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백우진 대 제논 (4)
백우진과 뇌검이 검을 부딪친 순간 어마어마한 충격파와 굉음이 사위를 휩쓸었다.
쿠구구구!
두 사람은 누런 벼락이 떨어지는 위험지대의 중심에서 검을 맞댄 채로 서로의 숨통을 노려보았다.
“네놈 뇌기를 익혔던가.”
뇌검은 살벌한 눈으로 백우진의 기운을 읽었다. 아무리 강한 인간이라도 뇌기에 스치는 순간 고통으로 몸이 굳어버린다.
하지만 백우진은 전신이 뇌기에 휩싸였음에도 그런 반응이 없었다. 뇌기를 익히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허나 내 뇌기는 네놈과 다르다!”
뇌검이 땅을 박찼다. 더 강렬한 뇌기를 폭발시키며 백우진을 밀어붙였다.
-뇌기의 힘은 너도 잘 알고 있겠지?
‘물론.’
-일반적인 뇌기는 상대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수준이지만 저 놈의 뇌기는 차원이 달라. 제대로 맞는 순간 전신이 마비가 되고 살이 녹아내릴 거다.
‘난 아닐 걸.’
백우진은 라사둠의 오러를 운용하며 만상보를 밟았다. 뇌와 유의 만상보를 이용해서 뇌기를 흘리며 뇌검을 향해 돌진했다.
쩌저저정!
뇌검의 적검과 백우진의 흑검이 다시 한 번 격돌했다.
적검에서 피어나는 뇌기의 가시가 사방을 뒤덮어도 흑검은 꺾이지 않았다. 뇌기를 쥐어뜯으며 뇌검의 목을 향해 전진했다.
“어, 어떻게!”
뇌검이 눈을 부릅떴다. 지금 개방한 뇌기는 아무리 강한 기운이라도 뚫어버릴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최소한 움직임에 제한이라도 있어야 하건만 백우진은 너무도 멀쩡했다.
“네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어떻게 이 뇌기에 영향을….”
“영향은 충분히 받고 있다. 이 망할 전기뱀장어 새끼야!”
백우진이 이를 악물었다. 거미줄처럼 퍼지는 붉은 뇌기는 칼로 생살을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을 주었다.
‘그분도 참았는데. 이 정도를 못 참을까.’
이 지독한 고통도 금강불괴와 천무지체, 흑전호포의 효과로 반감된 상태였다.
하지만 백천웅에겐 그런 특성이 없다. 그는 맨 몸으로 뇌기를 퍼뜨리는 저 괴물과 100여 합을 싸웠다.
뇌기 때문에 죽을 것처럼 고통스럽고, 몸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뒤에 있는 제자들을 위해 생명력을 불사른 것이다.
-너…
“이정도도 못 견디면 나가뒤져야지!”
전신을 붕대에 감은 채로 침대에 누워있던 백천웅과 무영개의 모습이 아릿하게 기억났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물러날 수 없었다.
화르르륵!
백우진의 두 눈에 기광이 어리며, 암인검의 칼날에 광대한 기운이 압축되었다.
콰아아아!
백우진이 암인검을 내질렀다. 검끝에 모인 밀도 높은 강기가 수풀처럼 펼쳐진 붉은 뇌기를 갈가리 뚫고, 뇌검의 방어를 뚫어버렸다.
콰아아앙!
거대한 충격음이 연속해서 터지며, 뇌검은 무너진 바닥에 쳐 박혔다.
“크으….”
뇌검은 오뚝이처럼 일어났지만 흔들리는 눈빛은 숨기지 못했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네, 네놈은 고통도 못 느낀다는 말이냐!”
뇌기를 뿜어내는 자신을 밀어내는 오러라니, 여태 겪어보지 못한 위력과 강인한 인내심이었다.
뇌전으로 지져지는 고통을 이겨내고 이런 기운을 발휘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못 느낄 리가 있나.”
“으윽!”
백우진이 볼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뇌검에게 다가갔다. 뇌검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고통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서 참는 거다. 네놈은 모르겠지.”
“닥쳐라!”
뇌검의 검이 신화 속 칠지도처럼 좌우로 갈라지면서 뇌전을 부풀렸다.
촤아앙!
백우진은 풍벽검흔을 내리그어 뇌기를 분쇄시켰다. 뇌검이 다시 뇌기를 폭발시키려 할 때 그의 우측으로 짓쳐들었다.
“크윽!”
뇌검이 뇌령보법을 밟으며 뒤로 물러났다. 번개처럼 빠른 움직임이었지만 백우진의 만상보도 그에 못지않았다.
콰앙! 쩌어엉!
백우진과 뇌검은 쫓고 쫓으며 순식간에 수십 합의 검격을 전력으로 부딪쳤다.
반반이었던 전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백우진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 이놈….”
뇌검이 피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깨달았다. 백우진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뇌기의 고통과 압박감을 참으며 자신을 압박해온 것이다.
‘무슨 이런 놈이!’
여러 전투를 겪고, 수많은 능력자들과 싸워왔지만 저런 미친놈은 처음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검술이 놈에게 읽히고 있다는 점이었다. 희대의 천재라는 소문이 거짓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소문이 한참 모자른 괴물이었다.
“마스터의 말이 맞았어. 네놈은 살려둬서는 안 되는 놈이다!”
뇌검이 전신에 퍼져 있던 뇌기를 모조리 끌어올렸다. 그의 머리위로 붉은 뇌전이 솟구쳤고, 하늘 위에서 황금빛 벼락이 떨어져내렸다.
콰르르릉!
붉은 뇌전과 금빛 벼락이 만나 이루어낸 거대한 기운이 뇌검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찌지지직!
수천 마리의 새가 우는 소리와 함께 뇌검의 전신이 금색으로 물들었고, 그의 몸에서 퍼지는 기운이 공간 전체를 뒤덮었다.
-저건 위험하군.
‘그거야 보기만 해도 알지.’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단전의 오러를 극성으로 운용했다. 그의 몸에서 뇌기를 가르는 강대한 기파가 솟구쳤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뚝뚝 떨어지는 음성이 끝났을 때 뇌검이 사라졌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속도였다.
빠지지직!
번개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뇌검이 백우진의 뒤에서 나타나 검을 내리쳤다.
쩌어엉!
백우진은 신기에 가까운 몸놀림을 보이며 뇌검의 검을 막아냈다.
빠지지직!
백우진의 몸이 휘청였다. 속도만이 아니었다. 뇌검은 진정한 벼락을 담은 것처럼 무시무시한 힘까지 갖췄다. 이전과는 비교조차 불가한 힘과 속도였다.
콰르르릉!
뇌검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백우진의 숨통을 노렸다. 백우진의 사방에서 끊임없이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광경이었다.
“후욱!”
백우진은 뇌검의 강렬한 뇌전에서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 동안 파악했던 뇌검의 움직임을 이용해서 놈의 검격을 막아냈다.
‘탑을 정복하고 와서 다행이군.’
시험의 탑을 정복하며 얻은 천무지체와 검술들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밀려났을 것이다.
콰아아앙!
계속되는 힘의 격돌에 대지가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하늘을 덮은 먹구름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크아아아아!”
뇌검이 포효를 내지르며 벼락의 힘을 끌어올렸다. 대지가 가뭄 난 논처럼 쩍쩍 갈라지며 황금의 뇌기를 튀겨냈다.
콰아앙!
뇌검이 땅을 터트리며 검을 그었다. 백우진은 자세를 낮추며 뇌검의 내리치는 검의 중심을 향해 대지의 관일극을 찔렀다.
“윽….”
백우진의 입술을 비집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뇌검의 일격은 파멸적이라고 생각 될 만큼 강력했다. 뇌기만이 아니라, 검격 자체에 무시무시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난 질 수 없다! 네놈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몰라!”
뇌검이 검을 올려 그으며 괴성을 질렀다.
“네 아비를 죽이기 위해 무저갱에서 기어 올라왔다. 절대 쓰러질 수 없다!”
“무저갱? 기껏 그 지옥에서 올라와서 한 짓이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습격한 건가?”
백우진이 뇌검을 차게 비웃었다. 뇌검은 의검대와 백천웅만 이 습격한 게 아니라, 균열 임무를 맡았던 능력자들까지 죽였다.
“크….”
뇌검은 말을 잇지 못하고 백우진을 향해 연속으로 검을 휘둘렀다. 백우진은 겁화검형을 그어 뇌기를 불태웠다.
“네놈은 아버지와 다를 바가 없다.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었다.”
닥쳐! 닥치라고!”
뇌검이 양손을 펼치며 뇌기를 폭발시켰다.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이 금빛으로 번쩍이며 수십 줄기의 벼락을 내리쳤다.
콰르르릉!
벼락들은 자석에 이끌리는 쇠처럼 뇌검을 향해 모여들었다.
쿠구구구!
뇌검의 주변이 황금빛 뇌전으로 가득 찼다. 하늘과 땅 전체가 그의 색으로 뒤덮였다. 그야말로 벼락의 화신이 된 듯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네놈을 죽이고, 백천화의 목을 따겠다!”
뇌검이 태양처럼 번쩍이는 검을 뻗어냈다. 세상을 물들인 금색 뇌전이 백우진을 향해 쏘아졌다.
뇌검이 가진 최고의 절기 강뢰멸절이다. 그 이름 그대로 뇌기로 세상을 지워버릴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백천화는 내가 쓰러뜨린다. 네놈에겐 넘겨주지 않아.”
백우진이 암인검을 아래로 내리며 천무지체의 특성 천폭의 힘을 개방했다.
강의 댐을 무너뜨린 것처럼 어마어마한 오러가 단전에서 폭발했다. 미친 듯이 솟구치는 오러를 암인검에 쏟아 부었다.
콰아아아!
암인검을 휘감은 묵빛의 오러가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극도로 압축된 강기가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을 완전히 흩어냈다.
쿠르르릉!
뇌검이 쏘아낸 강뢰멸절은 그 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워버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후….”
백우진은 가볍게 숨을 내쉬고, 온 세상의 물들이는 뇌신의 파도를 향해 검을 날렸다.
인간이 신을 베기 위해서 만든 참격 신살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콰아아아앙!
강뢰멸절과 신살이 정면에서 마주쳤다.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 뒤흔들리는 격돌이었다.
처음엔 비등한 기운이었지만 점점 강한 빛을 발하는 신살에 비해 강뢰멸절은 점점 빛을 잃어갔다.
“크흡!”
뇌검이 몸을 떨며 한 호흡을 쉬었을 때 백우진은 그 한호흡을 참았다. 그리고 그게 승부를 갈랐다.
쩌저저적!
신살이 강뢰멸절의 금빛을 완벽히 갈라내고 뇌검의 검마저 부러뜨렸다.
“아….”
뇌검은 넋이 나간 눈으로 들고 있던 검을 놓쳤다. 생명까지 불태운 마지막 절기가 깨졌다는 것을 믿지 못하고 정신을 놓아버렸다.
후우웅!
백우진은 뇌검의 풀린 눈을 보며 검극을 유지했다. 이대로 뇌검까지 베어버릴 생각이었다.
‘끝이…’
-백우진! 피해라!
암인검으로 뇌검의 전신을 가르려는 순간 좌측에서 푸른 마기가 치솟았다.
‘젠장!’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푸른 마기를 막아내기 위해서 어깨를 틀었다.
콰아앙!
백우진이 푸른 마기에 휩싸이며 우측으로 밀려나갔다. 그 때문에 암인검은 뇌검의 머리가 아닌 왼팔만을 베어냈다.
“크윽….”
백우진이 몸을 일으키며 마기가 날아온 좌측을 보았다. 그곳엔 마족의 푸른 뿔을 달고 있는 인간이 오른 손을 들고 있었다.
-저 놈은 뭐냐?
“청마….”
백우진이 마족의 뿔을 단 인간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뇌검이상으로 악명 높은 제논의 간부 청마였다.
-청마? 저 뿔은…
‘마족의 뿔이야. 저 놈은 마족의 뿔을 자신의 머리에 박아 넣은 미친놈이지.’
청마는 더 강한 힘을 얻기 위해서 마족을 뿔을 자신의 머리에 박아 넣었다. 그 때문에 오러를 잃었지만, 더 강한 기운인 마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남의 집에서 행패를 부려놓고, 이정도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겠지.”
청마가 여유로윤 걸음으로 뇌검에게 다가갔다.
“그리 잘난 척을 하더니 꼴좋구나.”
“크으윽! 다, 닥쳐라….”
뇌검은 피가 철철 넘치는 왼 어깨를 오러로 막으며 일어섰다. 고통과 부끄러움이 담긴 눈으로 백우진을 노려보았다.
“스무 살에 그런 무력이라니, 마스터에게 들은 것 이상이다. 아주 대단해.”
청마가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넌 날도 장소도 잘못 택했다.”
청마가 손가락을 튕기자 백우진의 주변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무인들이 몰려들었다.
쿠구구구!
입구에 있던 경비 무인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능력을 가진 진짜 범죄자들이었다.
쿠구구구.
수백이 넘는 범죄 능력자들 앞으로 제논과 다크 문의 간부들이 섰다. 나타나지 않고 사태를 지켜보던 네 명의 팔귀중과 다크문의 월인들까지 나타났다.
콰아아아!
제논의 사령술사들이 중급과 상급 사령들을 소환하고, 다크문 길드의 테이머들이 몬스터들을 불러냈다.
가늠하기도 어려운 숫자의 괴물들이 백우진을 둘러쌌다. 일대일의 전투에서 일대천이 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정령을 부를 생각이겠지만 이미 막아 놨다.”
“뭐?”
“네 놈의 정령들에게 상급 사령술사들을 붙여 놨다. 쉽게 풀고 오지 못할 거야.”
청마가 씩 웃었다. 백우진의 정령들을 억제시키느라 조금 늦게 오긴 했지만 덕분에 완벽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네가 살 구석은 없다.”
“후….”
백우진은 어둑한 하늘을 올려보며 한숨을 내쉬고 암인검을 들어올렸다.
“그럼 뭐하는 거냐?”
“뭐?”
“살 구석 없는 놈한테 안 덤비고 뭐하냐고.”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죽여 달라고 고사를 지내는군.”
청마가 손짓을 하자, 제논의 간부들이 움직였다.
콰아아아!
검패가 푸른 검을 내지르고, 혈규가 붉은 채찍을 휘둘렀으며, 이레이저가 플레임 캐논과 아이스 캐논을 동시에 쏘아냈다.
“이게 싸움이지!”
-미친놈…
백우진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막강한 마나의 파동을 향해 달려들었다. 활기를 찾은 암인검의 칼날이 찬란하게 일렁였다.
쩌저정!
백우진은 거침없이 돌진해 검패의 검을 깨부수고, 혈규의 채찍을 찢어발겼으며, 이레이저의 마법은 무시해버렸다.
제논이 자랑하는 간부들이 백우진의 일격조차 견뎌내지 못하고 패퇴했다.
“허억!”
“마, 마법을 맨몸으로?”
“미, 미친놈!”
그 압도적인 무력 차이에 세 간부가 허옇게 질린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
콰아아앙!
백우진이 따라 붙으려 할 때 좌측과 우측에서 뇌전과 마기가 폭발했다.
“무슨 불도저도 아니고….”
“방심하면 당한다. 저 놈은 괴물이다.”
뇌검과 청마가 동시에 백우진을 공격한 것이다. 빠르게 날린 일격이었지만 무시 못 할 힘이 실려 있었다.
투욱.
백우진이 입안에서 터진 피를 뱉어냈다. 아무리 강해졌다고 해도 저 둘의 합공은 버티기는 무리였던 모양이다.
“흠, 모험을 할 필요는 없겠지. 사령술을 사용해라.”
청마의 미소를 지으며 술사들에게 사령을 움직이라 지시했다. 보랏빛 사령들의 기운이 허공을 수놓았다.
“아버지에게 복수를 한다더니, 나도 못 이겨서 다른 놈들의 힘을 빌리는 거냐?”
백우진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뇌검을 비웃었다.
“네, 네놈의 잘못이다! 네놈이 홀로 찾아와놓고 비겁하다 말하지 마라!”
“비겁하다고 한 적은 없는데. 스스로도 그리 생각하는 모양이네.”
“닥쳐!”
뇌검은 당장 달려들어 백우진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비겁한 게 아니라, 네가 멍청한 거다. 네놈은 스스로의 무력을 과신했어.”
청마가 능글맞게 웃었다. 일대일의 정식 승부였다면 백우진에게 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리 싸울 필요가 없었다.
사령술을 사용하고, 간부들을 돌려가며 싸우면 백우진은 점점 지쳐가다가 스스로 파멸하게 될 것이다. 이 싸움은 끝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지.”
“뭐?”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아.”
백우진이 웃었다. 대연문에 쳐들어갔을 때도 자신의 무력을 과신하다가 죽을 뻔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준비한 게 있었다.
우웅!
흑암의 인벤토리에서 둥근 구슬을 꺼내들었다.
“내가 괜히 이곳에 있는 결계 전체를 깨부순 게 아니야.”
저택을 두르고 있던 결계는 거대하고 강력했다. 많은 오러를 소모하면서까지 그 결계를 깨부순 이유가 있었다.
캬아앙!
백우진이 구슬의 중심에 오러를 집어넣자, 검은 빛과 함께 구슬이 박살났다.
우우웅!
구슬의 조각들은 검은 빛을 뿜어내며 여덟 방향으로 퍼졌다.
“내가 쌓아 온 건 검만이 아니야.”
백우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구슬 조각에서 나온 빛이 출렁이며 팔각의 마법진을 그렸다.
콰아아아아!
마법진에서 푸른빛이 솟구치며 거대한 차원의 문을 만들어냈다. 푸른빛 속에서 검은 인영들이 비치기 시작했다.
“도련님!”
문주영이 가장 먼저 빛을 가르고 나와 백우진의 뒤에 부복했다.
“의검대 18명! 주인의 부름을 받고 도착했습니다!”
팔에 붕대를 감은 홍남기와 의검대 검사들이 문주영 옆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이걸로 소원권 하나 없어졌어요.”
“그 놈의 소원권. 언제 다 없어지려나.”
두 번째로 나온 적연화와 적경훈이 미소를 지으며 백우진의 옆으로 다가왔다. 풍신단과 뇌신단이 두 사람의 뒤에 섰다.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마스터께서 빚을 갚고 오라 말씀하셨습니다.”
아케인의 수호대주 배운성과 수호자들이 목례를 취했다.
“북검섬멸대주 박철민입니다! 협제의 부름을 받고 도착했습니다!”
검은 전투복을 입은 백여 명의 무인들 사이에서 턱수염을 기른 중년인이 나와 고개를 숙였다. 협회가 자랑하는 무력단체 북검섬멸대였다.
콰아아아!
마법진에서 더 강렬한 빛이 터지며 수백이 넘는 사람들이 동시에 나타났다.
“고작 하루 만에 사람을 모으라니, 늙은이를 함부로 대하는구나.”
“진즉에 다 모아놓고서는 엄살은….”
창왕 황병훈과 윤우민이 활짝 웃으며 빛 속에서 걸어 나왔다.
“홀로 싸우느라 고생 많았다.”
그 뒤에 있던 백연휘가 다가와 백우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백우진은 말없이 백연휘 뒤를 보았다. 수백이 넘는 전방의 능력자들이 자신을 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우우우웅!
마법진의 빛이 사라지며 마지막으로 스사노오 길드였던 백협문도들과 류헤이가 나타났다.
“백협문. 은인께 빚을 갚기 위해서 왔습니다!”
류헤이와 백협문 무인들이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모두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이게 무슨….”
청마가 전신을 덜덜 떨었다. 창왕에 백연휘에 패력적가의 적자도 있었다. 대체 무슨 수를 써서 저들을 부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너, 너!”
뇌검이 이를 갈며 지독한 살기를 피워냈다. 저 괴물 같은 놈은 단순히 쳐들어 온 것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을 계산했던 게 분명했다.
“네놈만큼은 죽이겠다!”
완전히 당했다는 생각에 머리와 가슴 모든 것이 분노로 타올랐다.
“이, 이걸….”
“으윽!”
“어,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제논과 다크문 길드의 범죄자들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더 이상 자신들에겐 우위가 없었다.
숫자는 많았지만, 저들의 기세는 자신들보다 훨씬 거대했다. 싸운다면 질게 뻔했다.
“말했지. 내가 쌓아온 것들은 검만이 아니라고.”
백우진이 검을 들어 올려 뇌검과 청마를 겨누었다. 그 뒤로 울려 퍼진 전방의 뿔피리 소리가 사위를 가득 채웠다.
“오늘 다크문과 제논을 이 세상에서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