무영객을 담당하는 회복 능력자에게 다가갔다.
“처음 오셨을 때부터 지금까지 오른손을 펴질 않으셔서요.”
“오른손이요?”
백우진이 무영객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녀석은 주먹을 꾹 쥐고 있었다.
-…분노인가.
‘그렇겠지.’
무영객은 그의 스승이 죽은 뒤 자신의 편이 없었다. 자신과 의검대, 백천웅은 처음으로 생긴 무영객의 편이었기에 그들이 당한 분노로 주먹을 풀지 않는 것 같았다.
“복수는 내가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쉬어라.”
백우진은 조용히 읊조리며 무영객의 손을 두드려주었다. 그러자 그의 손이 부드럽게 펴지며 주먹에 쥐고 있던 것이 땅에 떨어졌다.
“귀… 건?”
땅에 떨어진 열쇠는 무영객이 이전에 보여주었던 추적용 아이템 귀건이었다.
우웅!
백우진은 홀린 것처럼 귀건을 잡고 버튼을 눌렀다. 귀건의 끝에서 나온 붉은색 선이 벽을 뚫고 머나먼 곳을 가리켰다.
“설마!”
무영객이 마지막까지 쓰러지지 않고 뇌검에게 접근하려 했다는 문주영의 말이 생각났다.
이제야 녀석이 왜 그렇게까지 뇌검에 접근하려 한 건지, 왜 오른손만 멀쩡했던 건지 이해가 갔다.
-도둑놈 너 이 녀석!
“무영객….”
백우진은 눈망울이 아릿하게 젖어 들었다. 무영객은 자신에게 복수를 맡기기 위해서 죽음을 각오하고 뇌검의 몸에 귀건의 추적기를 쏘아낸 것이다.
“고맙다.”
백우진이 유일하게 붕대에 감기지 않은 무영객의 오른손을 잡았다.
“이제 내게 맡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