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4
24화. 함정은 깨부숴야 제맛
‘벌써부터 수를 쓰네.’
백우진이 인상을 찡그리며 서류의 아래에 찍혀 있는 신검의 문양을 노려보았다.
-이 검 모양은 뭐냐?
‘신검백가의 직계가 받을 수 있는 임무의 표식이야. 신검의 임무라고 하지.’
-그럼 네가 인정받았다는 뜻이니, 좋은 거 아니냐? 왜 인상을 쓰고 있는 거지?
‘원래라면 기뻐해야겠지만, 상황이 너무 공교로워.’
백호중을 쓰러뜨린 지 얼마나 됐다고 신검의 임무가 내려온단 말인가. 아버지가 아닌 누군가가 개입한 게 확실했다.
‘신검의 임무는 호위를 데려 갈 수 없어. 주어진 임무를 알아서 해결해야 하지. 직계를 노리기엔 가장 좋은 기회야.’
-그러다가 직계가 죽거나 크게 다치면?
‘죽으면 죽는 거야. 고작 이정도도 해결 못하냐고, 장례도 안 치러줄 걸.’
-정말 너희 가문은…
‘내가 우리 집 좆같다고 했잖아. 그래서 뒤집어엎겠다고 한 거고.’
백우진은 주먹을 꽉 쥐면서 서류를 노려보았다.
-네 아버지가 보낸 건 아니냐?
‘아버지는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잖아. 그분의 성격상 한 동안 건드리지 않을 거야.’
-그럼 네 형제들 중 한명이겠군.
‘아마 넷째나 다섯째겠지. 대체 어떤 선을 연결해서 신검의 임무를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백우진은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현재 상황에 대한 예측을 술술 말했다.
‘이 녀석은 진짜…’
흑암은 서류를 살펴 본 것만으로 현재 상황을 유추해가는 백우진에게 감탄어린 시선을 보냈다.
-임무는 뭐지?
‘균열 변화가 일어난 구역의 위험요소를 모두 제거하고, 보고를 올리라고 하더군.’
-균열 변화가 일어난 구역?
‘균열은 알지?’
-하늘이 갈라지며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현상이잖아. 네가 죽었을 때도 균열이 일어났다고 했지.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가리켰다.
‘아주 가끔 균열이 일어난 구역이 다른 차원과 연결돼서 환경이 변화할 때가 있어. 그걸 균열 변화 구역이라고 부르지. 변화 구역에 있는 몬스터와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게 이번 임무야.’
-임무 난이도가 3등급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니, 난이도 자체는 별로 높지 않은 것 같군.
‘아니, 위험해. 균열 변화 구역에선 무엇이 나올지 몰라서 1단계 더 높은 능력자들을 보내는 게 일반적이야.’
-서류에 검사 2명을 붙여준다고 되어 있잖아. 그럼 할 만하지 않나?
‘매번 말하지만 이 가문은 그렇게 친절한 가문이 아니야.’
백우진이 서류에 적혀 있는 검사들의 이름을 보고 피식 웃었다.
‘유재우, 김범석. 이 둘은 지금은 아무 파벌도 없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나중에 백선아의 파벌에 들어가는 놈들이야.’
-그렇다면…
‘그래. 다섯째 누나가 내게 선공을 때렸군. 백호중이 쓰러졌으니, 다음은 자신이라고 생각했나본데.’
백선아는 백명훈이 얻어터지고, 백호중의 대가리가 깨진 것을 보고 다음은 자신의 차례라고 생각한 것 같다.
-어쩔 거냐? 일부러 함정에 갈 필요는 없으니, 임무를 거절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니, 가야지. 여긴 내가 아는 곳이거든. 이 구역의 끝에 아주 좋은 게 있어.’
서류에 적힌 균열 변화 구역에서 무슨 몬스터가 나오는지,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 그 끝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모두 알고 있다.
-좋은 거?
‘그래. 이 구역의 끝엔 내게 필요한 물건이 있어. 백선아는 날 죽이려고 이런 계획을 짰겠지만, 내게 도움만 주게 생겼군.’
-계획은 있나?
‘일단은 연기.’
-연기?
백우진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서류를 내렸다.
“드디어 나한테도 신검의 임무가 왔어!”
백우진은 활짝 웃으며 손을 들어올렸다. 연기가 아니라, 정말 기뻐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너 뭐하는 거냐?
‘지금 여길 보는 놈들 중에 백선아의 부하가 있을 거야. 최대한 멍청하게 보인 다음 이 임무를 수락해야 방심하겠지.’
-허, 그 사이에 그런 생각을 한 거냐?
백우진은 옆에 있는 전준혁을 불러서 검신의 임무를 받았다고 자랑을 했다.
“도련님.”
백우진이 전준혁에게 임무를 설명할 때 문주영이 다가왔다.
“그 임무 거절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왜?”
“신검의 임무에선 제가 보호를 해드릴 수 없습니다.”
“알고 있어.”
백우진의 대답에 문주영의 표정이 석고상처럼 굳어졌다.
“3등급 임무라고 해도 균열 구역에서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위험할 겁니다.”
“직계가 신검의 임무를 포기하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모르지 않을 텐데?”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3등급 검사 2명이 같이 가는데도?”
“그렇습니다. 3등급 임무를 해결하려면 3등급 능력자가 6명은 필요합니다. 거기다 이런 상황에서 신검의 임무가 내려오는 것은….”
백우진은 무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문주영이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고맙게 생각하는 속마음과 정반대의 말을 뱉었다.
“날 무시하는 거야? 난 호중이 형도 이겼다고! 3등급 임무 따위는 가볍게 처리할 수 있어.”
“도련님. 하지만….”
“그런 소리 할 거면 나가. 시작하지도 않은 임무 괜히 초치지 말고!”
“…알겠습니다.”
백우진의 말을 들은 문주영은 고개를 젓고 밖으로 향했다. 이렇게 말해도 듣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다.
‘내가 이분을 잘못 본 거였나.’
백우진을 현명한 주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공에 눈이 멀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줄은 몰랐다. 자동으로 씁쓸한 한숨이 나왔다.
[걱정해줘서 고맙다. 나를 믿고 기다리도록.]문주영이 연무장을 나가기 직전 그의 귀에 전음이 들려왔다. 백우진의 전음이었다. 그의 전음은 좀 전의 차가운 말과 달리 따뜻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헉!”
문주영이 급하게 뒤를 돌았다.
“행검부에가서 임무 받겠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웃으며 임무를 수락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멀리서 연무장을 보고 있던 몇 명의 사람이 사라졌다.
“설마! 누가 보고 있다는 걸 아시고?”
지켜보던 사람들이 사라지자, 백우진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좀 전의 아이 같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잘 벼려진 칼날을 보는 듯 했다.
문주영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대체 저분은….”
**
“어떻게 됐지?”
“막내 도련님이 임무를 수락하셨다고 합니다.”
백선아의 호위대장 정연운이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다.
“막내가 의심하진 않았어?”
“사람을 보내 살펴보았지만, 신검의 임무를 받았다고 좋아하면서 춤까지 췄다고 합니다.”
“후후, 그럴 줄 알았어. 처음으로 내려온 신검의 임무를 거절한다는 건 백가의 직계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막내가 검술엔 재능이 있어도 생각은 하염없이 얕네.”
백선아는 손목에 있는 은색 팔찌를 매만지며 빙긋 웃었다.
“계획은?”
“막내 도련님은 백가의 직계답게 앞장서서 몬스터를 잡으실 겁니다. 변화구역을 반 이상 지났을 때 따라간 검사들이 도련님을 기습할 겁니다. 두 검사는 3등급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얼마 전 4등급에 올랐기 때문에 무조건 성공 할 겁니다.”
“백가의 직계인 이상 전투에선 앞장설 수밖에 없지. 따라가는 검사는 누구지?”
“유재우와 김범석입니다. 둘 다 아가씨와는 관계가 없는 걸로 알려져서, 아무 문제도 없을 겁니다.”
정연운은 자신이 짜놓은 계획을 백선아에게 모두 보고했다.
“그 뒤도 준비했겠지?”
“물론입니다. 이번 임무에서 살아 돌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후후, 좋아.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말고, 확실하게 처리하도록 해.”
정연운의 대답에 백선아가 새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귀여운 막내가 사라지다니, 아쉬울지도 모르겠어.”
**
-백우진. 오늘 임무 출발인데, 정말 수련 할 거냐? 안 쉬어?
“가는 데만 3시간 걸려, 가면서 쉬어도 돼.”
-진짜 수련에 미쳤군.
흑암이 질렸다는 듯 검날을 좌우로 흔들었다.
-내 입에서 수련 좀 그만해라라는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너한테 하게 되는 구나.
백우진은 이틀 전에 임무를 수락 한 후 지금까지 잠도 자지 않고 수련을 해왔다.
-지겹지는 않냐?
“지겹냐고? 뭐가?”
-이전에는 발검술과 가로 베기만, 지금은 세로 베기와 찌르기만 반복하는데 지겹지 않냐고.
“백우진은 어릴 때나 반복하는 검술의 기초만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었는데도 지겨워하거나 수련을 싫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솔직히 어이가 하늘로 날아갈 정도의 끈기다.
“전생과 다르게 내가 노력하는 만큼 강해지고 있잖아. 그런데 뭐가 지겹겠어. 즐거울 뿐이지.”
자신이 수련하는 만큼, 시간을 쏟는 만큼 강해지는데 불만이 있을 리가 없다. 정말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다.
– 수련이 즐거워? 제대로 미쳤는데.
“세로 베기랑 찌르기가 빠르게 성장하니까. 요즘은 더 재밌어.”
-검술 능력치가 7개가 높아졌는데, 당연한 거지. 특별 혜택도 받고 있고.
“그래도 속도가 말도 안 되잖아.”
-그건 네가 하루 종일 수련을 하니까 그런 거지. 이 자식아!
흑암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검술에 대한 백우진의 열정은 자신조차 질릴 정도였다.
-오늘 임무 당일인데도 새벽 수련을 하러 나왔잖아!
“아까도 말했지만 가면서 쉬면 돼. 그렇게 심하게 수련 하지도 않을 거고.”
-후, 정말 멘탈 하나는…
“내가 원래 좀 성숙해.”
-칭찬 아니야. 인마!
백우진은 흑암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기계처럼 4시간 동안 세로 베기를 했을 때 백우진의 옆으로 두 명의 검사가 나타났다.
“도련님을 뵙습니다!”
검사들은 백우진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해왔다.
“인사는 좋다만, 너흰 누구지?”
“3등급 검사 유재우입니다.”
“3등급 검사 김범석입니다. 도련님과 함께 신검의 임무에 나가게 됐습니다.”
“너희들이었군. 반갑다.”
“영광입니다!”
백우진이 씩 웃으며 유재우, 김범석과 악수를 했다. 두 검사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백우진의 손을 잡았다.
-네 말이 맞나보군.
‘왜?’
-저 둘 3등급이라고 했지만, 4등급에 올라있다.
‘역시 그런가? 새끼들 연기 잘하네. 근데…’
-근데 뭐?
‘백선아가 준비한 게 얘들이 전부가 아닐 거야.’
백선아의 성격상 분명 이 뒤에도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을 거다. 두 검사를 파악했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기다리고 있어. 준비하고 나오마.”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샤워를 하고, 짐을 챙긴 뒤 방을 나왔다.
“도련님.”
문 밖에선 문주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련님을 믿습니다. 그래도 조심하십시오.”
“걱정 말고 기다리고 있어.”
백우진이 문주영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문주영은 백우진의 미소를 보자, 보든 일이 잘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니, 그건 느낌 같은 것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
백우진과 두 검사는 3시간에 걸쳐 환경이 완전히 바뀐 균열 변화 구역에 도착했다.
“임무의 내용은 숙지했지?”
“물론입니다!”
두 검사는 백우진의 직속 부하라도 되는 듯 극도의 예의를 차렸다.
“보고해보도록.”
“내부에 존재하는 몬스터를 모두 제거하고,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식물과 함정을 처리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머물수 있는 안전구역을 확보합니다.”
“맞다. 준비해라.”
“예!”
두 검사의 완벽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열어주시오.”
“알겠습니다.”
균열 변화 구역을 막고 있던 협회의 직원들이 막힌 문을 열어주었다. 백우진과 검사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음….”
균열 변화 구역에 들어가자, 산소가 줄어들어 호흡하기 힘들어진 걸 느꼈다. 기온도 내려갔고, 주변엔 안개가 끼어 있었다. 고산지대와 비슷한 환경이다.
-어때? 네가 아는 곳 맞냐?
‘그래. 아는 곳이야.’
내부 지형을 확인하니, 더욱 확실해졌다. 이곳에서 무엇이 나오고 뭐가 있는지 전부 알고 있다.
“도련님. 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
“그래.”
가볍게 들린 목소리에 유재우가 뒤를 돌았다. 그가 기대했던 말이 전혀 아니었다.
유재우가 김범석에게 전음을 보냈다.
[가문의 직계잖아. 당연히 앞장서야 하는 거 아니야?] [몬스터가 나오면 나서겠지. 기다려봐.]김범석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키르르.”
두 검사가 전음을 하고 있을 때 앞에 몬스터들의 기척과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몬스터들이 나타났습니다!”
“잡아.”
“예?”
예상하지 못한 말에 유재우와 김범석이 뒤를 돌아보았다.
‘뭐, 뭐야.’
‘몬스터가 나왔는데 안 나선다고?’
그들이 기대했던 상황은 백우진이 앞장서서 싸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백우진은 팔짱을 낀 채로 고개만 까딱거렸다.
“잡으라고.”
백우진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두 검사를 차갑게 쳐다보고 있었다.