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37
237화. 백우진 대 제논 (3)
“확실해. 저기야.”
한국 능력자 협회의 김민수는 하와이의 거대 저택을 보며 두 눈을 빛냈다.
“음, 정말 맞을까요?”
반면 김민수의 조원 양세운은 불안한 듯 목을 벅벅 긁었다.
“카이준이 저 안으로 들어가는 거 봤잖아. 그 놈만이 아니라, 다른 다크문 놈들도 양 옆의 저택으로 들어갔다고. 저 더럽게 큰 집은 다크문의 기지가 맞아.”
김민수의 목소리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카이준을 쫓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지만 저 곳은 평범한 저택이 아니라, 다크문의 지부가 분명했다.
“다크문 놈들의 기지라기에는 너무 잘 드러나는 곳이라….”
양세운이 저택의 좌측을 가리켰다. 저택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은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관광지였다.
“저 저택만이 아니라, 그 옆의 저택들도 한통속이야. 저쪽라인에 있는 집들 전체가 다크문 놈들의 소굴이라고.”
“그럼 국장님께 연락할까요?”
“미국 협회에게 협조도 받아야 할 테니까. 일단 연락부터 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사진부터…어?”
양세훈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액정을 보던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저건….”
다크문의 기지로 생각되는 저택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검을 뽑아들어 저택을 지키던 가드 둘을 거침없이 베어버렸다.
“헉!”
“뭐, 뭐야!”
두 사람은 깜짝 놀라서 자신들이 숨어 있던 것도 잊고 벌떡 일어났다.
“제, 젠장! 저 또라이는 뭐야!”
김민수가 옆의 나무를 후려쳤다. 간신히 다크문 길드의 우치를 찾아냈는데 저 미친놈 때문에 모든 것이 망하게 생겼다.
“파벌 싸움일까요?”
“나도 모르지. 인마!”
양세운과 김민수가 멍하니 있을 때 남자가 자세를 낮추고 발검술을 사용했다.
그의 검집에서 솟구친 거대한 기운이 저택 전체를 찢어발겼다.
다섯 개 저택을 둘러싼 결계가 찢겨지고, 축구장 몇 개를 합쳐놓은 듯한 거대한 공간이 드러났다.
“아….”
“와….”
김민수와 양세운은 넋이 나간 눈으로 결계가 깨진 공간과 그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일검으로 저 정도 수준의 결계를 가르다니, 저런 건 협회 최고 추적자의 눈으로도 보지 못했던 위력이었다.
개미굴처럼 여기저기에서 범죄자들이 달려 나와서 남자에게 달려들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었다.
남자는 검을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열이 넘는 범죄자들을 깨부수고, 발을 굴러 수백이 넘는 범죄자들을 압박했다.
그야말로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력이었다.
“저, 저거 대체 누구죠? 어떻게 저런 검기를….”
“이 멍청아! 저 괴물을 모른다고?”
김민수가 양세운의 머리에 딱밤을 내리쳤다.
“검은 오러잖아! 이 세상에 검은색 오러를 사용하는 사람은 딱 한 명이라고!”
“아! 백우진!”
양세운이 꽥하고 비명을 질렀다. 김민수의 힌트를 듣자마자 바로 백우진이 생각났다.
“백우진이 홀로 다크문을 치러온 거야!”
“국장님께 연락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 맞다! 빨리 해! 빨랑!”
김민수는 양세운에게 지시를 내리면서도 눈은 백우진에게서 떼지 않았다.
백우진은 양떼 속의 늑대와 다를 바가 없었다. 홀로 범죄자들의 포위를 무너뜨리고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열 명이 넘는 범죄자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카이준이다! 아무리 저 녀석이라도…헉! 왜, 왜 저놈이!”
김민수가 입을 쩍 벌렸다. 백우진을 막기 위해서 달려가는 놈들은 다크문의 간부 카이준만이 아니었다. 제논의 간부인 광조귀와 블러드 위치도 있었다.
“광조귀하고 블러드 위치는 제논의 소속이잖아요!”
“제, 제논의 간부들이 대체 왜 여기에….”
김민수가 눈을 부릅떴다. 광조귀와 블러드 위치는 강력한 무력을 가진 제논의 범죄자다. 이곳이 다크문의 기지라 생각했는데, 상황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서, 설마….”
공간을 좀 더 자세히 살폈다. 알고 있는 범죄자들의 얼굴을 확인할 때마다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아, 아니었어.”
“네?”
“여기 다크문의 기지가 아니었다고! 여긴 제논의 본부야!”
백우진 덕분에 확실하게 알아차렸다. 다크문의 범죄자들이 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긴 다크문의 기지가 아니었다. 제논의 본부였다.
“빨리 국장님께 연락해!”
“아, 알겠습니다.”
양세운이 다급하게 버튼을 눌렀다.
“이곳은 용담호혈 그 자체였어. 아무리 백우진이라고 해도 위험해….”
김민수는 백우진과 셀 수 없이 많은 범죄자들을 보며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
-오늘 단단히 마음먹었군.
‘대연문 때와는 다르니까.’
백우진은 서늘한 눈빛으로 적들을 바라보았다. 저들은 무인이기 이전에 범죄자들이다. 봐줄 필요가 전혀 없었다.
“놈은 혼자다! 공격해!”
“곧 간부들이 올 거다! 놈을 압박해라!”
경비조장들은 목청껏 소리를 질러서 부하들을 독려했다. 경비 무인들이 입술을 깨물며 백우진에게 달려들었다.
“소용없는 짓이다.”
백우진은 자신의 앞을 막은 무인들을 향해 암인검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천장의 신검처럼 떨어져 내리는 암인검의 검기에 스물이 넘는 경비 무인들이 모조리 튕겨나갔다.
“크어억!”
“아악!”
“끄으윽….”
경비 무인들은 들고 있던 무기가 박살난 채 벽과 땅에 쳐 박혀서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백우진은 자신이 쓰러뜨린 범죄자들을 돌아보지도 않고 귀건의 빛을 따라 앞으로 달렸다.
콰아앙!
경비 조장들 역시 백우진의 일검조차 견디지 못하고 무기가 꺾인 채로 차가운 땅에 쓰러졌다.
백우진이 외벽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경비조와는 차원이 다른 기세를 내뿜는 세 명의 강자가 나타났다.
“네가 백우진인가?”
“허, 여길 홀로 쳐들어오다니, 미친놈이로군.”
제논의 간부인 광조귀와 블러드 위치가 백우진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제논이 이리 보안이 허술한 곳인지는 몰랐네.”
다크문의 간부인 카이준이 쯧쯧 혀를 차며 손을 털었다.
“음….”
광조귀가 인상을 찌푸렸다. 하필 다크문과 연합을 맺는 날에 백우진이 쳐들어왔다는 것에 짜증이 일었다.
“그래도 앞으로 한 가족이 될 테니 도와주겠소. 함께 처리해보자고.”
카이준이 양손을 들어 올리며 오징어처럼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의 손짓을 따라 땅에서 거대한 보라색 구체가 솟아올라 백우진을 가둬버렸다.
“저건….”
“내가 만든 결계요. 오늘 전투가 벌어질지도 몰라서 준비해 온 건데 이렇게 사용하게 되는군. 들어오시오.”
카이준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보라색 결계 안으로 들어갔다. 광조귀와 블러드 위치는 서로 눈을 마주친 후 보라색 원으로 들어갔다.
구체는 내부도 보랏빛이었고, 땅과 허공에서 생겨난 보라색 줄기들이 백우진의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이 결계는 적의 능력을 감소시키고, 저 줄기들이 끈끈이처럼 달라붙어 움직임까지 막아주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테니, 지금 공격하시오.”
카이준은 보라색 액체에 둘러싸인 백우진을 비웃으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이건 기회야.’
제논과 전쟁이 벌어질지도 몰라서 준비해온 최상급 결계를 이렇게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여기서 백우진을 잡는다면 제논과 다크문 양쪽에서 큰 보상을 받을 게 분명했다.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우우웅!
카이준의 두터운 주먹에서 사이한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치이잉!
광조귀의 손톱에서 하얀 빛이 솟구쳤고, 블러드 위치의 머리카락이 붉게 물들었다. 둘 다 백우진의 무력을 알기에 처음부터 전력을 끌어올렸다.
콰아아아!
광조귀의 손톱이 철근처럼 길어지고, 블러드 위치의 손에서 수십 개가 넘는 핏빛 창이 생성되었으며, 카이준의 주먹이 거인의 주먹처럼 거대해졌다.
퍼어어엉!
세 범죄자의 땅을 박찼을 때 백우진의 몸을 감싸던 보라색 줄기들이 풍선처럼 터져나갔다. 그의 몸에서 치솟은 거대한 기파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아직 결계는 아직 작용하고 있소! 그대로 공격해!”
카이준은 자신이 만들 결계를 믿었다. 아무리 백우진이라고 해도 이 최상급 결계 속에서 제대로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다.
“쓸모없는 짓이라니까.”
백우진이 덤덤한 눈빛으로 암인검을 들어올렸다.
“허세는 그만 부려라!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면서!”
“이곳에 온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크아아!”
세 괴물이 쏟아낸 어두운 기운이 사이한 결계의 힘과 합쳐져 거대한 마나의 파동을 만들어냈다.
“안 된다고.”
백우진은 세 방향으로 쏟아지는 범죄자들의 기술을 향해 암인검을 내리그었다.
콰아아아아!
암인검의 검날에서 치솟은 검은 빛살이 세 괴물의 기운과 결계를 동시에 갈랐다. 그러고도 힘이 남아 중앙에 있던 카이준의 몸마저 베어버렸다.
“끄어억….”
백우진의 검격에 직격당한 카이준은 숨이 끊어진 채로 뒤로 넘어갔다.
“어…?”
“카, 카이준님!”
“세, 셋이 덤볐는데 어떻게!”
결계가 사라진 덕분에 상황을 확인한 범죄자들이 입을 쩍 벌렸다. 결계 안에서 세 사람이 덤볐는데 오히려 당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크윽!”
“계속 가!”
블러드 위치와 광조귀는 카이준이 당한 것을 보고서도 멈추지 않았다. 백우진의 빈틈을 노려 피의 창과 빛의 손톱을 내질렀다.
치이이잉!
백우진은 빛의 손톱과 수십 개의 핏줄기가 자신의 몸을 휩쓸려 할 때 암인검을 올려쳤다.
콰아아!
허공에 솟구친 풍벽검흔이 두 범죄자들의 강렬한 기예들을 모조리 무효화시켰다.
“제, 젠장! 일단 물러나!”
“이 무슨!”
백우진은 당황하여 물러나는 광조귀와 블러드 위치에게 따라붙었다.
“꺼져!”
광조귀는 자신의 절기인 광패조를 사용해서 백우진의 몸을 위협했다. 하지만 백우진은 물러나지 않고 검을 내리쳤다.
쿠구구구!
그가 내리치는 검격에서 하늘을 담은 듯한 웅대한 기운이 떨어져내렸다.
“크윽!”
광조귀는 어쩔 수 없이 양 손톱에 오러를 가득 쌓아 백우진을 검격을 막아섰다.
뿌드드득!
광조귀의 눈에 핏발이 섰다. 백우진의 검을 막은 자신의 오러가 찢겨지고, 손톱을 깨져나갔다. 검에 담긴 무게가 자신의 상상을 초월했다.
‘이건 안 돼!’
백우진의 검에 담긴 기운은 인간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검이 펼쳐내는 무거운 기운에 발을 놀릴 수도 없었다.
“아, 안…끄악!”
광조귀는 비명도 채 지르지 못하고 무령참에 휩쓸려 터져버렸다.
“미, 미친!”
블러드 위치는 광조귀가 일격에 당한 것을 보고 대항할 생각을 버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도망쳐야해! 뇌검님을…’
혼자서는 시간조차 끌 수 없다. 최소 뇌검이나 청마는 대려 와야 상대가 될 수준이었다.
“어디 가려고?”
“허억!”
젖 먹던 힘을 다해 도망치던 블러드 위치는 등 뒤에서 들린 백우진의 목소리에 기겁을 하며 핏빛 창을 쏘아냈다.
“그거 안 통한다고.”
백우진은 광호섬으로 블러드 위치의 창을 흘려보낸 뒤 그녀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아….”
블러드 위치는 공포에 질린 표정 그대로 바닥에 가라앉았다.
“뭐, 뭐야. 이게….”
“말도 안 돼!”
“저 세명이 이, 일검을 못 버텼다고?”
제논과 다크문의 범죄자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블러드 위치, 광조귀, 카이준. 이름만 들어도 덜덜 떨게 만드는 상급의 범죄자들이 백우진의 일검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저 괴물들이 저렇게 간단히 쓰러졌으니, 자신들을 절대로 백우진을 이길 수가 없었다.
“젠장! 튀어!”
“도망쳐라!”
“절대 못 이겨!”
범죄자들은 백우진을 피해서 사방으로 도망쳤다. 나중에 배신자로 죽더라도 지금 이 공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으아아아!”
“빠, 빨리 튀어!”
범죄자들이 담장을 넘어 빠져나가려 할 때 갑자기 바닥에서 새빨간 불꽃의 벽이 솟아올랐다.
“뭐, 뭐야!”
“이 불꽃은….”
수십이 넘는 범죄자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졌다.
“아….”
“헉….”
범죄자들이 이빨을 덜덜 떨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용이었다. 새빨간 화룡이 자신들을 굽어보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백우진이 가진 최상급 정령이었다.
[크릉!]이그니스는 콧김을 뿜고서 자신의 발아래에 있는 범죄자들을 향해 홍염을 쏘아냈다.
콰아아아앙!
땅으로 쏟아진 홍염이 범죄자들이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쪽 벽도 마찬가지였다.
설빙, 레오, 크롬 나머지 세 정령들도 각자의 벽에서 범죄자들이 도망치는 것을 막아섰다.
“한 놈도 놓칠 생각 없어.”
백우진은 좌측 벽에서 솟아오른 이그니스를 보며 암인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오늘 제논이라는 이름은 세상에서 사라진다.”
**
뇌검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지지직!
앞에서 들려오는 거친 노이즈 소리에 뇌검이 눈을 떴다. 그의 앞으로 반투명한 화면이 생성되며 제논의 마스터 김남길이 나타났다.
[조경수.]김남길은 푸른 물이 담겨 있는 원형의 통에서 뇌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왜 의검대를 습격한 거지?]푸른빛의 물속에 잠겨있음에도 김남길의 음성은 아무런 제약도 없이 그대로 들려왔다.
[내가 분명 확실한 때를 노려서 백우진을 죽이라고 했을 텐데.]뇌검에게 백우진의 제거를 명령할 때 다시는 기회를 가지지 못하도록 한 번에 죽이라 말했다.
하지만 뇌검은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백우진이 없는 의검대와 백천웅을 공격했다. 대업 때문에 무아지경 상태가 아니었다면 크게 혼을 냈을 것이다.
“경고였습니다.”
[경고?]“백가의 이름을 가진 놈은 다 하나도 빠짐없이 죽인다는 경고. 놈들은 앞으로 저에 대한 공포에 떨게 될 겁니다.”
뇌검은 눈을 내리감은 채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사나우면서도 서글퍼 보이는 웃음이었다.
[백우진을 무시했다간 큰 코 다치게 될 거다. 놈의 성장력은 위험해. 그래서 네게 처리하라 한 거다.]“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전 그놈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백우진도, 백천화도 제가 죽일 겁니다.”
뇌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 망할 성격 때문에 그 정도 무력을 쌓은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말을 듣지 않는군.]“백우진이 탑에서 나왔다고 하니, 이번엔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그 말 제대로 지켜야 할 거다. 그것도 빠른 시일 내에.]“물론입니다.”
뇌검은 믿어달라는 듯 고개를 숙였다.
“준비했던 ‘그 일’은 성공 한 겁니까?”
[성공했다. 다만 중간에 문제가 생겨서 약간 시간이 지체될 거 같아. 그래서 말인데…]김남길이 자신의 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곧 다크문의 마스터가 연합 확정을 위해 그곳으로 갈 거다. 내 대신 네가 그들을 맞이해라.]“전 그런 일에는 맞지 않습니다.”
[내 상태를 안정화 시키는데엔 시간이 필요해. 넌 자리만 채워라. 대화는 청마가 할 테니.]“….”
[전부 백가를 지우기 위한 일이다.]“알겠습니다.”
뇌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신체가 안정화 되는 대로 가겠다. 이따가 보도록 하지.]김남길이 통화를 끊자, 다시 눈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돌아왔다.
“백천화….”
뇌검이 백천화의 이름을 읊조렸다. 그저 이름을 뱉고, 그의 얼굴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쳤다.
똑똑.
거친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벌컥 열렸다. 뇌검의 일들 담당해주는 강지훈이었다.
“다크문의 마스터가 온 거냐?”
“그, 그게 아닙니다!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큰 문제?”
뇌검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곳은 제논의 본부다. 여기서 대체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백가가 쳐들어왔습니다!”
“백가!”
뇌검의 안광에서 두 줄기 뇌기가 치솟았다.
“백천화가 흑검대와 온 것이냐!”
“아닙니다. 백가의 막내 백우진이 홀로 쳐들어왔습니다!”
“백우진? 그 놈이 어떻게….”
뇌검이 인상을 찌푸리며 수련실을 나섰다. 밖에 나가자마자 신룡처럼 꿈틀거리는 백우진의 기운이 느껴졌다.
“멍청한 놈이로군.”
뇌검이 흉악한 웃음을 지으며 옆에 있던 푸른빛 검을 허리에 착용했다.
“마스터의 지시를 바로 지킬 수 잇겠어.”
**
백우진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범죄자들을 몰아쳤다. 제논과 다크문의 간부들이 나섰음에도 백우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당백이 아니라, 일당 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력이었다.
콰아앙!
백우진은 자신의 앞을 막은 한철의 벽을 무너뜨리고 내당으로 들어갔다. 이제 뇌검이 있는 장소까지 멀지 않았다.
-방심은 금물이다. 진짜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어.
‘알아.’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논의 간부 중에서도 강한 놈들인 팔귀중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음?”
백우진이 인상을 찡그리며 걸음을 멈췄다. 무언가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뒤로 물러나서 자세를 잡았다.
콰아아앙!
대지가 폭삭 무너지며 붉은 뇌기가 사위를 뒤덮었다. 무너진 땅위로 푸른 피부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괴인이 섰다.
“네가 백우진이로군.”
뇌검 조경수가 백우진의 얼굴을 보며 붉은 눈동자를 번뜩였다.
“그 차갑다 못해 냉정한 얼굴. 네놈의 아비와 똑같구나.”
뇌검이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이를 갈았다.
“네 놈 덕분에 내 안의 분노가 다시 한 번 타올랐다.”
백천화를 닮은 백우진의 얼굴을 보자, 속에서 뻘건 불길이 솟구쳤다. 당장에 백우진의 뼈를 갈아 마시고 싶었다.
“지랄한다.”
“뭐?”
“아무나 물어뜯는 광견 주제에 어디서 분노를 논하는 거지?”
백우진이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뇌검을 차갑게 비웃었다.
“네놈 따위가 뭘 안다고 주제넘게 입을 놀리는 거냐!”
“네 원수가 아버지고, 그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알고 있다. 내 생각대로다면 아버지의 행동은 절대 용서받지 못할 일이겠지.”
“네놈이 그걸 어떻게 안다고….”
“실제로 네 문파에 마족과 내통한 인간이 있었더군. 다만 그 한 명 때문에 아버지는 네 가문을 몰살시켰다. 그 이유는 네 가문의 검보를 챙기고, 승천하는 네 가문을 몰락시키기 위해서였지.”
“네가 그걸 어떻게….”
뇌검이 눈을 부릅떴다. 그 사실은 이미 은폐되어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백우진이 그 일을 어떻게 아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니까.”
백우진이 차갑게 웃었다. 마족에 넘어간 가문을 백천화가 정벌했다는 소리를 듣고 일이 어떻게 흘러갔을지는 뻔히 보였다.
“다만 넌 복수의 대상을 잘못 골랐다. 네가 그 사연을 가지고 아버지를 꺾었다면 난 이곳에 찾아오지 않았을 거다.”
정말 뇌검이 그런 사연을 가지고 백천화를 죽였다면 복수를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 광견은 길을 잘못 택했다.
“넌 네가 그렇게 증오하는 아버지와 같은 길을 선택했다. 의검대도 부가주님도 네 가문의 일과는 관련이 없었어.”
“닥쳐라! 내가 당했는데 왜 난 하지 못한다는 말이냐! 난 네 가문의 모든 것을 지워버릴….”
“그리하면 백천화라는 인간과 똑같아지기 때문이다.”
“크윽….”
뇌검은 대답하지 못했다. 달랐다. 자신의 사연을 말하자면 분명 자신과 백천화는 달랐다.
하지만 또한 같았다. 백우진의 말대로 자신은 백천화와 똑같은 일을 행하고 있었다.
‘허나…’
뇌검이 주먹을 꽉 쥐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백천화를 죽이기로 맹세했다. 이미 호랑이의 등에 올라탔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그 귀신의 아들답게 혓바닥 놀림이 괜찮구나. 하지만 난 악마가 되어서라도 네놈의 애비와 백가의 모든 것을 불사를 것이다.”
뇌검이 검을 뽑아들었다. 그의 검날을 타고 세상을 엎을 새빨간 뇌기가 사방으로 치솟았다.
콰아아앙!
하늘이 어둑해지며 전방위 적인 낙뢰가 떨어져내렸다. 공간 자체가 뇌검의 지배하에 있는 것 같았다.
“넌 자리를 잘못 찾아왔다. 네놈의 목을 들고 네 아비를 찾아가주마.”
“해봐. 할 수 있다면.”
백우진의 발밑에서 짙은 어둠이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의협의 의지에 분노를 씌운 광대한 불꽃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콰아아아!
창대한 칠흑의 빛이 암인검의 칼날에 어렸다.
콰아앙!
백우진과 뇌검이 선 공간이 동시에 무너지며 두 사람이 낙뢰가 치는 공간으로 뛰어들었다.
쩌저저적!
흑색 불길을 거둔 검과 적색 뇌기를 두른 검이 우레를 가르며 맞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